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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자 ㅣ 문학.판 시 14
박용하 지음 / 열림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속절없는 시집이라고 해두자
태어난 날은 알지만/죽을 날은 언제인지 모르는/알고 보면 누구나 시한부 인생/
알 것도 없이 죽을 병이 삶인데
근데 나를 놓아주는 일이/왜 이리 힘든 건가요
견딜 수 없는 것들만/삶이 되겠지요 (...) 나는 고통받는 자였던가요/고통하는 자였던가요
삶도 죽음 앞에서 보내는 휴가 아닌가
세계를 보는 시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견자'에 담긴 세계가 결코
환상이거나 망상이 아니라는 것이며 그런 세계를 살고 있다는 자각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끔찍한 고통 아래 건전한 사고와 건강한 인간이 나올수는 없는 것. 하지만 많은 인간들은
쾌락이 고통이라는 것을 모르던가 외면하고 있다. '미래의 인간은 동물로 채워질 것이다'라는
랭보의 전언은 틀리지 않았고 현재가 된 랭보의 미래는 이제 현재에 주저앉아 더이상 저 앞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망하거나 죽거나.
나와 같은 독자 역시 시를 보기만 하는 또다른 견자로써 어찌할 바 없다는 것이 덤덤하기만 하다. 그만큼 이미 '뒤는 절벽이고/앞은 낭떠러지다'('입'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