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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3개월간의 힘든 시즌이 끝나자마자 얼마전에 주문했던 이 책을 집어들었다. 소설이나 만화가 아닌 에세이라는 쟝르 특성상 한 호흡에 읽을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또 이미 신문에서 연재되던 글들이라 이미 읽은 글들임에도) 새벽까지 내쳐 다 읽어버렸다.
이미 <내 생애 단 한번>이란 책에서도 느꼈지만 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읽고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바뀐다. 내가 보지 못하던 세상풍경, 느끼지 못하고 무심히 흘려보낸 다른 사람들의 시선, 이미 읽었지만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던 문학작품들의 숨은 이야기들까지 새롭게 눈뜨게된다.
신문에 연재되던 글들이라 짧은 글들이지만 가볍게 미소지을 수 있는 글도 있고,가슴찡한 글도 있으며(이런 글이 제일 많다)교훈적인 글도 있다. 소녀같은 감수성 풍부한 글들이라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글 마지막들을 장식하는 문장 하나하나는 예리하기까지 하다. 또 시를 별로 안 읽는 사람들에게 시를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그녀의 미소때문에...그녀의 모습...그녀의
부드러운 말씨...그리고 내 맘에 꼭 들고
힘들 때 편안함을 주는 그녀의 생각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는 법.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주세요.
당신의 위안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테죠 .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마흔살의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던,그리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던 브라우닝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이며 쓴 연시라고 한다.
이런 낭만적인 시를 청첩장에 써서 보냈다는 장교수님의 제자도 멋지고(그 스승에 그제자?)그 결혼의 축하카드에 아래와 같은 멋진시를 답시로 써서 보냈다는 장교수님의 감성도 부럽기 그지 없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방법을 꼽아 볼게요.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넓이 만큼, 그 높이 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
사는게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 내가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 남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