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카레 속의 닭가슴살이 문제였나 보다. 사흘 동안 뱃속이 영 개운치 않았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꼭꼭 씹지도 않고 대충 삼켰으니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의외로 나의 위장은 너무도 예민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뭔가 신경 쓰는 일이 있을 때 단백질이 들어가면 반드시 탈이 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땐 그냥 김치에 된장국을 먹는 것이 최고인데. 이틀 동안 약도 먹어보고 배를 문지르며 자 봐도 늦체 기운이 영 가시질 않아 아침에 죽만 조금 먹고 병원에 갔다. 엄마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소*신경외과를 명명했다.

 “엄마, 거긴 신경외과지. 내과가 아니잖아.” “나는 거기서 감기도 고치고 배탈도 고치고 다 고쳤다. 가깝고 좋잖아. 의사 선생님이랑 안면도 있고.” “그래도 다들 목발 짚고 휠체어 타고 물리치료 받는데 배 아파서 왔다고 하면 좀 웃기잖아.” “아휴, 괜찮다니깐. 어차피 의대에서도 처음엔 다 똑같이 배우는 거야.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코앞인데 뭐하러 멀리 가. 얼릉 갔다 와. 얼릉!” 어차피 실랑이를 해봐도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할 거면서 나도 참.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의사 선생님은 수술 중이었고 기다리는 동안 책장에서 수필집 한 권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동료 여교사를, 결혼한 후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고 평생을 교단을 상대로 짝사랑만 하고 살았기에 억울해서 미치겠다, 나도 주고받는 사랑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다규우, 절규하는 어느 선생님의 수필을 읽다보니 뱃속이 더욱 심하게 꾸르륵 거렸다.

 “어디가 안 좋아서 왔어요?” “배가 아파서요...” 떡두꺼비 인상의 후덕하신 의사 선생님은 똘망똘망한 눈동자에 미소를 담은 채 “배가 아파서...”라고 내 말을 따라하셨다. 아,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신경통쯤은 당연한 것이고 감기에 걸려도, 배탈이 나도, 심지어 눈이 아파도 이 병원으로 달려오니 의사 선생님도 이제는 우리 두 모녀를 대하시는 모양이 아주 친숙하시다. 이사 오기 전, 그 동네에서도 엄마는 오**정형외과 의사 선생님과 안면을 튼 후 어디가 안 좋기만 하면 부리나케 드나드셨다. 어느새 간호사들하고도 친해져서는 떡도 돌리고 김밥도 싸서 갖다 주시는 등, 병원 관계자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였다. 물론 그 덕에 종종 이런저런 혜택을 입기도 했지만 소화불량에 걸렸다고 정형외과로 달려가는 건 좀 민망한 일이다. 아무튼 엄마는 그 고유의 습관을 못 버리시고 이 동네로 와서도 근거리 병원 중 가장 인상 좋아 뵈는 의사 선생님을 물색하시곤 내 맘대로 주치의를 삼아 버리셨다. 이제는 아래층의 약사 아주머니도 우리 모녀를 보면 반가워하신다.

 의사 선생님은 배의 아픈 곳을 이곳저곳을 눌러 보시더니 주사와 함께 약 처방을 내려주셨다. 나도 엄마 딸인지라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난번에 문틈에 끼어 다쳤던 손톱을 내보이며 제대로 잘 자랄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양쪽 손톱을 비교하며 가만히 들여다보시더니 손톱이 계속 자라서 올라오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엄마가 사람을 잘 보긴 보는 것이 지난번 동네 의사 선생님도 그렇고, 이 분도 그렇고 괜히 깐깐한 척 굴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진료를 잘하시는 것 같다. 세상에서 그렇게 아픈 주사는 없을 것 같은 주사를 맞고 약 한 봉지를 먹었더니 뱃속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이다. 단순히 병원에 다녀왔다는 기분일수도 있겠지만 엄마의 지청구처럼 “네가 아무리 까스박명수를 들이키고 불가사리를 마셔대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빨리 낫는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집에 와서 이게 다 엄마가 해준 카레 속의 닭가슴살 때문이라고 칭얼댔는데 엄마는 나는 잔뜩 먹고도 괜찮았다, 뭐든지 엄마 잘못이라고 핑계 대는 거에는 아주 타고났다, 이제부턴 네가 한번 해먹어 보라고 하시는 통에 도리어 말로 주고 되로 받은 격이 되어버렸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엄마는 가까운 동네 병원 하나 알아놓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으냐고 하시지만 이제부터 건강 잘 챙겨서 병원 가는 일 없게 만들고 싶다. 다들 목 집고, 허리 잡고, 다리 절룩거리며 돌아다니는 곳에서 혼자 배 문지르며 나오는 일도 참 뻘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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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만에 이름값 한 번 해보는 페이퍼
    from perfect stranger 2008-01-29 21:12 
    꽃등심 생고기 육회 차돌박이 물냉면 회냉면 육회비빔밥 . . . . . . . . . . 그.리.고 꽃게장 꽃게탕. . . . . . . . . . . 하.지.만. 흰쌀죽.....
 
