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 '한국의 책 100' 발표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위원장 이강숙)는 도서전에 번역, 소개될 '한국의 책 100'을 선정했다.

조직위에 소속된 도서 선정위원회는 8일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도서, 한국문학번역원 추천도서, 출판사 신청도서 등 3천500여 종의 도서 가운데 100권을 골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도서는 문학(20%), 문화(15%), 예술(15%), 한국사ㆍ지리(10%),철학ㆍ사상(10%), 아동(10%), 종교ㆍ민속ㆍ언어(10%), 사회과학(5%), 과학기술(5%) 등 9개 분야이며 각각 영어(46종), 독어(23종), 불어(10종), 일어(8종), 스페인어(7종), 중국어(6종)로 번역된다.

선정위원장을 맡은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원장은 "`한국의 책'이라는특집 부스에 전시될 이 도서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저나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우리문화를 외국 독자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책으로 골랐다"며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작품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도서 가운데 문학작품 22종은 해외에서 출판될 예정이며 그 외의 분야는 도서의성격에 따라 국내-해외 출판이 결정된다.

올해 번역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29억9천만원으로, 각 도서마다 1천500만-2천5백만원의 번역지원금이 지급된다.

다음은 선정위원 24명이 꼽은 '한국의 책 100' 목록이다.

괄호 안은 저자ㆍ출판사ㆍ번역언어 순.

