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운영의 작품을 제대로 단 한 편도 읽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여러 작가들에 대한 심사평이나 추천평들의 허망함에 대해선
익숙한 편이다. 본 소설집은 소설가 박민규의 말이 있다.
좋은 걸 좋다라고 하는것보다 한번 비틀어 좋다라고 하면 그건
'더'좋은 것이되고 보기좋게 나같은 사람을 낚았다. 박민규 답다. 물론 아직도
박민규의 소설 역시 제대로 읽은 건 없다. 내내 안읽을것 같다.

'바늘'같은 작가의 바늘같은 작품을 써왔을 것이라 짐작해 왔다. 어설픈 짐작이든
뭐든 곳곳에 바늘 끝같음으로 콕콕 찔러대고는 있지만 스스로 무뎌진 대바늘을
택한것인지 세월에 의한 마모인지 여하튼 그랬다. 변신의 시작일까?

막판에 탁 풀려서 '엥 이건 뭥미?'하는 것과
'그냥 밋밋하네'했던 것
오호라 이런거야 이거. 빨리 글줄을 따라가기에 조급했던 것도 있었다
「내가 쓴 것」은 형식과 소재가 
「노래하는 꽃마차」는 나레이션만으로 줄줄줄 진행되는 것 같아 좋았고
-이런 형식을 좋아하다보니(한유주의 작품들과 같은)
「후에」는 초반 발칙하게 끄잡아 댕겨갔지만(알리의... 도 마찬가지) 중반부터는 좀 지루해 지기 시작
그래도 뭐 구성은 재밌었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와 「내가 데려다줄게」는 쫌.

"행복한 결말은 날계란보다 더 비리다."(「그림자 상자」)라고 했던 작가의 입장이 계속
견지되기를 바라지만 의도든 아니든 비린 날계란을 텁텁하게 삶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지성 시인선 351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이 바시도록 쨍한 날의 백사장엔 모든 모래 알갱이들이 빛나는 것 같다
그 가운데 무릅을 구부리고 고개를 숙여 가만히 모래 알들 하나하나를 관찰해 보면
빛나는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게 마련이다 눈이 맞은것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듯 진은영의 시들을 곰곰히 모래 알들을 살피듯 곱씹는다
재미있는 비유들 빛나는 발상들 내가 무심했던 것들을 리와인드 시켜주는 힘
첫 시집과 대등한 밀도 머... 때론 어지럽기도 했다만
「멜랑콜리아」「물속에서」「주어」「어떤 노래의 시작」 좋다.

무엇보다 시인의 말 속 '우리들'에 나도 편승하고 있겠다는 어떤 동질감이랄까


시인의 말

대학 시절, 성수동에서 이대입구까지
다시 이대입구에서 성수동까지
매일 전철을 타고 가며 그녀를 상상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사이, 만약 당신이 앉아 있다면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에게
2008년 8월


시집
곳곳에 박혀있는 문장들을 나열해 본다.


