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알 환상하는 여자들 1
테스 건티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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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에서 출생한 작가. 데뷔작인 <토끼장: Rabbit Hutch>으로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National Book Award for Fiction을 수상했다. 이 <토끼장>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 <우주의 알>이다. “우주의 알”이 뭐냐고? 책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딱 한 번 나온다. 이걸 출판사 은행나무 편집자가 관심있게 읽었던 모양이다.

  테스 건티는 노트르담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나처럼 무식한 사람은 이 대목에서 잠깐 의아해한다. 영문학을 공부하려면 차라리 영국에서 하지 왜 하필이면 노트르담에서 했을까? 무식하면 용감한 법. 이러다가 말 길어지면 건티가 프랑스 유학했다고 우길 수 있다. 인디애나주 노트르담이란 커뮤니티에 사립 가톨릭 연구대학을 지어 University of Notre Dame du Lac이라고 했다. 건티는 졸업 후 뉴욕대학 대학원에서 문예창작 석사를 했다. 학교를 다니고 글을 쓴 것 말고 다른 커리어는 이력서에 적혀 있지 않으니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조금 받은 거 같다. 뭐 아니면 말고.

  지난 시절의 작가를 검색해보면 19xx년 밀라노 시장에서 배추장사를 하던 유대인 메뉴힌 씨와 바늘 공장의 유대계 생산직원 출신 마그다 메뉴힌 여사의 외동딸로 태어난 마리아 비토리니는,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데, 위탁가정 출신의 10대 후반 젊은이들이 주인공인 작품 <우주의 알> 또는 <토끼장>에서도 작가의 세부 출생/출신 정보를 알 수 있으면 더 좋을 뻔했으니, 그럴 리 없지만, 테스 건티 역시 위탁가정 출신이었을까? 읽는 내내 조금은 궁금해했던 것도 일리가 있지? 물론 아니겠지. 어느 위탁가정이 뉴욕에서 대학원까지 보낼 수 있었겠냐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원제 <토끼장>은 정말 고기나 모피를 활용하려는 목적의 토끼 사육용 hutch 사육통을 일컫는 건 아니다. 사는 데 여유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입주한 작고 낡은 “라라피니에르 저가 아파트”를 위탁가정 출신 십대 후반 아이들이 그렇게 부른다.

  이들이 사는 도시. 바카베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오랜 세월의 호시절을 누렸지만 이제 존Zorn 자동차 회사의 운명과 함께 몰락해버린 곳이다. 사람들은 다시 바카베일 활성화 계획을 수립한다. 도시 인근의 채스터티밸리의 자연적 아름다움과 고급스러운 주택단지 건설을 통해 탈공업화 도시에서 스타트업 허브로 전환하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는 일인가. 도시의 범죄율은 실업률과 손에 손잡고 급격한 우상향을 보이고 있으며 바로 몇 달 전에 5백분의 1 확률에 불과한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었다. 결과, 뉴스위크는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죽어가는 미국 도시 톱 10” 가운데 영광의 1위 자리를 바카베일의 이마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니까 도시는 사회적 우울증의 중증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런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 역시 삶의 활기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건 물론이다. 그리하여 작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우울 모드. 이 속의 쇠락해가는 토끼장, 아파트 입주민들 구경이나 해보자.


  C12호. 60대 벌목꾼이 산다. 직업적 유효기간은 끝났지만 은퇴하자니 경제적, 심리적으로 저축이 부족해 아직 일을 하고 있다. 6년 전에 아내를 잃었는데도 얼마나 아내한테 얻어 터지며 살았는지 여자들이 지구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게 아니라는 증거가 나오면 도무지 분노를 멈출 수 없다. 휴대전화를 통해 “당신의 데이트를 평가하세요” 앱을 깔고 수요일 밤 9시인 지금도 그걸 들여다보고 있다. 자신의 프로필에는 “걍 괜찮음. 실제는 사진보다 뚱뚱함.”이라 썼다.

  C10호. 10대 소년이 혼자 산다. 분량이 별로 많지 않고 따라서 중요한 인물도 아니다.

  C8호. 호프Hope라는 이름의 웨이트리스 출신 스물다섯 살 산모가 4주 된 젖먹이 아들과 산다. 남편은 하루종일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밤이 깊어야 안전모를 쓴 채로 귀가한다. 호프는 산후 우울증이 좀 있는지 각성제를 투여한 여우가 된 기분이며, 임신, 출산, 산후회복이라는 직접 겪기 전에는 아무도 미리 보여주지 않는 공포영화의 3막을 몸으로 직접 겪는 한편, 아기가 바카베일과 전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안, 총격, 살인, 석유유출, 테러리즘, 산불, 납치, 폭격, 홍수, 이상기후 속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다행스럽게 공사판에 나가는 남편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개 막장 잡것이 아니어서 자기도 녹아 떨어지게 피곤할지언정 말로나마 호프를 위안하려 노력한다.

  C6호. 아이다와 레지. 둘 다 70대 커플이다. 아이들은 다 분가했고 맏딸 티나의 아들 프랭크는 강도짓을 하면 했지 하필이면 총을 들고 업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이번에는 길게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 티나는 작품 속에 한 번 등장한다. 노숙인으로. 아무래도 위층에서 쥐덫에 걸린 쥐를 던져버린 거 같다. 아이다는 남편 레지널드한테 쥐덫과 죽은 쥐를 윗집 현관에 두고 오라고 바가지 벅벅 긁는다. 아무래도 옳은 일 같지 않지만 늙어서 마누라한테 얻어 터지는 것보다 서글픈 일이 없는 걸 아는 현명한 레지는 책이 거진 끝날 때쯤 해서 지긋지긋한 마누라의 말을 좇아 쥐꼬리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C4호. 3명의 십대 소년, 1명의 십대 소녀가 돈을 합해 입주했다. 소년들은 잭, 말라크, 로드이며 소녀는 블랜딘 왓킨스.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자 다른 위탁가정 출신으로 만 18세가 다가오자 독립을 위한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거의 대장격인 말라크가 방 네 개짜리 저렴한 ‘라라피니에르 저가 아파트’에 빈 집이 나왔다는 걸 알고 룸메이트를 구하다 마지막 자리를 채울 수 없어 그냥 말로만 블랜딘에게 얘기해본 것인데 블랜딘이 흔쾌하게 그러자고 해 함께 살게 된 거다. 이들은 가장 넓고 깨끗한 방을 블랜딘이 쓰게 하는 데 동의했으며, 독자들이여 다른 맘 먹지 마시라, 룸 메이트 간의 어떠한 육체적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비록 남자 셋 가운데 둘은 여자애를 사랑하고 나머지 하나도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서도.

