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마음" 혹은 "마음의 병",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등은 내 인생의 화두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마음과 감정을 공부할 것입니다. 마음과 감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인데요. 예전엔 먹고 사는 일이 바빳기에 마음과 감정을 챙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노력으로 지금 시대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 때 놓친 마음과 감정의 문제들이 속속들이 튀어나와서 사회적인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는 사회 및 경제공부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사회와 경제를 유지하는데 좌우되니까요. 그리고 가난하게 살았던 지난 시절, 나는 부자 혹은 성공한 사람들은 마음의 병 같은 건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들이 마음의 병을 운운할 땐 배부른 소리라며 콧방귀를 꼈습니다. 마음의 병은 가난한 사람들의 낙인과도 같은 것처럼 여겼고, 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단히 애를 썼으니까요. 그러나, 부자, 성공한 사람, 가난한 사람할 것없이, 조건적인 것을 모두 배제하고 이 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라면 마음의 병과 힘겨운 사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마음 앞에선 자격지심 따윈 버리고, 인간이라면 마음이 있는 존재이기에, 저마다 마음의 고통을 겪는다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신작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를 통해서 작가 31인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그 동안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의 병을 들여다봤습니다.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내용 및 구성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쓰고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31명 각자가 직접 경험한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식 심리책입니다.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고 생사를 오고가게 하는, 괴물같은 다양한 종류의 마음의 병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그들 각자가 어떻게 마음의 병 그리고 마음의 병을 겪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고 있으며, 또는 극복했는지를 각자의 경험담을 각자의 색채대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책의 가장 뒷면엔 31명의 작가를 소개하고 그들이 쓴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느낀 점 


나는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이 거의 없다. 사실 나는 내 진짜 모습을 숨기는 것을 사명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부로 그 사명도 끝이다. 이제부터는 당당히 내 모습을 밝히며 살 것이다. 부끄러울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부끄러울 게 없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오늘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p.171(캐런 머호니, 정상보다 특별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결핍을 티내지 않으려고 마음의 병을 숨기고, 이미 사회적으로 유명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뤄둔 걸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마음의 병을 숨깁니다. 예전엔 마음의 병이있다고 하면 무조건 정신병자 혹은 정신질환자로 분류하여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을 취급했으니까요. 그래서 부정적이거나 이상한 마음에 관해선 늘 무시하고, 외면했으며, "정상"의 대열에 들어가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죠. 그러나 마음의 병을 무시하고 외면할수록, 마음은 더 피폐해지고 괴롭기만 했고 인생을 망치는 많은 사람들을 지켜봐왔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신과 주변사람들을 파괴적으로 몰고가는 일이 많아져서, 요즘엔 마음의 병을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이 위험해지기 전에 용기내어서 마음의 병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이 책에선,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문학상까지 수상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 직접 경험한 마음의 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마음의 병은 여전히 숨기고 싶은 치부라서, 그들은 마음의 병을 표현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화려한 이력만큼 마음의 병도 약물중독, 강박증, 공항장애, 조현병 등 아주 다이나믹 하더라고요. 마음의 병의 원인 유전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주로 이뤘으며, 그럼에도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마음의 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극복해나가는 방식 또한 다양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마음의 병을 글을 쓰면서 승화했고, 여전히 그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아주 극적인 극복방법은 없습니다. 앞서 표현한대로, 그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거기에 자책하지 않는 것, 그것 뿐이더라고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린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해서, 마음의 병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잘사니까, 마음의 병은 없어야 한다는 자격지심이 섞인 삐딱한 생각은 버려야겠더라고요. 그리고, 의외로 "마음의 병"이라는 주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봤을 때, "사람 마음은 똑같구나"라는 공감대가 생기더라고요. 들키기 싫은 허점 같아서 마음이 무너져가도 누군가의 도움 받는 건 죽는 것보다 싫으며, 통제할 수 없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시달리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마음 때문에 이상한 사람을 취급받을까봐 티가나지 않은 고통을 삭혀야하는, 즉 사람들의 시선에 너무 연연해서 마음의 병을 키워 온 사실들에 시선이 멈추더라고요. 마음의 병을 겪으면서 남의 눈치까지 보면 내가 겪고 있는 아픈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없고, 오히려 더 힘겨워집니다. 마음은 있는 그대로 읽어야 진정되고, 있는 그대로 나를 봐야,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작가들은 다른 필력으로 똑같은 메세지를 전하는 듯 합니다.


이 책은 마음의 병을 속시원하게 극복한, 극복기를 다룬 책은 아닙니다. 작가들이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병들을 아주 적나라게 적어내려간 책이라, 읽다보면 공감도 되다가, 함께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책 제목은 청명한 분위기가 감도는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거야 이지만, 청명한 글들을 기대했으나, 밝음과 어둠의 비율을 따져보면 3:7입니다. 그리고 작가들 각자의 필력대로 적어내려간 글들이라, 어떤 글을 문학적이고, 어떤 글을 자기계발적이며, 어떤 글은 이론적인 다양한 필력으로 적어내려간 마음의 병을 마주할 수 있어요. 다만,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마음의 병을, 그들도 용기내어서 표현했으니, 독자들도 바람쐬듯 자연스럽게 표현해도 좋다고 손짓해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지금 누구에게도 말 못할 마음의 병을 혼자서 끙끙 앓고 있다면, 이들의 글을 마주하면서 "세상에 마음의 병을 나 혼자만 겪는 건 아니구나"라는 위안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마음의 병에 관한 명확한 극복법은 아니더라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나를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책 속 글귀