거기, 낡은 악의에 대한 새하얗게 빳빳한 환멸
죽은 사람의 아무렇게나 놓인 발들의 고요
  손가락을 핥는 배고픈 개들의 부드러운 혀, 단 즙이
다 빨린 레몬 껍질의 짙은 향, 약간 슬프고도 우스운
느낌들, 그리고 문자들, 손바닥에 만져진 울퉁불퉁한
회벽, 하나의 거대한 렌즈로서의 달! 그보다는 거기
에 닿는 이마의 차가운 상처와 모래의 씁쓸한 맛
모두가 떠나간 검은 빌딩의 불 켜진 한 층처럼
밤새
통증이 빛난다
눈먼 시간들이 부딪치는 어느 모서리에서
오래도록 오지 않는 잠
누가 저 두꺼운 벽 뒤에서 나야, 나야 소리 질렀나
은유는 없다
그것은 푸른 얼음
따스한 구멍 속에서 녹아버렸다
마음은 빗자루에 엉겨붙은 먼지덩어리였다
나는 만루의 투수처럼, 외롭지 않았다.
검은 피스톨의 동그란 총구를 향해 발사되는 관자놀이의 피냄새처럼.
너는 죽은 이름을 부른다
모든 절정은 왼쪽이거나 오른쪽 끝
첫 올가미에 부드러운 목이 매달리는 소리
내년엔 수목원으로 열리는 창문 있는 집으로 이사 가자
저녁마다 뜰 앞의 작은 돌들을 뒤집어 축축한 달의 뒤편을 어루만지는 저로서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창문을 열고 그토록 높은 데서 뛰어내릴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너는 내 손에 쥐어질 얼마나 날카로운 칼인가!
내가 그린 빛나는 달로
내가 그린 요란한 비행기 날아간다
폐병쟁이 시인을 위해 흰 알약의 값을 올리고
아직도 발자크처럼 건강한 소설가에게는
어미소를 먹인 얼룩소를 먹이도록.
우리가 바람의 무덤 속에 매장하는 향기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 시인선 352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시간을 견딘 산과 계곡의 선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사람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기란 힘든가 보다. 

자신은 너무 잘 취한다고 한 정현종 시인이기에 오늘날의 시인 정현종이
있기도 한 것이지만 대개의 경우가 그렇듯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본 자들이 갖는 느슨함
이랄까 관조 내지는 달관
그 속에서 촌철살인하는 시가 나오기도 하겠지만, 「섬」과 같은 시가 그에 해당한다
시집 『광휘의 속삭임』은 긴장과 밀도가 엿보이지 않는 절간의 말들처럼 너무 멀거나
그런만큼 너무 가깝다

치기어릴지언정 어리석은 치열함으로 똘똘뭉친 그런 시들은 젊은 시인들에게 기대해야
겠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쉽다

어림없는 편견이겠지만 대부분 시인들의 시집 가운데 빛나는 시집들은 제 1시집과 약 3에서
4시집 사이라고 본다 다작하는 시인들의 경우 다를수 있으나 세월 따라 시 또한 졸기도 하고
농땡이도 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완숙한 시인의 시집은 읽지 않게된다
인생을 바라보고 말하는 자세가 별다르지 않다 너무 감탄과 수긍이 많다 그 수긍과 감탄을
좇기엔 아직은 불편하다
물론 이런 불평 역시 아직은 머리에 피가 덜 말라서인지도 모르겠다만은.

이제 '별 아저씨'에서 '별 할아버지'가 된 정현종 시인이 아닌가 한켠 쓸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르츠 캔디 버스 시작시인선 55
박상수 지음 / 천년의시작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손 끝을 가져가 표면을 스쳐보면 결이 우툴두툴하게 느껴지는 서양화도 있고
단지 도화지나 화선지 같은 종이의 트실트실한 질감만이 전해오지만 그 안에도
온갖 그림이 다 들어앉아 있는 그림도 있다 박상수의 시들은 표면의 거친 질감은 없는 그림
등장 인물이 아무도 없는 어느 동네를 물감을 풀어 담담하게 그려놓은 풍경화
투명 하지만 대상과 나의 공간을 분리해 놓은 유리 한겹이 3차원을 2차원 평면으로 납작하게
눌러 보여주는 그런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겼다고하면 적절한지 어쩐지

왜 라는 물음표는 아무데나 푹 질러 넣어두고 마치 상실의 시대에서
어느 옥상에서 불구경을 하던것 처럼 -그런 장면이 없다하더라도- 그런 관조
그래서 때론 나른하고 심심하다 조용한 미술관 벽의 그림들이 죽은 듯 걸려 있는것처럼

단지, 내게 잘 읽히는 시가 아닌것 같다

참고로 별의 갯수는 무이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다른 세계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를 가졌을 뿐이야......