  그런데 문제의 날. 7월 17일 이른 밤. C4호의 바로 아래층인 C2호에 사는 마흔 살의 독신 여성 조앤 코월스키는 청각예민증을 앓고 있어서 멜라토닌 정제를 수도물로 삼키고 큰 소리로 TV 뉴스를 틀어 놓았다. 외로운 여자의 침실용 탁자 위에는 마라스키노 체리가 한 병, 그 옆에 작은 포크가 놓여 있으나 병을 열거나 포크를 쓴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멜라토닌을 먹었음에도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커지더니 급기야 비명소리, 치는 소리, 북소리, 심지어 가능하지 않을 거 같은 발굽소리까지 들린다. 이틀 전에 세탁소에서 만난 탈색한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가 떠오르면서 아이가 말했던 땀 대신 피 흘리기, 예수, 프러포즈, 손바닥과 가슴과 옆구리의 성흔stigmata 같은 것이 휙 지나간다. 그러다가 조앤은 결국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고, 놀라서 TV를 껐으며, 그 여자 아이의 입/목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비명이 또다시 들려왔으나 조앤은 엄지손톱 주위의 피부를 깨물 뿐이었다. 조앤은 두렵다. 피가 얼어붙는다는 표현이 이렇게도 적절할 수가. 마침내 비명은 멈추었지만 조앤의 손이 닿는 거리 안에 휴대전화나 노트북이 놓여 있지 않다.

  사실 이때 C4호에서는 열여덟 살이 된 블랜딘 왓킨스가 육체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7월 17일 21시 43분. 고통은 신비주의자들이 책을 통해 약속한 듯 달콤했으며 영혼이 빛으로 찔리는 느낌이랄까 싶었다. 이것을 신비주의자들은 “심장의 황홀경”, “천사의 공격”이라 불렀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는 그저 무nothing의 반대라는 것.

  블랜딘의 눈엔 눈물이, 그의 손에는 칼. 아니, 제발 그만 둬. 아니, 하지 마. 소년 한 명은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이건 엄청난 조회수를 달성할 거야.”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작품에는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추가되어 블랜딘이 육체에서 빠져나오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을 짓는데, 그건 독후감 분량 때문에 그냥 넘어가야겠다. 하여튼 젊은 작가가 쓴 독특한 문장과 문체로 쓴 엽기발랄한 이야기. 촘촘한 조판으로 해설 없이 470쪽 분량이지만 생각만큼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을 듯하다. 거부감도 좀 드는 촌스러운 표지는 원서와 같은 모습이니 그런가 하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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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5-31 0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별점. 별4는 좀 야박한데 그렇다고 별5까지는 아닌... 애매함? 난처함? ㅎㅎㅎ 정답은 ˝신경쓰는 사람 없음.˝

다음 주 삽질:
월요일. 장휘, <비빔, 잡탕, 혹은 샐러드>
수요일. 한야 야나기하라, <리틀 라이프>
금요일. 궈창성, <피아노 조율사>
 
태풍의 계절 암실문고
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엄지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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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씨와 동갑인 82년생 페르난다 멜초르.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항구도시이지만 제일 위험한 곳으로도 꼽히는 베라크루스 시에서 출생해 베라크루스 대학을 졸업하고 저널리즘에 종사하면서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한다. 현대 작가 답게 이이의 바이오그래피 같은 건 찾기가 쉽지 않다.

  베라크루스 시는 2010년에 카테고리 3급의 허리케인에 의해 크게 외상을 입어 외신에도 소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제목의 “태풍”하고는 거리가 있다. 문학하는 사람한테 태풍이 반드시 기상 현상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베라크루스에 사는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열정, 증오, 사랑, 폭력 같은 것을 통틀어 그냥 태풍이라고 못할 이유도 없는 것처럼. 작가 페르난다 멜초르는 자신의 고향인 베라크루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살인 사건, 마녀라고 불리던 여성이 살해당한 일에 집중하여 그것을 한 편의 장편소설로 엮었다. 게다가 베라크루스라고 하는 지역이 선주민, 아프리카 이주민, 스페인인들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어지럽게 뒤섞인 곳이어서 ‘마녀’라고 하면 인중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고 적그리스도나 악마와 침상에 오르기를 즐기는 유럽형 마녀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부두교 식으로 생 닭의 목을 쳐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 운세를 점치는 마녀일 수도 있다.

  스토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거론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이 2020년 맨부커-인터내셔널 상의 최종심까지 올라 장렬하게 미역국을 먹었으며, 작품 속에 폭력과 혐오, 노골적인 성애 묘사로 ‘빈곤 포르노’라는 지적까지 받았을 정도로 노골적인 장면이 많다는 거다. 정말 그렇다. 내가 읽기에도 좀 난처한 장면이 자주 등장했지만 그렇다고 빈곤 포르노 운운하는 건 좀 오버 아닌가 싶다. 반드시 있어야 할 장면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해당 씬에 전혀 불필요한 장치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씬이기에 그런지 궁금하시지? 알고 싶으면 읽어봐야 할 걸? 


