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 걸작선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 천병희 / 숲 / 440쪽
(2013. 11. 14.)

 

 

 

  위대한 창조자였던 이들 3대 비극작가(아이스퀼로스(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칠 줄 모르는 탐구정신에 힘입어 그리스 정신을 가장 위대하게 구현해냈으며, 인류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그리스 비극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와 상상력을 길어 올린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와 노래, 춤과 웅변술 그리고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한데 묶은 종합예술로서 비극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거니와, 금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 작품에 소재와 주제를 제공하는 살아 있는 이슈로 우리 곁에 있다.
(p. 24)

 

 

  『아가멤논』에서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트로이아에서 10년 만에 귀향하던 날 아래 크뤼타이메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욕조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아가멤논은 왜 그런 고통과 불행을 겪어야 하는가. 이것이 아스퀼로스가 이 작품에서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다.
  아내는 남편이 10년 전 1천 척의 그리스 함대를 이끌고 트로이아로 떠날 때 폭풍을 달래기 위해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그녀의 정부는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가 자기 아버지를 추방하고 형들을 살해한 데 대한 정당한 복수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는 아이스퀼로스의 주요 주제가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p. 28)

 

  『오이디푸스왕은 소포클레스의 최대 걸작으로 평가되며, 아리스토텔레스도 『시학』에서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 있는 드라마"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 비극은 인간의 인식 능력, 즉 오이디푸스가 '어떻게' 스스로 저지른 행위들의 과정과 의미를 깨닫게 되며, 나아가 '어떻게'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 대응하는지를 다룬다.
(p. 161)

 

『메데이아의 소재는 이아손과 메데이아 신화의 후반에서 취재한 것이다. 이아손이 메데이아 공주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흑해 동안에서 황금 양모피를 구해 왔는데도 펠리아스가 약속을 어기고 왕위를 내주지 않자, 메데이아는 속임수로 펠리아스를 죽인다. 추방당한 그들은 코린토스로 옮겨 와 여러 해 동안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이민족 출신 메데이아에게 싫증이 난 야심가 이아손은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라며 코린토스 왕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p. 304)

 

 

일설에 따르면,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는 아울리스 항에서 순풍을 얻기 위해 그리스군에 의해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졌지만, 마지막 순간 아르테미스가 사슴을 대신 넣어 주고 그녀를 구출하여 지금의 크림 반도에 살던 타우로이족의 나라도 데려가 그곳에 있던 그녀의 신전에서 여사제로 봉사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방인을 여신께 제물로 바치는 그곳의 관습에 따라 제물을 축성하는 일을 맡아보던 이피게네이아는 자신을 무자비하게 제물로 바친 그리스인들을 늘 원망하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한다.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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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 624쪽
(2013. 11. 09.)

 

 

 

 『신곡』 14세기에 단테가 그의 모국어인 이탈리아 어로 쓴 시로 된 작품이다.

흔히 산문으로 쓰여진 고전들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혼자서

『신곡』을 읽으며 이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인것 같다.

그래서 신곡과 함께 읽으면 아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단테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인 『신곡』의 각 주제별 자세한 설명을 마치 강의를 직접 듣는것 처럼 느껴볼 수 있으며, 『신곡』에 한 강의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고전의 의미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들 그리고 단테의 『신곡』이전의 고전 작품들과 『신곡』과의 연결고리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고전을 읽는 독작들에게 아주 좋은 지침서의 역할을 또한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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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997년 3월 29일부터 1998년 7월 25일까지 약 1년 6개월에 걸쳐, 원칙적으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행한 나의 단테 『신곡』 강의(총15회)와 강의 후의 질의응답을 기록한 것이다.
(p. 7)

 

 

  나는 자유로운 정신으로 인류 고전의 하나인 단테의 텍스트에 즉해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배우라고 권고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서 우리는 위대한 선구자가 시대의 억압에 어떻게 대항했는지, 어떻게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보다 잘 살고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추방당한 삶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신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이 인류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신곡』이다.
(p. 8)

 

 