p. 22 불안증과 싸우던 당시,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인생이 근사하다는 것과 상황은 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안증을 겪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나는 그 시간 동안 꽤나 많은 일을 해냈다. 삶의 속도가 그전보다 느려졌기는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산다. 그렇다. 나는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모리 존슨, 멍청한 괴물과 의사 흉내를 내는 꼬마)


p. 40 자기관리란 말 그대로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거품 목욕을 하면서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자기관리는 나 자신과 내가 겪고 있는 문제, 타고난 문제와 그 외 문제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 문제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파악한 뒤,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중략)자기관리는 치료법이 아니다. 자기관리는 지속적인 노력이다. 자기관리를 하다 보면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할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자기관리는 많은 경우 과학이라기보다는 끈기와 배짱이고, 처방전보다는 직감이며, 사실보다는 믿음이다. 나는 자기관리를 통해 힘을 얻었다. 내게 자기관리는 흥미롭고 절망적이며 동시에 매력적인 인생 프로젝트다.(사라 자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내가 지키는 일)


p. 49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부터 정신질환을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르기까지, 정신질환을 이야기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미지다. 나는 정신질환이라는 용어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질환이라는 단어는 자동적으로 쇠약함과 전염을 암시하고, 쇠약해진 신체를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치료해야만 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경도우울증부터 인격장애, 조현병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어 정신질환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 모든 의미를 담아낼 수가 없다. (로런 올리버, 빛과 어둠)


p. 93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는 것과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나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비교적 쉽게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제길,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기까지가 진짜, 어렵다. 나는 그게 그렇게 싫다.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약해지는 것 같고, 혼자서는 엉망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는 실패자처럼 느껴진다. (앰버 벤슨, 나를 위한 선물, 상담치료)


p. 105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머릿속 말도 안 되는 생각, 나를 기만하는 생각, 숨이 막힐 듯 나를 억누르는 생각과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말이 안 되는 말을 할 때는 뇌에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사라 파인,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p. 145-146 모두가 나를 이해할 수는 없다. 어떤 이들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나더러 극단적이라고 할 것이다. 내가 겪는 이 고난의 터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 불안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불안을 숨기려 하거나, 괜찮지 않을 때 괜찮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불안에 대처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떄문이다. (타라 켈리, 나쁜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산다는 것)


p. 156 나는 나한테 '문제'가 없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평생 나를 다독이며 힘겹게 버텨왔는데 진짜 문제가 나라는 걸 인정하면 텅 빈 내 안이 그대로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낡은 스웨터에서 빠져나온 실 하나를 당기면 옷 전체가 망가지듯 말이다.(킴벌리 맥크레이트, 흘려보낸 시간들)


p. 163 살다 보면 걱정 근심 없이 기분 좋은 날도 있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날도 있다. 그런 날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우울증을 안고 사는 것은 마치 옮길 수 없는 커다란 돌을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 돌에 큰 충격을 주어 잘게 쪼개어야만 짐으로만 느껴졌던 그 돌덩이가 단단하고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변신할 수 있다. (메건 켈리 홀, 나의 우울증)


p. 176 그 모든 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다 알아도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 왜 정신질환 환자들은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나는 늘 아픈 기분이었다. 비록 밖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상처나 증상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나 자신과 주위 모든 사람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지우며, 따뜻한 날씨에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흔들의자에 앉아 다시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그런 환자였다.(캐런 머호니, 정상보다 특별한)


p. 233 그때 나는 긴 시간을 들여 내 인생을 꼼꼼히 돌아봤고 아주 중요한 사실을 몇 가지 깨달았다. 먼저 불안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리고 적절한 도구나 약물 복용 없이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안을 절대 통제하거나 극복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불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서 못난 사람인 건 아니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불안을 겪는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잡초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정상'이거나 '멀쩡한'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일지도 몰랐다. 그런 깨달음이 내게 희망을 줬다.(캔디스 갱어, 불안과 잡초)

p. 282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있다. 감정을 없애려고 할수록 감정은 더욱 거세진다는 것이다. 감정과 맞서 싸우고 감정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면 그로 인한 고통은 더욱 커지고 길어질 뿐이다. 감정은 느끼길 워하고 느껴진 다음에야 비로소 끝이 난다. 나는 감정이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더욱 명학하게 깨닫게 되었다. 또 내가 감정 때문에 죽지 않을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또 내가 감정 건너편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에이미 리드, 중독과 우울증이라는 쌍둥이)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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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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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페미니즘", 양성평등을 주장하고 여성의 주체성과 권리를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운동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페미니즘의 개념이 다소 변질된 듯 하여, 사실 페미니즘 자체에 무관심한 편이였고 더 깊이있게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새 생명을 내 품에서 품으면서 겪어야 하는 제약 사항(?)들이 있어서 페미니즘에 저절로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페미니즘을 잘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양성평등이 아닌 여성우월로 변질되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었으니까요. 내가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처음 접한 책은 서한영교의 두 번째 페미니스트입니다.


