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한유석

하루의 끝, 한번에 와인
한 병을 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통 세 번에 나누어 마시는데
좋아지든 나빠지든 마실
때마다 맛의 변화가 좋다.
보관의 문제도 있겠지만
같은 와인이 공기와 만나
다른 표정을 짓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람이지만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각각 다른 표정을 짓는다.
사는 일은 깊이가
필요하지만
맥주 한잔 마실 때 만큼이라도 마음고생은 날려버리라고.
부엉이와 함께 진지함과
가벼움이 함께 날아오르고,
즐거운 비행이었다고 미소로 착륙한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발을 딛는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도움닫기
발판이 되어 더 멀리,
더 깊이 가게 된다.
스스로 부풀어올라 하늘을
날아 무지개를 보기도 하고,
천길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술자리의 내다버리고 싶은
기억도 많지만,
땅거미가 지는 밤,
그래도 술그늘을 찾는
것은 음식그늘,
사람그늘이 함께 빚어내는 아름다운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