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좋은 책, 나쁜 책을 굳이 가리지를 않는다. 다만 내 마음에 드는 책, 안 드는 책을 가릴 뿐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봐야 될 책, 보지 않아야 될 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 아동들이 즐겨 읽는 많은 책들이 처음 출간이 될 때는 성인들을 독자 대상으로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같이 보거나 아예 어린이용 도서로 구분되는 것이 한둘인가 뭐. ‘볼 수 있으면 보는 것이고 볼 수 없으면 마는 거지 뭐.’ 그게 내가 책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때문에 내가 읽으려고 가져다 놓은 책을 아이들이 먼저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이 먼저 책을 보는 경우 아이들에게 “재미있니?” 혹은 “책, 어땠어?” 그 정도에서 나는 아이들의 반응을 살핀다. 웬만해서는 우리 집 두 아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악몽의 관람차>는 두 아이 모두 재미있다는 평이다. 심지어 큰 녀석은 “엄마도 빨리 보세요.”라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내게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   

 

맘먹고 <악몽의 관람차>를 펼친다. 일단은 아이들에게서 평은 좋게 나왔고...... 관람차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란 말이지. 어떤 판을 짜 놓고 작가는 우리를 자신의 판 속으로 끌어들일까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친다. 처음에 든 생각은 ‘와~ 이거 TV에서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아. 내가 리뷰를 쓸 때는 그런 형식으로 써봐?’였다. 그런데 능력이 없다.  

 

오사카 미나토구의 덴포산 관람차는 높이 112.5 미터, 직경 100미터, 캐빈수 60개를 가지고 있다. 60개의 캐빈 중 17호, 18호, 19호, 20호 탑승객이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요 인물이다. 17호에는 어리숙해 보이는 가장 겐지와 백치미가 뚝뚝 흐르는 그의 아내 아사코와 딸 유카, 아들 고타가 아사코의 생일을 맞아 가족나들이를 나와 관람차에 탔다.  

18호에는 건달기가 있는 복장의 다이지로가 니나에게 어렵게 테이트 승낙을 얻어 관람차에 탑승 중이다. 19호는 전설의 소매치기 노인과 그 노인에게 기술을 전수 받고 싶어 하는 중년의 남자가 타고 있다. 20호에는 이별 해결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젊은 여자가 타고 있다. 여기가지 보면 객 캐빈과 캐빈 사이에는 어떤 관련도 없어 보인다. 그저 단순이 각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뿐이다. 관람차는 오래지 않아 멈추게 되고 숨 가쁘게 사건은 전개 된다.  

 

관람차 18호 다이지로는 동승한 니나에게 자신은 지금 폭탄을 가지고 관람차를 탔노라고 말을 한다. 당연히 니나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그녀에게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원격조정으로 폭파시킴으로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몰려든 구경꾼과 취재차량과 경찰들. 관람차 17호에서는 아이들이 엄마의 생일 선물을 주고 있다. 남편도 아내에게 생일 선물을 주기위하여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아까까지 분명 있던 생일 선물이 없어져 곤란한 때 아내 아사코에게  걸려온 발신제한 전화 한통. “ 뉴스, 보고 있어요.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하네요. ........ 위시지마씨..... 얼마를 지불할 수 있습니까?...... ” 아내의 전화로 정확하게 이름까지 불러가며 걸려온 전화. 혹시 아내의????????? 대체 누구냐, 넌?  

관람차 19호, 하쓰히고는 긴지에게 전설을 보여 달라고 한다. 긴지는 상자에 든 목걸이를 꺼내든다. 목걸이는 17호차의 남자가 그의 아내에게 주려던 바로 그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사건이 어떻게 연결이 될지 전혀 모른다. 겨우 17호 캐빈과 19호가 연결이 되고 있다. 폭탄을 든 가방은 18호에 있고, 17호의 아사코에게 걸려 온 전화는 또 뭐란 말인가. 

 20호의 가와가즈 시미즈는 전화를 끊으며 우시지마 부부를 헤어지게 하는 일은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사코사 일하는 편의점 점장인 나카니시는 저 혼자 아사코에게 반하여 우시지마 부부를 헤어지게 해 달라고 의뢰를 했던 것이다. 시미즈는 폭탄 소동에 편승하여 사기 송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8호 다이지로는 니나가 니시나 클리닉 원장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을 했고 유인하여 관람차에서 많은 인질들을 잡고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17호, 18호, 19호 20호 사건이 아직까지 한 코에 꿰이지 않는다.  아니, 어쩜 개별 사건처럼 보인다.  제 1장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대관람차  17, 18, 19,20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다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2장 ‘각자의 회상’ 편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7호의 아사코, 18호의 다이지로, 19호의 긴지, 20호의 시미즈와 그의 의뢰인 나카니시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너무나도 디테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리더격인 다이지로가 사건을 일으키는 이유, 각 사람들이 다이지로의 일을 돕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각자의 회상을  통하여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이지로가 사건을 일으키기까지 그가 삼켰던 눈물, 오랜 시간의 준비 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제 3장 ‘남은 시간 45분’을 읽으면서  폭탄 소동의 리더라고 주장하는 다이지로가 관람차에 타고 일을 지시하고 있는데 도대체 작가는 어떤 방법으로 범인을 탈출 시키려고 저러나 걱정이 되었다. 더구나 다이지로의 우군이랄 수 있는 사람들 모두가 관람차에 타고 있는데 말이다. 다이지로가 왜 덴포의 관람차를 사건의 장소로 선택을 했는지 하는 이야기 하는 장소에서는 눈물이 왈칵 났다. 작가가 짜 놓은 판의 정교함에 혀를 내두른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냥 이유 없이 나온 적이 없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잘 맞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그렇게 부드럽게 이야기는 대 단원의 막을 내린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사람의 일이란 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구나. 지금 일어나는 모든 것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 내가 만들어 낸 결과로구나.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날지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일에 신중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을 한마디로 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먹고 정말 기꺼이, 행복하게 돈을 지불하는 기분‘이었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2009.8.9.문학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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