두 번째 페미니스트 내용 및 구성

서한영교는 시인입니다. 그리고 남성 페미니스트구요. 책을 읽기 전엔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남성 페미니스트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 주변에서 어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그도 다른 평범한 남성들처럼 여자가 하는 일, 남자가 하는 일이 구분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학 소년이었던 그가 열 아홉살이 되던 해, 유명 시인이 이제 막 등단한 여성 시인을 성희롱하고 구타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유명 시인의 악행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지만 한국 문단에선 오히려 그 시인을 두둔하는 일을 목격하고, 한국 문단엔 불합리한 남성 우월주위가 판을 친다는 사실을 불편해합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는 그 주변의 여성들과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여성을 이해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여성들의 삶에 뛰어 들어봅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1)감히, 우리라고 말하기 위해 2)집사람 3)아버지 4)순간일지 영원일지 5)남성 아내 6)바다를 건너려는 나비들처럼, 총 6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느낀 점 

이 책을 통해서 육아공부를 제대로 했습니다. 서한영교와 그의 아내와 육아를 분담하면서 경험했던 사소하면서 굵직굵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시작장애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는 그녀를 애인이라고 사랑스럽게 부릅니다. 그리고 애인과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어려움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도 참 사랑스러워보였습니다. 편견없이 살아가려는 그의 결심에, 보통인 사람들은 오히려 편견의 잣대를 갖다대고 그들을 동정하거나 걱정합니다. 그들 입장에선 그들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그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월감을 과시할 뿐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여성에게만 치우친 여성의 불리한 환경과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서 안심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삶이 구분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분위기도 한 몫한다는 것도 들여다 볼 수 있고요. 대신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사회로 굳혀진 인식과 관념을 바로 잡으려는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덤으로 , 그가 페미니스트의 삶을 선택하고부터, 남성들 사이에서 적응하는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한영교 시인 특유의 고집이 있고 소신이 있어서, 그는 주변을 서서히 설득시키는 힘도 덤으로 있는 듯 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살아있는 그 자체라도 소중하고 가치있다"는 신념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의 글을 따라 가며 모든 존재들이 평등합니다. 굴곡없이 조화롭게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 같아서,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남자라고 해서 파랑색 옷을 입어야 하고, 여자라고 해서 핑크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편견이 없어서 좋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없어서 좋았으며, 노력만 한다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에 대한 희망도 엿보입니다. 무조건 성공적인 삶에 치우치지 않고, 실패를 하더라도, 어려움과 마주해도 살아가려는 의지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시인 서한영교의 문체가 신기했어요. 비판의 글도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거든요. 냉소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나에겐 없는, 부드러운 표현이라 배우고 싶더라고요.


책 전반에 에세이 형태입니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담겨진 중간중간에 아주 생소하지만 알고픈 철학, 문학, 사회, 경제와 관련한 글들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인용 문장들을 담아 글의 흐름을 풍성하게 그만의 필력이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전히 부딪히고 대두되는 양성평등문제, 장애인/비장인애인에 대한 편견, 부모로서 성장과정, 경제적인 한계, 육아와 양육을 위한 최저생계비마련 등과 관련한 사실적인 이야기들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대안책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경제 체제 속에서 양성평등에 관한 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들을 떠안고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체감하게 하는 에세이입니다. 물론 읽다보면, 에세이 형태인 사회, 경제, 철학 그리고 문학을 담은 (개인적인 판다에 의하면)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억압된 인생을 살았으니, 측은하게 봐달라는 내용의 글이 아닙니다. 양성 평등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을, 남성중심으로 인식, 관념, 이념, 체제 그리고 권리 등이 너무 불합리하게 치우쳐 있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것 뿐입니다. 고생스럽고 힙겨운 삶을 사는 건, 세상에 존재하는 남녀노소 누구할 것 없이 힘들고 고된 건 똑같은데, 왜 양성 중 다른 한 성에만 기준을 잡아서 한쪽은 억압되어야 하고 박탈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한쪽의 성이 존중받는 만큼, 또 다른 한 쪽도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고생배틀 덜 하고, 서로 응원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남녀의 가치를 운운하며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 우리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늘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우리의 편견없는 시선과 태도에 따라,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그 삶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도 걸어봅니다.


책 속 글귀

p. 17-18 불공평한 세상이 불편해졌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불쑥 바뀐 것처럼. 너무나 확실했던 남성의 세계는 점점 내게 불확실해졌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들의 언어에 자주 불끈거렸다. 불화를 겪은 적 없던 젠더-세계에서 나는 점점 불온해져갔다.


p. 24 사무엘 베케트의 격언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가 떠오르며,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나는 어쩌면 평생 끊임없이 더 낫게 실패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 페미니스트로서의 운명이란 끊임없이 실패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평생 거듭"해야만 하는 실패 속에 있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p. 42 사랑을 포기할 이유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사랑 앞에서 절망하게 되는 날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을 것이다. 끝도 없는 불안과 좌절 앞에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 고통의 과정을 얼마나 잘 겪어내느냐에 따라서 사랑의 품위가 만들어질 것이다.


p. 59 나에게 임신, 출산, 육아는 그야말로 미지였다. 미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책을 뒤적거리면서 만난 입체감 없는 2차원의 세계뿐이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을 준비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임산부, 신생아에게 눈길이 자주 머물렀다.

