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 399쪽
(2013. 10. 30.)

 

 

 

'그들에게는 죽음의 희망조차 없으니'. 사람들은 자주 '이렇게 고통스러을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곤 하는데, 지옥에서는 죽음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 지옥의 영원한 고통은 그곳에서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간혹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자살에는 아직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희망, 즉 '죽음의 희망'이 있다. 그것마저도 없는 상태가 지옥이라고 단테는 말하고 있다
(P. 194)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생각만 해도 두렴움이 새로 솟는다.

죽음도 그보다 덜 쓸 테지만,
거기서 찾았던 선을 다루기 위해
거기서 보아 둔 다른 것들도 말하려 한다.

어떻게 숲에 들어섰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진정한 길에서 벗어난 그때
잠에 취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p. 7 / 1곡 1-12)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그러자 깊은 좌절감에 젖어 고통스럽게 보냈던 밤,
내 마음의 호수에서 지속되었던
무서움이 조금은 잠잠해졌다.
(p. 8 / 1곡 16-21)

 

 

네가 날 따르는 것이 너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어 판단하노니, 내 너이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너는 좌절이 울부짖음을 들을 것이고,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는
고통받는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언젠가 축복받은 사람들과 함께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 또한 보게 될 것이다.

네가 그 축복받은 영혼들에게 오르고 싶다면,
나는 나보다 더 가치 있는 영혼에게
널 맡기고 떠날 것이다.
(p. 14 / 1곡 112-123)

 

 

잘못 쓰고 잘못 가져 저들은
밝은 세상을 뺏기고 이런 악다구니에 처박혔다.
그게 어떠한지 적나라하게 들려주마.

아들아, 보아라, 재화는 운명의 손에 들려 있건만,
우리 인간들은 그 때문에 처절히도 싸운다.
그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

달 아래 있는, 언제라도 있었던
황금을 전부 바쳐도 이 지친 영혼들 중
하나라도 쉬게 할 수 있더냐.
(p. 71 / 7곡 58-66)

 

 

저자는 세상에서 거만했던 사람이었지.
일생 동안 누구도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 준 기억이 없어서
그의 그림자가 이렇게 사납게 구는 거란다.

세상에서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지만
여기서는 진흙탕 돼지처럼 뒹굴며
야비한 기억만 떠올릴 자가 얼마나 많을지!
(p. 81 / 8곡 46-51)

 

 

마지막으로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반하는 일은
타고난 사랑과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특별한 믿음을 파괴하는 극악이야.

그래서 지옥 맨 밑바닥의 가장 좁은 고리,
즉 지구의 중심부 디스 주변에 모든 배신자들이
몰려 있고, 그들의 고통은 잠들지 않는 거야.
(p. 111 / 11곡 61-66)

 

 

철학은 그걸 배우려는 사람에게
단 하나만 가르치지 않으니,
마치 자연이 성스러운 지성과 그 기술로
제 진로를 잡아 나가는 것과 같다.
(p. 113 / 11곡 97-99)

 

 

개울은 그 물줄기가 뚫은
바위에 난 구멍으로, 완만한 경사로
구불구불 휘감으로 흘러내린다.

길잡이와 나는 밝은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거친 길로 들어갔다.
쉴 겨를도 없었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p. 354 / 33곡 13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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