△선비의 나라, 한국유학 2천년(강재언ㆍ한길사ㆍ영어)
△퇴계와 고봉, 편지를쓰다(김영두ㆍ소나무ㆍ영어)
△유교 담론의 지형학(이승환ㆍ푸른숲ㆍ영어)
△원효의대승기신론 소ㆍ별기(원효ㆍ일지사ㆍ영어)
△지눌의 선사상(길희성ㆍ소나무ㆍ독어)
△선가귀감-깨달음의 거울(서산ㆍ동쪽나라ㆍ영어)
△Korean Buddhism: Tradition and Transformation(심재룡ㆍ지문당ㆍ독어)
△한국선시(김달진ㆍ열화당ㆍ영어)
△한국의 도교사상(차주환ㆍ동화출판공사ㆍ중국어)
△동양과 서양, 두 지평선의 융합(이광세 길ㆍ영어)
△동아시아 여성의 기원(이화중국여성문학연구회ㆍ이화여대출판부ㆍ중국어)
△열하일기-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고미숙ㆍ그린비ㆍ불어)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김상환 외ㆍ민음사ㆍ독어)
△심리철학(김재권ㆍ철학과현실사ㆍ독어)
△한국역사(한국역사연구회ㆍ역사비평사ㆍ영어)
△고쳐 쓴 한국 현대사(강만길ㆍ창작과비평사ㆍ영어)
△한국 1950 전쟁과 평화(박명림ㆍ나남출판ㆍ영어)
△전쟁과 사회(김동춘ㆍ돌베개ㆍ영어)
△개발독재와 박정희 시대(이병천 외ㆍ창작과비평사ㆍ영어)
△오월의 사회과학(최정운ㆍ풀빛ㆍ영어)
△흔들리는 분단체제(백낙청ㆍ창작과비평사ㆍ영어)
△우리 옛 지도와 그 아름다움(한영우 외ㆍ효형출판ㆍ영어)
△국토와민족생활사:한국역사지리학 논고(최영준ㆍ한길사ㆍ영어)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최창조ㆍ민음사ㆍ일어)
△한국의 도시(한국도시지리학회ㆍ법문사ㆍ영어)
△Korea. The Land and People(The Organizing Committee of the 29th International Geogtaphic Congressㆍ교학사ㆍ불어)
△한국의 언어(이익섭 외ㆍ신구문화사ㆍ독어)
△한글의역사와 미래(김정수ㆍ열화당ㆍ영어)
△현대국어 통사론(남기심ㆍ태학사ㆍ영어)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유동식ㆍ연세대출판부ㆍ서어)
△한국민속학개설(이두현 외ㆍ일조각ㆍ영어)
△민속문화의 탐구(임동권ㆍ민속원ㆍ영어)
△한국의 문화코드 열다섯 가지(김열규ㆍ마루ㆍ영어)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전호태ㆍ사계절ㆍ불어)
△놀이와 풍속의 사회사(이이화ㆍ한길사ㆍ영어)
△한국가면극 그 역사와 원리(전경욱ㆍ열화당ㆍ영어)
△굿(조흥윤,이보형ㆍ열화당ㆍ영어)
△한국과학사(전상운ㆍ사이언스북스ㆍ일어)
△한국사에도 과학이 있는가(박성래ㆍ교보문고ㆍ영어)
△자연사박물관시리즈 5(동굴)(우경식ㆍ지성사ㆍ영어)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ㆍ눌와ㆍ일어)
△현산어보를 찾아서(2)(이태원ㆍ청어람미디어ㆍ일어)
△원융과 조화(강우방ㆍ열화당영어)
△풍경과 마음(김우창ㆍ생각의 나무ㆍ영어)
△한국미의 조명(조요한ㆍ열화당ㆍ 독어)
△한국미술의 역사(김원용 외ㆍ시공사ㆍ영어)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이동주ㆍ시공사ㆍ영어)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최완수ㆍ범우사ㆍ영어)
△단원 김홍도( 오주석ㆍ열화당ㆍ영어)
△완당평전(유홍준ㆍ학고재ㆍ일어)
△백제금동대향로(서정록ㆍ학고재ㆍ일어)
△토기/청자(최 건 외ㆍ예경ㆍ독어)
△백자/분청사기(김재열ㆍ예경ㆍ독어)
△금속공예(최응천 외ㆍ솔ㆍ독어)
△한국전통문양집(안상수ㆍ안그리픽스ㆍ독어)
△시대를 담는 그릇(김봉렬ㆍ이상건축ㆍ영어)
△종묘(배병우ㆍ삼성문화재단ㆍ독어)
△한국의 정원(허 균ㆍ다른세상ㆍ영어)
△매화(이어령ㆍ생각의 나무ㆍ영어)
△우리 옷과 장신구(이경자 외ㆍ열화당ㆍ영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김치 100가지(한복려ㆍ현암사ㆍ일어)
△20세기 한국미술(김영나ㆍ예경ㆍ영어)
△한국현대건축비평(임석재ㆍ예경ㆍ독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예술(임영방ㆍ문학과지성사ㆍ불어)
△일지매(고우영ㆍ우석ㆍ중국어)
△간판스타(이희재ㆍ글논그림밭ㆍ중국어)
△부자의 그림일기(오세영ㆍ글논그림밭ㆍ영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박흥용ㆍ바다그림판ㆍ중국어)
△민통선 평화기행(이시우ㆍ창작과비평사ㆍ독어)
△숲 속의 방(강석경ㆍ민음사ㆍ중국어)
△무진기행(김승옥ㆍ나남출판ㆍ불어)
△칼의노래( 김 훈ㆍ생각의 나무ㆍ서어)
△먼 그대(서영은ㆍ둥지ㆍ일어)
△말뚝(서정인ㆍ작가정신ㆍ서어)
△슬픔도 힘이 된다(양귀자ㆍ문학과지성사ㆍ영어)
△돈황의 사랑(윤후명ㆍ문학과지성사ㆍ영어)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ㆍ문학과지성사ㆍ독어)
△해파리에 관한 명상(이순원ㆍ작가정신ㆍ서어)
△생의 이면(이승우ㆍ문이당ㆍ서어)
△초식(이제하ㆍ문학동네ㆍ불어)
△아버지의 땅(임철우ㆍ문학과지성사ㆍ영어)
△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ㆍ실천문학사ㆍ독어)
△무사와 악사(외)(홍성원ㆍ두산동아ㆍ 독어)
△잎속의 검은 잎(기형도ㆍ문학과지성사ㆍ서어)
△거대한 뿌리(김수영ㆍ민음사ㆍ독어)
△중심의 괴로움(김지하ㆍ솔ㆍ독어)
△농무(신경림ㆍ창작과비평사ㆍ독어)
△사랑의 감옥(오규원ㆍ문학과지성사ㆍ독어)
△남해금산(이성복ㆍ문학과지성사ㆍ불어)
△주막에서(천상병ㆍ민음사ㆍ독어)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것인 나(최승호ㆍ열림원ㆍ서어)
△훨훨 간다(권정생ㆍ국민서관ㆍ영어)
△수일이와 수일이(김우경ㆍ우리교육ㆍ영어)
△64의 비밀(박용기ㆍ바람의 아이들ㆍ영어)
△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나라(백 석ㆍ웅진닷컴ㆍ독어)
△마지막 박쥐공주 미가야(이경혜ㆍ문학과지성사ㆍ불어)
△반쪽이(이억배ㆍ보림ㆍ독어)
△쥐돌이는 화가(이호백ㆍ비룡소ㆍ불어)
△비가 오는 날에(이혜리ㆍ보림ㆍ불어)
△나쁜 어린이표(황선미ㆍ웅진닷컴ㆍ영어)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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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3-0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결국 황지우님이 해내셨군요. 우리나라 문학이 세계에 알려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연우주 2004-03-0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글 쓰셨네요...^^ 근데 쭉 붙여놔서 눈에 잘 안 들어와요,...ㅠ.ㅠ