p. 66 이사를 하면서 우리는 다짐했다. 집을 근거로 해서 삶을 꾸려 나가겠다. 집을 소외시키지 않겠다. 남성-공적 영역/여성-사적 영역으로 성 역할을 분배하는 공간 배치를 거부하겠다. 집을 우리 삶의 장소로서 가꾸겠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집사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p. 86 OECD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 1위. 그러나 가사 분담률은 꼴지. OECD 삶의 질 평가에서도 하위권. 그 평가 항목 중 '삶과 일의 균형'은 거의 꼴지.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격렬한 노동에 시달린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선다. 최악을 경신해가는 실업률과 점점 둘레를 넓히고 있는 위험 사회는 아버지들을 더욱 아등바등하게 만든다.


p. 87 아버지만 가장이 되어버린다. "외롭고 높고 쓸쓸"(백석)하기까지 한 아버지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게를 혼자 진다. 그게 문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그 짐을 마당히 가장이 지어야 할 세상의 무게라 여기고 그걸 미덕으로 삼으며 살고 있다.


p. 92-93 아이를 기다리면서 만나게 되는 언어들이 있다. 자궁, 유모차, 산모 수첩 등등. 기존 젠더 관성이 내포되어 있는 이런 낱말들을 고쳐 불러본다. 아들이 자라는 집이라는 뜻의 자궁이 아니라 세포가 자라는 집이라는 의미의 포궁으로. 유모차가 아니라 유아차로. 산모 수첩이 아니라 아기 수첩으로. 영 어색하다. 50번은 반복해야 한다. "언어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은 언어 안에만" 있다는 이성복 시인의 말을 믿어본다.


p. 131-132 살림에는 가사노동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정서노동이 있다. 정서노동은 집사람들의 감정을 돌보는 일, 아이의 훈육과 교육도 포함된다. 집안의 정서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이다.(중략)이 정서노동은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우리 집은 어머니가 거의 모든 정서노동을 담당하는 집사람 노동자셨는데, 친척들의 안부를 묻고, 기념일들을 챙기고, 선물을 준비하고, 가족 행사를 준비하고 등등, 어머니가 모든 것을 하시고 아버지가 한 말씀씩 덧붙이는 식이었다.


p. 168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주된 관점 중 하나는 '딱한 사정이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는 비장애인의 우월함을 전제하고 있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약자가 된다. (중략) 또 복지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수혜의 대상으로 묶어버린다. (중략)이렇게 만들어진 가치는 정상/비정상으로 나누어 장애를 치명적인 결핍의 조건으로 여기게 하여 장애를 인간의 다양한 조건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에 가닿지 못하게 한다.

p. 303 내가 내 삶을 배반하지 말아야겠다. 카뮈는 "자유롭지 못한 어떤 세계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지 당신이 실존한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반항의 행위가 되도록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실존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이 지긋지긋한 가부장(남성, 국가, 자본) 세계에서 하나의 반항 행위가 되는 '시민과 시인으로서의 시시한 일상'을 떠올려본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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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읽는 시간 -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부터 나는 나를 관찰하고 나의 시선밖 세상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무엇이 좋고 싫은지 명확했지만 표현법을 잘 몰라서 얼버부리는 일이 참 많았죠. 슬플 땐 슬프다고 표현해야하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해야하는데, 대략적으로 내 감정을 알지만 표현할 길을 잘 몰랐어요. 그러다보니,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되어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할 때면 나는 어찌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쎈척 강한척하는데 에너지를 마구 쏟아부었습니다. 30대가 넘어서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와서 나에게 휘몰이치는 모든 감정에 휘둘리면서 나의 감정과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존재감도 서서히 알게 되었는데, 변지영 작가의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다음로 출간된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을 통해서 지난시간 내가 마주했던 나의 모든 감정들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 감정을 읽는 시간 내용 및 구성


작가 변지영은 심리상담을 통해서 실존과 심리에 관한 주제로 책을 써왔습니다. 이전에 출간된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을 통해서 심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엔 감정을 주제로 글을 담았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감정에 대한 구체적 알아차림이 감정 경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정서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정서구성론(또는 구성된 감정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p.257"고 언급합니다. 즉, 감정을 구체적이고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해독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1) 알수 없는 감정들 2) '나' 자신이 드리운 그림자 3) '관계'가 남긴 흔적 4)우리를 '변화'시키는 순간, 총 4부로 구성되어 각 부별로 개인별 에피소드 및 영화와 문학 작품 등을 언급하면서, 그릇된 감정과 그 감정의 원인 그리고 해결책 등을 제시합니다. 


