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들의 리스트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대신 갈피접기란 카테고리를 통해서 독서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대개 리뷰를 쓰지 않고 지나친 책들은 눈에 띄지 않거나 다시 읽게 되지 않는 한 기억에서 사라져 갈 때도 많다.

 날이 갈수록 퇴화되는 기억력을 감안하여 서재에 새겨놓는 방법을 쓴 것. 제대로 기록해 갈 수 있을까 벌써부터 자신은 없지만 연말에는 이 카테고리를 통해 몇 권을 읽었는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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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두나두 가능한한 어떻게든 좀 기록을 남겨보려 생각중이에요 ^^

깐따삐야 2008-01-04 01:05   좋아요 0 | URL
근데 기록을 안 하면 머 올해도 많이 읽었으려니, 하는데 요로코롬 기록으로 남기면 진짜 안 읽었다는 게 더 눈에 확 들어올까봐 걱정이에요. 흐흐.^^
 


  지방에 사는 이유로 개봉관을 찾기 어려웠기에 아쉽게 스쳤던 영화였다. 주워들은 풍문만으로도 분명히 좋아할거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그(글렌 한사드 분)'에게 말을 거는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 분)'의 연기가 영 어색해서 잠시 비포선라이즈의 줄리 델피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 우유처럼 뽀얀 미소의 셀린느는 얼마나 싱그러웠던가.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 묘한 분위기의 아가씨에게 점점 집중하게 되더라는. For what? 하며 되묻던 눈빛과는 달리 피아노 선율에 녹아드는 그녀의 목소리는 깊은 바다처럼 짙푸르고 아련했다. 낙천적이고 다정다감한 아일랜드 청년. 속을 잘 내비치지 않는 당찬 체코 아가씨.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우연히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은 생에 단 한번, 바로 그 사람과 반짝이는 합일을 경험한다.

 밀루유 떼베(Miluiu teve). 별거 중인 남편을 사랑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그녀는 체코어로 대답한다. 밀루유 떼베. 무슨 뜻인지 말해달라고 보채지만 그녀는 끝내 그를 향해서도, 관객을 향해서도 입을 다문다.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궁금했기에 뜻을 찾아봤고 그 결과는? I love you. 살짜쿵 찬바람은 이는데 아쉽거나 슬프지는 않더라. 거기까지만. 그것으로 족하다는 느낌. 비포선라이즈의 대학생들은 언어로, 장 자끄 아노의 연인들은 몸으로, 그리고 원스의 청춘들은 음악으로 대화한다. 사랑을 말하기 전. 두 사람은 이미 사랑을 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는 말, 보이는 소리인 음악이라는 신비로운 매개를 통해.

 홍상수 감독이 그의 영화들 속에서 누누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언어란 사람과 사람의 간극 사이에서 번번히 미끄러질 뿐. 우리도 모르게 우리를 속일 때도 많다. 알면서 속아주는 경우까지 보태자면 더더욱 부질없고. 그러나 음악 앞에선 누구나 정직해진다. 눈으로는 악보를 읽고, 손으로는 악기를 만지고, 혀로는 노래를 부르고, 귀로 그 소리를 들으며, 음악이 뿜어내는 향기를 맡는다. 이처럼 오감의 이탈을 허락하지 않는 음악은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때론 사람의 틈과 틈 사이를 느슨하게 유영하며 눈치채지 못한 사이, 우리를 고요히 매혹시킬 때도 있다. 악보를 읽지 못하는 나로선 악보란 그저 새카만 콩나물의 나열일 뿐이지만 음악피스에 그려진 음표들의 움직임을 보며 아름답다, 고 느껴본 적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소리로 화할 때 그 신비로운 매력은 배가 되었다.

 원스에서 음악과 영화는 서로의 기운을 온건하게 조화시키며 담백한 뮤지컬 한편으로 승화했다. 예상 외의 많은 관객들이 이 구태의연한 음악 영화 한편에 열광했던 건, 아마 영화라는 취미가 제공하는 수수한 담백함이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장미꽃을 파는 처녀와 우연히 사랑에 빠진다면? 꽃 파는 오후, 어젯밤 그 기타리스트가 다가와 반갑게 말을 걸어준다면? 이러한 소박한 상상에서 출발해 사람들은 각자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음악처럼 그저 흘러가는대로. 마음이 이끄는대로. 단, 방종이 아닌 자유를 위해.