다른 세계를 가진 각자의 세계에 던져진 것이겠지
어릴적 가지고 놀던 유리구슬, 그런 구슬 하나에 각자 혼자 갇혀서 서로 부딛히고 깨지고
긁히다가 한 구멍에 하나씩 들어가 앉겠지. 영원히.
서로가 배출된 구멍에 대한 기억과 번짓수가 다르면서 서로 한데 뭉쳐보려는 눈물겨움
그 모두가 가식적인 몸무림과 거짓 말들
자꾸 안아달라고 또는 안고싶다는 어리광같은 말짓을 하지만 그래
안는다고 또는 안긴다는 것도 일회용 액션 이상 이하도 아니다

어딘가에 닿는 것이 상당히 불편해질 수도 있는 것이 서른 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그것은 가끔 짜증 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옆집 남자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기기긱 베란다 문을 여는 소리에 내가 짜증이 나는 것도
다다닥 맞닿아 사는 이런 주거형태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어느 층 어느 침대가 삐거덕거림을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시멘트 박스 안에 서로서로 닿아있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터지기 직전 지하철의 어쩔수 없는 타인의 등판이나 팔뚝 입냄새 또는 닿지 않으려는 가슴
그런 것들과 닿거나 닿지 않으려는 그런 맞다음 때문이다
다들 어딘가에 가 다으려는 몸부림을 치면서도 어쩔수 없이 서로 밀어내지 않으면 내
목아지가 댕강거리는 후후훗 한 현실
날릴수 있는 건 식어빠진 썩소 한방

열정이란 도무지 자기 감수성에 열이 내리지 않는 자들의 특권이다.나는 마이너리그 타이피스트였다.

그동안 앓았던 숱한 정체불명의 열병들
방향도 없이 돌진만 하던 열정들 모두 트리플 A는 고사하고 겨우겨우 A 하나가 될랑말랑한 나만의 독립리그 안에서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나의 타석이며 모든 수비위치에 내가 있어서 모든 공을 던지고 잡던 쌩쑈
그런 짓거리도 열정만 있다면 나름 훌륭하지만 밍밍해진 열정이 아닌 미련의 꽁무니에서 허부적 거리는 꼬락서니란
그것조차 어떻게 보면 꽤 괜찮게 누린 찬란한 특권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것은 대부분 그렇게 빛나는 것이다
허울만 좋게 말이다

초판이어서인지 친히 싸인까지도 하였더라
족히 수천번의 싸인질을 하는 그네들의 표정이나 나눈 대화들이 궁금하군
싸인질 알바일수도 있겠지만. 아님 말고. 아니길 바라지만.
무지개를 동경하는 건 없는 무지개이기 때문이듯이
레인보우 동경엔 동경을 동경하는 사람의 심정의 부산물만 그득그득할뿐 동경은 그닥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명인 여행에세이의 비슷한 현상이다
공간에 대한 여행서는 폭발직전에서 이미 폭발을 넘어섰으니 불만은 없다
어떤건 이 사람이네 하고 분명히 알겠는데 누가 썼는지 분명하지가 않으니
그냥 짐작도 하지 않은채 읽는 경우도 많다 그걸 노리거나 바랬나?
에세이에서 잘 정비된 글솜씨를 바라는 건 아니나 군데군데 헝클어진 곳이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쫌 성의없어 보이기도 하다
전작 『페스포트』보다 밀도가 여물지 못하다는 말쌈.
기우이겠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썰~을 많이 풀다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이 물렁해지는 건 아니길
하긴 시업 하나만 파서는 풀칠을 못하는 세태이니 어떻게하겠는가 풀칠을 해야 시칠도 할 수 있으니
야설을 쓰든 대필을 하든 사막으로 도시로 발품을 팔든 모두가 그대의 소관이니 내 알 바 아니지
일약 시단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반짝하고 사라지진 말길 바람.
'과연'일지 '결국'일지는 『이끼들의 세계사』를 들춰보면 알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