 
Mephistopheles 2008-01-2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구라가...아니셨군요..
(전 얼마전에 우삼겹도 먹고, 그리고 오징어볶음도 먹고 에또 족발도 먹었어요.그리고 싱싱한 굴이 들어간 김치양념을 절인배추로 싸서 먹었고요. 어디보자 그리고 보니 케익전문점에서 티라미스 한조각하고 치즈케익 한조각도 먹었던 기억이..?)

근데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건 뭐에요?

깐따삐야 2008-01-29 19:47   좋아요 0 | URL
음~ 그러니깐 컨디션이 좋을 땐 가구라나 가오나시인데 안 좋을 땐 조심해야 되요. 특히 단백질... -_-a
(정말 위大한 교주님 되시겠사와요!!)

아침에도 죽 먹고 조금 전에도 죽 먹었더니 지금은 그냥 밥 먹고 싶어요. 짭짤한 겉절이에 달래된장찌개랑 냐암~!
(하지만 꽃등심은 배 아파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죠. 아마? ㅋㅋ)

웽스북스 2008-01-29 20:47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슨 바쁜 건축가 아저씨(!!)가 이렇게 맛있는 걸 잘먹고 다녀요 이런게 어딨어요 에에에에에에~

Mephistopheles 2008-01-29 20:49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런 우연의 일치가..어제 김치를 새로 했기 때문에..오늘 저녁을 겉절이에다가 흰 쌀밥 먹었는데.
웬디양님..건축가들이 얼마나 겉멋이 들어 양 적고 비싸고 맛있는 곳을 찾는데요..하지만 저는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공장직공1이기 때문에 질보단 양으로 추구합니다.

깐따삐야 2008-01-29 20:54   좋아요 0 | URL
어므낫!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도통 먹는 야그 뿐!! ㅠㅠ

웽스북스 2008-01-2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막강과 맛간을 보니 옛추억이 ㅎㅎㅎ 학보사 있을 때 기획부였는데 사람들이 우리 부서를 막강 기획이라고 불렀었거든요- 근데 내가 들어가고 엽기00라 불리던 동기 한명이 들어가고부터 맛간 기획이라고 ㅜㅜ

그나저나 아 정말 챙피했겠다 ㅜㅜ 그래도 부끄럼 잠깐 꾹 참으면 만병통치 주치의가 생기니 얼마나 좋아요 흐흐흐

전 방금 하나는 4조각, 하나는 2조각난 샌드위치를 사와서 우리 우아한 과장님이랑 도란도란 먹고 과장님 안먹은 4조각짜리의 한조각까지 "제가 먹어도 될까요?" 하고는 다 먹어치웠어요 으흐흐흐

깐따삐야 2008-01-29 20:06   좋아요 0 | URL
하여간 우리 댓글패밀리는 어디를 가나 살짜쿵 맛간 걸로는 막강하다는. ㅜㅜ

의사샘은 고정인데 간호사들 얼굴이 간혹 바뀌어서 갈 때마다 나를 묘하게 쳐다본다는. 주로 감기니 소화불량이니 하는 내과질환으로 찾아오니 그럴만도 하지요. 병원이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닌데. -_-

아... 난 내일까지는 죽 먹을 계획인데 정말 넘해욧. 흑흑. ㅠㅠ

웽스북스 2008-01-29 20:47   좋아요 0 | URL
위기를 기회로! 다이어트!!!! (가 필요 없어보이긴 했지만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9 20:50   좋아요 0 | URL
거...그냥 맹숭맹숭 흰죽먹기 싫으면 좀 부지런히 나가서 뼈다귀(born)죽 메뉴별로 하나 골라 드시던가 하죠..?? 야채죽도 좋고 그냥 부드럽고 달달한 호박죽도 맛있다는..^^

깐따삐야 2008-01-29 20:58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필요해요. 필요햇! 이게 배가 아픈 건지, 배가 나온 건지 도통 애매하다니깐요. ㅋㅋ

메피님- 흰죽에 달래간장 솔솔 뿌려 물김치랑 먹었사와요. 집 앞에 본죽이 있긴 한데 좀더 낫거들랑 사먹던가 해야겠어요.


비로그인 2008-01-2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두꺼비 가튼 의사선생님 ㅋㅋㅋㅋ ^^
배탈나면 먹을게 별로 없어 가슴이 무너져내려버릴정도로 슬프죠.흑.
얼릉 나으세요~ ^.*
ps. 본죽은 해물죽이 맛있어요, 쇠고기버섯죽도.야채죽이 베이스인거 같아요. 아마도.~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신 죽이 최고겠지만서두요! 얼릉 나으세요~ ^^


웽스북스 2008-01-29 20:47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해물죽 라인이 맛있죠, 좀 비싸지만 ;; 전 개인적으로 브로콜리 연두부죽인가? 그거 자주 먹어요 근데 우리 깐따삐야님은 엄마가 더 맛난 죽 끓여주지 않으실까요? ㅎㅎ

Mephistopheles 2008-01-29 20:51   좋아요 0 | URL
뭔가 건더기가 없는 그냥 부드러운 호박죽이나 잣죽도 먹을만해요..^^