 진하고 뜨거운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일상. 누군가 끼어든다. 오늘은 요로코롬 허브차 한번 드셔보시와요. 옥수수수염차는 없나요? 텁텁한 일상의 당신, 원스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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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았어요. 안 그래도 아까 청소하면서 원스의 노래들을 다시 들었답니다.
깐따삐아님의 리뷰를 보면서도 '언어의 힘'을 느꼈어요. 원래도 아름다웠지만 그 영화를 더 아름답게 추억하게 만들어 주셨거든요^^

깐따삐야 2008-01-03 15:51   좋아요 0 | URL
우앙~ 원스 OST를 갖고 계신가 보죠?
저도 오늘 다시 듣고싶어서 남들 블로그 돌아다니며 찾아듣곤 했어요.
제 리뷰가 영화에 누가 되지만 않아도 다행이죠. 감사합니다.^^

치니 2008-01-0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원스>만큼 담담하고도 수려한 리뷰입니다. ^-^

깐따삐야 2008-01-03 15: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당. 치니언니도 옥수수수염차를 좋아하시는 게 틀림없군요! 흐흐.

마늘빵 2008-01-0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원스 좋아해요. 바로 오에스티 사고, 영화두 극장서 두 번이나 보고. :)

깐따삐야 2008-01-04 01:07   좋아요 0 | URL
두 번이나 보셨다니! 정말로 좋으셨나부다.
저는 dvd로 구입했으니 텁텁한 날마다 꺼내봐야죠. :)

웽스북스 2008-01-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의 리뷰는 정말 영화를 읽어주고 있다는 느낌~ 원스를 보시라~

깐따삐야 2008-01-04 01:10   좋아요 0 | URL
우리 웬디양님 식기 전에 드시라구 영화 보자마자 후다다다닥 써재꼈다는.^^

미미달 2008-01-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파욥

깐따삐야 2008-01-04 01:24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은 이 영화 보구나서 이럴 것 같아요. "내용도 퐝당하구 결말도 넘흐 욱껴요. 대체 왜들 이러는 거죠? ㅋㅋㅋㅋ"
농담(?)이구요. 한번 보세요. 원스지만 두 번 봐도 좋은가봐요.^^

2008-01-0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4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경애 2009-01-06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원스의 그녀를 보면서...선라이즈의 셀린을 생각했었는데..^^
 

  2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 커플과 저녁을 먹었다. 저수지 옆에 있는 특이한 외양의 건물이었는데 갈매기살과 곱창 맛은 아주 끝내주더라는. 보충수업을 마치고 퇴근한 친구는 살짝 초췌해 보였는데 그녀를 배려하는 남자분의 마음씀이 참 따듯해 보였다. 지난 가을. 처음에 두 사람을 나란히 앉혀놓고 보았을 때는 연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서먹해 보여서 내가 있어서 쑥스러운가, 아니면 아직 많이 친해지진 않은 건가, 갸웃거렸는데 결혼날짜를 잡아놓고 다시 본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삼가고 예의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더라. 남자분은 우리보다 다섯 살 위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고 있었고 서로 존대를 해서 그런가. 날 받아놨다고 격의 없어지는 그런 기색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래 사람 좋은 것처럼 두루두루 친절하긴 해도 속으로는 곁을 잘 내주지 않던 그녀가 결혼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남자분이 확실히 달라보이긴 했다. 분명 뭔가 엄청난 매력을 보았기에 일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머뭇머뭇하다가 요로코롬 결정을 했으리라는.