  단테의 『신곡』을 읽는 일은 우선 첫째로 '클래식을 공부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니 오히려 클래식'에서' 배운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것과 자신과는 거리가 있게 된다. 물론 단테'를' 공부하는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테'에게' 배운다. 즉 자기 자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 공부하고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테를 공부하는 것은 이처럼 고전 '에서' 배우는 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단테에게 배우는 것이다.
(p. 14)

 

 

  단테 『신곡』 연구의 두 번째 의미는 휴머니즘을 체득하는 데 있다. '휴머니즘'이라고 하면 흔히 '인간주의' 혹은 '인간애'라고 옮기는데,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니고 '휴머니즘'은 '휴먼인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휴먼'은 라틴 어로 '후마누스'이며 '후마누스'는 물질인 물이나 동물인 개와는 달리 인간에게 고유한 것, 즉 '인간적'이라는 뜻이다.
(p. 16)

 

 

  문화에는 '창조하는 문화'와 '소산으로서의 문화재'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리가 단테를 읽는 경우 이미 완성되어 있는 문화재인 『신곡』을 공부하면서 그것을 창조한 단테의 정신에 도달해야 한다. 이는 결국 문화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에서 배운다는 것이고, 고전'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고전'에서' 배운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테의 책을 공부하면서 단테의 책에서 배워 아무리 작은 불꽃이라도 자기 안에서 창조적인 문화의 불을 밝혀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고전으로서의 단테를 읽어 그 내용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단테의 창조 정신까지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p. 25)

 

 

  『신곡』은 라틴 어가 공용어이며 문화적 세계어였던 14세기에 단테가 그의 모국어인 이탈리아 어로 쓴 시라는 점에서도 문화역사상 매우 중요하다. 13세기까지 문화적으로 중요한 문서는 모두 라틴 어로 쓰였다. 이는 라틴어의 문서의 문화적 의의의 긍정적 측면이다. 이미 9세기 무렵부터 각 지방에서 쓰이던 라틴 어가 붕괴되고 지방어의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문시 된다. 요컨대, 추상적 명제에는 지극히 적합해 보이는 라틴 어도 다른 지방의 실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개인적 감개나 파토스를 표상하는 데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직접성을 비교할 때 부정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p. 161)

 

 

  이 책을 통해 『신곡』을 접하는 만은 분들은 어쨌든 이 책 속에서 『신곡』을 띄엄뜨엄 읽어 가면서 우선은 『신곡』에서 조금이라도 '사실'이 아니라, '시실'을 배워 보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 달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작가와 함께 베르질리오를 따라 지옥순례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p. 166)

 

 

  단테의 『신곡』은 천국을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을, 즉 우리는 단테와 함께 고전문학적 교양으로 지옥을, 오성과 상상력으로 연옥을 편력한 후, 그제야 마침내 빛으로 충만한 천국에서 이성적 정신이 신의 지복으로 초대받는 기쁨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그리고 『신곡』은 그런 기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상에 있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그리고 천국의 지복을 마음에 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성취되는, 천상과 지상의 사랑의 교류 노래인 것이다.
이을테면 지옥편은 문학, 연옥편은 철학, 그리고 천국편은 신학의 연습의 장이라 말할 수 있다. (이마미치 도모노부)
(p.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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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 373쪽
(2013. 11. 7.)

 

 

  단테는 『신곡』 안에서 베아트리체를 좇아 천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기가 본 천국을 글로 충분히 표현해 낼 수는 없다. 천국은 빛으로 가득하며 아무리 깊이 본다고 해도 기억으로 재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천국은 인간 언어의 길을 실로 긍정적인 의미에서 끊어낼 뿐 아니라, 인간 지성이 포괄하는 힘과 범위를 넘어 기억에조차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빛으로 넘쳐 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천국에 관한 문헌은 적고, 누구도 모르는 것을 예언적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하는 천국편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각오하고 서술해 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p. 425)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지옥편이나 연옥편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예를 들면 그런 부분은 역사적인 인물 관계를 잘 모르는 데에서 기인하므로 주석을 보면 대부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어려운 점들은 그리스도교 신학이나 도덕철학의 문제이다. 평범한 시인과 달리 단테가 철학자나 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천국편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옥과 연옥의 별의 유무에 관한 의미 해석을 통해서도 단테의 사상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지만, 사상적 시인 단테라는 입장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 천국편이다. 천국편은 읽고 곧바로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절대로 못 읽을 것이라고 절망하지 말기 바란다. "그렇게 힘들면 앞으로 돌아가서 지옥과 연옥 부분을 끝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용기를 내서 읽어 나가기 바란다는 말이다.
(p. 447)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우리는 『신곡』을 읽으며 지옥이 고통도 읽었지만, 천국인 이곳에 다다르면 단테처럼 우리도 역시 베아트리체의 말을 듣고 내면에서 뭔가가 용솟음치는 듯한 격려를 느낄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천국에 있더라도 지상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신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며, 바로 거기에 천국의 소망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단테의 천국 경험의 하나이다.
(p. 540)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모든 것을 움직이시는 그분의 영광은
온 우주를 가로지르며 빛나지만,
아떤 부분에서는 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덜하다.