깐따삐야 2008-01-29 21:01   좋아요 0 | URL
오! 모두모두 맛있게 들리는군요! 본죽 메뉴 중에는... 엄마 편찮으셨을 때 전복죽 사다드린 적이 있었고 직접 먹어본 죽은 삼계죽, 야채죽 뿐. -_-a

웽스북스 2008-01-29 21:03   좋아요 0 | URL
각박한 직장인은 엄마죽보다 본죽을 더 자주먹는다는 슬픔 ㅜㅜ
팀원 중 누구 하나 속 안좋으면 그럼 본죽가지 뭐, 이러니 원
슬픈 현실이지요

비로그인 2008-01-2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까스박명수' '불가사리'....
저도 병원에서 불가사리 먹고 난 후 헛 토하고, 속 울렁거려서 혼났는데..=_=
그저, 먹는 것은 평소 조심해야 되욤. 우리 동상도 위가 약하구나~
아아~ 정말, 친절한 의사가 있는 병원엔 괜히 환자가 많은게 아닌거겠죠^^

깐따삐야 2008-01-29 23:43   좋아요 0 | URL
어므낫! 형님, 이제 좀 어떠신 거여요? 많이 좋아지신 건가요?
원래 치료 받는 동안은 몸이 많이 약해져 있을 때라 먹는 것을 더욱 조심하셔야 해요. 저도 예전에 깁스를 한 채로 장염에 걸려 응급실에 간 기억이 있다는...-_-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소화 잘 되는 것으로 조심해서 드시와요.^^

비로그인 2008-01-30 20:26   좋아요 0 | URL
으흑..동상...ㅜ_ㅜ
오늘 너무 바빠서 일 많이 하구.,..저녁도 못 먹어서 배고파서 우유를
마셨더니...소화가 안되서..아프구..오랜만에 일을 했더니..
등과 어깨와 허리도 아프구..하지만 너무 바빠서 이번주 토/일도 일해야구
병원은 못 가구...어어어엉....

깐따삐야 2008-01-31 09:49   좋아요 0 | URL
저런저런~ 기력이 없을 때 우유 마시면 안 좋아요. 안 좋아! 저 같은 경우엔 몸이 안 좋을 때 두유는 괜찮은데 우유는 먹으면 탈이 나더라구요. 귀찮더라도 밥을 조금씩 챙겨 드세요.
푹 쉬셔야 하는데 여건이 허락치를 않는군요. 물리 치료 받으러 간다고 빠져나오면 안 되나요? 무리하시면 후유증도 오래갈텐데. 어뜩해. ㅠㅠ

순오기 2008-01-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내 맘대로 주치의'가 뭔가 했어요. 정말 깐따님 엄마는 막강울엄마인듯...
맛간? ㅎㅎㅎ 야양청스교가 나름 살짝 맛이 갔다는거로군. 순5기도...^^

깐따삐야 2008-01-30 00:11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도 저희 엄마가 무셔무셔요. -_-;;
야양청스 5인방이 보통은 아니지요. 다들? ㅋㅋ

마노아 2008-01-30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등심 시스터즈가 단백질에 이리 약할 줄이야! 이젠 좋아진 거예요? 멀건 것 말고 진득한 것(?) 먹을 수 있어야지요...;;;;;

깐따삐야 2008-01-30 02:46   좋아요 0 | URL
아직도 살짜쿵 안 좋긴 하지만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으니 괜찮아지겠지요.
잠시 이럴 뿐, 또 기력 회복하면 장난 아니게 먹어댑니다. 홍홍.^^

치니 2008-01-30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좀 괜찮아졌는지요?
어머니,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대가시군요. ㅋㅋ

깐따삐야 2008-01-30 12:41   좋아요 0 | URL
아직도 뭔가 개운치는 않아요. -_-
'엄마는 독재자'란 제목으로 언젠가 페이퍼를 쓰고 말거여욧.

보석 2008-01-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 먹고 얼른 나으시면 좋겠어요. 위가 좀 나아지면 맛있는 거 드세요.^^

깐따삐야 2008-01-30 12:4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먹고 싶은 게 넘흐 많아요!
 
길 위의 책 - 제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12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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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겨울, 블로그』를 읽고 나서 ‘강미’란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현직 교사이기도 한 작가는 꾸준히 청소년 소설을 써오고 있는데 『길 위의 책』으로 제3회 푸른문학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겨울, 블로그’보다는 ‘길 위의 책’이 더 좋았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유난할 것도 없는 도서반 여고생의 일상이지만 긴 장편을 쓰면서 단 한 문장도 쉽게 쓰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만큼 정갈한 문체가 돋보였다.

 소설은 도서동아리 회원이 되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책이 안내하는 세계에 눈뜨고, 조금씩 자신의 색깔과 꿈을 찾아가는 여고생 ‘필남’의 이야기다. 작가는 학생들의 실상을 항상 가까이서 체감한 교사답게 여고생들의 고민과 성장을 시종일관 세심하고도 따듯하게 바라본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미덕은 ‘나비물’, ‘멀기’, ‘버림치’, ‘잘코사니’와 같은 순우리말을 볼 수 있다는 것. 처음 들어본 우리말에 갸웃해져서 사전을 찾다보니 왠지 기분이 고양되더라는. 그 느낌에 맞게끔 참 잘도 지었구나 싶었다.