  작품의 무대는 베라크루스 해안에서 멀지 않은 라 마토사 마을이다. 이곳에 무려 1백 헥타르, 즉 백만 제곱미터, 또는 30만2천5백 평의 경작지와 목초지를 가지고 있으나 나쁜 놈으로 악명을 떨치던 마놀로 콘데 씨가 살았는데 저 먼 몬티엘 소사에 본처와 이미 학업을 마친 장성한 두 아들을 거느렸으면서도 동부해안에서 홀로 거대 목장을 거느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외지에서 매춘부 한 명을 데려와 함께 살았다. 분명히 백인은 아니고 그러면 인디오나 아프리카 계이겠지만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이 여인은 생각지도 않게 들판과 언덕배기에서 자라는 온갖 약초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서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혼합, 가공해 동네의 가난한 이웃들을 치료해주고 간혹 주술 행위도 해주어, 자연스럽게 마녀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누엘 콘데가 죽었다. 사실은 급성 심근경색이었으나 동네 사람들은 마녀가 유적지의 풀에서 추출한 무색무취의 독으로 독살했다고 소문을 내고 스스로 그것을 믿었다. 장례식을 할 때 몬티엘 소사에서 내려온 두 아들이 장례의 선도 차량에 탑승했다가 묘지로 가는 길에 크게 교통사고를 만나 악마가 나타나 데려가는 바람에 이 믿음은 2 곱하기 2가 4인 것처럼 확실해졌고, 이후 마녀는 집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고 지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동네 여인들이 마녀의 집에 드나들며 사고뭉치 아들이 교도소에 들어갈 것인지, 임신한 딸이 언제 도망갈 것인지, 남편의 바람기가 잠잠해지기는 할 것인지를 물으려 오면서 먹을 것을 가져다주어 연명했다.

  마녀는 콘데 씨와 살면서 당연히 소생 하나를 낳았다. 사람들이 “새끼 마녀”라고 부른 이 아이는 동네 여인들이 올 때마다 부엌의 식탁 아래에 숨어 마녀의 치마자락을 쥐고 있었으며 어릴 적부터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병약해 보였다. 아무도 아이의 이름을 몰랐으니 금요일마다 그 집에 가던 단골들도 어미 마녀가 새끼 마녀를 너, 이 멍청아, 너 이 망할 년아, 이 악마의 딸년아, 라고 부르는 것 말고 다른 호칭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말 다 한 거다. 이 호칭도 내가 그대로 옮겨 쓴 것이 아니라 독후감을 순화할 목적으로 자체 검열한 표현이니 알아서 상상하시라.

  영생하면 사람이 아니니까 마녀도 죽었다. 1978년 멕시코만을 휩쓸었던 허리케인이 라 마토사 마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산사태가 일어나 유적지가 완전히 붕괴될 때 마녀 역시 이에 휩쓸려 짧고 드런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얼핏 생각하면 유적지 붕괴와 더불어 마녀의 집까지 파괴되었을 것 같은데, 집은 멀쩡한 걸 보니 그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밖에 나갔다가 휩쓸린 거 같다. 허리케인의 위력이 태평양의 태풍과 비교해 네 배 정도 더 크다고 하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틀림없었다. 검색해보니까 1978년에는 기록적인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은 해인데도 그랬다. 다 팔자지 뭐.

  아무리 마녀라도 죽었으니까 장사를 지냈다. 그리고 몇 주 후, 큰 마녀가 죽고 이제 새끼 마녀가 정식 마녀로 등극해야 하는 순간이 왔고, 드디어 라 마토사를 품은 도시 비야 가르보사에 등장한 새끼 마녀는 검은 스타킹, 긴 소매 검정 블라우스, 검정 치마, 검은 색 하이힐, 검은 베일 차림이었다. 병색이 완연했던 새끼 마녀는 책 읽기가 가능했고,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했으며 커다란 발의 사나운 모습을 그렇게 감추면서 라 마토사의 유일한 마녀로 등극한다.

  마녀가 죽으면 미신을 만든다. 여인네들이 자신의 기구한 운명, 육신의 고통과 불면증, 꿈에 나타난 죽은 식구나 친척, 산 사람들과 티격태격한 일, 아니면, 이게 대부분이지만 돈 문제나 남편과 도로변의 매춘부와의 관계 때문에 마녀 앞에서 눈물을 질질 짠 대가로 돈 몇 푼이나 먹을 거리 조금을 건넸을 뿐이면서도 악마와의 거래를 지속한 마녀가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2층에 막대한 돈과 보석 그리고 금이 쌓여 있을 거란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새로운 마녀는 게으르기가 한정이 없어서 이게 집구석인지 야채시장 장바닥인지 헛갈릴 정도에다가 밤이면 밤마다 반지하 식당에서 동네 젊은 건달, 날나리들이 모여 마리화나, 가벼운 마약을 겸한 노래잔치가 벌어지는 일종의 해방구로 기능하는 동시에 주로 공개 동성애 장소로도 알음알음 널리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마녀에 관해서는 여기까지 하자.


  작품을 시작하는 광경을 소개한다.

  5월 초, 다섯 명의 남자들이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새총을 단단히 쥔 채 농수로에 도착한다. 빨간 수영복을 입은 이가 이들의 우두머리였으며 나머지는 반바지 차림으로 그를 따랐다. 강에서 고른 돌멩이를 양동이에 한 가득 채운 이들은 언제든 온몸을 바칠 각오를 한 것처럼 잔뜩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이때 “등 뒤의 나무에 척후병처럼 숨어 있는 작은 새의 울음소리도, 갑자기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그이 얼굴 앞으로 공기를 가르며 휙 하고 날아가는 돌멩이 소리도, 하연 하늘에 콘도르들이 새까맣게 날아다니는 가운데 얼굴에 모래를 한 주먹 맞은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냄새, 그러니까 곧바로 뱃속으로 들어와서는 발걸음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구역질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후덥지근한 바람”을 참아가며 농수로를 따라 살금살금 가다가, 그들의 눈에 뜨인 것이 있었다. 갈대와 길에서 바람에 날려 온 비닐봉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죽은 이의 부패한 얼굴. 한 무더기 검은 뱀들 속에서 거무죽죽한 빛깔의 가면처럼 꿈틀거리는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어때? 살벌하지, 처음부터. 이미 새들의 공격으로 인해 눈알이 빠져버린 시신의 얼굴이 웃고 있었는데, 당연히 소설은 죽음 또는 살해의 전모를 밝히려 할 것이고 또 그렇다. 이런 작품을 소개하면서 등장인물을 많이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 마녀 이야기는 왜 했느냐고?

