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시한부 판정을 받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저는 아이도 없고 엄마를 잃지도 않아서일까? 읽기 시작하고나서 잘 읽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38살의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인 니나 리그스 역시 시한부의 삶을 받아들이기는 분명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니나 리그스는 담담하게 일상을 풀어나가고 있었다.

 

 

 

대칭의 몸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어 좋기도 했지만 한쪽뿐인 가슴에, 비대칭과 흉터로 얼룩진 내 몸의 오점에 더 마음이 끌리기도 했다. 내 몸은 하나의 진실이자 하나의 장치였다. 내가 상실한 것들에 손을 얹고 나의 현실을 되짚어보는 하나의 장치. p.224

 

 

 

사라진 한 쪽 가슴을 진실이라고 표현하고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담대히 바라보고 싶다던 그녀의 바람처럼 담담하게, 천천히 삶을 이어간다. 암과의 투쟁 속에서 두려움이나 절망, 슬픔이 왜 없겠는가. 니나 리그스의 절망과 슬픔이 과하게 드러나지 않을수록 나는 슬퍼서 어쩔 줄 몰랐다. 죽고 싶었던 날이 있었지만 죽지 못했고 죽음 앞에 두렵지 않다던 과거의 나를 떠오르게 한다. 늘 뒷걸음질만 치고 있어서였나. 죽음이 내려앉은 길을 걷고 있는 니나의 모습은 아프지 않은데 오히려 내가 더 아파서 자꾸만 가슴이 따끔거렸다.

 

 

 

나는 내 삶에 벌어지는 그 어떤 일도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싶지 않았고 짜증나고 혼란스러운 일도, 심지어 지겹게 느껴지는 일상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아이들 방과 후 도로변에 가득 줄지어 선 자동차, 책가방을 메고 뛰어나오는 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받는 아이들을 기다릴 때 빛나던 전등 불빛까지도. 카바노프가 내 침대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실은 자신도 두렵노라고 인정하는 모습도, 아래층에서 들리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도, 갑자기 굵고 거칠게 자라나는 내 머리카락도. p.258

 

 

 

나 역시도 니나 리그스와 같은 마음이고 싶다.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싶지 않고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담대함을 갖고 싶었다.

 

 

 

 

지금 이 시기 역시 내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할 내 삶의 일부라고 내가 말하자 남편은 숨을 쉴 수 없는 날들이 두려운 거라고 말했다. 이후 우리의 삶은 나와 남편의 말처럼 펼쳐졌다. 우리는 숨죽였지만 역시 우리의 날들을 사랑했다.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약속된 날이었다. 하나의 밤을 견뎌 또 다른 밤을 맞이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낸 날들이었다. p.374

 

 

 

행복한 것도, 아픈 것도, 힘든 것도, 그 어떤 날도 사랑해야할 내 삶의 일부라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니나 리그스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절망보다 삶 속에서의 사랑과 믿음을 더욱 굳건히 심어주고 떠났다. 간절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싶다.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전이성 유방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삶을 살다간 한 작가의 마지막 삶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그녀는 암이 진행된 제1기, 제2기, 제3기, 제4기까지 약 1년 6개월간, 사랑스럽고 생기 넘치는 두 아들과 언제나 정직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남편, 가족과 지인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친구들 등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일상의 풍경을 놓치지 않고 이 책에 담아냈다. 시인이자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의 5대손인 저자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죽음 앞에서 지키고자 했던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뛰어난 필력으로 그려내 미국에서는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본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며 2017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고 수많은 독자들과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_ 책소개

 

 

 

 

 

 

 

피가 흐르고 나서야 날이 잘선 칼날에 베였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지만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죽음이라는 칼날에 베이기 훨씬 전에 고통이 먼저 찾아든다는 걸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p.150


"사랑한단다."

요즘 우리가 북클럽 모임을 마칠 때 하는 말이다. 사랑해. 우리는 엄마를 사랑한다. 다만 이 말을 왜 이제야 서로 하게 되었을까? p.150



몽테뉴가 찬양했던 금욕과 평정,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엄마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해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라기보단 오히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담대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만. p.162



음, 더욱 오래 머무르고 싶어

음, 조금 더 오래

음, 네 곁에서 조금 더 오래 p.236

나는 내 삶에 벌어지는 그 어떤 일도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싶지 않았고 짜증나고 혼란스러운 일도, 심지어 지겹게 느껴지는 일상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아이들 방과 후 도로변에 가득 줄지어 선 자동차, 책가방을 메고 뛰어나오는 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받는 아이들을 기다릴 때 빛나던 전등 불빛까지도. 카바노프가 내 침대 옆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실은 자신도 두렵노라고 인정하는 모습도, 아래층에서 들리는 가족들의 웃음소리도, 갑자기 굵고 거칠게 자라나는 내 머리카락도. p.258


우리는 고통은 드러내되 상처는 감춘다. p.283

"이상하죠."

내가 말했다. "저는 제 현실보다 우울한 책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요즘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은 하나같이 약간씩 괜찮지 않은 구석이 있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어쩌면 괜찮은 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295



내게 믿음이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어둠으로 가득 찬 구덩이를 겁내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다.(...)나는 펜타닐, 옥시코돈, 이부프로펜 등 다양한 진통제에 의지해 살고 있지만 내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내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는 믿음뿐이었다. p.337


지금 이 시기 역시 내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할 내 삶의 일부라고 내가 말하자 남편은 숨을 쉴 수 없는 날들이 두려운 거라고 말했다. 이후 우리의 삶은 나와 남편의 말처럼 펼쳐졌다. 우리는 숨죽였지만 역시 우리의 날들을 사랑했다.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약속된 날이었다. 하나의 밤을 견뎌 또 다른 밤을 맞이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낸 날들이었다.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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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01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리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사진으로 만나는 하리님의 캘리그라피도 늘 그렇듯 멋있습니다.^^

날씨가 무척 추워지려는지, 바람도 많이 불고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하리 2017-12-01 01:50   좋아요 2 | URL
잊지않고 반겨주시니 마음 따뜻해지네요. 서니데이님도 잘 지내셨지요? 전 이사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어요. 이제 좀 여유가 생겼네요. 정말 한겨울이 되었어요ㅠ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밤 되세요! 감기도 조심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