■ 느낀 점 


나는 스스로 결핍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의 결핍을 가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활용했고, 내 속에서 쓰물쓰물 올라오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들여다볼 여유가 전혀 없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그 자체가 열등함과 결핍의 상징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니까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 지는 것이라 여겼지요. 무엇보다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억눌러야 한다고 교육받아왔던 세대라, 무조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척 해야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래서 밝지도 않는 성격, 밝게 빛나는 척하며 오버도 참 많이했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웃어야 행복해진다더니, 전혀 그렇지 않고, 삐에로가 된 기분이었어요. 웃으면 복이 온다더니, 복은 무슨, 회의감과 공허함이 밀려와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이해받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복리처럼 쌓여서 나를 주저앉게 만들었어요. 부정적인 감정에 치여 쓰러지 나 자신을 얼마나 미워했는지 모릅니다. "이것 밖에 안되냐, 이것 밖에 안되면 왜 사냐?"냐며 나를 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물리치려 할수록 나는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옥죄이는 듯 했습니다. 덤으로 긴장과 불안도 콤보로 동반하더군요. 해소하려고 해소되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에 한없이 시달리다가 힘이 빠져서 넋 놓고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땅바닥에 누워서 해가뜨고 해가 지는 하루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어요. 심지어 정말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어느 날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나 좀 봐, 나를 보라고"라는 울림이 울렸습니다. "나는 우울해, 절망적이야. 너무 힘들었고 괴로웠어.."라는 감정이 올라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울음에 저항할 힘이 없어서 울음을 허용했더니, 속이 시원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는 살아있구나"라고 말하면서 내 손과 발을 보고 내 얼굴을 쓰다듬었죠.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허용되는 감정과 허용되지 않는 감정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요.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빛과 그림자처럼 양면성이 있고, 양면적인 감정들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나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감정이해 에 관한 나의 예찬을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변지영의 내 감정을 읽는 시간에선, 다양한 개인적인 사례들과, (서평 혹은 감상평을 읽는 듯한 느낌은 들지만) 영화와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듯, 맥락적으로 감정을 이해하는테 도움을 줍니다. 책 표지에서 언급된 "나를 휘두르고 가로막는 여덟 감정의 재구성"이라는 표현이 딱 정확한 것 같아요.


슬픔, 아픔, 괴로움, 고통, 상실감, 우울감, 불안, 걱정, 염려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이 표면적으론 참 이상한 사람들이라 여겨질지 몰라도, 감정의 맥락을 이해하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진짜 모습도 보이고요.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친해지면, 저자가 언급한대로 우리는 #감정_설계자 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 설계자가 되면 비로소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생깁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는 #마음챙김 을 통해서 마음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여기에 감정공부까지 추가해봅니다.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는 힘이 꼭 있어야, 진짜 나로서 살아가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내 속에서 솟아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혹은 허용할 수 없어서 정신적, 심적 고통에 시달리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책 속 글귀


p. 13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의 내용에 집착하며 좋은 것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맥락'을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주의를 유연하게 확장해 효과적인 선택을 하게 해 줄 수 있지요.


p. 29 슬픔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실망하거나 절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 어색하거나 어렵기도 합니다. 슬퍼한다는 것이 나약함을 드러내는 징표라고 여겨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일부러 더 부산하게 행동하면서 잊어버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p. 30 드러나는 모양과 방식이 어떠하든 상실과 슬픔, 상처와 고통의 경험이야 말로 바로 '내가 존재함'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증거입니다.


p. 41 '예의바르고 세련되며 조화롭게 순응하는 삶'이 때론 매우 거짓에 가까울지 모른다고 외치는 듯 합니다. 투박하고 어리석게 보이더라도 그게 진실로 가는 느린 걸음일 수 있습니다. 슬픔이란 자기 자신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귀 기울이는 사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p. 65 삶의 뒷면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면 어떤 감정이 느껴질까요? 아마 '그리움'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지나가는 것,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대한 애틋한 마음 말아지요. 한 때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 추억이 새겨진 장소들. 그리운 마음, 소중한 기억들은 나에게만 남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디엔가 남게 되는 걸까요?


p. 75 타인에 대한 신뢰가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시간과 함께 쌓여가는 것이듯, 자신감도 자신이 해온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쓸 게 아니라, 지금 주어진 삶에 전념해 잘살아가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p. 89 "미안해"는 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작업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스스로 죄책감이라는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오는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p. 99-100(중략)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도 사실은 나의 존재감, 나의 유능함, 나의 역할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아차린다면 덜 매일 수 있습니다.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도 부정적인 영향력을 줄일 수는 있지요.


p. 127 누군가가 내게 칭찬을 하면 안심하다가,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휘청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가 제때 '고맙다''미안하다'해주지 않으면 금세 섭섭해하거나 마음이 어두워지는 이들도 있지요. 타인의 말에 쉽게 무너지고 영향을 받거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자신을 그나마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자신을 부적절하게 여기는 마음인 수치심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p. 134-135 자제력이 약하고 절제가 잘 안되고 충동적이며, 나쁜 습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쯤 자신의 수치심이라는 뿌리, 살아온 역사를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무엇을 견디지 못해 그런 행동으로 도망치는지, 그런 보상패턴을 오랫동안 반복하면서 뇌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p. 151 누군가가 내 기대와 사랑, 믿음과 의리를 저버린 행동을 해서 받게 되는 상처는 오래 남지요. 이후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p. 157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서 배신당하는 일이 많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 나 자신이 타인에게 갖는 욕구와 바람 같은 것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는 타안의 행동만 비난하면서 일어나는 오해일지도 모릅니다. '저 사람이 아마 이것을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도와주고 베풀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암묵적 욕구에 응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p. 158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타인이 내게 무엇을 하도록 강요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과 내 행동만 내 소관입니다. 그러니 애초에 내가 어떤 기대가 있어서 상대에게 잘해주고 있다면, 그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혼자 잘해주고 있다면, 그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혼자 잘해주고 자주 배신당한다고 느낀다면,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기 전에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 낫습니다.

