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 624쪽
(2013. 11. 09.)

 

 

 

 『신곡』 14세기에 단테가 그의 모국어인 이탈리아 어로 쓴 시로 된 작품이다.

흔히 산문으로 쓰여진 고전들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혼자서

『신곡』을 읽으며 이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인것 같다.

그래서 신곡과 함께 읽으면 아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단테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인 『신곡』의 각 주제별 자세한 설명을 마치 강의를 직접 듣는것 처럼 느껴볼 수 있으며, 『신곡』에 한 강의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고전의 의미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들 그리고 단테의 『신곡』이전의 고전 작품들과 『신곡』과의 연결고리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고전을 읽는 독작들에게 아주 좋은 지침서의 역할을 또한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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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997년 3월 29일부터 1998년 7월 25일까지 약 1년 6개월에 걸쳐, 원칙적으로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행한 나의 단테 『신곡』 강의(총15회)와 강의 후의 질의응답을 기록한 것이다.
(p. 7)

 

 

  나는 자유로운 정신으로 인류 고전의 하나인 단테의 텍스트에 즉해서 자기 자신의 눈으로 배우라고 권고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서 우리는 위대한 선구자가 시대의 억압에 어떻게 대항했는지, 어떻게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보다 잘 살고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추방당한 삶 속에서도 자기 자신과 신에게 충실했던 한 인간이 인류에게 보낸 선물이 바로 『신곡』이다.
(p. 8)

 

 

  단테의 『신곡』을 읽는 일은 우선 첫째로 '클래식을 공부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니 오히려 클래식'에서' 배운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것과 자신과는 거리가 있게 된다. 물론 단테'를' 공부하는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단테'에게' 배운다. 즉 자기 자신이 그 속으로 들어가 공부하고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테를 공부하는 것은 이처럼 고전 '에서' 배우는 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단테에게 배우는 것이다.
(p. 14)

 

 

  단테 『신곡』 연구의 두 번째 의미는 휴머니즘을 체득하는 데 있다. '휴머니즘'이라고 하면 흔히 '인간주의' 혹은 '인간애'라고 옮기는데, 원래는 그런 뜻이 아니고 '휴머니즘'은 '휴먼인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휴먼'은 라틴 어로 '후마누스'이며 '후마누스'는 물질인 물이나 동물인 개와는 달리 인간에게 고유한 것, 즉 '인간적'이라는 뜻이다.
(p. 16)

 

 

  문화에는 '창조하는 문화'와 '소산으로서의 문화재'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리가 단테를 읽는 경우 이미 완성되어 있는 문화재인 『신곡』을 공부하면서 그것을 창조한 단테의 정신에 도달해야 한다. 이는 결국 문화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에서 배운다는 것이고, 고전'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고전'에서' 배운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테의 책을 공부하면서 단테의 책에서 배워 아무리 작은 불꽃이라도 자기 안에서 창조적인 문화의 불을 밝혀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고전으로서의 단테를 읽어 그 내용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단테의 창조 정신까지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p. 25)

 

 

  『신곡』은 라틴 어가 공용어이며 문화적 세계어였던 14세기에 단테가 그의 모국어인 이탈리아 어로 쓴 시라는 점에서도 문화역사상 매우 중요하다. 13세기까지 문화적으로 중요한 문서는 모두 라틴 어로 쓰였다. 이는 라틴어의 문서의 문화적 의의의 긍정적 측면이다. 이미 9세기 무렵부터 각 지방에서 쓰이던 라틴 어가 붕괴되고 지방어의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문시 된다. 요컨대, 추상적 명제에는 지극히 적합해 보이는 라틴 어도 다른 지방의 실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개인적 감개나 파토스를 표상하는 데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직접성을 비교할 때 부정적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p. 161)

 

 

  이 책을 통해 『신곡』을 접하는 만은 분들은 어쨌든 이 책 속에서 『신곡』을 띄엄뜨엄 읽어 가면서 우선은 『신곡』에서 조금이라도 '사실'이 아니라, '시실'을 배워 보고자 하는 태도를 가져 달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작가와 함께 베르질리오를 따라 지옥순례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p. 166)

 

 

  단테의 『신곡』은 천국을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을, 즉 우리는 단테와 함께 고전문학적 교양으로 지옥을, 오성과 상상력으로 연옥을 편력한 후, 그제야 마침내 빛으로 충만한 천국에서 이성적 정신이 신의 지복으로 초대받는 기쁨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그리고 『신곡』은 그런 기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상에 있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그리고 천국의 지복을 마음에 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성취되는, 천상과 지상의 사랑의 교류 노래인 것이다.
이을테면 지옥편은 문학, 연옥편은 철학, 그리고 천국편은 신학의 연습의 장이라 말할 수 있다. (이마미치 도모노부)
(p.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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