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양청스 순5기 멤버이신 순오기님께 드리는 시입니다. 어제 댓글 예배에 불참하신 관계로 조금 늦게 드리게 됐어요.^^; 

 시를 찾다보니 유안진 "봄비 한 주머니"란 시집에 따듯한 시 한편이 더 눈에 띄어 함께 올립니다.

 

For 순오기님


여자다움

- 유안진


소문에 시달리던

허위도 진실도

세월로 씻길 만치 씻기고 나면

회복되는 여자다움

마침내는 사람이구나 인간이구나

갓 빚어내신 바

하느님의 작품이구나.

 

자격

- 유안진


 초가을 햇살웃음 잘 웃는 사람, 민들레 홀씨 바람 타듯이, 생활은 품앗이로 마지못해 이어져도, 날개옷을 훔치러 선녀를 기다리는 사람,

 슬픔 익는 지붕마다 흥건한 달빛 표정으로 열이레 밤하늘을 닮은 사람, 모습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알고, 그것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작은 자신을 슬퍼하는 사람,

 모든 목숨은 아무리 하찮아도 제게 알맞은 이름과 사연을 지니게 마련인 줄 아는 사람, 세상사 모두는 순리 아닌 게 없다고 믿는 사람,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감동 받지 못하는 시 한편도 희고 붉은 피톨 섞인 눈물로 쓰인 줄을 아는 사람,

 커다란 것의 근원일수록 작다고 믿어 작은 것을 아끼는 사람, 인생에 대한 모든 질문도 해답도 자기 자신에게 던져서 받아 내는 사람,

 자유로워지려고 덜 가지려 애쓰는 사람, 맨살에서 늘 시골집 저녁 연기 내음이 나는 사람, 모름지기 이런 사람이야말로 연인삼을 만하다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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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하지 않은 말
    from 파피루스 2008-02-02 19:36 
     깐따삐야님이 순오기를 위한 시로 '봄비 한 주머니'에 수록된 '여자다움'과 '자격'을 올려주었고, 또 시집까지 선물로 보내셨다. 음, 알라딘 놀이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어서다. ^^ 여고시절, 교내 시 백일장에 '엄마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줍잖은 자존심으로 버티던 시절이라, 단 두 줄 쓰고는 지금까지 미완이다. 늘, 마음으론 시를 쓰고 싶어서 문학의 주변부를 얼쩡거리며, 문학공
 
 
순오기 2008-01-29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렇게 좋을수가!! 아~~~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다듬어가렵니다.
깐따님은 정말 멋쟁이~~이 시 출력해서 냉장고에 찰싹 붙여놓고 날마다 읊조릴게요.^^
살청님, 저 박박 씻고 알라딘 들어왔어요. ㅋㅋㅋ
메교주님, 저도 알고 보면 여자다움이 많은 여자야욧~~~~~~ㅠㅠ

깐따삐야 2008-01-29 19:1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이 좋아해 주시니 저도 기쁘네염.^^
메교주님 말씀은 그냥 무시하세요. 감수성이 아주 바닥을 친다는...-_-

웽스북스 2008-01-2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훙~ ^^ 순오기님이야말로 난 진정 여자다운 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순오기님 저 잘했죠? 그러니 다음에 오실 땐 꼭 저를 애인으로... 쿨럭 ㅋㅋ)

그나저나 글 정말 좋으네요 나의 로망이에요 ㅋㅋ 나의 로망이 순오기님이였다는 걸 밝혀주시는 깐따님, 일단은 날랜 사랑좀 하다가요 ㅋㅋ

순오기 2008-01-29 13:35   좋아요 0 | URL
흐흐~ 웬디양님, 광주이벤트때 오시면 '날랜사랑'의 고재종 시인 만나게 해 드릴까요? (진정 여자다운 분, 나의 로망이 순오기라는 멘트에 대한 상!)
다음엔 웬디양님 쉬는 주말에 만나면 되겠당~~~ 내가 안양으로 가도 되고요.

깐따삐야 2008-01-29 19:20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위와 같은 '자격'을 갖춘 사람 만나 '날랜 사랑'하는 어여쁜 은피라미가 되시와요. 꼬옥 그렇게 될거여요.^^

순오기님- 오! 저는 상 없나요? 저두 만나게 해주세요. 안양 가실 때 저한테도 반드쉬 연락 주시구요. 홍홍.^^

순오기 2008-01-29 22:34   좋아요 0 | URL
깐따님, 저 페이퍼에 유안진 시집 '봄비 한 주머니'상품 넣어주세요. 땡스 투 누르게요~^^ 가장 최근의 고재종 시집 '쪽빛 문장'을 님께 보내드릴게요. 이래서 또 주소랑 연락처 실명을 아는거야~ㅎㅎ 신난다! 알려주실거죠?

깐따삐야 2008-01-29 23:46   좋아요 0 | URL
그럴 수는 없어요! 제가 '봄비 한 주머니'를 보내드리겠습니당. 주소 이외에 순오기님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어서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공개댓글도 괜찮으시다면야...^^)

순오기 2008-01-30 00:33   좋아요 0 | URL
난, 정말 살짝 맛이 간게 확실해! 알라디너들의 넉넉함을 아직도 간파하지 못한 댓글을 달다니~~~ㅠㅠ 님부터 알려주심, 제 주소도 남길게요.ㅎㅎㅎ

전호인 2008-01-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해 더 살아도 덜 살아도 결국에는 잃는 것 얻는 것에 별 차이 없는 줄을 아는 사람

하나라도 더 얻기위해 아둥바둥 살아간다고 생각했어요. 무엇을 더 얻기 위해서가 선뜻 와 닿지 않는 것을 보면 결국은 욕심이었던 겁니다. 어차피 남고 잃는 것이 없는 사람이고 삶입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

깐따삐야 2008-01-29 19:25   좋아요 0 | URL
저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욕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또 내가 성취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하거나 좀더 편히 살 수 있게끔 해주기도 하구요.
전호인님처럼 성실한 가장들의 생활필수품 같은 욕심은 참 좋은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