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 괴물군이라는 작품으로 요즈음 눈여겨 보고 있는 로비코의 단편집입니다! 역시 녹록치 않는 필력을 보여주네요.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여러가지 사랑이야기를 마주 할 수 있어서 좋네요. 옆자리 괴물군이라는 만화를 너무 즐겁게 읽고 있는지라 이 작가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뒤늦게 도움이 되고 있군요. 일반적인 사랑이야기와는 살짝 다른 신선한 시각이 인상깊네요. 4가지 단편 이야기 중에서 전 유리구슬 다리가 제일 인상 깊네요. 정말 다리에 유리구슬이 묻혀져 있다면, 그 유리구슬을 찾아내는 사람에게는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다리가 기능을 못할 만큼 다들 파내려고 들지 않을까요? 순정성을 마주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시선을 던져야 하는 이 나이가 갑자기 한탄스럽네요. 하여간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피가 맺히도록 몰래 몰래 가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이 이렇게라도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고 바라는 시선이 정말 마음이 들었어요. 사랑이야기는 모두 비밀이잖아요? 누가 그 얘기를 꺼내서 동네방네 떠들지 않는한 가슴속에만 숨어 있는 그 사랑이야기를 살짝 끄집어 내어서 나타낸 발상이라 참으로 사랑스럽네요. 비밀사랑의 한자락 제대로 엿보고 왔네요
보통 의사라는건 죽음 직전까지 떨어진 환자를 치료해 건져올린다. 그런데 마취과 의사는 극약이나 마약으로 환자의 의식과 호흡, 때로는 심장까지 정지시켜 오히려 환자를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 넣는다. 그후 마취의는 보다 안전하게 환자의 생명을 지탱하며 죽음까지 몰고갔던 그들을 다시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갑자기 환자가 추락할때 그 순간 마취의가 얼마나 많은 구명수단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환자의 운명이 결정된다! 외과의들을 다루는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마취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는지라 신선하다 못해 독특했습니다. 마취과 의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실상에 대해서 즉, 어떻게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지 그 절묘한 순간들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 덕분에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외과 의사들의 메인이 아니라 스텝으로 활동을 하는지라 대접도 못받고 박봉에 하루에도 몇개의 수술을 뛰어야 하는지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힘들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사표를 던지겠다고 외치는 마취과 의사들! 마취과 1년차 하나의 등장과 함께 마취의들이 자신의 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어쩔때는 불평과 푸념만 가득하다가도 소신이 가득차 있는 사명감 있는 대사를 풀어놓기도 합니다. 사실 마취과 없이는 수술조차 불가능한것이 요즈음 의료형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술실에서만 활동을 하는지라 환자들과의 소통이라거나 대접 받는 것은 꿈도 꿀수가 없는 상황이지요. 게다가 사람마다 특성에 알맞게 극약을 다루어야 하고, 심장이 정지 하지 않도록 수술이 끝날때까지 고통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마취의들의 속사정을 지켜보다 보면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멀쩡한 사람도 수술을 위해서 잠들게 하는것도, 끝없는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도 그들이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하나의 말처럼 마취의라는 사명감이 없다면 절대로 이겨나갈 수 없는 3D 직업이랄까요? 수술실에만 들어서면 바짝 긴장하고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하루에도 수차례 수술실만 들락날락하는 그들의 일상을 보노라면 참으로 힘든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라기 보다는 의료진 같은 대우에다가 하루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라면 하나처럼 젊은이라면 이쯤에서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볼까 하는 고민도 해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얘기하면 이 만화 너무 심각한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는 소년만화를 지향하는데다가 일본 의료계의 실상을 제대로 까발리면서도 개그컷이 작열하는지라 두가지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마취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들의 숨은 노고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모르고 계시다면 마취과 의사 하나에게 물어보세요. 그녀가 마취의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 해줄 겁니다.
