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늙은 아이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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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거릿 애트우드가 83세이던 2022년에 출간한 단편집. 장편소설인줄 알았다. 그리고 제목이 Old Babes in the wood. 음. In the wood구나. At Wood가 아니라. 혹시 애트우드는 적어도 인생의 말미에 자신이 애트우드Atwood가 아니라 인우드Inwood였으면 하고, 심각하지는 않게, 바랐을 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는 “티그”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는 애트우드(작중 “넬”)의 마지막 반려와 함께 캐나다 산지, 광활한 숲 속을 활보하는 늙은 아이였으니 인우드였으면 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이지.

  마지막 반려? 그렇다. 물론 여든 넘어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저 유명한 올리브 키터리지 여사도 70대엔 새로 혼인을 했어도 80대로 접어들면 아니었으니 뭐 그런가보다 하는 거다. 하여간 그리하여 책의 제목에 쓰인 “늙은 아이들”은 작품 중에 나이 든 커플 넬과 티그를 말한다. 근데 왜 “아이들”이냐고? 남은 생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저 유년의 시절부터 다시 떠올리면 얼마든지 아이들일 수 있지 않을까? 까탈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단편소설 열다섯 편을 싣고 있는 작품집. 처음엔 연작소설 아닐까 싶었는데, 애트우드가 지난 몇 년 동안 잡지 같은 데 발표한 소설을 모아 책으로 엮은 거 같다. 2022년의 캐나다. 북미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애트우드의 동무들도 펜데믹에 휩쓸려 적지 않을 수가 갔을 터. 그리하여 작품 속에서 펜데믹 시기를 견디는 모습이 가끔 등장하기도 한다. 1부에서는 젊지 않았던 시절에 넬과 티그가 함께 받은 응급처치 강의를 받던 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근처로 보이는 지역에서 머물던 때 동네의 두 늙은이에 대한 추억, 여행 중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스머지의 죽음 같은 것. 2부는 여덟 작품을 실었는데 옛 시절 마녀 비슷하게 스스로를 연출하여 외동딸을 보호하던 어머니를 그린 <나의 사악한 어머니>가 단연 제일 좋았다. 3부는 다시 제목을 “넬과 티그”로 해서 늙으면 쓸 수 있는 네 편의 단편들.


  나는 거장들의 마지막 혹은 마지막 가까운 시기에 쓴 작품을 신뢰하지 않는다. 일본 작가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오에 겐자부로의 <만년양식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에가 같은 책에서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라고 말했던 필립 로스의 <유령퇴장>에 실망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거의 마지막 책 같은, 적어도 마지막 비슷한 책 《숲속의 늙은 아이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즐겁게 읽지 못했다. 뭐 다 좋을 수 없겠지만 애트우드는 여태 읽어본 작품 거의 다 즐겁게 읽은 것에 비한다면 조금은 그랬다. 마거릿 애트우드, 나이 들면 뭐 다 그런 거지. 독자이자 팬인 내 마음도 좋지 않다.

  여사님, 조만간에 한 번 봅시다. 거기선 만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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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5-24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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