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지음, 이태연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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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승우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을 출간하고 다수의 한국 소설을 번역 소개하고 있을 만큼 한국과 한국문학을 잘 아는 외국인이 썼다고 하여 솔깃 했다

책 곳곳에서 호명 당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보자면 소설 좀 읽었다는 한국 독자는 저리가라 할 정도다
아울러 그가 자주 다닌 종로 대학로 등등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외국인이 읽고 느낀 한국 문학은 어떤가 궁금하다면 일독해 볼만 하겠다


적은 선(善)을 정의하고, 위협을 받는 이를 적보다 더 나은 존재로 변모 시킨다. 적은 고발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대상이자 영감의 원천 이므로, 한국문학은 적에게 서사의 중심축이 될 정도로 지배적인 지위를 부여했다(사실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적은 이런 구체적인 역할 외에도 원동력을 구체화하면서 상징적인 역할도 하여 사고(思考)의 흐름을 만들고 한국문학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21p

진정한 독서가는 젊은 시절엔 다독을 하지만 이후엔 재독을 한다. 읽고 또 읽는다. 걸작들의 의미를 천착해야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버릴 때까지. 그러고 나면 평생 읽을 책 몇 권만 남겨두고, 쓸데없는 잡동사니는 더 이상 쌓아두지 않게 될 것이다.
1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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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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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기계들 #이언매큐언

인공지능 로봇 사이보그 등등의 소재는 그냥 식상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만큼 흔하다 그럼에도 이언 매큐언의 유일한 SF 소설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뭔가 다르지 않겠냐의 기대감

로봇이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장르 소설 독서가 일천하다보니 그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막연히 생각하던 내 생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읽기가 되어 흡족하다 이런류의 독서 경험이 많은 이들이 보기엔 싱거울지 어떨지 모르겠지만은

여튼
소설에 등장하는 아담(또는 이브) 같은 로봇이 하나쯤 내 곁에 있어서 내가 컨트롤 가능한 말벗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로봇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 나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되고 내 말을 거스를 수도 있거나 스스로 죽기도 하며 내가 너무 로봇에 감정 이입을 하여 집착하게 되면 그땐 또 어쩌나 싶기도 해서 결국 그 대상이 사람이든 로봇이든 그게 중요한건가 그런 생각도...

소설의 배경은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제도 전쟁을 하던 당시의 영국이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대처 총리나 튜링 수학자 등 실제 인물들의 등장 역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요즘 인공지능 쳇Gpt 라는 말을 모를 사람은 없다 더불어 자율주행을 필두로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거라고들 한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보면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아담(남)과 이브(여)라는 로봇이 등장 한다 이 로봇의 수명은 20년으로 86000파운드(한화 약 1억 50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25개체?가 생산 되었다

주인공은 그 가운데 아담 한 기를 구매한다

우리는 흔히 생각하기를 로봇이라고 하면 금속 재질의 외형과 인간의 명령에 종속 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설 속 아담과 이브들은 외형과 촉감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로봇이다
무엇보다 이 로봇을 구입하면 성격 셋팅을 구매자가 해야 한다 기본 셋팅이 끝나면 이후 스스로 정보를 찾아 학습한다

이 아담과 이브들은 상상 이상으로 인간의 정신능력과 흡사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랑은 정신적 육체적 사랑까지 포함 된다
스스로 자신의 시스템을 망가트려 자살 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하이쿠를 짓고 자신을 구입한 구매자가 시스템 리셋을 하려할 때 거부하기도 하며 셰익스피어를 읽고 흥분하기도 한다
인간과 로봇이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라고 인식하며 로봇 자신은 살아 있는 생명이라 결론 내리기에 이른다
이것은 주인공이 구입한 아담의 특징일 수도 있다

로봇 이름을 아담과 이브로 지은것은 작가의 너무 편안한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로봇 아담과 이브를 인간으로 대입해 창조론적 시각으로 본다면 로봇 아담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인간이 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다를게 없다 싶고 작가 역시 그 점을 어필하고 싶은게 아닐까 했다

소설상에서 인간은 인간 같은 로봇을 프로그래밍 하고자 하지만 실패로 보인다 다수의 아담과 이브들이 자살을 하는데 그 원인으로 짐작 되는것은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으로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는 절망감이 그들을 자살로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생각하는 죄와 벌 그리고 용서와 같은 개념은 인공지능의 딥러닝으로는 불가능 하며 로봇은 수학적 판단으로 죄와 벌을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심심찮게 인공지능이 우선 도입 되어야 하는 분야가 판사로 상징되는 법조계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지만 소설상 아담이 생각하고 판단한 죄와 벌의 판단을 보자면 인공지능 판사가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의문과 우려가 생긴다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을 비롯 하나도 읽지 않은채 어찌보면 번외편 같은 작품으로 처음 읽었지만 왜 그가 대단한지 짐작이 갔다


나는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요
181P

욕마의 대상은 선택할 수 있지만 욕망 자체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185P

슈뢰딩거의 더블린 강연집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21P

내가 어떤 구조 속에서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의 정신적 실존이 다른 장치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3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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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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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읽은 구묘진 작가의 소설에 ‘아베 코보의 ˝타인의 얼굴˝처럼 상징성이 강한 장편 소설로 완벽하게 써 보고 싶다‘ (84p)는 문장이 있다