 또한 모범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도서동아리의 전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변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한 해 동안 읽을 성장소설 목록을 만들어 함께 토론하고 여러 행사를 준비하며 우정을 나누는 가운데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훌쩍 성숙해 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도 풍부한 시기에 입시 공부를 하느라 ‘외딴방’과 ‘길버트 그레이프’를 놓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필남도 그러하거니와 지금의 십대는 대체로 목표의식이 없다. 미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 없이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갈 뿐이다. 어느 선생은 현실이 너무 편해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지금의 십대가 그저 편안하게, 생각 없이 사는 건 아니다. 가족이나 성적이나 친구관계에서 날마다 상처받고 상대적 빈곤감 속에서 살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그게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 지금을 사는 사람은 당신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p.194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과 영화를 많이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와 액션에만 주파수가 고정되기 전에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한 십대 시절의 책들을 그들의 길 위에 놓아주고 싶다.

 92년도 청목에서 나온 ‘생의 한가운데’의 두 번째 페이지에는 “정감이 깃든 눈을 가진 **야.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이라는 글귀가 남겨져 있다. 십년도 더 지난 책이다 보니 아무리 아세테이트지로 싸서 책장의 맨 안쪽에 모셔두었다 해도 누렇게 빛바랜 페이지들이 그간의 세월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설 속 정현희 선생님을 보면서 당시 국어와 한문을 가르치셨던 담임선생님을 떠올렸다. 그 때 선생님은 지금 내 나이보다 조금 어렸었다. 아담하고 조용한 분이었는데 어느 가을 날, 나를 부르시더니 ‘생의 한가운데’와 ‘죄와 벌’을 선물해 주셨다. 얼마 전 ‘제인 에어’를 읽었냐고 물으셨을 때 ‘읽었다’고 대답했던 것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중학교 3년을 마칠 때까지 내게 많은 말씀을 해주신 것도 아니고 그다지 활발하거나 살가운 분도 아니었지만 뜻밖의 책 선물과 글귀만큼은 내 마음 속에 오롯이 남아서 큰 힘이 되었다. 나중에 민음사에서 나온 ‘삶의 한가운데’를 다시 읽게 되었을 때, 어렸던 그때보다 책장은 더 잘 넘어갔지만 처음의 감동을 앞지르진 못했던 것 같다.

 십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일 초의 지체도 없이 아니오, 라고 말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절이 잠깐씩 그립기도 하고 선생님이 보고 싶기도 했다. 책을 읽고 빌리느라 점심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던 도서관 정경도 떠오른다. 책에 있는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큰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던 도서위원 오빠도 생각난다. 뭘 보남? 내가 책 훔쳐가게 생겼남? 하는 눈빛으로 뾰로통하게 응대해주곤 했었는데. 이 책 한권으로 사계절 선선하던 시골 학교 도서관과 그 안에서 블라우스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책 읽기에 빠져들던 어린 내 모습을 회상할 수 있어 다정한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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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양청스 순5기 멤버이신 순오기님께 드리는 시입니다. 어제 댓글 예배에 불참하신 관계로 조금 늦게 드리게 됐어요.^^; 

 시를 찾다보니 유안진 "봄비 한 주머니"란 시집에 따듯한 시 한편이 더 눈에 띄어 함께 올립니다.

 

For 순오기님


여자다움

- 유안진


소문에 시달리던

허위도 진실도

세월로 씻길 만치 씻기고 나면

회복되는 여자다움

마침내는 사람이구나 인간이구나

갓 빚어내신 바

하느님의 작품이구나.

 

자격

- 유안진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홀씨 바람 타듯이, 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러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습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세상사 모두는 순리 아닌 게 없다고 믿는 사람,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 받지 못하는 시 한편도 희고 붉은 피톨 섞인 눈물로 쓰인 줄을 아는 사람,

 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 받아 내는 사람,

 자유로워지려고 덜 가지려 애쓰는 사람, 맨살에서 늘 시골집 저녁 연기 내음이 나는 사람, 모름지기 이런 사람이야말로 연인삼을 만하다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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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하지 않은 말
    from 파피루스 2008-02-02 19:36 
     깐따삐야님이 순오기를 위한 시로 '봄비 한 주머니'에 수록된 '여자다움'과 '자격'을 올려주었고, 또 시집까지 선물로 보내셨다. 음, 알라딘 놀이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어서다. ^^ 여고시절, 교내 시 백일장에 '엄마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줍잖은 자존심으로 버티던 시절이라, 단 두 줄 쓰고는 지금까지 미완이다. 늘, 마음으론 시를 쓰고 싶어서 문학의 주변부를 얼쩡거리며, 문학공
 
 
순오기 2008-01-29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렇게 좋을수가!! 아~~~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어가렵니다.
깐따님은 정말 멋쟁이~~이 시 출력해서 냉장고에 찰싹 붙여놓고 날마다 읊조릴게요.^^
살청님, 저 박박 씻고 알라딘 들어왔어요. ㅋㅋㅋ
메교주님, 저도 알고 보면 여자다움이 많은 여자야욧~~~~~~ㅠㅠ

