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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지털 시대 - Google 회장 에릭 슈미트의 압도적인 통찰과 예측, 개정증보판
에릭 슈미트 & 제러드 코언 지음, 이진원 옮김 / 알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고대로부터 미래를 알고 싶어했습니다. 이러한 욕망은 동양에서 주역을 바탕으로 하는 사주명리학, 관상학, 풍수지리설과 같은 다양한 점복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서양에서는 주로 천체현상을 관찰하여 인간의 운명이나 장래를 점치는 방법(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인 점성술과 카드나 수정구 같은 도구를 이용한 점술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도 예외는 아니여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라는 관상감, 고려는 태사국, 조선은 서운관을 두고 미래를 읽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히틀러가 점성술에 매료되었다는 주장이나 모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관상을 고려했다는 소문을 보면, 그 진위여부를 떠나 미래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이 보다 객관성을 갖게 된 것은 과학의 발달 덕분입니다. 게다가 경제대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급변하는 사회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결집했고, 그 결과 미래학(futurology)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미래학자는 엘빈 토플러일 듯 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 됨에 따라 인간과 사회가 이에 적응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을 시작으로 『제3의 물결』, 『권력이동』 3부작은 정보화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베스트셀러로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필독서이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저자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후의 미래를 예측하는 다양한 저서들이 활발하게 출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살펴보게 될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 역시 이러한 책 중의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저자입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GOOGLE)의 회장이자 컴퓨터 공학박사인 에릭 슈미트와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Google Ideas’의 소장이자 최연소 국무부 자문관을 지낸 정치학자인 제러드 코언이 바로 그들입니다. 공학자와 안보전문가라는 서로 상이한 관점에서 "개인으로의 권력이동이 궁극적으로 더 안전할 세상을 만들까 아니면 더 위험한 세상을 만들까?"(p.15 머릿말에서)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며,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노력의 산물인 이 책을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결성의 발달은 개인의 삶을 뛰어넘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즉, 현실세계과 가상세계가 공존하고, 충돌하고, 상호 보완하는 방식은 향후 수십 년간 시민과 국가의 행동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모든 뉴스가 반드시 좋지는 않을 것이다.
-p.55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연결성입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디지털 기기들은 세상 사람들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하고 있으며, 곧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연결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연결성이 바로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연결성은 개인의 삶을 바꿀 것이고(1장), 개인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를 바꿀 것이며(2장), 개인과 사회에 대한 국가의 전략(3장)을 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연쇄적으로 국가에 반하는 혁명(4장), 테러리즘(5장), 국가간의 전쟁(6장)과 재건(7장)의 양상 또한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치밀한 논리적 추론과 풍부한 현실적 사례를 통해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긍정과 부정, 양쪽 측면 모두 공정하고 생생하고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내는 데는 거대한 장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미래를 말하는 이 책에는 당연히 기술 용어가 속속 등장하고, 세계의 미래를 논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 용어와 사례들이 무수히 존재합니다. 원저자들도 이 점을 의식하고, 적절한 각주(脚註)와 책의 말미에 방대한 주석을 마련해 두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역자의 눈부신 활약입니다. 난해한 단어들이 등장할 때마다 역자는 친절하게 바로 옆에 해설해 놓아서 독자들이 보다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 대해 역자서문은 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은 편집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러한 설명이 저자의 것인지 역자의 배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저는 인터넷 서점에서 원서를 미리보기를 통해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바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마치 정신없는 액션영화 한 편을 본 듯 하다는 점입니다. 시종일관 모든 것을 닥치는대로 부수는 영화 속 액션의 연속처럼, 이 책은 연결성에서 시작된 개념을 개인, 사회, 국가, 세계로 확장시키며 끊임없는 가정과 사례의 연속으로 4백여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미래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그려내려는 저자의 열정은 보기 좋지만, 역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다하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글의 분량을 적절하게 나누고, 독자들이 잠깐씩 쉬면서 스스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들의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기술의 진보 이면에는 인간성의 퇴보가 존재하며, 경제 발전은 환경오염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적 자유만큼이나 억압과 폭력 또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다행스럽게도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교수는 다음과 같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바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rture is to create it.)"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멋진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과 연결성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이 책은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낙관할 수 있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도구나 홀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목격되는 남용, 고통, 파괴를 저지할 수 있는 기술과 연결성이 가진 능력 때문이다. 폭로할 기회가 생겼을 때 폭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연결성과 기술적인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연결되기만 하면 나머지 일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p.423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