그 옛날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워낙 인상적으로 읽었던지라 다른 작품이 궁금해 그 언제적에 사두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다

모래의 여자(1962 2001) 타인의 얼굴(1964 2007) 불타버린 지도(1967 2013)를 실종 삼부작이라 칭하는데 오래전 모래의 여자를 너무 좋게 읽은 기억의 기대 때문인지 타인의 얼굴은 그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느낌이다
원작 자체가 그런 것인지 번역자의 역량 때문인지 딱 꼬집을 수는 없지만 곳곳의 석연찮은 문장들과 비유들이 이게 과연 그 아베 코보가 맞나? 하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진도는 안나가고... 읽는이의 총체적 노화로 인한 읽기 능력의 퇴화가 가장 큰 몫인것도 같다

얼굴 전체 화상으로 가면을 만들게 된 화자가 가면을 쓰고 부인을 유혹하기에 이르는 표면적 줄거리인데 가면을 쓰게 되면 다중인격자가 되나 싶은 모습도 설득력이 부족하게 읽힌다

가면과 맨얼굴 여성들의 화장 등등 과연 진짜 얼굴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가와 같은 주제는 이제는 진부한 이야기랄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임을 감안해 볼만 하겠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고 그에 걸맞는 주인공을 탄생 시킬만한 주제일텐데 이 소설에는 겉도는 말들이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다
‘가면‘이라는 화자와 ‘나‘라는 두 화자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나 하는 와중에 화자의 번역된 어투까지 왔다갔다 하니 짜증이 스멀스멀... 모래의 여자 번역자가 번역하면 뭔가 다른 작품으로 읽히지 않나 하는 욕심
실종 삼부작 가운데 하나 남았지만 입맛이 똑 떨어졌다

아래 따온 문장처럼 성형과 셀피 중독자가 넘쳐나는 sns시대에 과연 우리에게 얼굴이란 무엇인가 등등의 이야기를 하자면 만리장성도 쌓겠지만 벽보고 해본들 또 해서 뭐하나

마지막 반전 까지는 아니겠지만 주인공의 드러나는 가면에 치중하다가 아내의 (이를테면)가면이야말로 진짜 가면이 아닌가 하는 지점에서 아차! 싶어 아베 코보가 노린건 이건가? 해서 말짱 꽝 독서는 아니었다는 안도

알라딘 균일가 매입 800


나는 인간의 영혼은 피부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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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라는 것은 결국 표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정이라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 같은 것이죠. 자기 자신과 타인을 연결해주는 통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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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최, 염 그리고 A는 패밀리로 불리던 친구들이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날 저녁 교통사고로 사망한 A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김, 정, 최는 길을 떠난다
그 길 위에서 벌어지는 묘한 일들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들이 소설을 따라 가게끔 하는 원동력인데 소설의 끝에 가닿게 되면 이 모든 것들을 한방에 읭? 스럽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니 이럴려고 작가는 이걸 썼나?
어떤 형식미?(라고 부를수 있는지 모르겠지만)를 보여주려고? 아니면 펼쳐놓은 이야기 수습이 안되어서 이런 무리수 같은 마무리?

장점이라면 알리바이가 맞춰지는 장면을 읽어가는 재미는 있다는 것 그래서 장르소설처럼 끝까지 밀고 갔더라면 하는 것이지만 한순간에 맥이 탁 풀려버려서리

시, 소설, 평론을 넘나드는 수완을 펼쳐보이는 이장욱의 시집을 주로 보다가 오래 묵혀둔 소설을 문득 꺼내 읽었는데 실망이라면 실망스럽군

여튼 알라딘 중고 균일가 매입상품 1,000원 으로 방출


나에게 비관이라는 것은 어떤 정서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물리적인 힘의 이름에 가깝다. 내 멱살을 휘어잡고 패대기 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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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조차도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나는 나 스스로를 의심하는 데 익숙하여, 인생의 대부분을 그 의심의 심연에서 보낼 것이다. 스스로를 의아해하는 인간. 믿음이나 사랑이 도착할 수 없는 영혼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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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파크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마라카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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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반드시 서사를 이야기 해야 하는건 아니다
어떤 분위기 또는 예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써 그 몫을 완수했다면 소설로써 충분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디트 헤르만은 그만의 소설을 썼다

알라딘 중고 매입가 최상 기준 5,600

이 책을 읽다가 그 언젠가언젠가 유디트 헤르만을 읽기 시작 하던 때만 생각나지 정작 소설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언젠가에 가서 유디트를 읽던 지금이 문득 떠오른다 해도 내용은 온데간데 없어졌지 않을까
그렇다치면 뭐하러 읽냐 싶지만 나는 안다 다만 흐르는 시간에 문장을 돌멩이 삼아 돌팔매질 하는 것으로 삼을 뿐이라는 것을
그 돌멩이가 어느 바닥에 가 내려앉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고 알 수도 없다는 것을


강을 따라 내려다가 되돌아왔었다 -> 내려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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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에 서서 지구를 보는 게 어떤지를 당신은 결코 상상할 수 없다고. 그 물방울이 우주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아주 외로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이 암흑 속에 있는 모습을 보는 게 어떤지를. 이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당신은 상상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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