깐따삐야 2008-01-29 19:1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좋아해 주시니 저도 기쁘네염.^^
메교주님 말씀은 그냥 무시하세요. 감수성이 아주 바닥을 친다는...-_-

웽스북스 2008-01-2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훙~ ^^ 순오기님이야말로 난 진정 여자다운 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순오기님 저 잘했죠? 그러니 다음에 오실 땐 꼭 저를 애인으로... 쿨럭 ㅋㅋ)

그나저나 글 정말 좋으네요 나의 로망이에요 ㅋㅋ 나의 로망이 순오기님이였다는 걸 밝혀주시는 깐따님, 일단은 날랜 사랑좀 하다가요 ㅋㅋ

순오기 2008-01-29 13:35   좋아요 0 | URL
흐흐~ 웬디양님, 광주이벤트때 오시면 '날랜사랑'의 고재종 시인 만나게 해 드릴까요? (진정 여자다운 분, 나의 로망이 순오기라는 멘트에 대한 상!)
다음엔 웬디양님 쉬는 주말에 만나면 되겠당~~~ 내가 안양으로 가도 되고요.

깐따삐야 2008-01-29 19:20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위와 같은 '자격'을 갖춘 사람 만나 '날랜 사랑'하는 어여쁜 은피라미가 되시와요. 꼬옥 그렇게 될거여요.^^

순오기님- 오! 저는 상 없나요? 저두 만나게 해주세요. 안양 가실 때 저한테도 반드쉬 연락 주시구요. 홍홍.^^

순오기 2008-01-29 22:34   좋아요 0 | URL
깐따님, 저 페이퍼에 유안진 시집 '봄비 한 주머니'상품 넣어주세요. 땡스 투 누르게요~^^ 가장 최근의 고재종 시집 '쪽빛 문장'을 님께 보내드릴게요. 이래서 또 주소랑 연락처 실명을 아는거야~ㅎㅎ 신난다! 알려주실거죠?

깐따삐야 2008-01-29 23:46   좋아요 0 | URL
그럴 수는 없어요! 제가 '봄비 한 주머니'를 보내드리겠습니당. 주소 이외에 순오기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어서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공개댓글도 괜찮으시다면야...^^)

순오기 2008-01-30 00:33   좋아요 0 | URL
난, 정말 살짝 맛이 간게 확실해! 알라디너들의 넉넉함을 아직도 간파하지 못한 댓글을 달다니~~~ㅠㅠ 님부터 알려주심, 제 주소도 남길게요.ㅎㅎㅎ

전호인 2008-01-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하나라도 더 얻기위해 아둥바둥 살아간다고 생각했어요. 무엇을 더 얻기 위해서가 선뜻 와 닿지 않는 것을 보면 결국은 욕심이었던 겁니다. 어차피 남고 잃는 것이 없는 사람이고 삶입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

깐따삐야 2008-01-29 19:25   좋아요 0 | URL
저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욕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또 내가 성취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거나 좀더 편히 살 수 있게끔 해주기도 하구요.
전호인님처럼 성실한 가장들의 생활필수품 같은 욕심은 참 좋은 거잖아요.^^
 

  시집들을 뒤적이다가 책장을 보니 생뚱맞은 책 몇 권이 눈에 띄었다. ‘경제기사는 돈이다.’, ‘돈의 비밀’,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등등의 책이었는데 내가 이런 책을 샀을 턱은 없고 가만 생각해보니 장가가기 전, 오빠가 구입한 책들이었다. 사춘기 무렵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해가면서 폼 잡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렇게 팍팍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군 제대와 동시에 ‘모든 역사는 일요일에 이루어진다’며 말수는 더 적어지고 눈빛은 더 비장해졌더랬다. 그런 오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때론 든든하고, 때론 쓸쓸했던 것 같다.

 사람이 낭만을 잃지 않고 사는 일이 생각보다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이야 워낙에 영악해지고 시니컬해져서 나보다 더 사막하구나 싶을 때도 많지만. S양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니는 누군가가 언니의 비밀을 퍼뜨리고 다니면 어떨 것 같아?” “그야, 당연히 기분 나쁘지. 이런 배신자! 걔랑은 안 놀거야.” “그래? 그 비밀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참하고 반듯하여 칭찬을 먹고 사는 S양이 그럴진대 다른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듯.