 우리 친오라버니와 동갑이라 더욱 그런가. 남자분은 내내 푸근한 오빠 같았다. 내가 듣기에도 참 세상 물정 모른다 싶은 우리들의 수다에도 별 반응 없이 씨익 웃음만 보일 뿐. 그런데 그 모습이 그렇게 여유있고 좋아보이더라. 사실 살다보면 뭐 그렇게 심하게 열 올리고 핏대 세우며 언쟁할 일. 별로 없다. 그렇게 한다고 해결이 날 문제면 세상 사람 모두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겠지. 고기가 알맞게 익으면 우리 앞으로 얼른 놓아주고 그때그때 필요한 게 있으면 눈치껏 알아서 챙겨주는데, 그 동작 하나하나가 각고의 훈련으로 익힌 매너라기 보다는 그저 원래 유순한 사람처럼 보였다. 남자 보는 눈이 낮아서 곧잘 땅굴 파는 두더지라고 불리우는 나지만 퍼뜩 나꿔채는 직관은 남다른 적중률을 과시한다. 참 좋은 애라고, 잘 부탁드린다고, 마치 엄마 같은 당부를 하면서도 내가 그처럼 진심어린 상투어를 남발하지 않더라도 어련히 알아서 잘 챙겨줄까 싶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한 세상에 신경쓸 일이란 별로 없다고 믿는 친구와 이런저런 일정을 챙기고 꼼꼼하게 추진하는 남자분은 서로 많이 다른 사람이다. 물론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던가, 알뜰한 경제관념 같은 큰 테두리의 가치관은 유사하지만 성향 자체는 그 누가 보기에도 많이 달라 보였다. 친구 자신도 만나면 만날수록, 알면 알수록 다른 점을 자꾸 발견한다는데 그녀를 익히 아는 나로선 반가운 이야기였다. 알라딘의 ㄴㅂ님네 부부처럼 널브러진 사물들에 대해 아무런 동요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널브러진 사물들만 보면 제자리를 찾아주고픈 욕구가 모락모락 샘솟는 사람을 만나는 게 바람직한 바.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우는 가치관은 비슷하면서도 성품이나 습관은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가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처음에 남자분을 보았을 땐 작은 키에 실망하지 말라는 친구의 귀띔에 머 키가 중요해, 라고 말은 했으면서도 작긴 작구나, 했더랬다. 친구도 같이 작으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얘가 뼈대 굵은 핏줄이다보이 남자분이 조금 왜소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역시 외모는 순간이라고, 친구한테 한결같이 잘해주고 가족들에게까지 신경써주는 그 어른스러운 배려심이 고깟 키 따위는 눈에 들오지도 않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하더라. 수줍어하고 삼가하는 가운데에서도 여유있게 배어나오는 자신감 덕분인지 예전엔 분명히 내 친구가 훨씬 더 멋져 보였는데, 이제는 친구가 이 분 말씀을 잘 듣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실제 나누는 대화를 들어봐도 머 흘러가는대로 어떻게든 되겄지, 하는 친구를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분자분 설득해가는 그 모습이 든든한 오빠 같고 참 보기 좋았다. 피부 좋단 말 듣고 얼굴 빨개지며 좋아할 때는 참 귀여우시더라는. 아마 그녀는 지난 일년 동안 이 모든 모습들을 찬찬히 살펴왔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결론을 얻었던 거겠지.

 어른들 말씀으론 사람은 살아봐야 안다, 고 하시지만 어차피 뫼비우스의 띠 같은 이야기가 될테고. 여기가 미국도 아닌 바. 그리고 살아보고 헤어지는 커플들도 수두룩하신 바. 같이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예감 또는 확신에서 출발하는 선택이 여전히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남자분은 친구를 세번째 만난 날.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단다. 그 뒤에는 딴생각 안 하고 하염없이 올인하셨다는. 이 부분에서 애들마냥 멋찌다~ 멋찌시다~ 해가며 박수를 쳐대는 내 모습이란. 아이구! 아마 못 해도 60회 이상은 소개팅도 하고 선도 본 것 같다며 쑥스러운 고백을 하시더니만 하지만 인연은 이렇게 따로 있더라구요, 쌈빡하게 마무리 해주시더라는. 몰입의 대가인 나는 눈물 콧물 쏙 빼는 멜로 영화를 한편 보듯, 사뭇 상기된 상태로 속이 꽉 찬 뜨거운 곱창을 야금야금 씹으며 그들의 로맨스에 마구마구 감동의 제스처를 보냈다. 친구가 그러더라. 네가 이러니깐 우리 이분께서 널 자꾸 만나자고 하는거야. 크크큭- 그렇구나. 그런 것이었구나. 난 또 낚인 거로구나. 괜찮냐요? 머 괜찮다. 누군가 나를 만나서 기분이 완전 나빠지는 것보단 낫다고 위안한다.