나는 그분의 가장 밝게 빛나는
하늘에 있었다. 거기서 내려오면 누구든
잊거나 말할 수 없을 것들을 난 보았다.

우리의 지성이 그 바라던 목표에
가까워지면서 기억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제 내 마음에 보물로 간직한
하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영역은
내 노래의 줄거리가 될 것이다.
(p.7 / 1곡 1-12)

 

 

수없이 많은 등불들로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은 그 깊은 얼의 자국을 남기고
그 이미지의 인장을 스스로 만듭니다.

그대들의 먼지 속의 영혼이
그대들 몸 구석구석에 퍼져
갖가지 기능을 다 하듯이.

이 위대한 지성도 별들에게 제 능력을
골구루 나누어 퍼지게 하고 동시에
그 지성 자체는 일체를 유지하지요.
(p.22 / 2곡 130-138)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은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p. 114 / 13곡 112-123)

 

 

자신의 혹은 남의 언행에
부끄러움을 느껴 검게 탄 양심은
너의 말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거짓으로 위안하지 말고,
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

너의 말이 처음에는 쓴맛을 줄 수 있으나,
잘 새기면 나중에는 차츰 모두가
생명의 양식으로 삼을 것이다.

너의 외침은 가장 높이 오를 때
가장 힘든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명예가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p. 149 / 17곡 124-135)

 

 

이 사람은 우주의 가장 깊은 구멍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르면서 영혼들의 삶을 하나하나
목격했습니다. 그가 힘을 더기 위해

당신의 은총을 갈구하니,
마지막 축복을 향해 눈을
더 높이 올리도록 그에게 힘을 내려 주소서.

제 눈을 위해 불타오른 적이 없는 제가
그의 눈을 위해 불타오르기보다는
저의 온 기도를 바쳐 당신께 원하노니.

당신의 기도로 그의 필멸의 운명이 지닌
안개를 걷어 주시고 그의 눈앞에 즐거움의 극치께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시옵소서.
(p. 287 / 33곡 22-33)

 

 

마치 꿈을 꾸면서 뭔가를 보는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면 그 열정은 자국으로
남고, 나머지는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듯이,

내가 지금 그러하다. 비록 나의 눈은 흐릿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으로 본
그 달콤함은 가슴속에 아직도 방울진다.

그렇게 눈 위에 찍힌 표시들은
햇살에 희미해지고 잎사귀에 새긴
시빌라의 점괘는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아, 인간의 지성이 다다르지 못할
지고의 빛이시여! 당신의 조그만 부분이라도
내 마음에 다시 더하셔서

미래의 사람들에게 남길 수 있도록
당신의 영광의 단 한 순간 불티라도
포착할 정도의 힘을 나의 혀에 주소서.

그렇게 나의 정신에 잠시라도 돌아오고
나의 시에서 비슷하게나마 울리면
당신의 승리는 사람들에게 더 드러나는 까닭입니다.
(p. 289 / 33곡 5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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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연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 348쪽
(2013. 11. 3.)

