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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열정을 말하다 ㅣ 인터뷰로 만난 SCENE 인류 1
지승호 지음 / 수다 / 2006년 7월
평점 :
인터뷰가 별건가?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화들이 크게보면 전부 인터뷰의 연속이다. 입사면접에서의 대화, 토크쇼 진행자들이 초청손님들에게 던지는 질문들,피의자를 심문하는 형사들의 질문들, 소개받는 남녀들이 나누는 대화.... 모두.
살다보면 상황에 따라 인터뷰어(interviewer)도 되고 인터뷰이(interviewee)도 되고는 하지만 경험상 어려운 것은 역시 인터뷰어로서의 역할이다. 얼마나 상대방으로부터 듣고 싶은 얘기를 솔직하고도 충분하게 얻어내는가 하는것이 인터뷰어에게 필요한 핵심자질인데 상당부분은 천성적으로 타고난다고 본다. 왜 그런 사람있지 않은가. "그 사람앞에선 왠지 맘 편히 모든 걸 고백하게 돼" 하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 천성적인 인터뷰기술의 2%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철저한 사전준비일테고. 그러나 너무 상대방의 모든것을 다 아는듯한,그래서 마치 사람을 꽤뚫어 보는 듯한 인상을 주면 그것도 인터뷰시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정도 아는척을 해야하는가 하는 그 미묘한 정도를 본응적으로 잘 느끼는 사람,또 인터뷰이가 계속해서 얘기하고 싶게 적절한 때에 맞장구를 잘 춰주는 사람이 훌륭한 인터뷰어라고 생각한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천성적인 측면, 노력적인 측면을 다 갖춘 인터뷰어인것 같다. 저자의 표현대로 '나그네 옷을 벗기기 위해 바람을 일으키는게 아니라 햇볕을 쪼이는' 비법을 아는 인터뷰어 말이다.
솔직히 나는 한국영화라면 흔히 대박났다고 떠들어 대는 영화만 보고 외국영화도 편식이 심한 편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한국영화에 대해 호기심이 무진장 많고 또 그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란 양반들에 대해 너무너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영화감독 인터뷰집'이라는 딱딱한 책분류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재미있게 읽혔다(물론 관심밖의 감독 누구누구는 제끼고 안 읽었다). 마치 소주 한잔 마시며 재미있게 대화하는 사람들 옆에서 지켜만 봐도 덩달아 즐거운것 처럼 말이다.
책에는 7명의 한국영화감독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있다. 설마 출간당시 <괴물> 개봉을 앞둔 의도된 편집은 아니겠지만 봉준호감독에 대한 인터뷰가 100쪽이 조금 넘게 가장 분량이 많다. 아마 봉준호감독이 가장 말을 많이 했나보다. ^^
영화감독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지, 내가 스크린에서 대충 흘려보낸 장면 하나하나에도 감독 자신은 이런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 찍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해준 책이다. 아참 또 하나, 잘못된 선입견이었지만 평소에 상상했던것 보다 감독들 진짜 똑똑하고 말 잘한다는 것도. 이책에 실린 얘기들이 편집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국영화에 애정을 가진 분들, 비단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를 좀 더 입체적으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일독(勸一讀)할만한 책이다.
피에쓰1: 스크린쿼터 철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의외로 주변에 굉장히 많다!) 읽는 내내 좀 불편할 수도 있을듯하다. 인터뷰 대상이 전부 누군가? 제일 민감해할 한국의 영화감독들 아닌가.
피에쓰2: 아마도 오타 같은데 저자의 머리말 쓴 날짜가 2005년 5월이다. 인터뷰는 대부분 2006년 봄에 진행 된건데. 설마 1년전에 미리 머리말부터 써 놓고 책 기획한건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