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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 빈의 우승컵 구출 작전 ㅣ 클라리스 빈의 학교생활 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5월
평점 :
내가 애들에게 책을 사주는 기준은 솔직히 말하자면 좀 멋대로다. 학교에서 날아온 권장도서목록은 저만치 옆에 제껴놓고, 나는 알라딘을 뒤진다. 표지도 이쁘고 제목도 근사하고.. 한마디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셈이다. 내게 간택받은 이 책 <클라리스 빈의 우승컵 구출작전>도 그렇게 우리집으로 왔다.
사실, 이 책은 선명한 색상과 똘망똘망한 여자아이가 그려진 표지만으로도 시선을 끈다. 한데, 받고보니 더 만족스러웠다. 양장본이라는것도 좋지만 꽃분홍색의 띠가 책갈피 대신으로 붙어 있다. 게다가, 겉표지 바탕은 매끌한 감촉으로 하고, 그림 부분은 다른 질감을 사용하여 자꾸만 만져보고 싶게 만들었다.
로렌 차일드의 작품을 전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유명 작가였다. 아무래도 나만 몰랐나 보다. 그녀의 삽화가 넘 마음에 든다. 그리고, 톡톡 튀는 문체가 너무나 즐겁다. 주인공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제멋대로 춤추는 글자모양도 재밌다.
이 책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사건은 독서경진대회에 걸려있던 우승컵의 분실과 그걸 찾기위해 동분서주하는 클라리스 빈의 활약이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더 눈에 들어오는건 학교 생활과 친구들과 가족들을 묘사하는 귀여운 소녀의 머릿속이다. 외동딸이고 싶어하는 소녀 클라리스 빈의 끊임없이 팽글팽글 도는 머리속을 따라가다 보면, 귀엽고도 발랄한 상상력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내 머릿속에 있는 귀중한 공간은 모두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바로 내가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다. "팔꿈치를 식탁에서내려라."라든가, "동생 꼬집지 마라."와 같은, 자질구레하고 쓸데없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불만이 가득한, 얼마나 귀여운 발상인가..!^^
싫어하는 선생님과 매일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클라리스 빈의 말에 아빠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며, 자신 또한 그런 상사가 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의 대답은 걸작이다..
- 적어도 아빠는 괴롭힘을 당하는 대가로 월급은 받잖아요. 전 완전히 무료라구요.
그녀의 생활과 함께하는 책이 있다. 루비 레드포트 탐정 시리즈다. 그녀의 생활 구석구석마다 이 책이 등장한다. 소녀 명탐정인 루비 레드포트의 이야기에 푹 빠진 클라리스 빈은 모든 상황을 루비 레드포트의 생활에 적용시키고, 생활해 나간다. 분실된 우승컵을 찾게 되는 과정도 꼬마 명탐정 루비 레드포트를 연구한 덕분이랄까..ㅎㅎ 우리 딸은 이 책을 읽고나더니, 루비 레드포트 시리즈를 사달라고 난리다. 아무리 실제 책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도 내가 인터넷을 뒤지는걸 보고서야 포기한다.
말이 아이책이지 어른들이 읽어도 무방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몇 권을 보관함에 넣어놓았다.
읽는동안 참 유쾌하고 즐거웠다. 소녀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 혹은 소녀친구를 하나 사귄것 같은 느낌이다.. 루비 레드포트 시리즈를 읽느라 책벌레가 된 클라리스 빈의 삽화 하나를 올리면서 이 느낌을 전할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