 세상의 차가운 룰에 일찌감치 길들여진 근래의 아이들 외에 내 또래 80년생을 비롯하여 다소 애매한 감수성의 세대가 있는 것 같다. 별 헤는 밤과 돈 세는 밤의 갭이라고 할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을 읊조리던 열다섯의 촉촉했던 청춘은, 통장 하나에 아파트와 통장 하나에 교육비와 통장 하나에 노후자금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이다. 독서행위 그 자체라는 순수한 동기로 '데미안‘과 ’독일인의 사랑‘을 마음으로 읽었던 십대의 감성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채, 잠재된 낭만을 억누르고 배반하는 삶. 별로 새삼스러울 것 없는 현실이고 형이하학적 일상이 주는 만족감에 길들여지고 나면 그만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역사처럼 책꽂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의 눈길에 조금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별의 비밀이 더 이상 돈의 비밀만큼 호기심을 끌지도, 중요하지도 않다는 것. 비교적 낭만이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는 시시각각 더해가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긴 하면서도 그 야무진 포즈에 있어서만큼은 96년생 S양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나처럼 도시의 세련된 타산에 영원히 적응하기 힘들게끔 타고난 얼치기들은 가능한 한 보폭을 줄이고 부대낌을 최소화하며 소심하게 움직이는 수밖에. 어린 마음을 설레게 했던 밤하늘의 All Twinkle Magic은 더 이상 Automatic Teller Machine의 24시간 불빛만큼 관심을 끌지 못한다. 과거 어느 시절에인가 유전자 속에 새겨진 채 틈만 나면 형형한 별빛처럼 스멀대는 감성, 그 감당불가의 감성으로 인해 현실 속에서는 어딘가 늘 어설프고 어정쩡할 수밖에 없는 내 또래의, 나를 닮은 젊음들. 이른 세대의 동지애든, 어린 세대의 자기애든, 그 어느 편으로도 완벽히 기울지 못하는 낀 또래의 양가감정은 나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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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2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또래 80년생을 비롯하여"- 이 부분에서 확실하게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는 중...
(아울러. 낭만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되버린지라..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들도 역시나 돈과 경제 혹은 부동산에 관련된 책들이고, 모든 학문 또한 앞에 "순수"가 붙어버리면 배굷는다는 인식이 강하게 풍기는 사회구조상 이리도 모질게 변해버린게 아닐까 라고 생각 중.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낭만의 불꽃이 켜져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생각 중..
-도라지 위스키에 나름대로 차려입은 마담에게 실없는 농담 던지면서 메피스토가-

깐따삐야 2008-01-28 18:50   좋아요 0 | URL
그래도 90~99 학번 안에는 들어가시는 거죠? 아닌가. -_-a
이 곳이야 책 읽는 낭만알라디너들이 숱하지만 밖은 참 다른 것 같아요.
산삼주도 아니구 도라지 위스키는 뭔가요? 대낮에 지금 마담이랑 노시는 거여요? 마님하고 주니어한테 일러야겠다. =333

Mephistopheles 2008-01-28 19:32   좋아요 0 | URL
더더욱 세대차이를 느끼게 하는 답글...
최백호씨의 "낭만에 대하여"란 탱고풍의 가요 가사라는 것...

이매지 2008-01-28 20:01   좋아요 0 | URL
전 80년대생이지만 도라지 위스키 알아요 ㅎㅎㅎ
메피님 너무 세대차이 느끼지 마세요 ㅎ

낭만을 잃지 않고 사는 건 정말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요새는 어릴 때부터 계속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지라
너무 팍팍하게 자라는 것 같아요.
뭐 저도 통장하나와 아파트 하나 뭐 이런걸 위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거지만요. 쩝.

웽스북스 2008-01-28 20:24   좋아요 0 | URL
난 80년대생이고 낭만에 대하여를 알지만 도라지 위스키를 몰랐어요
(가사를 몰라서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나나나나나나나나~ 이렇게 불렀다는 거 ㅋㅋㅋ)

깐따삐야 2008-01-29 00:45   좋아요 0 | URL
메피님- 오오... 그랬군아. 몰랐어염. 최백호 아저씨는 아는데.

이매지님- 앗! 이매지님은 도라지 위스키를 아신다! 요즘 그렇죠? 할랑하게 살다보면 막 치이게 되니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독서실은 참 외로운 곳인데... 그래도 열심히 하셔요.^^

웬디양님- 한 술 더 뜨네. 미쵸미쵸! ㅋㅋ

깐따삐야 2008-01-29 00:47   좋아요 0 | URL
살청님- 어디서 구라를! 그것도 재미도 없는 구라를? =333

깐따삐야 2008-01-29 01:02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저는 낭만고양이로 응수하리다요!

웽스북스 2008-01-29 01:36   좋아요 0 | URL
그럼 난 낭랑18세를 개사한 낭만 29세? 막이러고 ㅋㅋㅋ

깐따삐야 2008-01-29 01:4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맥주 마시면서 노래 땡기고프다. (오... 과거 전력 나온다.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9 01:57   좋아요 0 | URL
사실 여기서 저처럼 구슬프게 "낭만에 대하여"를 부를 사람은 아마도 없을 껍니다.=3=3=3=3

마노아 2008-01-29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 쓰고 답장을 받았는데, 다시 답장 보내면서 윤동주의 '별헤는 밤'을 써서 보냈어요. 그랬더니 더 이상 답장이 안 왔어요. 상처였다구요. 흑....ㅜ.ㅜ

깐따삐야 2008-01-29 01:26   좋아요 0 | URL
시만 보내지 마시고 사진을 함께 동봉하셨으면 당근 답장 받으셨을텐뎅~ ^^
별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었나 보네요. 어릴 때 딱지 놀이를 하다가 별 갯수가 모자라서 가방을 들어줘야 했다던가 하는... ㅋㅋ

깐따삐야 2008-01-29 01:37   좋아요 0 | URL
우앗! '국인 위문편지'란 제목만 빼곤 넘흐 좋아요오! ㅋㅋㅋㅋ


깐따삐야 2008-01-29 01:44   좋아요 0 | URL
군대 안 다녀오셨어요? 어쩐지... 중얼중얼...