도서관여행자 2004-03-1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그럼 편집 노가다를 해야겠군요. ㅋ

마립간 2004-03-1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정된 책의 성격과 도서전 준비가 미비하다고 말들이 많네요. (다른 나라에게 우리나라가 책 많이 읽는 나라로 생각되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도서관여행자 2004-03-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런가요? 저는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선정된 책들도 몇 권 빼고는 거의 안 읽어본 책들이라... 에궁, 어쩌다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고무신 기차 국시꼬랭이 동네 4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촌놈이었다. 외할머니는 엄마한테 애기들이 뱀이나 짐승들한테 물릴까봐 두렵다며 밭일할 때에도 항시 잘 살피라 하셨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가 밭에서 김을 매면, 나는 형이랑 저만치 밭둑에서 놀았다. 모래흙 위에서 앉혀진 형제는 별다른 놀잇감이 없었다. 그래도 신고 있던 흰 고무신을 벗어 자동차 놀이를 하며 잘도 놀았다. 뛰뛰 빵빵- 붕붕붕- 노래도 부르고. 가끔씩 두더지 잡는다고 두더지 놈이 종횡무진 뚫고 지나다닌 길을 잔뜩 파헤쳐놓기도 했다. 그렇게 형이랑 나는, 잘 놀았다. 뻐꾹새가 뒷산에서 뻐꾹뻐꾹 울고, 바람에 실린 늦봄이 지나가는 그런 날이면 형이랑 나는, 고무신 자동차를 탄 채 아무렇게나 잠이 들기도 했었다.

…[고무신 기차]는 고무신에 대한 추억을 동화로 엮어낸 책입니다. ‘국시꼬랭이동네’ 시리즈 동화는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고무신 놀이에 대한 것입니다. 요즘 어린이들이 고무신에 대한 따스한 추억이나 특별한 애착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 어릴 적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아이들이 신어보지도 못했을 고무신이란 특이한 장난감(?)에 대해서 한마디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고무신을 가지고 노는 애들 얘기가 주로 담겨있는 동화책이긴 하지만 이런 곁얘기를 도울 겸해서, 고무신을 꺾어서 트럭이나 택시를 만든 사진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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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1956~1960 - 1~5회
서기원 외 지음 / 조선일보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동인문학상의 1회에서 5회까지의 수상작 모음집.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 1회 수상작가인 김성한의 회고에 따르면, 첫 회 수상식 때에는 <사상계>의 재정이 어려워서 빈 봉투를 주고받기로 하고 실제로 그랬단다. 지금은 조선일보사로 넘어가고 돈 잔치(?)가 되어버린 동인문학상을 떠올려 보면 여러 감정들이 오간다.

김성한의 <바비도>는 ‘1419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焚刑)을 받은 재봉직공’ 바비도의 이야기. 바비도의 죄목은 영역 성경을 읽었다는 것. 권력유지를 위해 소수가 독점하던 성경 해석권에 이 가련한 바비도가 도전한 까닭이었다. 우리가 진리를 알아내기 힘든 까닭은 몇몇 소수가 진리를 독점해왔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내 머릿속에는, 예수나 바비도나 전태일은 같은 선상에 놓인다. <전태일 평전>을 읽고 <바비도>를 읽어보자. 바비도의 이름을 지우고 전태일을, 영역 성경을 지우고 근로기준법이라고 써넣고 다시 읽어보자!