 

 

 

둘 다 죽은 자가 가는 장소인 지옥과 연옥은 그 밖에 어떤 점이 다를까. 결정적인 차이점은 지옥은 '절망의 장소'인 데 반해 연옥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연옥에는 혼이 씻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어쩌면 천국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희망이 있다는 점이 지옥과는 완전히 다르다.
(P. 298)

<단테신곡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이 세상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따라 지옥이 될 수 있고, 연옥도 될 수 있고, 천국도 될 수 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신곡』은 실로 논리적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지옥, 연옥, 천국도 공간적으로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를 파고들면 모두 이 세상의 일처럼 여겨지는 상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테는 서양의 많은 고전 중에서도 시대를 초월해 계속 읽히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p. 310)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더 좋은 물 위를 떠가려고
내 재주의 작은 배는 그리도 끔찍했던
바다를 뒤로하고 돛을 활짝 펼친다.

이제 나는 인간 영혼이 정화되고
천국에 오를 준비를 하는
이 두 번째 왕국을 노래하려 한다.

아, 성스러운 뮤즈들이여, 그대들에 복종하는
내 죽음의 시를 이제 삶으로 오르게 하소서!
이곳에서 칼리오페를 잠시 일으켜

저 불쌍한 까치들이 얼이 빠져
용서를 구하지도 못했다던 그 부드러운 소리로
나의 노래와 함께하게 하소서!
(p. 7 / 1곡 1-12)

 

 

나는 죄지은 온갖 무리를 이 사람에게 보여 주었소.
이제 당신의 치하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는 영혼들을 보여 주고 싶소이다.

내가 어떻게 이 사람을 데려왔는지는 말하자면 길 터,
다만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도우시는 덕성이
당신을 보고 듣도록 이 사람을 인도하라 하셨다오.

그러니 이 사람을 기꺼이 맞아 주시오.
이 사람은 자유를 찾아서 가고 있소.
자유를 위해 삶을 포기한 당신이니 잘 알 것이오.
(p. 11 / 1곡 64-72)

 

 

우리의 감각이 기쁨이나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때 영혼은
그 둘 중 하나의 감각에 쏠려서

다른 기능에는 완전히 무디어진다.
이는 우리 안에서 한 영혼이 다른 영혼과
함께 타오른다고 믿는 오류에 반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보거나 들으며 우리의 영혼이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힐 때
시간이 흘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을 알아차리는 감각과, 영혼을
완전히 지배하는 감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데
전자는 영혼에서 풀려나 있고 후자는 매여 있다.
(p. 34 / 4곡 1-12)

 

 

선생님이 나를 꾸짖었다. "무엇에 관심을 뺏겨
걸음을 늦추느냐! 그들 재잘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써 무엇 하리!

내 뒤를 따르라! 저들은 떠들도록 내버려 두고,
바람이 불어쳐도 끝자락조차 흔들리지 않는
탑처럼 굳건하여라!

사람이란 생각에 생각을 겹쳐 놓다 보면
원래의 목표를 잃게 마련이니,
힘이 서로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p. 44 / 5곡 10-18)

 

 

사람들은 각자가 차지하면서 줄어들게 되는
세상의 것들을 욕망의 목표로 삼으니,
질투는 사람들 한숨에 부채질을 하는 거란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망이 위로 솟구쳐
가장 높은 하늘의 사랑을 향한다면
상실의 두려움이 그렇게 마음을 누르지는 않을 텐데.

'우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각자가 갖는 선도 더 많아지고
수도원에서 자기가 더 세차게 타오를 것이다.
(p. 138 / 15곡 49-57)

 

 

내 생각이 옳다면 이런 판단을 해 볼 수 있겠지.
사람들이 사랑하는 불행은 이웃의 불행이며,
이런 사랑은 진흙에서 세 가지로 솟아오른다.

어떤 사람은 남의 추락에서
자신의 성공을 바라다가 바로 그런 욕심 때문에
자신의 출중함을 잃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남이 높아지면
자기의 명예와 명성, 힘과 은총을 잃을까
두려워서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며,

어떤 사람은 잘못된 격정에 휘말려
모든 열정을 복수에 쏟아 부으면서
오로지 남에게 해를 입힐 궁리만 한다.

이 세 가지 사랑을 한 망령들이 이곳에서
죄슬 씻고 있지

(p. 158 / 17곡 109-126)

 

 

내 핏줄 속에 떨리지 않는 피는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 눈에는
오래된 불꽃의 흔적만 남았어요.