  멕시코. <백년의 고독>, <콜레라 시대의 사랑>, <썩은 잎>, <족장의 가을>을 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죽은 곳이다. 이 작품을 쓴 페르난다 멜초르도 마르케스 혹은 붐문학, 마술적 사실주의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350 페이지에 모두 여덟 챕터로 되어 있으며, 각 챕터는 딱 하나의 문단이다. 즉 여덟 문단으로 쓴 장편소설. 얼핏 보면 읽기 지겨울 거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으니, 문장 읽는 맛이 대단하다. 당연히 마르케스처럼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만연체도 아니면서 저절로 라틴 아메리카 작품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마녀를 소개했다고 “환상”이라는 측면으로 기대하면 오산이다. 작가는 실제로 있었던 마녀 살해 사건을 쓰기 위하여 사실에 개입할 수 있는 주관적 시각을 배제하려 노력한다. 이 작품을 어떻게 읽을까, 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 마음이다. 처음에 말했듯 포르노 혹은 빈곤 포르노로 규정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고, 나처럼 문장을 읽는 맛과 작품의 독특한 구성을 즐기는 독자도 있다. 독자-작가의 합에 따라 호오가 극명하겠지만 분명한 건 호기심을 대단히 자극하는 작가이며 작품이란 거다. 당신과도 맞는 작품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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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5-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는지 안샀는지 확인해보고 사야겠어요. 와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잠자냥 2024-05-29 12:17   좋아요 0 | URL
난 진작 샀는데....ㅋ

다락방 2024-05-29 12:32   좋아요 0 | URL
나 안산 것 같아서 사려고요 ㅋㅋㅋㅋㅋ

Falstaff 2024-05-29 17:51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도 호오가 맞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신부의 딸 조지 오웰 소설 전집 (무선)
조지 오웰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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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1년 준남작 헤어의 작은 아들의 작은 아들로 태어난 찰스 헤어. 영국의 귀족 집안은 장자가 작위를 계승하고, 둘째 아들은 적과 흑, 군문이나 성직의 길을 택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저低국교회 소속의 신부가 된 찰스 헤어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인간이었다.

  지금부터 찰스 헤어 신부의 캘릭터를 설명해야 마땅하지만 이전에 먼저 할 말이 있다. 반anti 볼셰비키 공산주의자인 조지 또는 우물, 즉 “Goerge Or-well”이 “신부”의 딸이라는 소설을 쓰기로 작정을 했으면, 이미 지난 세기에 망치를 든 철학자가 명백하게 아편임을 밝힌 종교 종사자를 그리 바람직하게 봤을 턱이 없다는 건 충분히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그래서 작품에서 나오는 국교회와 가톨릭 신부들 가운데 제대로 된 인간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하여 “또는 우물” 씨가 설정한 신부의 면모를 살펴보자.


  만일 찰스 헤어 신부가 2백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자신은 시를 쓰거나 화석을 수집하며 2백년 전의 화폐가치로 연수입 40파운드로 교구를 운영하는 겸임 성직자로 완벽하게 편안한 인생을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19세기, 부르주아 계급의 전성기를 맞아 소수의 부르주아를 위하여 낮은 임금을 불사했던 노동자 계급은 당장 자기 먹고 살기도 죽을 맛이라 조금씩 종교 알기를 개떡처럼 여겼으며, 성직자 알기도 이젠 지까짓 것 까지는 아닐지언정 예전처럼 신주단지 모시듯 할 것을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못했다. 이 정도면 20세기 신부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적응해야 마땅하거늘, 애초 준남작의 손자이며 귀족에다가 성직자 신분의 위용으로 살아생전 한 번도 “하층계급” 민중을 인간으로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찰스 헤어는, 꼭 봐야 아나, 스스로 만든 끔찍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고객의 대부분인 하층계급 신도 알기를 개밥그릇의 보리알 수준으로 여겨 1908년 37세에 나이프힐의 성 애설스탠 교회에 부임할 때 벌써 묘하게 무뚝뚝하며 얼굴에 경멸에 가까운 초연함을 깃든 겁나게 까탈스런 성격을 굳히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 손짓 하나하나에 나이프힐 시민들에게 “나는 당신들의 사제이지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 인간으로서 나는 당신들을 혐오하고 경멸하니까 말이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원래 이런 건 메시지를 주는 인간 보다 받는 분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눈치채는 것이거든. 그리하여 당연하게도 하층계급 주민들에게 신부는 그저 증오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면 지역의 유지나 하급 귀족 집안하고라도 잘 지내야 할 텐데 명문가와는 차례로 다투었고, 하급귀족 가문한테는 자신이 준남작의 손자라는 자만심을 도무지 접어주지 않아, 결투에 이은 사망까지 이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을 정도였다. 부르주아 명문가와 향사들은, 잉글랜드에 교회가 성 애설스탠 교회 하나밖에 없니? 하면서 오랜 세월 겉으로만 미소를 교환할 뿐 속으로는 서로 반목하기를 마다하지 않던 부르주아와 향사 계급까지 찰스 헤어 신부 덕에 극적으로 화해를 해 사이좋게 손에 손잡고 이웃 마을에 있는 고교회파 국교회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니 말 다 했지 뭐. 난 집 나간 검은 양이라 이런 방면에 아무것도 모르는데, 신부들은 자신의 교구에서도 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근데 헤어 신부는 자신이 몸소 하찮은 하층계급의 집을 일일이 방문해 그들과 말을 트는 것을 혐오하여 교구의 궂은 일은 죄다 아내에게 맡겨버렸고, 1921년에 아내가 천국의 편안함을 누리기 위하여 굴뚝 꼭대기로 빠져나간 후에는 외동딸 도러시한테 일임했다. 이 도러시가 <신부의 딸>, 주인공.