깐따삐야 2008-01-29 01:51   좋아요 0 | URL
하긴 제가 나라였어도 살청님은 그냥 집으로 보내드렸을 것 같아요. 이거야 원. 국민들이 발 뻗고 잠을 잘 수가 있나. ㅋㅋㅋㅋ

순오기 2008-01-29 01:54   좋아요 0 | URL
ㅎㅎ 난, 위문편지에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를 인용했는데, 담임샘이 부르시더니 고치라고 했어요~ㅎㅎㅎ그때 난, 정말 순수했었나봐! ㅋㅋㅋ
데미안, 독일인의 사랑을 읽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ㅠㅠ

깐따삐야 2008-01-29 01: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순오기님 덕분에 야밤에 찰리 브라운 포즈로 확 얼굴 제껴가며 웃었습니당. (독일인의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책 중의 하나에요.^^)

가만 보니 사진이 우째 아오지 탄광을 배경으로 찍으신 것 같아요. 컴컴허니... ㅋ


Mephistopheles 2008-01-29 01:58   좋아요 0 | URL
군대는 저도 안갔습니다..신검받으러 갔더니 군의관이 늬 눈은 장식이냐..니가 군에 가면 분명 아군 쏴버릴꺼다..옛다 면제...라더군요.
(살청님의 경우...북에서 귀순용사도 전방에 세우는구나 할지도 모릅니다..)

Mephistopheles 2008-01-29 02:02   좋아요 0 | URL
특수임무...는 제가 90년대 중반 여후배들에게 잘 써먹었던 수법이였습니다.
선배는 왜 군대 안갔어요.../미안해 나 내년까지 그 이유 말못해..라면서..키득키득..

마노아 2008-01-29 02:21   좋아요 0 | URL
문제는 제가 증명사진도 같이 보냈다는 거죠. 사진 보고서 급 실망했나봐요..;;;;

깐따삐야 2008-01-29 02:27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야양청스 남성멤버들 확 갈아버리고 싶으당. ㅠㅠ

교복 입고 찍은 사진이라 그래요. 비키니였어야 하는뎅.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9 02:36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무섭습니다...믹서기로 갈다니..한니발 렙터도 아니고...

깐따삐야 2008-01-29 02:44   좋아요 0 | URL
살청님- 그냥 솔직히 졸리니까 잔다고 하세요. 사람이 말이야...

메피님- '갈아만든 야양청스' 해갖구 방문판매 들어가야겠당. ㅋㅋ

깐따삐야 2008-01-29 03:07   좋아요 0 | URL
다리도 안 모으고 졸고 있었던 거 다 알거든요? 흥!

웽스북스 2008-01-29 09:46   좋아요 0 | URL
깐따님 우리 어떻게, 공개모집 공고라도 내볼까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9 11:12   좋아요 0 | URL
교주가 더 이상 남성교인모집을 금지시킨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라고도 합니다.

깐따삐야 2008-01-29 19:28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남자 없던데. 남자의 탈을 쓴 여자들만 우글거리던데. -_-
아무래도 그래24나 교복문고를 뚫어봐야 할 듯? ㅋㅋ
 

 언젠가 직접 시를 지어드릴 날이 온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에 따라 퍼뜩 생각나는 시들을 찾아봤어요. 제 마음에 꼬옥 드는 시조를 선물해 주신 살청님께 특별히 감사드려요.^^;

 

For 살청님

나는 이 푸르름이 싫어

- 이성복

봄, 햇빛 오는 쪽으로
모가지 기울이면
눈가에 맺히는 푸르름
나는 파스텔 색으로 오는
이 푸르름이 싫어
고개 흔들어 떨어내네
자꾸자꾸 떨어내다 보면
내 몸 걸친 것 하나 없어
추운 모래밭 인어 같았네

 

For 메피님



- 이수익

한 마리의 새가
공중을 높이 날기 위해서는
바람 속에 부대끼며 뿌려야 할
수많은 열량이 그 가슴에
늘 충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라,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은
노래로써 그들의 평화를 구가하지만
그 조그만 몸의 내부의 장기들은
모터처럼 계속 움직이면서
순간의 非常離陸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오, 하얀 달걀처럼 따스한 네 몸이 품어야 하는
깃털 속의 슬픈 두근거림이여.

* 非常離陸 : 비상이륙

 

For 웬디양님

날랜 사랑

- 고재종

얼음 풀린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봄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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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2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제 상태를 새로 비유한다면..전 닭둘기에요..감량이 필수에요 날기 위해서라면..ㅋㅋ

깐따삐야 2008-01-28 01:25   좋아요 0 | URL
제 눈에 비친 메피님은 항시 비상이륙을 대비하고 있는 한 마리의 육중한 독수리? ㅋㅋ

웽스북스 2008-01-28 01:33   좋아요 0 | URL
전 뛰기 위해서도 감량이 필요한 상태 -_- ㅋㅋ

깐따삐야 2008-01-28 01:35   좋아요 0 | URL
시로만 보면 모래밭 인어인 살청님이 가장 무거워 보이지 않아요?
나 잘했죠? ㅋㅋ

Mephistopheles 2008-01-28 01:50   좋아요 0 | URL
독수리...라니...전 대머리 아니어요.