p. 226-227 (중략) 언어의 한계는 사실상 인간의 한계입니다. 뇌의 한계이자 육신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의 예측기제 덕분에 우리 몸은 생존에 적합한 상태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예측기능으로 말미암아 두려움과 불안, 공포와 걱정을 안고 살아가지요. 인간의 이성, 즉 사고능력이 상황을 실제 일어난 것보다 더 부풀리고 왜곡해 불협화움을 빋어내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p. 235 한계가 없는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계를 명확히 알수록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며서, 또는 어떤 일을 하면서 겪을 법한 어려움과 불편함, 리스크 등을 전혀 예상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런 것들을 처음 맞딱뜨리자마자 그만두게 되겠지요. 두려움 없이 타인을, 세상을 만날 수는 없습니다. 서로의 한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조율해가는 과정이 소통이겠지요.


p. 253 (중략) 행복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나는 늘 쇼펜하우어의 말이 떠오릅니다. 스스로 만족스럽고 절제된 삶을 살았던 그는 "행복은 환상이지만 고통은 실재하는 것"이라고 했죠. 삶의 무게, 혼란, 온갖 고민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틈틈이 빛나는 순간을 있는 법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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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시인 - 세상을 바꾸는 바보시인 이승규의 통찰력
이승규 지음 / 좋은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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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인 감성에 접근하면서, 문학을 왜 접해야 하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체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론서들이 세상의 본질을 알려주는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문학을 통해서 세상의 본질을 아주 확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했는데도, 학교에선 문학을 통해 본질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에휴- 괜한 한숨만.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난 다음에야 문학의 이점을 배우게 되다니. 세상이 알려주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자연도 알려주는 것이 많습니다. 자연이라하면 풀내움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문학계의 자연은 시라고 생각하는데, 참 좋은 기회로, 이승규 시인의 바보시인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바보시인 내용 및 구성


시인 이승규는 30대 젊은 시인으로, 2~30대 젊은이들이 사회에 발을 내딛으며 겪는 여러 형태의 성장통인 실패, 좌절, 걱정, 불안 등을 대변하고, 그 과정 속에서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독려하고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시들로 책 한권을 채웠습니다. 이승승규의 시집은 1부 진부하게 봤지만 시인선한 것들 2부 꿈을 이루는 비밀 3부 진다는 것에 관하여 4부 바보시인,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느낀 점


어린시절부터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말만 듣고, 주변 친구들을 가까이하면서도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자라왔죠. 꼭 1등이 되어야하고, 남들보다 잘해야만 성공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 그렇게 주변을 의식하면서 경주마가 앞만보고 달리듯 달려왔습니다. '힘들어도, 허탈해도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기약없는 기대 속에서 무조건 달리기만 했던, 그러다가 지쳐서 주저 앉게 되고 주저앉은 나는, "내 인생은 끝났어"라는 말을 내뱉으며 좌절감과 허탈감이 시달리기도 했죠. 이런 힘겨운 감정은, 한창 날고 뛰어야 할 2~30대가 겪는 고충입니다. 어린시절부터 경쟁을 장착하여 한 시도 쉬지 않고 뛰어왔으니, 지칠 수 밖에요. 거기에 희망마저 사라져서 무기력함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위로, 공감 그리고 독려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이승규 시인은 시로 응원하고, 위로하며 공감해주고 절망하지 말자며 독려해줍니다. 읽다보면 치열하게 살아온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힘이되는 시들이 많습니다. 치열하게 살다보니 우리가 잊고 살아가거나, 생각치도 못하거나, 놓치고 간, 아주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이승규 시인이 전하는 메세지가 시의 형태로 되어있지만, 그 속엔 세상 살이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젊은 감각으로 담겨져 있어, 때론 마음에 훅 와닿기도 하고, 안도하게 됩니다. 삶을 살아가는 그 차제는 괴로움일지 모르지만, 세상의 본질을 파악하다보면 그럼에도 살아갈 인생이라는 걸, 다시금 각인 시켜줍니다. 시를 음미하다보면, 시같으면서도 작가만의 명언 모음을 들여다 보는 기분도 듭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좌절감, 무력감, 우울감 그리고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누구에게나, 무조건 치열하게 달리기만 했던 누구에게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차분한 시어로, 짧은 문구로, 거대한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거든요.



책 속 글귀 


p. 20<꽃> 삶은 허무함이다. /삶은 외로움이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꽃피우려 한다. /허무함 속에 순간이 피고/ 외로움 속에 사람이 피고/ 고통 속에서 사랑이 피기 때문이다.


p. 29 <바라본다> 고집이 아집으로 변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소신이 독선으로 변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지식이 가식으로 변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위안이 위선으로 변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중략)/나 역시 그렇게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p. 39<익숙함> 어릴 땐 새로움이/사랑인 줄 알았는데/커 보니 익숙함을/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더 큰 사랑이었네.


p. 40<입>(중략) 당신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입 밖에 들리는 무수한 얘기들보단/입 안,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p. 77<꿈이 필 때> 꽃이 피려면 땅이 있어야 하듯/꿈이 피려면 반드시 현실이 있어야 한다./그래서 언제나 꿈을 이루기 위해선/ 현실이란 땅을 잊어선 안 된다./모든 꿈이 현실 안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중략)


p. 93<가까운 사람>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주지 말아라./당신이 괴로움이 늪에서 허덕일 때/당신의 곁에 있어주는/사람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중략)


p. 101<완전함에 관하여> 인간은 모두 불완전하다./그런데 세상은 완전한 척/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함에 가까워지는 것은/누군가를 가르침이 아닌/내가 모르는 더 큰/어떤 무지에 대한 겸손이며(중략)/무엇이 진정한 성공인지/함께 답을 찾기 위한 배려와 경청의 자세이다.


p. 104<자아> 세상을 망치는 것은/자기다운 사람이 아니라/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다.

