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가 만나서 어쩌다 이런 사랑을 하고
김현경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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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여기, 기형적인 형태를 가진 어떤 사랑이 있다.”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라 믿었던 것을 스스로 그만두고, 또다시 찾고, 배신당하고, 다시 찾고, 또다시 배신당하고, 또다시 찾는 이가 있다. 이것을 사랑이라 불러도 될까.


#어쩌다우리가만나서어쩌다우리가사랑을하고

#김현경

#웜그레이앤블루





우연히 만난 그가 궁금해졌고, 그도 나를 궁금해한다. 사랑은 그렇게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설렘과 함께 시작됐다. 그에게 정리되지 못한(?) 연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을 정리하고자 했으나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하고 그러다 다시 배신당하는 평범하지 않은 기형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이 사랑인지 아닌지조차 고민해야 했고 사랑했던 시간보다 헤어진 채로 지지하게 보낸 시간이 더 길었던 '다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이 기록이 무엇이 될지,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관찰한 일지이자 나의 일기자 어느 이상한 영화 대본 같은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그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p.30


그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순간들이 서로에게 이야기가 된다.  사랑을 하면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들어가게 되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다. 글을 쓴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하지 못한 사랑을 풀어내는 일기도 하다. 그래서 현경의 기록이 어쩌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런 그를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라는 사람은 보고 싶을 대에는 봐야 하고, 좋지 않은 얼굴과 마음이래도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낯간지러운 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기에, 그와 무척이나 달랐다. p.46


무척이나 다른 그를 만나면서 하지 못한 말들이 늘어가고 그를 기다리는 시간도 많았다. 그래서 이 기록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적인 사랑. 그래서 그 사랑을 다할 때까지 멈출 수 없었던 현경의 이야기가 애잔했다. 더 사랑해 주기를 바라고 사랑해 준 날들을 떠올리며 글을 썼을 현경의 마음에 먹먹해지기도 했다. 


지나간 사랑에 마음에 쓰는 날들을 생각한다. 과거를 복기하며 지난 사랑의 순간순간의 마음을 되살리고 미련과 후회스러운 시간을 반복재생하듯 떠올렸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다르게 말했다면, 과 같은 바보 같은 짓을 징그럽게 오래오래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대도 나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만두는 방법을 몰랐다. 마음과 미련을 다 써서 소진시켜야만 했다. 현경이 제주에 내려간 것처럼. 다 쓰지 못한 사랑은 이렇게 오래도록 남아 시도 때도 없이 생채기를 내고 다시 그리워지곤 한다. 그렇게 문득문득 슬프고 다시 보고 싶고 마음 찢어졌다가 걱정하는 날들을 보내고 나서야 차츰 옅어지는 마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말해주고 싶었다. 오롯이 사랑만을 담아서. 


"사랑해, 오늘만 사랑한다고 말할게." p.135 


#책속한문장


가끔 그렇게 찾아오게 만든 일이 미안했지만, 또 가끔은 이런 나를 그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이해해 주었으면 했다. 나를 조금 더 사랑해 주었으면 했다. p.66


나는 다가올 이별에 대해서는 쓴 적이 없다. 다만 그가 나를 처음 사랑해 준 날들을 떠올리고, 써둔 글을 다시 읽어낼 뿐이었다. p.74 


가끔은 그런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네게, 그러니까 '어디에도 기대지 말고 춤을 춰요' 말하던 너에게 나도 그런 문장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네가 시를 더 썼으면 좋겠어. 내가 못하는 일이기도 하고,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 p.82


어떤 사랑은 이해할 수 없다. 다하지 못한 사랑은 다 쓰지 않고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p.106


이미 지나간 그에게 또 마음을 쓴다. p.113


해내지 못한 일들, 미련으로 남은 일들을 해결한다면, 그것이 어쩌면 내가 그를 그만둘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라 생각했다. 누군가는 가지 않는 것을 망각의 방식으로 택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는 망각의 방식으로 마음과 미련을 다 쓰고 해결하는 일을 택했다. p.120


사랑이란 건 참 이상하다. 나도 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았다. 이야기로서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었으나, 내 행동에는 사랑 외에 다른 의도와 이유가 없었다. 정말이지 나조차도 그 이유를 ''다 쓰지 못한 사랑'이락만 표현할 수 있을 뿐, 더 이유를 댈 수 없었다.


