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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다른 세계에 던져진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를 가졌을 뿐이야......
다른 세계를 가진 각자의 세계에 던져진 것이겠지
어릴적 가지고 놀던 유리구슬, 그런 구슬 하나에 각자 혼자 갇혀서 서로 부딛히고 깨지고
긁히다가 한 구멍에 하나씩 들어가 앉겠지. 영원히.
서로가 배출된 구멍에 대한 기억과 번짓수가 다르면서 서로 한데 뭉쳐보려는 눈물겨움
그 모두가 가식적인 몸무림과 거짓 말들
자꾸 안아달라고 또는 안고싶다는 어리광같은 말짓을 하지만 그래
안는다고 또는 안긴다는 것도 일회용 액션 이상 이하도 아니다
어딘가에 닿는 것이 상당히 불편해질 수도 있는 것이 서른 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그것은 가끔 짜증 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옆집 남자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기기긱 베란다 문을 여는 소리에 내가 짜증이 나는 것도
다다닥 맞닿아 사는 이런 주거형태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어느 층 어느 침대가 삐거덕거림을
감지할 수 있는 것도 시멘트 박스 안에 서로서로 닿아있으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터지기 직전 지하철의 어쩔수 없는 타인의 등판이나 팔뚝 입냄새 또는 닿지 않으려는 가슴
그런 것들과 닿거나 닿지 않으려는 그런 맞다음 때문이다
다들 어딘가에 가 다으려는 몸부림을 치면서도 어쩔수 없이 서로 밀어내지 않으면 내
목아지가 댕강거리는 후후훗 한 현실
날릴수 있는 건 식어빠진 썩소 한방
열정이란 도무지 자기 감수성에 열이 내리지 않는 자들의 특권이다.나는 마이너리그 타이피스트였다.
그동안 앓았던 숱한 정체불명의 열병들
방향도 없이 돌진만 하던 열정들 모두 트리플 A는 고사하고 겨우겨우 A 하나가 될랑말랑한 나만의 독립리그 안에서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나의 타석이며 모든 수비위치에 내가 있어서 모든 공을 던지고 잡던 쌩쑈
그런 짓거리도 열정만 있다면 나름 훌륭하지만 밍밍해진 열정이 아닌 미련의 꽁무니에서 허부적 거리는 꼬락서니란
그것조차 어떻게 보면 꽤 괜찮게 누린 찬란한 특권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것은 대부분 그렇게 빛나는 것이다
허울만 좋게 말이다
초판이어서인지 친히 싸인까지도 하였더라
족히 수천번의 싸인질을 하는 그네들의 표정이나 나눈 대화들이 궁금하군
싸인질 알바일수도 있겠지만. 아님 말고. 아니길 바라지만.
무지개를 동경하는 건 없는 무지개이기 때문이듯이
레인보우 동경엔 동경을 동경하는 사람의 심정의 부산물만 그득그득할뿐 동경은 그닥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명인 여행에세이의 비슷한 현상이다
공간에 대한 여행서는 폭발직전에서 이미 폭발을 넘어섰으니 불만은 없다
어떤건 이 사람이네 하고 분명히 알겠는데 누가 썼는지 분명하지가 않으니
그냥 짐작도 하지 않은채 읽는 경우도 많다 그걸 노리거나 바랬나?
에세이에서 잘 정비된 글솜씨를 바라는 건 아니나 군데군데 헝클어진 곳이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
쫌 성의없어 보이기도 하다
전작 『페스포트』보다 밀도가 여물지 못하다는 말쌈.
기우이겠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썰~을 많이 풀다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이 물렁해지는 건 아니길
하긴 시업 하나만 파서는 풀칠을 못하는 세태이니 어떻게하겠는가 풀칠을 해야 시칠도 할 수 있으니
야설을 쓰든 대필을 하든 사막으로 도시로 발품을 팔든 모두가 그대의 소관이니 내 알 바 아니지
일약 시단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반짝하고 사라지진 말길 바람.
'과연'일지 '결국'일지는 『이끼들의 세계사』를 들춰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