선우휘의 <불꽃>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한국전쟁 당시까지를 시적 배경으로 삼아 주인공 ‘현’의 파란한 생을 그린다. 워낙에 그 시절이 찢기고 찢기던 시절이라는 데에는 다들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현의 갈등은 이것이다 : ‘조용한’ 인간 대 광기의 청부업자의 대결. 물론 조용한 인간이야 현 그 자신(확장한다면, 길가에 쓰러져 죽은 어린 병사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까지). 청부업자들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정당화하여 연설조로 장황하게 얘기하는 다카다 교수나, 이북 출신의 레드콤플렉스 환자인 교장, 자신들의 “솜옷에 들끓는 이를 퇴치하”지도 않으면서 “인민의 해방이란 방정식에 절대적인 의미를 붙이고 이를 갈고 있는 이들”(=좌파 독립운동가?), “착취 없고 계급 없는 사회의 건설”을 꿈꾸는 옛 친구에서 자신의 추적자가 된 연호. 마지막 장면에서 연호를 피해 달아나 동굴에 숨어있던 현은, 연호를 총으로 쏴죽이고 청부업자들을 거부하기로 다짐한다. 현이 조용한 사람들의 세계를 위해서 조용한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 소설의 쓰이지 않은 뒷부분을 독자들은 현이 광기의 청부업자가 된 것으로 써야 할 듯싶다. 조용한 사람의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광기의 청부업자로 탈바꿈한 현의 무시무시한 얼굴을 떠올리며….

자, 그러면 어느 정의(?)의 테러리스트가 나타나서 그를 죽이고 조용한 세계의 평화를 지킬 것인가. 오상원의 <모반>은 테러리스트의 회심을 다룬다. 뚜렷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목표물을 가차 없이 제거해야하는 운명의 테러리스트마저도 인간의 피와 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꽃>과는 대조되는 인간 관찰법이랄까.

손창섭의 <잉여인간>은 만기치과의원을 둘러싼 인간 군상. 서만기라는, 대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면서도 동시에 전인적인 능력과 품성를 지닌 의사가 중간에 서고 그 주위에 비분강개의 인간인 채익준, 실의의 인간인 천봉우, 서만기를 흠모하는 여러 여인들이 둘러싼다. 각각의 인물들의 모두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 탈 많고 흠 많은 인간들의 중심에 서만기가 서게 됨으로써 겪게 되는 또 다른 문제. 확실히 인간의 문제는 인간에게 있다.

이범선의 <오발탄>은 한국영화의 고전이라고 알려진 같은 제목의 영화 <오발탄>의 원작소설. 혹자들은 영화가 원작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 확인이 되지 않아 아쉽다. 소설만큼은 뛰어나다. 소설 구성면에서, 치매 걸린 송철호의 어머니의 “가자.”라는 외침을 반복해서 보여준다든가, 마지막에 택시 안에서 철호가 강도와 양공주가 된 동생들과 아이를 낳다 죽어버린 아내를 떠올리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자꾸 행선지를 바꾸는 모습은 철호와 독자를 한꺼번에 돌아버리게 만들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서기원의 <이 성숙한 밤의 포옹>에서는 50년대의 전쟁 냄새가 짙게 난다. ‘나’가 전선에서 이탈해 애인을 찾아가지만 그 만남이 두려워 근처의 사창가로 흘러 들어가 겪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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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민음사 세계시인선 50
서정주 지음, 이남호 엮음 / 민음사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혐오스런 이름을 피해 독서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편 혐오스런 이름을 직접 대면해보고자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라고 변명하자. 그리고는, 서정주를 읽자.

『국화 옆에서』는 평론가 이남호가 서정주의 처녀시집인 <화사집(1941)>에서부터 <노래(1984)>에 이르기까지 서정주의 시세계를 더듬어서 새로 엮은 ‘시선집’이다. 이미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시인이라면, 우선은 시선을 통해서 시인의 상상세계의 큰 줄기들을 훑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의 나는, 이미 여러 평론가들이 달라붙어서 온갖 단물 쓴물을 다 빨아 마신, 그 정도의 가치 검증이 끝난 시인이라면, 전집으로 읽어주는 게 독자된 겸허한 도리가 아닌가, 라고 그렇게 황당하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황당한 생각은 내 안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때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신경림의 문학칼럼을 읽고 가볍게 폐기해버렸다. 신경림의 말은, 오히려 좋은 시선이 없어서 탈이란 것. 어쨌든 그 이후론 정반대의 독서를 한껏 옹호하게 되었는데, 대가의 시들은 시선으로 먼저 읽는 게 좋겠다, 라는 생각. 전집을 읽자고 다짐할수록 그 ‘전집'이라는 특이한 권위와 신비 때문에 다가가기가 힘들어진다.(마치 ’고전‘이라는 이름처럼!) 그러나, 시선집은 독자를 한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끈다.