그러나 베르길리우스는 이미 우리를 떠나 홀로 사라졌다.
더없이 따스한 아버지 베르길리우스여,
나의 구원을 위해 영혼을 맡겼던 베르길리우스여,

옛날의 어머니가 잃어버린 모든 것도
이슬로 씻긴 나의 뺨이
눈물로 얼룩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으리라.
(p. 268 / 30곡 46-54)

 

 

"단테여, 베르길루우스가 그대를 떠났다 해도
아직은 울지 말아요. 아직은 울지 말아요.
그대는 또 다른 칼 때문에 울어야 할 테니."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돌렸을 때, 배에서 일하는
부하들을 보고 뱃머리나 고물에 서서

일을 열심히 하도록 격려하는 제독의
모습으로 전차의 왼편에서 솟아오르는
여인이 보였다. 처음에

천사들의 꽃 세례를 받으며
나타났던 그녀는 이제
강 이편에 있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네르바의 잎들을 두른 머리에
드리워진 너울이 그녀를
온전히 보지 못하게 했지만,

당당하고 단호한 얼굴이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는 중요한 부분을 끝까지 남겨 두는
사람의 어조로 계속 말을 이었다.

"날 보세요! 나 정말 베아트리체이니!
그대는 마침내 산을 올랐군요! 여기에
인간의 행복이 놓여 있는 것을 이제 알았나요?"
(p. 269 / 30곡 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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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 399쪽
(2013. 10. 30.)

 

 

 

'그들에게는 죽음의 희망조차 없으니'.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고통스러을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곤 하는데, 지옥에서는 죽음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지옥의 영원한 고통은 그곳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간혹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자살에는 아직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희망, 즉 '죽음의 희망'이 있다. 그것마저도 없는 상태가 지옥이라고 단테는 말하고 있다
(P. 194)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렴움이 새로 솟는다.

죽음도 그보다 덜 쓸 테지만,
거기서 찾았던 선을 다루기 위해
거기서 보아 둔 다른 것들도 말하려 한다.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진정한 길에서 벗어난 그때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p. 7 / 1곡 1-12)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그러자 깊은 좌절감에 젖어 고통스럽게 보냈던 밤,
내 마음의 호수에서 지속되었던
무서움이 조금은 잠잠해졌다.
(p. 8 / 1곡 16-21)

 

 

네가 날 따르는 것이 너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어 판단하노니, 내 너이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너는 좌절이 울부짖음을 들을 것이고,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는
고통받는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언젠가 축복받은 사람들과 함께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 또한 보게 될 것이다.

네가 그 축복받은 영혼들에게 오르고 싶다면,
나는 나보다 더 가치 있는 영혼에게
널 맡기고 떠날 것이다.
(p. 14 / 1곡 112-123)

 

 

잘못 쓰고 잘못 가져 저들은
밝은 세상을 뺏기고 이런 악다구니에 처박혔다.
그게 어떠한지 적나라하게 들려주마.

아들아, 보아라,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은 그 때문에 처절히도 싸운다.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달 아래 있는, 언제라도 있었던
황금을 전부 바쳐도 이 지친 영혼들 중
하나라도 쉬게 할 수 있더냐.
(p. 71 / 7곡 58-66)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 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p. 81 / 8곡 46-51)

 

 

마지막으로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반하는 일은
타고난 사랑과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특별한 믿음을 파괴하는 극악이야.

그래서 지옥 맨 밑바닥의 가장 좁은 고리,
즉 지구의 중심부 디스 주변에 모든 배신자들이
몰려 있고, 그들의 고통은 잠들지 않는 거야.
(p. 111 / 11곡 61-66)

 

 

철학은 그걸 배우려는 사람에게
단 하나만 가르치지 않으니,
마치 자연이 성스러운 지성과 그 기술로
제 진로를 잡아 나가는 것과 같다.
(p. 113 / 11곡 97-99)

 

 

개울은 그 물줄기가 뚫은
바위에 난 구멍으로, 완만한 경사로
구불구불 휘감으로 흘러내린다.

길잡이와 나는 밝은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거친 길로 들어갔다.
쉴 겨를도 없었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p. 354 / 33곡 13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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