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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이다. 담담하고 잔잔한 수채화같은 느낌의 에세이이다.
만남과 이별, 인연, 죽음, 고통,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잔잔한 잔물결이 마음을 일렁이게 하더니 큰 파도처럼 덮친다.
같이 안타까워하고 같이 미소짓고 같이 울컥하게 만든다.
그의 이야기들은 따뜻하고 아련하다.
카페 메구미가 사라졌을 때 나 역시도 안타까웠고<작지만 이곳에 행복이 있기를>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되는 소중했던 사람이 떠올라 애틋해졌다.<누가 바친 꽃입니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그들의 일상을 통해 나의 과거, 인연,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짧은 열 네편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끝이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읽게 된다.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여운이 깊게 남긴다.
일부러 감동을 주기 위해 작위적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감동적이지?' 라며 감동폭탄을 던진 듯 과한 감동이 아니라,
부드러운 바람이 불듯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감동을 줄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 그가 말한다.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받는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p.228
하리
표현하는 일은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적잖은 오만이다. 누구든 자기 그릇에 맞추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p.13
사람에게는 보람이라는 것이 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일 가운 조금은 마음이 통하는 일상이 기다리는, 그런 작은 일로 사람에게는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p.33
고독이란 것을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정말 편해요. p.44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날들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결국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호흡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일기를 쓰지 않게 된 것은 단지 피곤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살지 않았기에, ‘기록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없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p.156
나는 내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왔어. 하지만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이루어지지 않는 희망도 있다는 걸 알았지. 자신의 행복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타인의 행복이 된다는 것을, 그것은 슬픈 일이지만 인간으로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지. 신도 그러길 바랄 거야. p.187
꼭 균형이 잡힌 대칭만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요. 때로 평범한 인생보다 흐트러진 인생이 훨씬 아름다운 것처럼 말입니다. p.189
인생이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거지요. p.195
점쟁이는 손금을 봐주고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요. 손금을 봐서 먹고 사는 사람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이상하지만, 자기 손금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불행해진다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란 그만큼 걱정거리를 안게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손금에 연연해하는 것을 졸업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라고, 살아갈 용기가 생길 거라고. p.200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그림을 보면서, 그곳에 투영된 자신의 마음을 보고 위로받는 거야. 외로운 사람이 외로움을 잊어보겠다고 화려한 그림을 장식하면 안 돼.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맛보게 될걸. p.211
기억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자기 좋을대로 변형되니까요.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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