유종호는 “아무 말이나 붙들고 놀리면 그대로 시가 되는 경지에 이른 미당은 정히 부족 방언의 요술사다”라고 미당을 평가한다. 시를 ‘언어미술’로 생각하고 토속어에 끌리는 유종호가 한 말임을 감안해보아도 그렇게 황당한 평가는 아닌 듯 하다. 과문한 탓에 나는 언어의 완성도면에서 서정주를 능가하는 시인을 읽어 본 일이 별로 없다. 그건 불행한 일이다. 정말이지 타락한 시인의 타락한 언어라고 내뱉을 수밖에 없다. 서정주가 구사하는 언어의 관능만큼은 다른 시인들에 비해서 저 멀리로 달아나고 있는 듯 하다.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자화상」)던 미당. 미당 시에 대한 내 독후감이 어리석었던 시절의 짧은 인상으로 전락해버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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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1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정주의 시는 문학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한 책입니다. 그러나 서정주는 정말 창피한 문인입니다. 그 아이러니가 늘 아쉽습니다.

도서관여행자 2004-03-1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인이 좋은 시를 쓴다고 순진하게 믿는 건 아니지만, 저도 그래요. 서정주가 역겹고, 또 아쉽죠.

kitty99 2015-09-3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서 그 사람 선택을 뭐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공산당선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1
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얘기하자면, <공산당선언>을 읽지 않고 청년기를 지나칠 자신이 없었다. 청년기에 맑스를 읽지 않으면 바보라던데 바보가 되긴 싫었다. 그런데 읽고 나서도 여전히 바보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던 세계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세계를 변혁하고자 한 맑스와 엥겔스의 실천적 사유들은 나를 한없이 작은 존재로, 바보로 만들어버린다.

작은 문고본이지만, 맑스와 엥겔스가 함께 쓴 「공산당선언」과 엥겔스의 「공산주의의 원칙」, 그리고 「공산당선언」의 중판 및 번역본들의 서문과 역자의 해제 「철학자 마르크스, 공산주의에서 공생주의로」가 실려 있어 충실한 느낌을 준다. 맑스를 처음으로 만나보기 원하는 독자에게는 최상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맑스는 그 자신의 말마따나 맑스주의자가 아니었지만, 그를 살아있는 텍스트로 제대로 읽기엔 교조주의자가 너무 많다. “마르크스는 ‘이념 속에서 현실’을 탐구했던 플라톤을 비판하면서 ‘현실 속에서 이념’을 찾고자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이러한 의도를 통해 스스로를 독일 관념론과 차별화했다.”(119쪽)고 한다. 맑스를 하나의 굳어버린 관념형이 아닌 살아있는 ‘지금 여기’의 텍스트로 읽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역자에 따르면, 이제 아무도 공산주의를 공포스런 ‘유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맑스의 두뇌가 초고속으로 돌아가던 시절에 비해서 작금의 세계는 더욱 복잡하고 난감한 편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세계를 도식화해서 해석하고 실천적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노예는 한번에 팔려간다. 프롤레타리아는 매일, 매시간 자신을 팔아야 한다.”(67쪽)는 엥겔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게 울린다. 자신을 팔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사회과학적 안목이 부족한 나로선 지금이 어째서 20대 80의 사회인지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인간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공산당선언>은 통쾌한 전복적 사유로 세계를 찬찬히 재음미해볼 것, 을 요구한다.

“너희는 우리가 사적 소유를 청산하려 한다고 경악한다. 그러나 너희의 기존 사회에서 사적 소유는 구성원의 10분의 9에게는 이미 폐지되었다. 사적 소유가 10분의 9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사적 소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너희는 사회의 압도적 다수의 무소유를 필수 조건으로 전제하는 소유를 우리가 폐지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36쪽)

다시 한번 붉은 유령이 뜨거운 피와 살을 빌려 부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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