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자 문학.판 시 14
박용하 지음 / 열림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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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속절없는 시집이라고 해두자


태어난 날은 알지만/죽을 날은 언제인지 모르는/알고 보면 누구나 시한부 인생/
알 것도 없이 죽을 병이 삶인데

근데 나를 놓아주는 일이/왜 이리 힘든 건가요

견딜 수 없는 것들만/삶이 되겠지요 (...) 나는 고통받는 자였던가요/고통하는 자였던가요 

삶도 죽음 앞에서 보내는 휴가 아닌가


세계를 보는 시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견자'에 담긴 세계가 결코
환상이거나 망상이 아니라는 것이며 그런 세계를 살고 있다는 자각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끔찍한 고통 아래 건전한 사고와 건강한 인간이 나올수는 없는 것. 하지만 많은 인간들은
쾌락이 고통이라는 것을 모르던가 외면하고 있다. '미래의 인간은 동물로 채워질 것이다'라는
랭보의 전언은 틀리지 않았고 현재가 된 랭보의 미래는 이제 현재에 주저앉아 더이상 저 앞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망하거나 죽거나. 

나와 같은 독자 역시 시를 보기만 하는 또다른 견자로써 어찌할 바 없다는 것이 덤덤하기만 하다. 그만큼 이미 '뒤는 절벽이고/앞은 낭떠러지다'('입'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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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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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좋은 문장들과 '책'에 관한 이러저러한 생각들과 그리고
'읽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우욱 나열됐다. 

막연히, 건조하다는 느낌만 가득한 채 읽기를 마쳤다. 내겐 그다지 별로
와닿지 않는 말들만 풍성했다. 책에 있어 사용법이랄게 굳이 필요하기는 한가?

책이란 것과 읽기란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책이란 것도 필요한 사람만이 들여다보면
되지 않나 하는게 내 생각이다. 온 인류가 책을 읽는데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면 세상이
바뀔까?

책이 없던 시대나 책이 넘쳐나는 요즘이나 다를바 없다. 책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만큼 책의 유용함이 설득력이 없다는 반증이라면 미친소린가. 책이라고 다 책이 아니듯
굳이 이런 책까지 필요할까 싶다. 물론 이보다 더 못한 책들이 너무너무 많은 게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닌'책은 아니니 안읽고 판단하지는 말 것. 3쇄까지 찍힌것만 봐도 뭐.
161p의 한 문장은 3쇄까지도 수정이 안된 채 찍히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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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아이스 문학동네 시집 81
송승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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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자서에는 딱 한 문장 단 네 글자만 박혀있다  

그 말을 왜 서두에 했는가 차츰 책갈피를 넘겨가다보니 집힌다 

흑백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들어올리며 한 장을 잘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한 문장 한 문장이 또렷하게 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런 문장들이 완전한 

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물론 모호하고 알 수 없는 마치 안개에 휩싸인 시편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흑백의 선명한 대조가 잘 어우러진 사진으로 가득한 

시집이 아닌가 싶다 나 또한 시인의 자서처럼 '바라본다' 읽은게 아닌. 

보여지는 것들을 그대로 옮겨와 주니 관찰자의 축축한 감정이 스며들  

틈이 없다 드라이 아이스,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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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후지와라 신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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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짧은 문장 몇 줄.
그 몇 줄에 흔들리는 생각. 흔들었던 말들을 옮겨와 본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던 사람이 이런 책자를 그냥 지나칠수 있겠나
죽음을 생각하면 거기엔 남아 있을 날들의 삶이 빼곡하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삶이 오히려 허허벌판처럼 황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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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이 생명의 표준시.

이 세상은 저 세상이다.
천국도 있다.
지옥도 있다.

저기, 사람의 뼈를 보았을 때
절대로 병원에서는 죽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왜냐하면
죽음은 병이 아니기에.

죽은 사람과 여자에게는
꽃이 어울립니다.

인연 1초. 이별 일생.
이 세상은 누구에게나 돌아오지 않는 강.

극락이란 고통과 고통 사이에
한순간 보이는 것.

수명이란
꺾인 꽃의 한정된 삶 같은 것.

꽃이 흔들린다.
꽃그늘이 흔들린다.
빛에서는 발정이,
그림자에서는 죽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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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재구성 - 제28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 창비시선 306
안현미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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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집을 읽어가는 밤이다
여전히 그는 그 다운 시를 써내고 있는것 같고 생활이 엿보이는 시들에서
울컥울컥, 서른일곱에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로 간 친구를 생각한다는 문장에선
'정말 그렇게 떠나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인데, 꼭히 환생을
해야만 다른 삶을 사는 건 아닌데,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건 무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달뜬다.
시는 첫 시집보다 무르익어가는것 같은데 멍든 시간으로 익어가는건 아닌가 싶어
반겨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시인이란 저주받은 자들이 아니라 저주를 기꺼이 선택하는 자들이다!'-28p
 

정말 아찔했다. 그런 것을 두고 숙명이라 하는가.
기꺼이 덥석 미끼인줄 알면서 물고 잡아먹혀주는 것. 날 잡아먹겠다니 먹어라.
내 사라져주겠다. 털끌만큼의 미련 따위, 가소롭다. 당사자는 늠름한 심정이겠지만
보는이 안타깝고 쓸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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