  동부 잉글랜드의 서퍽주 나이프힐로 말하자면 야트막한 언덕 꼭대기에 국교회 성당이 있고 바로 밑에 마을이 있다. 남쪽으로 고상한 분위기의 농경지역이 펼쳐져 있으며, 북쪽으로는 블라필고든 사탕무 정제소가 자리를 잡았다. 사탕무 정제소 사장 블라필고든 씨 역시 헤어 신부와 거의 완벽하게 척이 지는 바람에 시골 기준으로 다른 고상한 집안 사람들처럼 이웃 교회를 다니면서 헤어 신부는 물론이고 신부의 딸 도러시를 보면서도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거나 길거리에 가래침이나 뱉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다만 몇 년에 한 번 있는 하원의원 선거철에만 환하게 웃는 얼굴로 도러시에게 모자에 손을 대는 시늉을 했을 뿐. 시민 2천명 가운데 절반이 바로 블라필고든 사탕무 정제소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외지인이었고 이들은 거의 대부분, 그러니까 딱 한 가구를 빼놓고 신앙이 없었다. 나머지 절반, 그러니까 1천명에 달하는 농업, 축산업 종사자의 거의 전원이 국교회 신지였건만 찰스 헤어 신부가 1908년에 기어 들어온 이후 23년 동안 6백명이 넘는 신도가 2백명 이하로 급격하게 곤두박질친 데는 다 이런 배경이 있었다. 반 볼셰비키 공산주의자 오웰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성직자의 모습이었다.


  그럼 성직자의 딸 도러시의 일상을 보자.

  도러시의 일상은 아침 다섯시 반 자명종에 이은 주기도문 낭송으로 시작한다. 조금 마르긴 했어도 튼튼하고 균형잡힌 몸, 눈가에 잔주름이 있으며 가만히 있으면 피곤해 보이는 입을 가진 28세 이전의 처녀. 몇 년 있으면 확실히 노처녀로 보일 모습이었고, 사실 그게 운명이다. 얼른 시집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럴 수 없을 걸? 결혼해 교회를 떠나면 누가 교구의 궂은 일을 대신하고, 목사관과 교회를 관리하며, 철없는 아빠 신부를 돌보겠는가 말이지. 도러시가 제일 질색하는 일이 찬물에 목욕하는 건데, 그래서, 이 부사副詞 “그래서”가 중요하다, 자기가 아주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에 4월부터 11월까지 5시 반에 일어나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다.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쉬운 얘기로 기독교 환자 정도 아닐까.

  이날 아침에 이를 닦다가 도러시는 갑자기 내장으로 무시무시한 통증이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통증을 느껴? 그렇다. 진짜 아픈 게 아니라 마음 속에서 그렇게 크게 걱정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길스 정육점에 지난 7개월 동안 한 푼도 주지 않고 외상으로 가지고 온 19파운드에서 20파운드에 이르는 외상값 때문이다. 나중에 정확한 금액이 21파운드 9실링 9펜스라고 밝혀지며, 카길스 씨 말고 하여간 사제관에 외상을 준 메인 스트리트의 상점 주인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나 몰려와서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일괄적으로 갚기는 하겠지만, 앞부분에서 도러시가 내장통을 겪을 정도로 끙끙거리고 있을 때만 해도 헤어 신부는 그깟 도살업에 종사하는 하층계급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다 큰 딸이 어이없을 만큼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로 보였다. 그깟 하찮은 고깃값이라니. 신부 자신은 다 쓰러져가는 교회 오르간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나는 걸 참지 못해 거금을 들여 오르간을 설치하고 날아오는 청구서를 몇 년째 모르쇠로 일관하던 차였는 걸. 원래 귀족들은 그런 식으로 사는 거란다. 하층계급은 그들대로 높으신 분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자긍심으로 여겨야 하는 법이란다. 이 만성 분노 상태의 신부가 입은 또 청와대라서 대구, 정어리, 민어 같은 값싸고 널리 먹는 생선은 입에도 대지 않아 밥상머리에 꼭 한우나 홍어가 올라와야 숟가락을 들어 헤어 집안의 엥겔계수는 하늘이 높은 줄 몰랐다. 3분의 1 아래로 떨어진 신도수는 수입의 급격한 하락을 불러, 신부의 먹을 거리만 빼고, 입을 거리, 사제관의 상태 같은 건 끝이 없이 헐벗을 수밖에 없었다.

  교회 종루에 모두 여덟 개의 종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하나의 종만 울리고 나머지 일곱 개는 철사에 온몸이 꽁꽁 묶인 채 그냥 매달려 있기만 했다. 근데 이게 큰 위험을 초래할 재앙의 씨앗이기도 하다. 종의 무게 때문에 종루 건물이 이제는 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 그러나 독자여, 걱정마시라. 책을 덮을 때까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다 해진 수단과 거대한 인부용 장화를 신고 다니는 교회 관리인 프로겟 씨는, 하필이면 교회 입구에 위치한 종루가 무너져 언제 신도들이 떨어진 무쇠종에 깔려 토막이 날 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어서 두 주일에 한 번은 꼭 신부의 딸이 도러시에게 보완공사를 호소해야 했다. 신부한테 얘기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아니 그 딸한테라도 해보는 거다.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소설은 결국 사람 이야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문제적 인물 두 명을 소개한다. 돈 좀 있고 허리하학적으로 자유분방해 세 명의 사생아를 키우는 50대 대머리 남자 워버턴 씨. 토박이는 아니고 런던으로 보이는 대도시에 살다가 가정부라고 소개한 어여쁜 여인 하나 데리고 이사해 왔다. 그러다 가정부가 덜컥 사내 아이를 낳았고 얼마 후 도무지 정착생활을 견디지 못한 아내이자 가정부가 대책 없이 집을 나가는 바람에 아기를 다른 두 아들을 돌보고 있는 친척한테 보냈다. 1년 가운데 겨우 몇 달만 나이프힐에 머물고 나머지는 유럽 각지를 돌며 최대한 인생을 즐기는 인물이다. 가만 보면 살면서 여성을 사랑해본 적도 없고, 사랑할 마음도 없이 그저 함께 하는 세월과 관계없이 여성과 함께 즐길 수 있기만을 바라는 인간이다. 시절이 20세기 초반이라 마음에 드는 여성이 나타나면 스스럼없음을 강조하며 함부로 몸을 더듬는 습관이 있다. 마음만은 너그러워 자신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약간, 좀 지나치다고 보일 수 있을 정도의 친절은 기꺼이 베푼다. 그래도 썅노무새끼인 건 분명하지만.

