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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다정함 권장량
송재은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오늘의책 #하리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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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둘 곳 잃은 당신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
#일일다정한권장량
#송재은
#웜그레이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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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설명서처럼 생긴 커버가 눈에 띄었다. 섭취방법, 영양 정보 등 정말 영양제처럼 권장량을 안내해주는 이 책, 눈에 띄었지만 망설이다 사지 않았다. 작은 책방에서, 국제도서전에서 몇번 마주쳤지만 사지 않았던 책을 결국 샀다. 웜그레이앤블루 크루로 활동하면서 재은작가의 글을 읽게 되었고 그제서야 책을 사야겠다 생각했다. 다정을 좋아하는 내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끌릴만 했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송재은 작가를 좋아한다. 앤솔러지를 거쳐 <사랑과 두려움에 대해여>를 읽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 책을 여름 내내 오래오래 곁에 두었다. 다정이 필요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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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러모은 다정함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의 미소와 안부 한 마디 건넬 계기가 우리에겐 필요하니까. 하루 치 다정함을 채워줄 좋은 사람, 대화, 만남을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들을 겹겹의 종이 사이에 담았습니다. 꺼내 읽을수록 곁에 머무는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들어가며
재은은 자신이 가진 따스함이 없어, 온갖 다정을 끌어다 오늘을 연명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 재은이 당신들의 다정함을 그러모았다고 한다. 나는 작가의 이런 마음 역시 다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안다. 다정하지 않은 자신이 다정한 당신들 덕분에 따스해졌다는 마음은 늘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섭취방법
1. 집을 나서기 전 한 편씩 챙겨주세요.
2. 마음이 헛헛하고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순간에 열어주세요.
3. 당신의 하루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잠들어요.
마음이 헛헛하고 온기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래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나의 하루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당신은 응원을 받고 싶은 당신이기도 하다. 집을 나서는 길에 다정함 한 스푼(?)이 필요한 사람, 그걸 아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었다. 소중한 사람임이 분명한대도, 곁에 있는 나의 사람보다 다른 이를 우선순위에 두고, 언제까지고 옆에 있을거란 오만한 믿음으로 지금을 헛되어 보내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어떤 변명이나 핑계없이 오롯이 다정함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그런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다정한 사람을 적어두는 마음의 애틋하다.
우리는 모두 바쁘고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일상에 지쳤다. 관계는 힘들고 어렵고 타인은 내 마음같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으로 당신을 대했다하더라도 그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견디기 어려운 것과 당신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 다를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들과의 온기가 그립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과 낯선 분위기를 감당하고 싶지가 않다.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우리는 가끔 너무 오래 괜찮은 척 하다가 무너지곤 하니까. p.72' 그렇게 어느날은 무너지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 행복을 감당할 수 없을까 겁이 나 불행을 택한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사랑하지 않기를 택한다. p.94' 지금 불행한 것은 내 탓인것만 같고 상처로 돌아온다면 차라리 무엇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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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잘할 수 있게 되기는 커녕 후회와 눈물은 잦아지고 나잇살만큼 경험 많은 어른이 된 척해야 하지만 사실 십 년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들켜도 괜찮은 것. 그게 다시 어린아이처럼 사랑할 이유가 되어주는 것. 아무리 많은 관계를 지나온다고 해도 능숙해지지도 성숙해지지도 못하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사랑에 목매도 괜찮은 것. 예정된 실망과 다툼이 기다려도 내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p.223-224'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또 비슷하다. 능숙해지지도 성숙해지지도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결국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이중적인 마음. 돌아오는 것이 없다해도 다정함을 계속 전하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으로 무너진 마음에도 다정을 얹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에 충실하지 않고서야 더 멋진 삶은 고사하고, 스스로 온전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저 과거를 그리되 오늘의 평범함을 미워하지 않고 아껴주면 좋겠다. 내일은 부르지 않아도 오늘을 닮아가니까. 가슴에 따뜻하고 몽글한 그리움 하나 간직한 채 정성을 다해 지금을 살면 된다. p.174
지치고 피곤한 밤. 다정함 한 편씩 복용하세요.
당신의 마음에 다정함을 드려요.
/책 속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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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손을 흔든다. 아끼는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p.23
내 행복이 너를 웃게 하고, 네 불행이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일이 나는 좋기만 하다. 우리 그냥 감정에 솔직해도 서로를 상처 줄리 없어서. 내 행복이 네 슬픔을 무시하지 않고, 네 슬픔이 내 행복을 낮잡아보지 않으니까. p.27
마음 둘 곳을 늘려가지 않으면 우리는 자꾸만 좁아진다. 좋아하는 일에 마음 쓰지 않으면, 정성을 다하는 법을 잊는다.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으면 그가 점점 희미해지다 무뎌지는 것처럼. 정성 쏟을 대상이 없는 하루는 점점 짧아진다. p.26
우리의 대화는 늘 그렇듯 매번 똑같은 미래로 넘어간다. 한적한 곳으로 가자. 마당이 있는, 바다가 있고, 산도 있어야 좋겠고, 개랑 고양이를 기르자. p.28
밤이면 온갖 기억이 되살아나고, 지나간 마음이 돌아와 빗소리처럼 문을 두드린다. 차분한 어둠을 마주하면 우리는 조금 미련해지는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도 그만둘 줄 모른다. 쓸데없이 솔직해진 마음에 나도 모르게 숨겨두었던 불안이 떠오른다. 유난히 위로가 필요하고 곁이 궁하다. (...) 우리에게는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어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밤의 고요가 필요하다. p.31
지난 일은 지나 보낼 수만 있어서, 어떻게 안고 가야 할지를 선택해야 할 뿐이다. 그럴 마음이 서로에게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다만 그 모든 상처를 지나고도 서로를 본인의 인생으로 끌어당기기로 했다. 그거면 된다. 완벽한 건 아무것도 없다. p.54
우리는 가끔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실수를 한다. 마음에 없는 순간들에 시간을 낭비하고, 쓸데없는 걱정에 마음을 내어준다. 사랑하는 당신들만 순위에서 빠질 때가 있다. 나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세상을 위해서 살고 있는데, 사랑만 오늘 하루에서 빠지곤 한다. 생각보다 자주. p.56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갖가지 핑계를 이겨내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가장 먼저 손에 꼽아야 할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않도록, 다정한 당신들을 적어둔다. p.56
아마 마음은 흉터없이 새살이 돋으면 안 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일을 없던 것처러 덮어두고 나면, 울기 전에 한참 웃었던 일도 없었던 거로 해야 하니까. 아프고 싶지 않은데, 아프지 않을 수 없으니 마음껏 울게 해주는 당신이 있어 다행이다.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우리는 가끔 너무 오래 괜찮은 척 하다가 무너지곤 하니까. p.72
우리는 맨몸으로 타인에 닿기에는 연약해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기엔 여리니까 고양이나 책, 운동처럼 나라는 사람의 실루엣을 알려줄 대상을 먼저 나누는 거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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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해진다는 게 꼭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일인 것만 같고, 나만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은 때가 있다. 내가 당신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지라도, 행복에 대한 기대의 반동으로 주어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나를 꽁꽁 감춘다.
우리는 가끔 행복을 감당할 수 없을까 겁이 나 불행을 택한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사랑하지 않기를 택한다.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