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의사라는건 죽음 직전까지 떨어진 환자를 치료해 건져올린다. 그런데 마취과 의사는 극약이나 마약으로 환자의 의식과 호흡, 때로는 심장까지 정지시켜 오히려 환자를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 넣는다. 그후 마취의는 보다 안전하게 환자의 생명을 지탱하며 죽음까지 몰고갔던 그들을 다시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은 갑자기 환자가 추락할때 그 순간 마취의가 얼마나 많은 구명수단을 쥐고 있느냐에 따라 환자의 운명이 결정된다! 외과의들을 다루는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마취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 거의 없는지라 신선하다 못해 독특했습니다. 마취과 의사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실상에 대해서 즉, 어떻게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지 그 절묘한 순간들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 덕분에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외과 의사들의 메인이 아니라 스텝으로 활동을 하는지라 대접도 못받고 박봉에 하루에도 몇개의 수술을 뛰어야 하는지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나 힘들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사표를 던지겠다고 외치는 마취과 의사들! 마취과 1년차 하나의 등장과 함께 마취의들이 자신의 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어쩔때는 불평과 푸념만 가득하다가도 소신이 가득차 있는 사명감 있는 대사를 풀어놓기도 합니다. 사실 마취과 없이는 수술조차 불가능한것이 요즈음 의료형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술실에서만 활동을 하는지라 환자들과의 소통이라거나 대접 받는 것은 꿈도 꿀수가 없는 상황이지요. 게다가 사람마다 특성에 알맞게 극약을 다루어야 하고, 심장이 정지 하지 않도록 수술이 끝날때까지 고통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마취의들의 속사정을 지켜보다 보면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멀쩡한 사람도 수술을 위해서 잠들게 하는것도, 끝없는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도 그들이 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하나의 말처럼 마취의라는 사명감이 없다면 절대로 이겨나갈 수 없는 3D 직업이랄까요? 수술실에만 들어서면 바짝 긴장하고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하루에도 수차례 수술실만 들락날락하는 그들의 일상을 보노라면 참으로 힘든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라기 보다는 의료진 같은 대우에다가 하루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라면 하나처럼 젊은이라면 이쯤에서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볼까 하는 고민도 해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얘기하면 이 만화 너무 심각한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는 소년만화를 지향하는데다가 일본 의료계의 실상을 제대로 까발리면서도 개그컷이 작열하는지라 두가지 재미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마취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그들의 숨은 노고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모르고 계시다면 마취과 의사 하나에게 물어보세요. 그녀가 마취의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 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