 머리 쥐어싸매고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허접한 축시를 저렴한 액자에 끼워 오늘 건네주었다. 시간 관계상, 낭송은 부디 삼가해 주십사하는 진심을 담아. 사실 축시를 써달라고 졸라댄 친구는 따로 있는데 그 친구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 친구들 살짜쿵 차별하는 거 맞다. 졸라댄 친구의 결혼식이 다음주인데 걔한텐 어쩌면 이 시를 재활용 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내가 손수 창작한 자작시인데 머. 사실 난 내 정성과 마음이 담긴 첫 축시를 이 친구한테 가장 먼저 주고 싶었다. 시는 잘 모르지만 마음에 쏘옥 든다고 해주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뭔가 남에게 부탁하는 걸 항상 힘들어하는 친구여서 자꾸만 더 뭔가를 해주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듯 반듯하고 양심적인 친구이니 아마도 주변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고 보탬이 되면서 잘 살겠지 싶다. 나도 그녀를 본받아 완전 키 작고, 완전 소심한 남자라 할지라도, 완전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진정한 완소남을 만나야겠다. 화이팅이 나오려고 하지만 왠지 쑥스러워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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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이 남자분을 마음에들어해주셔서 친구분도 정말 좋았을 거에요- 친구의 남자친구가 성에 차지 않는 것도 참 서로 속상한 일이잖아요- 그나저나 전 쫄깃쫄깃 양곱창과 느끼만발 대창을 좋아해요- 근데 너무 비싸

깐따삐야 2008-01-02 23:39   좋아요 0 | URL
근데 곱창에 대한 칭찬멘트가 남자분에 대한 호감멘트를 과하게 초과해서 돌아오는 내내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었어요. ㅋㅋ
웬디양님이 고런 것들을 좋아한다니 되-게 반갑네요! 못 먹는 츠자들도 봤거든요. 곱창이 그런 츠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쯧쯧.

웽스북스 2008-01-03 00:28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원래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까 ^^

깐따삐야 2008-01-03 00:29   좋아요 0 | URL
아! 맛있는 거 사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젤루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어요.
결국 섞어서 칭찬한 거니깐 흡족하셨을 거여요. ㅋㅋ

웽스북스 2008-01-03 00:32   좋아요 0 | URL
어 나두 그말 디게 자주하는데, 난 먹을 거 사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렇게 ㅋㅋㅋㅋ (이말 하면 디게 단순해보임)

깐따삐야 2008-01-03 00:38   좋아요 0 | URL
우리가 이러는데도 메피님이 게장을 안 사주고 계신 이유를 모르겠어요.
우리 메피님 서재에 댓글 끊을까? 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1-03 00:39   좋아요 0 | URL
우리가 세상에서 메피님을 제일 좋아하게 되는 게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막 스치고 지나갔어요 ㅋㅋ

깐따삐야 2008-01-03 00:42   좋아요 0 | URL
나 같으면 그래도 게장은 사주겠다에 한표. ㅋㅋ

Mephistopheles 2008-01-0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창이 맛은 있었겠지만...왠지...쓴맛이 나지 않던가요 깐.따.삐.야.님.
(으흐흐 곱창 사줘요 곱창~~~)

웽스북스 2008-01-03 00:27   좋아요 0 | URL
저 간장게장보다 훨씬 비싸고 대빵 맛있는 곱창집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깐따삐야 2008-01-03 00:30   좋아요 0 | URL
그럼 웬디양님이 칼국수 사주고 메피님이 게장 사주시면 제가 곱창 사지요.
제가 마지막 순서라는 사실만 기억하세요? 흐흐흐.

웽스북스 2008-01-03 00:31   좋아요 0 | URL
음...가나다순 어때요? ㅋㅋㅋ

깐따삐야 2008-01-03 00:34   좋아요 0 | URL
그럼 난 통닭, 파전, 호두과자로 메뉴 바꿀래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1-03 00:36   좋아요 0 | URL
이 양반 둘은 댓글 하나만 달면 아주 만담을 해요 만담을....

웽스북스 2008-01-03 00:37   좋아요 0 | URL
에에에 메피님 얼른 조편성해주세요
그리고 전 '닉네임'의 가나다순을 말한 거였는데 ㅋㅋㅋ
예상 덧글 : 그럼 닉네임을 호이호이로 바꿀래요 막이러고 ㅋㅋㅋㅋ

깐따삐야 2008-01-03 00:40   좋아요 0 | URL
그럼 나두 요참에 살청님이 주신 닉넴 혜성 써먹어야징. ㅋㅋㅋㅋ

깐따삐야 2008-01-03 01:03   좋아요 0 | URL
작명소에만 앉아계시긴 몸매가 넘흐 고마우신 거 아녜요? ㅋㅋ

마늘빵 2008-01-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글 읽다가 멋찌구나 멋찌구나 손뼉치며 막 감동받은 깐따삐야님 상상하니 막 큭큭큭큭.

깐따삐야 2008-01-03 12:06   좋아요 0 | URL
맛난 곱창과 그녀에의 올인 앞에서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요. 난 방청알바 같은 거 하면 무지 잘나갈 것도 같아요. 흐흐.

