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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함께 -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 ㅣ 읽는 시간 2
정은귀 지음 / 민음사 / 2024년 9월
평점 :
#오늘의책 #온라인필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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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1일차
2023년 10월 30일부터 2024년 10월 29일까지 매일필사를 했습니다. 2024년 10월 29일이 매일필사 365일차였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4년 10월 30일, 버찌책방과 함께 <홀로 함께>라는 책을 읽고 필사하기로 했습니다. 1년필사에 이어서 새롭게 1일차를 시작했습니다.
11월 내내 시와 만나고 단상을 적어보는 시간이었네요.
1일차
시를 읽고 필사를 하면 시인의 원하는 숲으로 들어간다기보다 나만의 숲을 헤매게 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엄청난 재앙같은 상실의 숲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아가는 숲이기도 하지요. 소중한 게 무엇인지 뒤늦게 알아채고 후회의 숲에 갇히기도 합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 중에서 되찾고 싶은 것은 나 자신입니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해 그토록 오래 읽고 썼나봅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말라는 정은귀 선생님의 문장을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봅니다.
2일차
어떤 진실은 마음이 아파서 모르는 체하고 싶어집니다. 블레이크의 시가 그렇습니다. 불편한 현실, 슬픈 장면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름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고 싶어지죠.
✅️ 화내야 할 일에 화내고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고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은 행복하지 않기.
무언가 대단히 앞장서서 해내는 것이 아니라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피하지 않고 지켜보다보면 어딘가에 도달해 있겠지요.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무언가 되는 일이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되는 일조차 쉽지 않으니까요.
3일차
저는 그저 나무이고 싶습니다.
계절이 흐르는대로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흘러가는.
나무의 흔들림이 불안하지 않은 것은 뿌리가 단단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유연하게 흔들리는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초록의 풍경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날들입니다.
정은귀 선생님은 겨울 나무를 보고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지나간 것을 뒤돌아보고 그리워하는 비우고 채우는 것을 하는데 느린 사람인가봅니다.
언젠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내는, 무언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4일차
정은귀 선생님은 열등생이었던 적이 없었군요😂
열등생이었던 저는 수업 중에 창밖을 보는 게 더 좋았던 학생이었지요. 교과서 아래 소설책을 놓고 몰래 보기를 좋아했고요. 교복 안쪽에 이어폰을 넣어 음악을 듣기도 했었답니다.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줄 아는 사람, 뭐 그런 광고가 생각네요. 다수에 따르는 게 눈에 띄지 않고 괜히 나섰다가 피곤해지는 게 싫은 어른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 속 열등생은 당당히 아니라고 말하고 불행의 흑판에 행복을 그리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말이죠. 같은 열등생인데 왜 이렇게 다르죠?
하지만 시를 읽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여전히 자주 하고 좋아하는 일입니다. 어제의 불행은 잊고 오늘의 행복을 찾는 일도 좀 하고 있고요. 오늘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 성공입니다.
6일차
사람을 싫어하면서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는 일이 지루하지만 또 사는 일이 설레기도 합니다.
알다가도 모를 마음입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만 잘 사는 일은 어렵겠지요.
홀로 걷는 줄 알았는데 함께 걷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렇게 잘린 가지를 쓰다듬으며 살아가야겠습니다.
7일차
이번 챕터는 위로의 문장이 가득하네요.
어떤 것도 그냥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
힘들 때 좀 쉬어도 된다는 말.
선물처럼 매순간, 매일이 있으니
숨 깊게 내쉬고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며
'지금-여기' 나 자신에 집중해야겠습니다.
12일차
<윌리엄 워즈워스, 선잠이 내 영혼을 봉했으니>
빛이 사라진다고 영원히 빛나지 않는 않는 것은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는다고 영원한 어둠은 없다는 것을.
지금 절망 속에 있다한들 그걸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막막하고 두렵기만 한 순간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있음을.
그리하여 빛도 어둠도, 절망도 희망도 전부 사라졌다가도 다시 생겨나는 것음을 깨닫는 밤입니다.
나만의 노래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선잠'에 빠져있으므로.
13일차
<파블로 내루다, 책에 부치는 노래1>
삶 자체가 시라니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삶 자체에서 삶을 배우고 더불어 산 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네루다의 시야말로 삶이 곧 시네요.
사람과 관계에 지쳐서 차라리 혼자가 낫다며 숨어버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서는 잘 살 수 없더군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서로가 서러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삶, 그게 중요하더라고요.
지금 여기에서 함께하는 우리를 만들고 싶네요.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고, 우리가 만나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기를.
그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습니다.
18일차
민주주의에 대한 챕터를 읽고나니
같이 읽었던 <소년이 온다>가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우리가 쟁취한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누군가가 타협하지 않고 두려움을 견디며 맞서 싸우고 희생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20일, 21일차
홀로이나 함께 가는 우리,
라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혼자라 생각했으나 늘 곁에 누군가 있었다고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그 누군가도 나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였기를.
22일차 #에필로그
좋아하는 안희연 시인으로 마무리하는 책이라니 넘 좋고요☺️
멍든 마음에도 꽃이 핀다던 독서인플루언서 나나님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누군가 나의 영혼을 꾸욱 눌러서 멍이 들었을지라도 그 자리에 꽃이 피고 사랑이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요. 저의 영혼에 손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우리 사이에는 사랑이 존재할테니까요.
어제보다 조금 더 풍성해질 수 있기를.
가뿐하게 힘든 순간 넘어설 수 있기를.
홀로이면서 함께 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함께이면서 홀로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면서.
그것이 시의 힘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한걸음 내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