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천국편)
단테 알리기에리 / 박상진 / 민음사 / 373쪽
(2013. 11. 7.)

 

 

  단테는 『신곡』 안에서 베아트리체를 좇아 천국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기가 본 천국을 글로 충분히 표현해 낼 수는 없다. 천국은 빛으로 가득하며 아무리 깊이 본다고 해도 기억으로 재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천국은 인간 언어의 길을 실로 긍정적인 의미에서 끊어낼 뿐 아니라, 인간 지성이 포괄하는 힘과 범위를 넘어 기억에조차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빛으로 넘쳐 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천국에 관한 문헌은 적고, 누구도 모르는 것을 예언적으로 말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부터 시작하는 천국편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각오하고 서술해 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p. 425)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지옥편이나 연옥편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지만, 예를 들면 그런 부분은 역사적인 인물 관계를 잘 모르는 데에서 기인하므로 주석을 보면 대부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어려운 점들은 그리스도교 신학이나 도덕철학의 문제이다. 평범한 시인과 달리 단테가 철학자나 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천국편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옥과 연옥의 별의 유무에 관한 의미 해석을 통해서도 단테의 사상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지만, 사상적 시인 단테라는 입장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 천국편이다. 천국편은 읽고 곧바로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절대로 못 읽을 것이라고 절망하지 말기 바란다. "그렇게 힘들면 앞으로 돌아가서 지옥과 연옥 부분을 끝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용기를 내서 읽어 나가기 바란다는 말이다.
(p. 447)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우리는 『신곡』을 읽으며 지옥이 고통도 읽었지만, 천국인 이곳에 다다르면 단테처럼 우리도 역시 베아트리체의 말을 듣고 내면에서 뭔가가 용솟음치는 듯한 격려를 느낄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천국에 있더라도 지상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신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며, 바로 거기에 천국의 소망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단테의 천국 경험의 하나이다.
(p. 540)
<단테『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 안티쿠스)

 

 

모든 것을 움직이시는 그분의 영광은
온 우주를 가로지르며 빛나지만,
아떤 부분에서는 더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덜하다.

나는 그분의 가장 밝게 빛나는
하늘에 있었다. 거기서 내려오면 누구든
잊거나 말할 수 없을 것들을 난 보았다.

우리의 지성이 그 바라던 목표에
가까워지면서 기억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제 내 마음에 보물로 간직한
하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영역은
내 노래의 줄거리가 될 것이다.
(p.7 / 1곡 1-12)

 

 

수없이 많은 등불들로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은 그 깊은 얼의 자국을 남기고
그 이미지의 인장을 스스로 만듭니다.

그대들의 먼지 속의 영혼이
그대들 몸 구석구석에 퍼져
갖가지 기능을 다 하듯이.

이 위대한 지성도 별들에게 제 능력을
골구루 나누어 퍼지게 하고 동시에
그 지성 자체는 일체를 유지하지요.
(p.22 / 2곡 130-138)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은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p. 114 / 13곡 112-123)

 

 

자신의 혹은 남의 언행에
부끄러움을 느껴 검게 탄 양심은
너의 말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거짓으로 위안하지 말고,
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

너의 말이 처음에는 쓴맛을 줄 수 있으나,
잘 새기면 나중에는 차츰 모두가
생명의 양식으로 삼을 것이다.

너의 외침은 가장 높이 오를 때
가장 힘든 바람을 맞게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명예가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말해 주는 것이다.
(p. 149 / 17곡 124-135)

 

 

이 사람은 우주의 가장 깊은 구멍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르면서 영혼들의 삶을 하나하나
목격했습니다. 그가 힘을 더기 위해

당신의 은총을 갈구하니,
마지막 축복을 향해 눈을
더 높이 올리도록 그에게 힘을 내려 주소서.

제 눈을 위해 불타오른 적이 없는 제가
그의 눈을 위해 불타오르기보다는
저의 온 기도를 바쳐 당신께 원하노니.

당신의 기도로 그의 필멸의 운명이 지닌
안개를 걷어 주시고 그의 눈앞에 즐거움의 극치께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시옵소서.
(p. 287 / 33곡 22-33)

 

 

마치 꿈을 꾸면서 뭔가를 보는 사람이
꿈에서 깨어나면 그 열정은 자국으로
남고, 나머지는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듯이,

내가 지금 그러하다. 비록 나의 눈은 흐릿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으로 본
그 달콤함은 가슴속에 아직도 방울진다.

그렇게 눈 위에 찍힌 표시들은
햇살에 희미해지고 잎사귀에 새긴
시빌라의 점괘는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아, 인간의 지성이 다다르지 못할
지고의 빛이시여! 당신의 조그만 부분이라도
내 마음에 다시 더하셔서

미래의 사람들에게 남길 수 있도록
당신의 영광의 단 한 순간 불티라도
포착할 정도의 힘을 나의 혀에 주소서.

그렇게 나의 정신에 잠시라도 돌아오고
나의 시에서 비슷하게나마 울리면
당신의 승리는 사람들에게 더 드러나는 까닭입니다.
(p. 289 / 33곡 5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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