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운영의 작품을 제대로 단 한 편도 읽지 않았다. 어쩌다보니. 여러 작가들에 대한 심사평이나 추천평들의 허망함에 대해선 익숙한 편이다. 본 소설집은 소설가 박민규의 말이 있다. 좋은 걸 좋다라고 하는것보다 한번 비틀어 좋다라고 하면 그건 '더'좋은 것이되고 보기좋게 나같은 사람을 낚았다. 박민규 답다. 물론 아직도 박민규의 소설 역시 제대로 읽은 건 없다. 내내 안읽을것 같다. '바늘'같은 작가의 바늘같은 작품을 써왔을 것이라 짐작해 왔다. 어설픈 짐작이든 뭐든 곳곳에 바늘 끝같음으로 콕콕 찔러대고는 있지만 스스로 무뎌진 대바늘을 택한것인지 세월에 의한 마모인지 여하튼 그랬다. 변신의 시작일까? 막판에 탁 풀려서 '엥 이건 뭥미?'하는 것과 '그냥 밋밋하네'했던 것 오호라 이런거야 이거. 빨리 글줄을 따라가기에 조급했던 것도 있었다 「내가 쓴 것」은 형식과 소재가 「노래하는 꽃마차」는 나레이션만으로 줄줄줄 진행되는 것 같아 좋았고 -이런 형식을 좋아하다보니(한유주의 작품들과 같은) 「후에」는 초반 발칙하게 끄잡아 댕겨갔지만(알리의... 도 마찬가지) 중반부터는 좀 지루해 지기 시작 그래도 뭐 구성은 재밌었다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와 「내가 데려다줄게」는 쫌. "행복한 결말은 날계란보다 더 비리다."(「그림자 상자」)라고 했던 작가의 입장이 계속 견지되기를 바라지만 의도든 아니든 비린 날계란을 텁텁하게 삶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