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을 열자마자 감당 못할 만큼 많은 양의 고추냉이가 든 초밥을 삼킬 때처럼 코 윗부분까지 순식간에 뚫고 올라온다.”p.22

 

자살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과연 가능한 일인가?...자기 죽음 앞에서조차 이렇게 초연한 공중도덕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p.25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게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P.27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를 향해 구부러진 고지서와 청구서마저 가난에 등이 휜 것처럼 보인다.“ P.41

쓰레기가 극도로 쌓인 집엔 동전과 지폐가 아무 곳에나 흩어져 이러저리 나뒹군다는 점이다.” P. 52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폐색전증 같은 허파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이삼 일만 내버려 두면 엄청난 양의 피와 액체가 몸에서 쏟아져 나온다. 목을 매고 숨을 거두면 직립한 채로 늘어진 사체가 근육을 조절하는 힘을 잃은 탓에 온갖 오물을 배설해 놓는다.” p.97

 

"당신이 머문 곳을 치운, 이름 없는 청소부 올림.“ p. 129

 

"생산물로 대상화하지 않으므로 시간적으로는 생산과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생산된 곳에서 소비되어야 한다.“ ->경제학에서 서비스의 정의 p.134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p.221

 


죽음이후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자살을 결심한자가 아니라면 자신이 죽고 난 이후의 뒷수습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사는 이가 과연 있을까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번뇌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 뒷수습을 위해 그 집을 방문하는자의 삶이라니요. 아무리 직업이라도 매번 쉽지만은 않은 날들이리라 생각합니다.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의 이름에 걸맞게 그는 오늘도 그들이 떠난 그 집으로 출근합니다. 고추냉이향만큼 지독한 콧속의 모든 후각을 마비시킬 듯한 그 죽음의 향기와 함께 창문을 열고 그 흔적들을 치우고 있겠지요. 그의 담담하고 담백한 말투와 함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욕심을 부리며 물건을 사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이 모든 물건들이 다 망자의 유품이 되어버리는데 말입니다. 자신의 죽음뒤까지 생각하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분리수거에 철저했던 어느 망자처럼 자신 스스로를 깔끔하게 그렇게 치우면서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멀리 있는것 기피하고 싶은 것 바로 그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만약 지금 잘못된 생각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려 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길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한지를 말입니다. 죽음의 현실에 대해서 생생하게 그가 전해주니까요. 곁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그 죽음을 애통해하고 슬퍼할 많은 이들이 당신의 곁에 가득하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