웽스북스 2008-01-03 12:57   좋아요 0 | URL
이봐이봐 도플갱어 또나왔어요
우리 친구랑 나랑 맨날 우리는 방청객 모드라고 하는데 ㅋㅋㅋ

오오오오~ 아아아아~ 이런 반응 짱! ㅋㅋㅋ

깐따삐야 2008-01-03 13: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관광버스 안내원이나 방청알바 중에 골라서 투잡도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어요.

2008-01-03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3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03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보다 댓글놀이가 더 잼 있나벼~~~~~~ㅎㅎㅎ 잘 나가는 자매! ^^

깐따삐야 2008-01-03 21:1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고백하시죠? 본문은 안 읽고 댓글만 읽고 가시는 거죠? 그쵸? 훙훙!!

순오기 2008-01-03 23:29   좋아요 0 | URL
천만의 만만의 말씀을~~ 전 착실하게 읽은 것만 댓글 달아욧! ㅎㅎㅎ
퀴즈 내 보세욧~~~~~~^^
너무 길으면 읽지도 않고 댓글도 안 달아요~~~~ㅎㅎㅎ

깐따삐야 2008-01-04 01:13   좋아요 0 | URL
아이구! 순오기님을 위해서 요고요고 너무 길게 쓰면 안 되겠군요.
댓글은 길어도 읽으시면서 너무하시네요? ㅎㅎㅎ
 
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 치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이 별로 없는데 이 책에 실린 돼지코 부자의 애증어린 유머는 글보다 더 웃기고 유익했다. 간혹 소심하고 겸손한 사람들 중에 알고보면 은근히 재밌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우일이란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작가 김영하야 너무나 유명하니까.

'화양연화'에 얽힌 에피소드로 풀어나가는 이십대와 삼십대의 차이에 대한 글은 저 위에 보이는 책 표지 한방으로 설명이 된다.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삼십대의 사랑, 절제의 아름다움, 말해지지 않는 것의 비의.

 대학 시절 친구와 저 영화를 보다가 영화 한컷 한컷마다 바디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나오는 장만옥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느린 화면 속에서 국수통을 들고 골목을 지나던 매혹적인 장만옥. 아무리 뜯어봐도 별로 예쁜 것 같진 않은데 도드라진 광대뼈마저도 섹시하고 세련되어 보이던 장만옥.

 장만옥을 위한 영화군, 후다닥 결론을 내리고 잠이 들었던 나로서는 내가 아직 어설픈 이십대라서 그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낼모레면 사십대 문턱에 들어설 선배 선생님 중 한 분이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깐샘은 '냉정과 열정 사이'나 '화양연화'를 보면 뭔가가 막 느껴져? 난 걔네들이 왜 그렇게 답답하게 지내는지 모르겠어. 왜들 그렇게 사는거래? 좋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아닌거지." "그러게나 말이에여. 다 영화나 소설 속 출연자들이라 괜히 폼 잡느라 그러겠져. 흐흐."

 하지만 나랑 동갑이었던 친구는 이 영화를 참 좋아했더랬다. 새내기 시절부터 워낙 세상 다 산 얼굴을 하고 다녀서 조로, 조로, 쾌걸조로라고 놀리기도 했지만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보았으니 좋다고 말했겠지.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다보니 영화도, 그녀도, 한번 더 보고싶어지더라는.

 여담인데. 김영하는 사랑을 잘 할 것 같다. 말 그대로 '잘'. 그의 글들은 날쌘 잽을 날리듯 발랄하지만 사랑에 있어선 깨나 진득한 남자일 것 같다. 이 책을 새로 읽으며 생뚱맞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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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을 읽으면 김영하가 사랑을 잘할 것 같은 남자로 보일까요?
흠, 저는 한번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요 ㅋㅋ

깐따삐야 2008-01-02 14:32   좋아요 0 | URL
나는 요상하게 새벽만 되면 직관에 발동이 걸려서요. 퍼뜩! 뭔가 떠오르곤 한단 말이죠. 다음날 깨서 다시 생각해보면 옹? 그런가? 막 요러고. ㅋㅋ
(김영하 같은 남자랑 사겨보고 싶은 욕구에의 발현이었단 말이냐요?)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
하지만 처음에 넌,
그 사람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이끌렸다는 걸 잊지 마.
네가 잘못 본 게 아니야.
욕심이 더 많아진 것 뿐.