웽스북스 2008-01-2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살청님 시 정말 잘 어울려요! 내 시보다 더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날랜 사랑보다는 날래 사랑이 어떨까요? ㅋㅋ (날래 사랑하라우! 뭐 이런거? ㅋㅋ)

암튼 깐따삐야님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시선물들!~ 고마워용 (모르고 잘뻔했어요)

깐따삐야 2008-01-28 01:34   좋아요 0 | URL
우리 웬디양님은 은피라미처럼 날렵하게 반짝이는 깨끗한 사람~! ^^

Mephistopheles 2008-01-28 03:01   좋아요 0 | URL
아 글자 두개 바꿈으로써 사랑에 주체사상이 확실히 심어져버리는군요.

깐따삐야 2008-01-28 18:28   좋아요 0 | URL
날래 사랑하자우! -_-a

해적오리 2008-01-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아양청스교도가 되기 위해선 체력과 더불어 시/시조를 잘 알아야 하는 거군요...흠...점점 더 입교가 어려워보입니다만...해적의 특기가 사이비교도가 되는 거거든요..
저희 회사 사람은 제가 쳔주교 신자라 아는 사람도 있고, 개신교 다닌다 아는 사람도 있고, 절에 다닌다 아는 사람도 있고 다덜 좋을대로 생각하지요...거기다 이젠 아양청스교까지??? 근데 아양청스교가 젤 어려운 거 같아요. ^^;

깐따삐야 2008-01-28 18:26   좋아요 0 | URL
오... 아양청스도 귀여운데요. 내가 닉넴을 깐따삐아로 바꾸면 되는 건가요? ㅋㅋ

이리스 2008-01-2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양이고 야앙이고간에.. 이분들이 정말.. ㅋㅋ 너무들 자알 노신다. 부러워라~

깐따삐야 2008-01-29 01:01   좋아요 0 | URL
감사.^^ 근데... 잘들 논다~ 잘들 놀아~ 로 들려요. 어째. ㅋㅋㅋㅋ

이리스 2008-01-29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부러워서 그러는거에효.. 아하히히호호호옹

깐따삐야 2008-01-29 01:29   좋아요 0 | URL
하긴 무한도전팀 이래로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 멤버들이에요. 하나같이 2%쯤 결핍된 무리들. ㅋㅋ

순오기 2008-01-29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님, 저 돌아왔어요~ 집으로! ^^
몇년 전 사회교육원에서 고재종시인하테 시강의 들었어요. 저를 '당진댁'이라 부르죠. 부인이 내 중학 2년후배거든요. 아~난 정말 마당발이야! 광주에서 고향후배를 만날줄이야.
어머니독서회에서 하반기에 고재종시인 모셔다 강연 들을 계획 세우고 있답니다.
야양청스교 다섯번째 순5기도 시 한수 주시와용~~~~~~~ㅠㅠ

깐따삐야 2008-01-29 01:49   좋아요 0 | URL
어므낫! 컴백을 와빵 환영합니다아. 순오기님! 제가 고향이 충남 스산이어요. 스산.^^ 그나저나 고재종 시인을 갠적으로 아신단 말여요? 오... 학부 교양국어 시간에 고재종 시인의 시들을 가지고 토론,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어머니독서회는 어머니가 되어야만 가입 가능하겠지요? ㅠㅠ
우리 순5기님께도 시 한 수 드려야겠어염.(근데 마노아님이랑만 놀아주시궁~)

순오기 2008-01-29 13:40   좋아요 0 | URL
어므낫, 스산이구나 스산~~ (우리 아버지 외가였고, 지금은 제 고모가 살아요. 작년 여름에 다녀왔죠.) 고재종 시인이 저를 잘 알죠~~ㅎㅎㅎ '당진댁'이라면 꺼벅 죽는...지금 광주에 살거든요. 가끔 전화통화도 하는 사이!^^ 예전에 출판기념회에서 그 부부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는데, 뒤적뒤적...
어머니독서회 자격요건~~~~~~예비어머니도 받아줄까요? ㅎㅎ
마노님이랑 너무 많이 놀고 왔어요. ㅎㅎ 담엔 청주로 갈가요?~~~~~쑝~~~~~

깐따삐야 2008-01-29 02:23   좋아요 0 | URL
충청도 츠자들이 역시 인간성이 쵝오라니깐요. ㅋㅋ
오옹... '날랜 사랑'이라는 시집을 아주 애호하는 어여쁜(?) 독자가 있다고 좀 전해주세요.^^
재밌으셨겠다. 다음엔 청주에서의 입담을 기대하겠어염.^^

순오기 2008-01-29 13:41   좋아요 0 | URL
흐흐~ 입답하면, 청주의 내 친구 C일보 기자랑 8시간 수다로 밤을 쪼갠 전설이 있지요. 아직 요 시간을 경신하지 못했지만, 깐따님과 함께라면 경신가능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