  사제관 근처에 워버턴 씨 집이 있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과부 셈프릴 부인이 산다. 셈프릴 부인은 대단한 나팔꾼이다. 문제는 없는 일을 마치 진짜로 자기 눈으로 봤고, 누가 들어도 그게 틀림없이 안 땐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아닐 것이라 믿게 만드는 힘이었다. 블라필고든 씨가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메인 스트리트에서 큰 규모로 유세를 벌일 때 워버턴 씨 눈에 도러시가 띄었고, 그래서 접근했으며, 8월이라 맨살이 드러난 팔뚝을 스스럼없이 슬슬 쓰다듬으며, 오늘 밤에 <양어장과 첩들>이란 작품을 출간한 로널드 뷸리 씨 부부가 자기네 집을 방문하는데 와서 문학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아버지 신부와 교구일에 치어 극도로 스트레스가 쌓인 도러시는 제의를 받아들여 밤 열시에 워버턴 씨 댁 현관을 노크했으며, 로널드 뷸리 씨 부부는 워버턴의 거짓말이었는데, 그래서 빈 집에서 둘만 대화를 하다가 또다시 더듬어대려고 하기도 해, 하던 일이 있기도 있었고, 아직 못한 일을 마저 해야 한다는 핑계로 집에서 나오긴 했지만, 워버턴 씨 댁 현관에서 다시 손목을 잡힌 도러시의 입술에 이 50대 부자 대머리가 키스를 해버리는 데 성공한다. 이때 바로 옆집 셈프릴 부인 댁의 창문에 휘리릭, 커튼이 쳐지는 것을 도러시가 본 듯했으니, 아이고 이걸 어쩌나. 이렇게 해서 20세기 식 주홍글자가 생기는 찰라?

  여기에 하나 더 있다. 조지 오웰이 썼으니 오웰 표가 하나 더 나오고 만다. 바로 지독한 가난의 모습. 어떻게 해서 도러시, 제목이 <신부의 딸>이니까 당연히 도러시가 가난의 제단에 오르게 되는 지는, 나는 미리 말할 수 없음. 독후감 길게 쓰긴 했지만 모두 5부 가운데 1부만 “간단하게” 소개했음을 양지하시기 바람. 2부, 명성에 걸맞지 않은 난데없는 장면전환에 당신 턱이 떨어질 지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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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5-27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 오웰이 필명이라는건 알고 있었는데 ...Or-well이라는 의미가 있었나요?

Falstaff 2024-05-27 17:47   좋아요 1 | URL
저도 컨닝한 거랍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한 말이예요. ^^
 
숲속의 늙은 아이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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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거릿 애트우드가 83세이던 2022년에 출간한 단편집. 장편소설인줄 알았다. 그리고 제목이 Old Babes in the wood. 음. In the wood구나. At Wood가 아니라. 혹시 애트우드는 적어도 인생의 말미에 자신이 애트우드Atwood가 아니라 인우드Inwood였으면 하고, 심각하지는 않게, 바랐을 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티그”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는 애트우드(작중 “넬”)의 마지막 반려와 함께 캐나다 산지, 광활한 숲 속을 활보하는 늙은 아이였으니 인우드였으면 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지.

  마지막 반려? 그렇다. 물론 여든 넘어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저 유명한 올리브 키터리지 여사도 70대엔 새로 혼인을 했어도 80대로 접어들면 아니었으니 뭐 그런가보다 하는 거다. 하여간 그리하여 책의 제목에 쓰인 “늙은 아이들”은 작품 중에 나이 든 커플 넬과 티그를 말한다. 근데 왜 “아이들”이냐고? 남은 생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저 유년의 시절부터 다시 떠올리면 얼마든지 아이들일 수 있지 않을까? 까탈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단편소설 열다섯 편을 싣고 있는 작품집. 처음엔 연작소설 아닐까 싶었는데, 애트우드가 지난 몇 년 동안 잡지 같은 데 발표한 소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거 같다. 2022년의 캐나다. 북미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애트우드의 동무들도 펜데믹에 휩쓸려 적지 않을 수가 갔을 터. 그리하여 작품 속에서 펜데믹 시기를 견디는 모습이 가끔 등장하기도 한다. 1부에서는 젊지 않았던 시절에 넬과 티그가 함께 받은 응급처치 강의를 받던 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근처로 보이는 지역에서 머물던 때 동네의 두 늙은이에 대한 추억, 여행 중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스머지의 죽음 같은 것. 2부는 여덟 작품을 실었는데 옛 시절 마녀 비슷하게 스스로를 연출하여 외동딸을 보호하던 어머니를 그린 <나의 사악한 어머니>가 단연 제일 좋았다. 3부는 다시 제목을 “넬과 티그”로 해서 늙으면 쓸 수 있는 네 편의 단편들.


  나는 거장들의 마지막 혹은 마지막 가까운 시기에 쓴 작품을 신뢰하지 않는다. 일본 작가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만년양식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에가 같은 책에서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던 필립 로스의 <유령퇴장>에 실망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거의 마지막 책 같은, 적어도 마지막 비슷한 책 《숲속의 늙은 아이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겁게 읽지 못했다. 뭐 다 좋을 수 없겠지만 애트우드는 여태 읽어본 작품 거의 다 즐겁게 읽은 것에 비한다면 조금은 그랬다. 마거릿 애트우드, 나이 들면 뭐 다 그런 거지. 독자이자 팬인 내 마음도 좋지 않다.

  여사님, 조만간에 한 번 봅시다. 거기선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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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5-24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삽질:
월요일. 조지 오웰, <신부의 딸>
수요일. 페르난다 멜초르, <태풍의 계절>
금요일. 테스 건티, <우주의 알>
 
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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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모 토울스. 당연히 <모스크바의 신사>. 읽을 때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읽은 다음에는 신세계 백화점 앞 보도에 서서 <모스크바의 신사> 읽어보세요, 대박입니다, 재미없으면 책값 물어드리겠습니다, 오두방정을 떨 만큼 열광했다가, 날이 가고, 주가 가고, 달이 가기가 무섭게 휘리릭, 감동이 사라져버렸던 책이다. 처음엔 깊게 생각했다. 조금 지나도 깊게 생각했다. 그래서 결론 내리기를, 미국인이 쓴 전형적인 미국식 이야기. 러시아가 후세에 남긴 불멸의 세가지 예술품. <호두까기 인형>, <전쟁과 평화> 그리고 캐비어. 이게 왜 러시아가 남긴 3대 불멸인지를 미국인 관광객에게 설명하는 메트로폴 호텔 레스토랑의 웨이터 로스토프 백작의 언변도 그렇거니와 할머니한테 물려받은 책상 다리 속에 숨긴 예카테리나 2세 시대의 금화 세트.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수도 있는 비밀경찰 우두머리한테 비아냥 섞인 농담을 흘리는 장면 등등이 시간이 가면서 느끼했던 거다. 끓는 버터를 잔뜩 퍼부은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를 포식한 직후 같은 느낌. 동치미 한 사발이나 잘 익힌 배추김치 한 쪽 씹었으면 하는 기분.