#에필로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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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가 만나서 어쩌다 이런 사랑을 하고
김현경 지음 / 웜그레이앤블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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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은 이해할 수 없다. 사랑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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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앤드 산문집 시리즈
이소연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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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시인 처음인데 참 좋네요. 생각했던 거보다 더더더더!!!! 게다가 제목이랑 커버가 넘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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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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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집은 실패가 없다. 서윤후의 시집을 다시 읽으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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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일기
서윤후 지음 / 샘터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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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도서제공




<들키고 싶은 어둠 하나쯤 켜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쓰기에 관한 시인 서윤후의 고백 일기>


#쓰기일기

#서윤후

#샘터사




일기를 쓸 때도 솔직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 자신이 독자인 일기조차도. 쓰는 것이 두려웠다. '이 작은 불꽃에 관한 보고서를 들키고 싶은 어둠 하나쯤 켜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시인의 말에 먹먹해지고 말았다. 숨고 싶었으나 들키고 싶었고 따뜻한 곁을 원했으나 오롯이 혼자를 바라는 마음을. 그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지만 일그러진 나의 얼굴또한 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이해받게 되었다.


시인의 산문집이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 시인의 시를 읽을 때도 외로운 망망대해, 작은 빛줄기같은 기분을 느꼈다. 슬플수록 분명하게 자라는 게 있다고, 벼랑에서 서로의 난간이 되어주는 그런 시인의 시처럼 산문집 역시 시인의 언어로, 시인의 문장으로 마음 안에 가득찼다.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영원에 걸려 넘어졌을 때. 어떤 균열을 지나며 상처를 투사하는 시간을 만날 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싶을 때. 시인의 순간순간을 함께 지나오며 작품을 빗물 고인 웅덩이 삼아 나의 얼굴을 드리우고(p.150) 싶었다. 삶의 영감이나 생할의 아름다움에 쓰는 일로 반응(p.151)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시인의 일기를 읽을 때면 밤이 좋았다. 밤에서 새벽으로 지나가는 그 시간에 시인의 일기를 읽고 그 일기속에 파묻혔다. 시를 쓰며 기다리는 쪽이 되었다던 시인. 기다리면 무엇이든 찾아온다는 시인의 말을 마음에 담는다. 장대가 되어 넘어설지는 모르겠지만. 갯벌처럼 질척이는 바닥에 박혀버린 나를 조금은 꺼내어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쓴다. 그렇게 '무언가를 쓰게 되고 그게 시가 되고, 일기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p.138) 하더라도.





쓰게 되었으니, 쓰기로 한다. p.153



<책속 문장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없지만 시는 여전히 여기에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없지만 우리의 시가 거기에 그대로 있을 것이기에. - P91

어떤 글을 쓸 때면 나는 항상 원점으로 돌아간다. 원점은 내가 되기 전이나 내가 기억하고 싶은 선별된 순간이 아니라 내 안에서 일어난 균열의 자리이다. 어떤 균열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고, 어떤 균열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으며, 어떤 균열은 아름답게 미장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상처를 투시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은 꽤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을 건너는 동안 나의 어떤 흠은 채워졌고, 낡고 견고한 것들 사이에서 더 아름답게 빛났다. 상처는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생겨나지 않았고, 제각기 다른 형태로 아물어갔다. - P122

문학의 작동 방식을 생각하면 한 인간이 가진 상흔이 어떤 형태로 삶을 끌어안고 지탱하며 살아가는지 헤아리게 된다. 상처 없이 말끔한 영혼도 문학을 펼칠 수 있겠지만, 내가 만나온 그동안의 문학 속 이야기는 상처가 상처를 지나는 이야기였다. 상처 다음에 무엇이 올 것인지 그 질문이 다른 상처에게로 닿아서 대답을 흉터로 짊어질 때 문학은 아름답고 성실해 보이기도 했다. p.122 - P122

어떤 기분을 따라가다가 길을 잃은 느낌이 든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런 기분의 출처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를 분명히 보려고 가는 길이지만. 그래서 무언가를 쓰게 되고 그게 시가 되고, 일기가 되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p.138 - P138

우리가 우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서로 시작할 수 있는 이름이 다를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다시 그릴 수 없다면 각자 간직한 얼굴로 영원히 왜곡하는 것이 시의 운명이라 여기지기도 한다. p.141 - P141

시를 쓰면서 나는 자주 기다리는 쪽이 되었다. 무엇이든 찾아오니까. 희망을 넘어서도 된다는 듯이. 나는 장대가 되어 시를 기다린다.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게 해주겠다는 각오로. p.158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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