시간이 만드는 예술이 와인이라던가요? 땅에서 포도가 나고 자라기 까지 하늘이 도와줘야만 최상의 포도가 만들어지고, 그 포도가 숙성되고 맛난 향기를 내뿜을 만큼 또 오랜시간이 흘러야만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기에 그런말이 나온것이겠지요? 그렇게 힘들게 완성된 포도주 이제 마시면 되는 걸까요? 어떤 만화에서처럼 최상의 맛을 보았다는 둥 상상의 나래를 펼치듯 아름다운 미각을 제대로 자랑해주면서 책을 덮는다는 것은 이 만화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음식과 제대로 궁합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포도주 그 하나의 맛이 중요한게 아니라 음식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맛보고 공부하면서 조화로운 맛을 이끌어내야만 진정한 맛이라고 논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와인을 소개하려면 무언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와인이 대강 어렵습니까? 이 만화의 주요무대가 레스토랑이다 보니 음식과 와인이 동시에 만족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레스토랑 에스푸아에서 음식과 딱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주는 센스를 가진 와인전문가가 나타나게 된거지요. 그녀가 바로 소믈리에르 카나입니다. 이런 이런 와인이 맛있으니 드세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오늘의 컨디션, 음식과 경험등을 모두 생각해본뒤 이건 어떨까요? 당신에게 어울리는 것입니다라고 살짝 권해주지요. 여성의 눈으로 부드럽게 스스럼없이 소박하게 다가가는게 카나의 매력이랍니다. 지식을 뽐내지도 않고 지나가는 말처럼 조용히 조언을 해주는 그녀랍니다. 이럴때는 이 와인을 마셔야 합니다, 상표는 무엇이고 연도는 무엇이고 등등의 이야기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슬프고 아플때 이런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만이지요. 그래서 이 만화에서 와인은 부주제고 사람이 주제입니다. 와인은 곁다리라고 할까요? 와인에 대한 상식을 가르쳐주는 만화가 아니라 사람이야기가 솔솔 풍기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살짝 와인이라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녀석이 추가된달까요? 추억을 아픔을 기억을 살짝이 보듬어주는 착한 만화랍니다.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책입니다! 시간이라는 미학이 느껴지는 와인과 오랜시간동안 인생이라는 길을 살아온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풀어내는 잔잔한 이야기에 한번 취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곁에 있음에도 그 사랑을 숨겨야 한다면? 뻔히 보이는 마음인데도 그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랑을 모르는척 숨겨야 한다면 어떨까요? 외로워도 슬퍼도 맑은 웃음으로 한방에 가려버리는 니나코 때문에 눈시울이 아려옵니다. 정말 고등학생 맞아라는 말이 나올만큼 솔직하고 귀엽고 앙증맞은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말 마음 숨기는 일을 잘 못하는 녀석이에요. 좋아하는게 뻔히 보인달까요? 그래서 번번히 그 마음 숨기느라 혼자 애먹는 캐릭터죠.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는 이 학교 최고의 인기남인 렌이죠. 자신의 인기가 거추장스럽다라고 몸으로 말하는 녀석이지요. 잡지모델의 여자친구까지 둔 능력남이랄까요? 인기가 많은데도 모두에게 친절하게 잘 대해주는 녀석이에요. 그래서 우리 여주인공이 마음을 접을 수도 없게 만든답니다. 차갑게 싸늘하게 마음을 접게 도와줘야 하는데 이 녀석 자신이 마구 흔들립니다.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인지조차 못하다가 그녀의 고백이후 애써 그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니나코만 보면 어찌할 줄을 모르는 그! 혼자서 울고 있는 니나코를 보면 달래주고 안아주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나아가는 손을 다시 집어 넣는 몹쓸놈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외사랑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닦아주다가 사랑을 깨닫는 한 남자까지 등장합니다. 거침없이 직구로 다가오는 이 녀석에다가 자신의 마음을 속이려 애먹는 남자와 짝사랑에 가슴 아픈 한 소녀까지! 이야기는 서로 먼곳만 보고 있습니다. 마주치지 못하고 서로 엇갈리는 사랑을 담고 있어서 보는 내내 안타까움이 한가득입니다. 짝사랑 그 아픈 것을 어쩌자고 시작했니?
카더라 소문은 소문일 뿐인데도 너무나 자세하다. 어떠어떠하더라 아주 구체적으로 밝히기 까지 해서 믿기도 안 믿기도 애매한 상황을 만든다. 그게 정략결혼의 당사자라면 더욱 그러하리라. 관심이 없는척 무관한척 있지만 실상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너무 궁금해져 버린 이웃의 공주님은 남장까지 불사해서 그를 만나러 간다. 소심한 성격에 싫다라는 말조차 못하는 꽃과도 같은 그녀에게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는지 난생 처음으로 모험을 떠나게 된것이다! 자신의 배필이 될지도 모르는 이웃의 왕자를 만나러 말이다! 개망나니로 소문까지 자자한 왕자는 " 이 사람이 바로 그 사람?" 하고 되물을 만큼 시크하다. 뭐 될때로 되라는 식으로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는 넓은(?) 아량을 갖춘 사람이다. 귀찮아서 소문도 그냥 내버려 둘 만큼 바쁘다. 게다가 까만 머리의 소년이 계속 알짱알짱 거리는게 신경쓰이는 눈치다. 귀찮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지켜주고 챙겨준다. 무심한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자상하게도 챙겨주는 이지 왕자에게 설레는 알디나 공주! 자신이 정략결혼 대상자인지도 모르는 저 남자의 무심함이 괜히 마음 아프고 그의 한마디에 심장이 콕콕 쑤셔오는 공주와 말을 할듯 안할듯 참기만 하는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던져 주었으면 하고 주위를 빙빙 도는 왕자! 그의 한마디에 울고 웃는 그녀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속을 알 수 없는 그 녀석까지 합세하니 점점 심각해진다.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한 남자와 세상과 교류는 커녕 소통조차 못한채 혼자서 참기만 하고 살아야 했던 한 여자의 소통은 첫걸음부터 막막하다! 너무나 달라서 서로의 마음이 더욱 확연한 제 1권! 이들의 향방과 미처 말하지 못한 소문들의 진상까지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한권이다. 작가의 첫작품이라는게 믿을 수 없을만큼 자연스러운 수작이라는 사실도이 작가분을 기억하게 되는 묘한 요소랄까? 왕자님과 공주님의 이야기 간만에 읽으니 두근두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