  오늘 오전에 <링컨 하이웨이> 다 읽었고, 지금 기분도 딱 그렇다. 집에 와서 배추김치 말고 총각김치 한 입 베어 물었다. <링컨 하이웨이>는 무대가 미국이고 등장인물 전원이 미국인이며, 주인공(또는 조연) 가운데 한 명이 WASP 귀족 중의 귀족이라 <모스크바의 신사>에 비할 수 없이 미국적이다. 저 멀리 독립전쟁, 남북전쟁, 게티스버그 연설 같은 애국주의, 미대륙을 횡단하는 화물열차 무단 승차, 악당과 정의파 흑인, 악당을 달리는 열차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미국식 권선징악, 모험에 나선 형제 등등. 역시 이 작품에서도 열쇠를 푸는 가장 중요한 소도구는 돈. 최근에 읽은 소설책 중에서 폴 오스터의 <4 3 2 1>에서도 그랬고, 셀리 리드가 쓴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그랬는데 <링컨 하이웨이>에서는 무려 두 번이나 사람이 죽어 하늘에서 쾅, 쾅, 돈벼락이 떨어진다. 오스터의 말대로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한테는 행운을 주기도 한단다. 좋겠다. 나는 주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어도 라면 국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더라. 그러니 내 친지들은 죽지 말았으면 좋겠다.


  작품은 1954년 6월 12일에서 시작해 열흘 동안 벌어진 사건의 기록이다. 윌리엄스 원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한 열여덟 살의 에밋 왓슨. 15개월 전 모건 시내의 풍물장터에서 자기보다 한 학년 위이자 소도시의 이름난 개고기 지미 스나이더가 에밋의 아버지를 모욕하는 몰상식한 발언을 하는 걸 한 번 참고, 두 번 참고, 세 번을 참을 수 없어 딱 한 방, 잽을 날렸는데 한 방으로 코뼈가 부러진 지미가 뒷걸음질 치다가 마침 늘어진 케이블에 발모가지가 걸리는 바람에 자빠지면서 벽돌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그날부터 62일 후에 기어이 숟가락 놓고 말았다. 에밋은 재판을 포기하고 자신의 실수와 상해치사를 인정해 설라이나 소년원에서 18개월 노동교화형을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20년 간 한 번도 농사에 성공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가 숨을 거두어 이제 혼자 남은 동생 빌리를 부양해야 하는 입장을 고려한 당국이 3개월을 감해 15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8백쪽이 넘는 거대 모험담을 시작한다. 에밋도 집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직 모건에는 지미 스나이더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워낙 많이 살고, 그 외에도 아직 분노를 거두지 않은 사업상 거래인, 교회 신자들이 널려 있어 아버지가 죽은 집에 눌러 살기 힘들다는 것을. 그리고 몰랐던 것도 있다. 윌리엄스 소년원 원장의 차 트렁크에는 유랑극단의 셰익스피어 전문배우라고 주장하는 아버지의 범죄를 뒤집어쓰고 소년원에 들어온 더치스와, WASP 중의 WASP이며 미국 최고의 귀족 집안의 자재로, 길가에 방치된 소방차를 돌려주려고 소방차를 운전해 소방서로 가는 도중에 진짜로 불이 나 소방차를 출동시키지 못하게 한 소년, 그래서 건물이 홀랑 타버린 바람에 소년원 행을 막지 못한 울리가 타고 있었다. 소방대원은 소방차를 세워두고 바로 앞에 있는 밥집에서 순대국을 먹고 있었다나.

  에밋의 아버지는 토담대, 토지담보대출을 받아 농기계를 구입하려 했지만 알고 보니 전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이고, 매년 점점 소출이 줄었다가 작년엔 아예 제로로 떨어져 이제 아버지의 재산, 토지와 주택, 기타 동산과 부동산 모두를 집행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헛간에 놓인 담청색 4도어 하드톱, 1948년형 스튜드베이커 랜드크루저는 에밋이 직접 노동해 번 돈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집행대상에서 제외했고. 그리하여 에밋은 똑똑한, 똑똑하다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어서, 영낙없이 작가 에이미 토울스가 메타모르포젠, 변신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동생 빌리와 함께 48시간 이내에 엄마를 찾아 링컨 하이웨이를 타고 1,500km를 달려 샌프란시스코로 갈 예정이었다. 엄마는 8년 전에 아버지와 두 아들 곁을 떠나 서쪽으로 가면서 매일 한 통씩 엽서를 보냈다. 아버지가 이를 감추고 있다가 죽은 다음에 빌리가 발견한 것이, 링컨 하이웨이를 타고 네브래스카 오갈랄라, 와이오밍 샤이엔, 롤린스, 옥스프링, 유타의 솔트레이크시티, 네바다 일리, 리노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거쳐 7월 4일 샌프란시스코 링컨 공원의 리전오브아너 미술관에 도착 일정. 엽서의 소인이 말해줬다.

