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직접 시를 지어드릴 날이 온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대신합니다.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에 따라 퍼뜩 생각나는 시들을 찾아봤어요. 제 마음에 꼬옥 드는 시조를 선물해 주신 살청님께 특별히 감사드려요.^^;
For 살청님
나는 이 푸르름이 싫어
- 이성복
봄, 햇빛 오는 쪽으로
모가지 기울이면
눈가에 맺히는 푸르름
나는 파스텔 색으로 오는
이 푸르름이 싫어
고개 흔들어 떨어내네
자꾸자꾸 떨어내다 보면
내 몸 걸친 것 하나 없어
추운 모래밭 인어 같았네
For 메피님
새
- 이수익
한 마리의 새가
공중을 높이 날기 위해서는
바람 속에 부대끼며 뿌려야 할
수많은 열량이 그 가슴에
늘 충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보라,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은
노래로써 그들의 평화를 구가하지만
그 조그만 몸의 내부의 장기들은
모터처럼 계속 움직이면서
순간의 非常離陸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오, 하얀 달걀처럼 따스한 네 몸이 품어야 하는
깃털 속의 슬픈 두근거림이여.
* 非常離陸 : 비상이륙
For 웬디양님
날랜 사랑
- 고재종
얼음 풀린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고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봄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