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우스님의 불멸의 명작<대통령과 기생충>... 리뷰를 올려야 했으나 귀차니즘 때문에 실패를 하고 조용히 묻혔었다.
한데, 오늘 마태우스님의 <천국의 열쇠>리뷰속에 "요충에 걸린 여자가 사회에 복수하기 위해 지하철 손잡이를 훑고 다닌다는 류의 소설만 쓸 줄 아는 나로서는 훌륭한 장편소설을 쓴 크로닌과, 그런 소설가를 탄생시킨 스코틀랜드의 교육이 부럽기만 하다. " 란 문장을 읽고보니 이 책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그 요충에 걸린 여자가 이 책에 나온다.
사회에 복수하기 위해 지하철 손잡이를 훑고 다니며 기생충을 옮겼던 그 여자는 기생충을 연구하는 마태수 탐정에 의해서 구원받는다. 이 짤막하고 재미있는 단편을 읽다보면 요충에 걸렸을때의 증상, 요충 전염경로, 걸리지 않기 위해 주의할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자에게 호감을 사려면 공공장소에서 항문에 대한 질문을 하지말아야 한다' 는 것을 알게된다..^^ 어찌 이보다 더 유익할 수 있으랴....!
크로닌의 소설을 매우 좋아하지만, 마태우스님의 소설 또한 크로닌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마태우스님은 자신의 소설에 대해 겸양의 발언을 하셨지만, 이 책을 킬킬 웃어가며 유쾌하게 읽고, 기생충에 대한 재미난 사실들을 머릿속에 쏙쏙 집어넣은 나로서는 그 발언에 이의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눈 안을 기어다니는 동양안충, 삼겹살을 덜 익혀먹어 걸리는 유구낭미충, 결핵처럼 보이는 폐흡충, 멸종 위기에 처한 회충, 정력의 상징인 뱀을 먹어 걸리는 스파르가눔 등 꼭 알아두어야 할 상식적인 내용들을 쉽고 유머러스하게 탐정소설로 형상화시키는 이 작업들을 마태우스님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불쾌하고 재미없어질 수 있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엮은 마태우스님께 존경을 보낸다.
사족 하나...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기생충에 감염되면 영양소를 기생충에게 뺏겨 살이빠지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서, 잠깐 감염되었다가 치료받으면 살도 빠지고 좋겠다는 생각을 얼핏 한 적이 있었다. 한데, 이 책에 바로 그 이야기가 나온다.
다이어트를 위해 장모세선충에 일부러 감염되었던 한 여대생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내용.. 기생충을 치료할 타이밍을 못잡아 결국 죽게되는데, 만일 적당히 살을 빼고난 후 기생충을 치료했다면? 이건 훌륭한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까?
아아~ 저자의 의도는 이게 아닌데 난 왜 이런 생각만 나는건지.... 이 기생충을 잘 연구해서 다이어트약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고있다....^^;;; 혹시 마태우스님이 시도해 보실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