 

p. 109<고정관념> 관념이 나쁜것이 아니다./관념이 고정되는 것이 나쁜 것이다.


p. 115<아름다운 사랑>자기 자신을 버려가며 주는/일방적인 사랑은 위험할 수 있다.(중략)/한 사람을 사랑함으로써/이성과 감성이 전보다/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보다 발전적인 삶을 살게 되어/인생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것이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다.


p. 126<책> 책 한 권을 목적으로 알고/마음으로 품는 사람이/책 백 권을 수단으로 여겨/이용하려는 사람보다/훌륭하다.


p. 135<외로움>혼자라 외로워 하지 말아라./ 삶은 결국 외로움을 견디며/자기를 온전히 알아가는 일이다./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인생의 모든 과정이다./스스로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타인과 자신을 똑같이/사랑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중략)/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며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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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칼 융의 힐링 마인드 스토리
최금락 지음, 정재훈.이시혁 그림, 유광남 기획 / 스타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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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정신이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어서 지금까지도 나름대로 마음과 정신을 챙긴 지금에도 관심사입니다. 마음과 정신에 대한 해석은 이를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라 다르고,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분석에 있어선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빅터 프랑클 등과 같은 대가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칼 구스타프 융도 있습니다. 다른 정신분석학자들은 쉽게 접했는데, 융의 정신분석은 왠지 어려울 것이라는 선급한 판단 때문에 그를 가까이할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런데, 융의 정신질환 분석을 토대로한 심리만화 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라는 책을 접하면서 융을 편안하게 만날 계기를 만났습니다. 


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내용 및 구성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며 정신분석과 영혼의 지도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본 심리학의 대가(p.4)" 칼 구스타프 융에 대한 표현입니다. 컴플렉스, 페르소나와 같은 표현도 융이 고안한 것으로 지금 아주 일상적으로 활용되고 있죠. 그만큼 융의 정신분석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은 융 박사를 현대에도 존재하게 하여 마음과 정신이 아픈 다양한 환자들을 관찰하고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담치료를 하는 과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합니다. 


시작하는 글로, "정신질환을 분석한 융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융의 성장배경을 언급하고,이 책에 대한 모티브와 시놉시스, 융과 분석심리학 설명하여, 심리만화 이해를 돕습니다. 그리고 본론에 들어가서, 1)피해망상 2)공황장애 3)신체번형 장애 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5)망상장애(편집증) 6)해리성장애 7)우울증 8)세월호 트라우마 로 총 8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을 매 화의 시작 전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컴플렉스, 페르소나, 아니무스오 아니마 등과 같은 융의 어록을 담고 있습니다. 융의 정신분석, 영혼의 지도,꿈 해석 등으로 파고 들기 전,개념 파악에 도움될 듯 합니다.






느낀 점 


역사적으로도 손에 꼽는 정신분석학자들을 만나는 건 그렇게 어렵진 않았으나, 칼 구스타프 융은 근접하기 너무나 어려운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책장 선반에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책도 차분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관심 분야임에도 쉽게 손이 뻗어지질 않았어요. 그런데, 심리만화에서 융을 아주 친근한 박사님으로 묘사해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에 대해서 분석하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융의 정신분석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림체가 다소 암울한 느낌이 들긴하지만, 사람이 경험하는 정신질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듯 했습니다. 정신질환, 마음의 병을 겪을 때 마음과 정신이 아주 스산한 잿빛의 피폐함을 경험 해본 분들은 아실꺼예요. 어둑한 블랙홀로 빠져는 듯한 그런 기분인데, 만화 자체가 어둡지만 치유과정은 (심리학에 이미 정통한 분들에겐) 일반적일 수도 있으나, 정신질환과 치유의 개념을 파악하는데 도움은 됩니다. 인간의 정신과 마음이 이토록 복잡하고, 주변환경과 사람, 경험에 엄청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마음과 정신이 안 아픈 사람이 없습니다. 적어도 이러한 정신분석에 관한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자각하는데서 치유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으면서 호흡곤란과 무기력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거든요. 공황장애와 우울증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땐 세상이 날 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무너진 정신과 마음 상태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는 점차적으로 괜찮아졌고, 뜨문뜨문 상황과 환경, 사람에 의해 비슷한 경험을 할땐, 나름 (정신과 마음의 병 경력자라고) 내 상태를 바로 자각하고 정신과 마음을 챙기고 생각을 전환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정신질환이 있다고, 자신을 부정하면 안되고, 우리 모두는 마음이 다치고 정신 혼란스러워서 괴로울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바로잡으면 되고요.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힘든데서, 우리는 괴로워합니다.