(2005/07/15)

 끔 지나간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혼자서 그들 사이의 어떤 공통점을 겹쳐 보기도 하고 하필 왜? 라는 다소 부질없는 의문을 던져 보기도 한다. 그것은 현재의 나를 확인하는 유의미한 작업이 되기도 한다. 간혹 어른들이 네가 아무개를 만나려고 거기에 가게 된 것이다, 네가 아무개와 연이 닿으려고 거기에 있게 된 것이다, 라고 말씀하실 때 과연 그럴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은 정해진 인연을 다 만나야만 생을 마감한다고 하지 않던가. 언젠가도 한번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지만 인연은 타이밍인 것 같다. 되돌아보면 아쉬운 사람들이 있지만, 그 당시의 나를 떠올려보면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의 그릇이 딱 그 정도였다는 걸 어렵잖게 알 수 있다. 한편으론 예전보다 만나온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고 나 이외의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애정까지 더 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어차피 올 시간이긴 하다. 그리고 타이밍이 지금에 이르러서야 과거의 나를 안타까우면서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임을 안다면 인연이 닿는다는 것도 멋진 일이 될 수 있을텐데 좀더 솔직해지고 성실해지면 좋겠다. but! 항상 한발 늦게 도착하는 깨달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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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1-0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새벽에 잠 안자니깐 그래욧. 밤엔 잠을 자야지 잠을!

깐따삐야 2008-01-02 14:32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듣자하니 낮에도 많이 주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333

마늘빵 2008-01-02 16:10   좋아요 0 | URL
-_-a

웽스북스 2008-01-0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쯤에, 좋아죽던 그 누군가를 나는 왜 스무살에 만났을까- 하며 아쉬워했었어요-
스물 여덟이나 아홉쯤 만났으면 쟤랑 결혼할텐데, 이런 스무살스러운 생각 ㅋㅋ

깐따삐야 2008-01-02 14:35   좋아요 0 | URL
정말 확 올인하고 싶은 댓글이네요. 메피님 지적대로 웬디양님이랑 나랑은 정말 도플갱어인가봐요. ㅋㅋ



마늘빵 2008-01-02 16:11   좋아요 0 | URL
저도 왜 21살에 그녀를 만났을까, 하며 아쉬워한 적 많아요. 뭐 요새도 가끔 그런다는 ( '')

깐따삐야 2008-01-02 23:35   좋아요 0 | URL
상대가 결혼만 안 했다면! 아직 기회가 없을 수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는 할 수가 없지 않을까요. (이미 난 물 건너 보내주신 바. -_-)

다락방 2008-01-02 23:44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의 마지막 댓글이요,


「아직 기회가 없을 수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는 할 수가 없지 않을까요」
-->요거요,
운전면허 시험문제 같잖아욧!

그러니깐 있다는거야, 없다는거야, 자, 차분히 생각해보자, 다시 천천히 읽어보자, 막 이래야 되잖아욧!!

깐따삐야 2008-01-02 23:54   좋아요 0 | URL
오훙? 그렇다면 다락방님도 어쩌면 아마도 비슷한 입장에 놓이셨다는?
(기회가 있단 거여요. 앞부분이 뽀인트! 늦기 전에 어서 대쉬하시길!)

마늘빵 2008-01-03 09:44   좋아요 0 | URL
근데 그건 말이죠. 상대의 혼인 여부보다는 마음의 문제라고 할까. 그 사람을 지금도 가아끔 아주 가아끔 일년에 한두번 보는데, 그냥, 벌써 연이 닿은지도 9년째. 둘 다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그러지 못하는건,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어떻게 다를까를 한참 고민했던 적이 있고, 지금도 잘 모르겠긴한데, 그 사람을 대할 때의 마음이 그렇달까요. :) 참 좋은 사람이고 같이 살만 잘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다시 마음을 데우는건 또 그것과 별개의 문제인지라. 그건 내 마음의 문제니까요.

깐따삐야 2008-01-03 12:09   좋아요 0 | URL
그쵸.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근데 어른들이 아프님 이야길 들으면 다들 한 마디씩 하실 것 같아요.
에라이~ 철딱서니 없는 것 같으니라구! ㅋㅋㅋㅋ

2008-01-0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2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8-01-0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구리에 아이스박스를 끼고 사는게 아니라 드라이아이스였군요 깐따삐야님..
절절해요.

깐따삐야 2008-01-02 23:31   좋아요 0 | URL
제가 노린 게 그겁니다! 절절함~~~ 저 잘썼죠?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