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 문학동네 시집 81
송승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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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자서에는 딱 한 문장 단 네 글자만 박혀있다  

그 말을 왜 서두에 했는가 차츰 책갈피를 넘겨가다보니 집힌다 

흑백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들어올리며 한 장을 잘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또렷하게 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런 문장들이 완전한 

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물론 모호하고 알 수 없는 마치 안개에 휩싸인 시편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흑백의 선명한 대조가 잘 어우러진 사진으로 가득한 

시집이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시인의 자서처럼 '바라본다' 읽은게 아닌. 

보여지는 것들을 그대로 옮겨와 주니 관찰자의 축축한 감정이 스며들  

틈이 없다 드라이 아이스,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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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후지와라 신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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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짧은 문장 몇 줄.
그 몇 줄에 흔들리는 생각. 흔들었던 말들을 옮겨와 본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던 사람이 이런 책자를 그냥 지나칠수 있겠나
죽음을 생각하면 거기엔 남아 있을 날들의 삶이 빼곡하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삶이 오히려 허허벌판처럼 황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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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이 생명의 표준시.

이 세상은 저 세상이다.
천국도 있다.
지옥도 있다.

저기, 사람의 뼈를 보았을 때
절대로 병원에서는 죽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왜냐하면
죽음은 병이 아니기에.

죽은 사람과 여자에게는
꽃이 어울립니다.

인연 1초. 이별 일생.
이 세상은 누구에게나 돌아오지 않는 강.

극락이란 고통과 고통 사이에
한순간 보이는 것.

수명이란
꺾인 꽃의 한정된 삶 같은 것.

꽃이 흔들린다.
꽃그늘이 흔들린다.
빛에서는 발정이,
그림자에서는 죽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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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재구성 - 제28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 창비시선 306
안현미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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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집을 읽어가는 밤이다
여전히 그는 그 다운 시를 써내고 있는것 같고 생활이 엿보이는 시들에서
울컥울컥, 서른일곱에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로 간 친구를 생각한다는 문장에선
'정말 그렇게 떠나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인데, 꼭히 환생을
해야만 다른 삶을 사는 건 아닌데,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건 무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달뜬다.
시는 첫 시집보다 무르익어가는것 같은데 멍든 시간으로 익어가는건 아닌가 싶어
반겨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시인이란 저주받은 자들이 아니라 저주를 기꺼이 선택하는 자들이다!'-28p
 

정말 아찔했다. 그런 것을 두고 숙명이라 하는가.
기꺼이 덥석 미끼인줄 알면서 물고 잡아먹혀주는 것. 날 잡아먹겠다니 먹어라.
내 사라져주겠다. 털끌만큼의 미련 따위, 가소롭다. 당사자는 늠름한 심정이겠지만
보는이 안타깝고 쓸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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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란 무엇인가 태학산문선 102
심노숭 지음, 김영진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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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의 글을 읽는다.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불우했던 한 선비의 심사를 읽는다.
출세를 하지도 명망을 쌓지도 못한 한 남자의 마음과 말들을
오늘에 와서 읽어봐도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인지상정임을 알아간다.

처연하고 쓸쓸하다.
제목이 된 눈물이란 무엇인가 편에선 완고하기만 할 것 같은 선비의 마음을
읽고 선입견 가득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어찌보면 옛 선인들의 글들을 읽는 게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넘쳐나는 글들에서 진정성을
읽기란 쉽지 않은 요즘에 말이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물이란 것의 속성인데 어찌 눈물만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지 모르겠다는 저자의 일갈에 아득해진다
다시 한번, 눈물은 마음에 있는 것인지 눈에만 있는 것인지의 고민에
가서는 그런 고민의 골짜기에 가있는 저자의 처지가 아련하기도 하다
덩달아, 눈물은 어디에서 우러 나오는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본다
우물에서 길어 올려지는 물처럼 눈물을 이끌어 내는 일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면 어디 있는지 모를 우물 바닥이 울렁하고 철렁하는지
물렁해지는 마음을 부러 외면하려 한다 눈물이 싫은 것이겠지 아니면
눈물 나는 일들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때론 그저 한번 펑펑 울어서
다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고. 울수도 안 울수도 없는 이런...
먹먹하고 막막하기만 한 새벽.

고요함은 진실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으나
움직임은 그 자신만을 감동시킬 뿐이다. 190p

고요함이 극에 달하면 잊게 된다.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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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황홀 - 김도언 문학일기
김도언 지음 / 멜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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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9년 12월 27일 부터 2004년 7월 19일까지
서른 여덟 부터 서른 셋 까지

그 사이의 말들을 읽고 있다. 

이런 글쟁이들의 책을 읽으면 따라 읽어보고 싶은 작가나 책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오늘은 레이먼드 카버의 책들을 검색하고 보관함에 넣어뒀다


'생활, 이 무시무시하고 엄정한 단어',
'세상은 극단 앞에서 약해진다. 그런데 나는 결정적으로 극단적이지 못한 것이다. 극단적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매우 단순하다. 비겁하기 때문이다. 견딜 자신이 없기에. 극단은 사실은 매우
강하고 독한 것이다. 강하고 독한 사람만이 극단을 넘볼 수 있다.' -15p

이 글을 쓸 당시 김도언은 '실업자'가 '술주정뱅이'가 되었다고 토로 한다. 모 출판사로 부터 괜찮은
연봉의 스카웃 제의를 받았으나 작가로서의 개인적인 욕망을 버리라는 단 한 가지 조건 때문에 거절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출판사에서 일할 동안은 오로지 월급받는 직장인으로만 살아달라는 것인데
뻔하게 작가라는 걸 알고 영입하려는 쪽의 요구는 스님에게 날마다 술판을 벌여 고기들이 즐비한 난장판
을 벌여주십사 하는 것과 같은 아주 (내 생각엔)괘씸하고도 싸가지가 없는 조건이 아니었나 싶다.

김도언의 진술처럼 나도 비겁하기 때문에 극단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이도저도
아닌 채 간만 보고 한참을 물러나 있으면서 이러쿵 저러쿵. 독하고 강해져야 하는데.
속초까지 혼자 자전거 타고 가는 날 보고 독하다고 그러긴 하던데 그 '독'으로 물어 쓰러트릴 건
다른 곳에 있는 걸 잘 알고 있는데, 넌 뭐하나.



소설가 김훈은 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은 개수작 같은 거라고 일갈한다. 103p

(나는)101%동감.

여기에서 김도언은 '인간'을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한다. 문학을 생산하는 담당자들 즉 시인이나
소설가, 그리고 문학 작품을 읽거나 연구하는 나머지 사람들이 그 두 가지다. 최소한 전자로 언급한
문학 생산의 주체자들은 문학을 함으로써 구원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구원'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아무 언급없이 넘어갔기 때문에 김도언의 생각에 공감
하기는 힘들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시인이나 소설가라고 인정 받고 많은 시간을 시와 소설의
창작에 몰두하는 것이 김도언 식의 구원일까? 이것을 김도언에게 적용 시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소설가가 되어 소설을 쓰는 그 시간에 대해 당신은 구원되었다고 확고부동한 믿음이 있
는지. 

 나에게 있어 '좋은책'이란 지금 이 책처럼
어떤 문장을 읽으면 씀풍 다른 문장을 생각나게 한다거나
어떤 사물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보며 새로운 면면을 챙길수 있는 책이다
비록 어떤 것들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저 검은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겠지만
기약 없는 어느 순간 그 어둠에서 불쑥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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