■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은 분들


인지적으로 분명히 마음과 정신에 문제가 있는 듯 한데, 이를 부정하거나 피하고 싶어하는 분들 혹은, 치유해야 하는 건 알지만 부정하는데서 갈등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마음과 정신이 있는 인간이라면 혼란을 경험하며 신체적인 아픔이 있는 것처럼 마음과 정신에도 아픔이 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고 치유하는 쪽으로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 책 속 글귀


p. 6 융은 정신과 자연이라는 두 가지 영역의 조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는 '정신분열증'이라는 용어를 고안한 정신의학자 오이겐 블로일러(1857~1939) 밑에서 연구와 치료에 전념했다. 융은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자유연상' 기법을 개선한 '단어 연상'기법을 제안해서 주목을 받았고, 아울러 환자가 지닌 고통의 근본 원인이 되는 '다양한 생각의 집합'을 일컫는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고안했다. 


p. 9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 이 유명한 말로 시작되는 자서전의 융의 생애와 이력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신비 체험에 대한 증언을 담고 있다. 신을 믿느냐는 질문에 융은 "나는 그분을 믿는게 아니라, 그분을 압니다"라고 말했다. 융은 묘비명에 이렇게 새겼다. "부르던 부르지 않든, 신은 존재할 것이다."


p. 77-78<2화 공황장애> 원인에 집착하지 마세요. (중략) 해결책보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중략)신경전달 물질의 시스템 이상으로 측두엽, 전두엽, 등의 뇌구조 이상으로 인한 것이빈다.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었기 때문이죠. 교감신경계는 응급상황에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몸과 마음을 전투태세로 만드는 것이죠. 다시 말해 에고가 핵심적 기관을 보호하려는 겁니다.


p. 80-82<2화 공황장애>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지나간 과거는 나를 어찌 못합니다. (중략) 미래의 일은 아직 닥쳐온 현실이 아니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하십시오. (중략) 모든 것은 왔다가 그냥 지나가는 현상일 뿐입니다.(중략) 안전하다는 믿음이 교감신경계를 부교감 우세로 전환시켜, 시스템을 안정시켜 줍니다. 


p. 277-279<6화 해리성 장애>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흉터가 남아도 아물고 더 이상 고통은 느끼지 않지요. 하지만 내면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도 않고 상처로 인한 고통도 아주 오래 갑니다. 모든 환자는 치료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치료약은 용서와 사랑이죠. 우리가 몸의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과 비타민을 복용하듯이 마음도 살펴줘야 합니다. 정신 건강에 좋은 운동은 감사 운동이고 가장 좋은 비타민은 친절이랍니다.

p. 305<7화 우울증> 위로받길 원하지 마세요. 응원과 격려, 희망 상담은 일시적인 진통제일 뿐입니다. 


p. 306<7화 우울증> 발명 원인을 생각해 ㅂ고 마음을 통찰해보세요. 그 시간은 어색하고 불편할 겁니다. 인정하기 싫고, 마주하기 싫은 진실을 마주하는 자리이니까요. 먼저 자신의 나약하고 추하고 무능력하고 무기력함을 체험하는 자리입니다. 우울증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p. 307<7화 우울증>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말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연습을 하세요.


p. 347<정신에 관한 의식> 융 심리학에서 인격 전체는 '정신'이라고 불린다. 근대에 와서 '심리학Psychology'이 마음의 과학으로 지칭하게 되면서, 본래 영혼을 뜻하던 라틴어 프시케Psyche는 '마음'을 뜻하게 되었다.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을 포함하는 모든 생각과 감정 및 행동을 포함한다. 정신과 개인을 규정하며 그 사회적·물리적 환경에 적응하도록 다음과 같은 지침을 준다. '심리학은 정신에 관한 인식 이외에 문가 다른 과학이 아니다.'


p. 348<페르소나 페르소나> 가면의 인격이라는 뜻으로 진정한 자신과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을 말하는 심리학의 용어로 쓰인다. 이 용어는 융이 에트루리아의 어릿광대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던 라틴어에서 따서 만들었다. 융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덕목, 의무 등에 따라 자신의 본성 위에 덧씌우는 사회적 인격을 페르소나라고 명명했다. 페르소나는 개인이 성장하는 동안 가정과 사회에서의 교육, 인간관계 등을 통해서 형성되며, 사회 안에서 개인은 페르소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게 된다.


p. 370<태초로부터 물려받은 이미지> 원시의 이미지는 조상 대대로의 과거에서 물려받는 것으로 정신의 최초 발달 단계와 관련이 있다. 과거 조상은 인간 이전의 동물 조상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이 이미지들이 그대로 유전되거나 개인이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는 원시의 조상들이 경험한 세계가 우리의 무의식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며, 현재의 세계에 반응하는 소질 및 잠재적 기능성을 말한다.


p. 372<융의 리비도> 정신 에너지는 인격이 일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에너지를 말하며, 융에 의하면 이 에너지가 곧 리비도이다. 융은 자연 상태의 리비도를 허기짐, 갈증, 성적 욕구 및 정서와 같은 욕망으로 보았으며 이 욕망이 의식에서 노력과 소망 등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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