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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의 독서법 -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평점 :

책 읽고 기록하는 일은 내 일상의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즐기는 과정이다. 책 이야기를
담은 책, 서평에 대한 책들이 종종 눈에 띄긴 하지만 크게 와닿는 책이 많지는 않았다.
문학비평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저자의 소개가 솔깃했던 것이 사실이다.
100권이 아닌 99권의 책을 타이틀로 하고, 제의 제목보다 책에 대한 키워드를 강조한 책.
익숙한 책도 있고, 낯선 책도 있다. 아는 책에 대한 저자의 서평이 궁금해서 먼저 몇 개를
읽어본다. 99권의 책 이야기를 담았지만 역시 저명한 저자답게 책을 아우르는 폭이 넓어서
관련 주제의 책들을 소환하고 간단 명료한 정리까지 깔끔하게 담아낸다.
위대한 소설은 삶과 개인의 복잡성에 대한 의식과 감수성을 높이며 고정된 선과 악의 공식
으로 도덕을 보는 독선을 막아준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에 나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소개하는 책들에 대한 예찬보다 냉철한 시선들이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아는 책도 다시
보게 하고, 읽었던 책들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마저 반갑다.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들도
넘쳐나는데 한술 더 뜨게 하는 책이 확실하다.

최고의 문학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며, 확실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우리의 기본 설
정값을 재검토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녀 이야기>로 잘 알려진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을 저자는 증언의 언덕이라는 키워드를 붙였다. 코로나 이전의 나 또한
상상 속의 일과 현실의 일 사이의 분명한 경계의 잣대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 저자의 말이
더욱 공감되는 작품이었다. 애트우드는 시녀 이야기에서 멀지 않은 디스토피아 체제가 미국
을 장악한다고 상상했고, 상상은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평범하다고 정의한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자
의 감상에서도 와닿았던 책 읽기는 우리에게 작은 타임머신으로 작동하여 제약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99권의 책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세상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이
책이 마치 보석 같은 비밀병기 하나를 소장한 느낌처럼 든든하다.
한 권의 책이 마치 하나의 도서관처럼 느껴지게 했던 커다란 세계를 담고 있는 책 속 여행은
언제나 열려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