  이 똑똑한 빌리는 나중에 형 에밋의 목숨을 두 번 정도 살려주는데, 얼마나 침착하고 똑똑하고, 기억력 좋은 지, 진짜로 무서워지기까지 한다니까. 울리의 증조부가 금고에 걸어놓은 네 자리의 비밀번호를 울리가 평소에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단 여섯 번만에 풀어버리는 신공이라니. 형 살리는 건 한 번만 이야기하겠다. 에밋이 소년원에 들어갈 때, 빌리는 형에게 말한 적이 있다. “형, 분노가 솟구칠 때 상대를 때리지 말고 숫자를 열까지 세겠다고 약속해.” 이 한마디로. 그 후 에밋의 분노 게이지가 9이상으로 오르는 기회가 있을 예정이면, 때마침 빌리가 눈앞에 나타나 당시 얼굴표정으로 약속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른 한 번은 직접 확인하시고. 그래서 에밋, 빌리 형제는 중고차이긴 하지만 상태가 나쁘지 않은 스튜드베이커를 타고 7월 4일 밤에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리전오브아너 미술관에 올 엄마를 만나러 캘리포니아로 향……하려다가 생각지도 못한 소년원 동기생 더치스와 울리 때문에 오히려 캘리포니아의 반대 방향, 업스테이트 뉴욕, 정식명칭 에드론댁 산맥의 할아버지 별장으로 떠나게 된다.

  하필이면 왜 에드론댁? 거대한 부를 누리던 울리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을 때 울리를 위해 신탁자금 형태로 조금의 돈을 남겨두었는데 1954년 현재가치로 15만 달러에 달했다. 문맥상 지금 우리 돈으로 치면 20억원이 넘는 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이건 울리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매형이 관리를 하고 있는데, 울리가 소년원에 가게 되자 도무지 정상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싹수가 없다고 매우 올바른 판단을 한 매형은, 울리가 성인이 되도 이것을 빼서 쓰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울리가 여러모로 궁리를 해보니 에드론댁 별장에 있는 할아버지 방의 비밀금고에 딱 15만 달러의 현금이 있는 게 생각이 나서, 울리, 더치스, 에밋이 함께 가 금고를 열어 셋이 사이좋게 5만 달러씩 갖자고 제의해버렸다. 에밋은 앞으로 착하게 살자고 굳게 마음먹어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착한 천성을 가지고 있으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크게 사고를 칠 수도 있는 성격의 더치스가 울리만 태운 채 에밋의 스튜드베이커를 몰고 뉴욕으로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에밋과 빌리도, 돈이 없어 화물열차를 훔쳐 타고 뉴욕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에밋은 더치스의 성격이 이렇다고 빌리에게 이야기한다.

  “더치스는 에너지와 열정뿐 아니라 선의로도 가득 차 있어. 그러나 때때로 그의 에너지와 열정이 그의 선의에 장애가 되고, 그럴 경우 그 결과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떨어진다는 점이야.”  (p.217)


  스튜드베이커의 트렁크에 든 스페어 타이어 아래 깊숙한 곳에는 아버지가 남긴 봉투가 있어서, 평생 운 없는 슐레밀로 살았으나 어긋난 행위를 한 적이 없는 아버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법을 어기고 에밋에게 남긴 20달러짜리 빳빳한 신권 150장, 합해서 3천 달러, 지금 우리 돈으로 5천만원을 넘어갈 것 같은 현금이 들어 있었다. 캘리포니아에 도착하면, 목수일을 배운 에밋이 허름한 집을 사서 수리해 비싸게 파는 사업을 할 종잣돈으로 쓸 것이라 결코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 에밋과 빌리의 20세기 미국판 오딧세이아는 시작한다. 결말이 어떠할지 상상이 가시지? 미국의 대중예술에서 모험에 나선 이들을 걱정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는 건 맞는데, 나머지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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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5-22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스크바의 신사> 저도 진짜 재미나게 읽고 와우! 했는데.... 폴스타프 님처럼 좀 지나니까 완전 휘발되더라고요? 재미도 감동도 다 휘발 ㅋㅋㅋㅋㅋ 그 후로 이 작가 책은 그냥 손이 안 가더라고요; 처음 만난 작품이 아주 좋았는데도 더는 안 읽고 싶어지는 참 신기한 작가.

Falstaff 2024-05-23 05:35   좋아요 0 | URL
그죠, ㅎㅎㅎ 그게 다 ˝버터의 힘˝입니다.

케이 2024-05-23 13:17   좋아요 3 | URL
저도 <모스크바의 신사> 는 이상하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데,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너무 나이스한 남자라서 그런 것같아요 ㅋㅋㅋ
너무 별로인 주인공도 읽기 괴롭지만, 또 어느 정도는 찌질하고 덜 떨어져야 정이가고 또 읽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예) 미성년의 아르까지 같은 ㅎㅎㅎ (저만 그런가요?)
오랜만에 와서 별 것아닌 글만 남기고 갑니다.
저는 요즘 책이고 글이고 아무 것도 못하고 애만 키워요.
그런데 팔스타프님이 예전에 하셨던 책은 언제든지 읽을 수 있다. 지금은 애를 키울 때니 애만 키우면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묘하게 위안이 된답니다.
저희 애들은 이제 40개월 되갑니다. 힘들지만 최고로 귀여운 시절이 가는 게 좀 아쉽기도 한 요즘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Falstaff 2024-05-23 16:17   좋아요 1 | URL
케이 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벌써 40개월이군요! 쌍둥이라고 기억하는데 제일 예쁠 때네요. 저도 그새 손자가 하나 생겨서 14개월이 넘었답니다. 눈에 넣고 다니느라 요즘 눈꺼풀이 무거워요. ㅋㅋㅋㅋ
책은 언제든지 읽을 수 있더라고요. 저도 먹고 사느라 몇 십 년 안 읽다가 다시 시작한 거거든요. 인생 뭐 있습니까? 지금 제일 중요한 거에 집중하면 그게 제일이지요. 이제 저는 몇 안 남은 취미만 열나게 즐기며 산답니다. 책 읽는 거, 음악 듣는 거. 인생에서 지금만큼 행복한 시절이 없었지 싶습니다.
내내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stella.K 2024-05-24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유가 참! 버터에 동치미나 총각김치. 사실은 환상의 조합아니겠습니까?
이 사람의 책은 모스크바 하나면 되겠군요. ㅋ

Falstaff 2024-05-25 13:16   좋아요 1 | URL
아이구 머리야..... 어제 오랜만에 꽐라 itself가 되는 바람에 얼굴이 땡땡 부었습니다. ㅋㅋㅋㅋ 이제야 답글을 다는군요.
옙. 토울스는 <모스크바의 신사> 한 편 정도면 뭐...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도서관 서가에 있으면 저절로 손이 가기는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