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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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의 외로운 섬 같은 곳에서 살인이 있었다. 아마 이 녀석도 내가 범인은 아닐까 상상하며 재미있어할 것이다. 그 상상대로 내가 정말 살인자라면 어떻게 할 작정일까.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하나? 살인은 버릇이 된다고 하니 말이야...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지닌 하자키 목련 빌라.

처음 그곳에 자리한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곳에 자기 집을 가진다는 생각에 그곳을 선호했지만 불편한 교통에 편의시설 하나 없고 태풍이 자주 찾는 그곳에 매력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하나 둘 떠난 빌라엔 자주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가고 현재 한곳이 비어 있다.

그곳에 손님을 데려온 부동산 사장의 부인 레이코는 연신 재채기를 하며 잠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시체를 본다.

 

얼굴이 뭉개지고 손가락도 마찬가지인 시체가 밀실에 있었다.

 

사건을 신고하는 전화가 경찰서로 걸려오면서 이 이야기의 진가가 나타난다.

두서없이 신고전화를 한 주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복장이 터진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마지 반장과 히토쓰바시 형사.

두 사람의 관계를 보자니 적당히 쉬운 일만 맡아 하고 귀찮고 어려운 일은 히토쓰바시를 시키는 고마지 반장은 사건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고 노련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에 비해 히토쓰바시 형사는 고마지가 시키는 일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맡아 하고 주민들을 조사할 때도 꼼꼼히 기록하면서 뭔가 유능해 보인다.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히토쓰바시는 오히려 더 평범해 보이고 고마지가 갑자기 예리해지는 상황이 재밌다.

 

 


 

 

"두 번째 살인 덕분에 사람들이 입이 매끄러워졌네요."

"글쎄, 세 번째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더 많이 말해주면 좋겠는데."

 

 

뭔가 작정을 하고 웃기는 게 아니지만 갑자기 웃기다는 느낌이 드는 대목들이 있다.

첫 번째 살인에는 딱히 용의자가 없어 보이지만 모두가 의심스럽고

두 번째 살인에는 한두 명의 용의자가 눈에 보인다.

첫 번째 살인에 묻어가려 했던 두 번째 용의자는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첫 번째 살인의 용의자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놀랐다.

 

이 이야기는 똑같은 구조의 빌라에 살면서도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개성있는 인물들이 돋보인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 허영에 넘쳐 이웃들을 아래로 보는 사람, 관심받고 싶어서 말을 만들어내어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 자기 잘못은 전혀 생각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 죄를 떠넘기려는 사람,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 사람.

다들 상처가 있고, 다들 예의를 차리는 것처럼 보여도 뒤에서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는 하자키 목련 빌라 사람들.

 

이 이야기는 90년대가 배경이다.

그래서인지 뭔가 더 정스럽게 재미지다.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어떨 땐 감싸주고, 서로 이해하는 거 같은데 뒤돌아 서면 의심하는 이웃들.

그리고 전혀 통제가 안 되는 거 같은 쌍둥이들.

역시 아이들 눈은 못 속이고, 노인네들 귀는 못 듣는 게 없다.

 

"싫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빌라는 시체투성이가 될걸요."

 

 

이웃들은 모두 싫어하면서 좋아한다.

욕하면서도 만나고, 흉을 보면서도 안쓰러워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일들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이래저래 의심을 해봤지만 첫 번째 살인범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에 나도 깜짝 놀랐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살인사건은 너무도 많은 뒷얘기를 남긴다.

좁은 시야의 이야기였는데 의외로 넓은 시야를 가진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기억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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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김지수 지음 / 싱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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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구를 갖춘다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좀 갸웃하게 만드는 게 있었습니다.

가구가 집을 갖추다니? 무슨 의미일까?




저는 가구에 대한 욕심이나 안목이 없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최근들어서 가구나 집안 꾸미기에 조금씩 관심이 갑니다.

아마도 집콕의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 좀 더 편하고, 이왕이면 나만의 느낌이 들어간 것들로 주변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저희집엔 소파가 없습니다.

대신 식탁과 의자가 있습니다.

주로 그곳에서 많은 걸 합니다.

밥도 먹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이에 나는 '거실과 부엌의 통합'을 제안한다. 거실의 소파와 부엌의 식탁을 없애고 커다란 다용도 테이블인 '소파식탁'을 거실의 중앙에 배치하는 것이다.

목적은 한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이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나 혼자 '따로' 말이다.

 

본의 아니게 저는 '거실과 부엌의 통합'을 실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이 책으로 인해서 의자를 푹신한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네요.

 

 


 

 

결국 좋은 가구를 고르는 법은 나의 취향이 우선이면서도 그것이 들어설 공간과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함께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례와 안정적 균형감과 더불어 색상의 자연스러운 앙상블을 꼭 기억해두자.

 

인문학.

이 책의 카테고리를 인문학에 넣은 것이 생소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왜 인문학 범주에 넣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세계사도 공부하고, 가구를 단지 앉고, 넣고, 고정시킨 개념으로만 보던 것을 다른 시선과 각도로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발코니, 베란다, 테라스를 저는 같은 용도를 각각 다른 나라에서 부르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발코니와 베란다, 테라스는 엄연하게 다릅니다.

화장대가 한때 토일렛을 앞글자로 달았고, 허영의 산물로 불리웠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화장대가 방으로 들어 온 것이 얼마 안되었다는 것. 가끔 외국 고전영화에서 화장실에 지나치게 멋진 화장대가 있는 게 이상했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온돌이 조선시대 빙하기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생각보다 온돌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네요^^

 

 

집이 가구를 갖추는 게 아니라, 가구가 집을 갖춘다는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주위를 둘러 봅니다.

나를 둘러싼 가구에 대한 내 개념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냥 물건을 수납하거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샀던 기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가구도 소모품이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꾸고 싶고, 바꿔야만 하는 시간이 오죠.

아마도 제게 그 시기가 다가온 거 같은데, 적절하게 이 책을 읽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획일적인 주거 인테리어에 만족하고 살았던 과거 세대에 비하면 요즘 세대는 이미 다양성과 개성의 재미와 멋을 알고 있는 듯하다.

 

 

제가 딱 이랬습니다. 획일적인 주거 인테리어에 그냥 저냥 맞춰 살았는데 이제 그걸 바꿔보고 싶네요.

앞으로의 세상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생활을 해야 하는 곳이어야 하죠.

좀 더 안정감 있고, 편하면서도 나만의 특색을 담은 그런 집으로 꾸며 보는 것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해주는 것이 적절한 가구 배치일 거 같네요.

 

이 책은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말이 없어 좋습니다.

저자 자신이 (주)매스티지데코의 대표이사이면서 직접 디자인을 하는 분인데도 이런 가구가 좋고, 저런 가구는 별로다라는 말이 없어서 좋네요.

그저 가구란 이런것이고, 이러한 역사를 가졌고, 시대에 따라 이리저리 변해왔다는 이야기 속에서 나의 감각을 찾게 만들어 줍니다.

 

이 시대에 현대 가구와 인테리어는 정점을 찍은 이후에 새로운 것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유행을 선도할 가구와 인테리어는 어떤 것일까요?

더 획기적인 것이 나올까요, 아니면 또 다르게 접목한 옛것일까요?

이 시대의 가구와 인테리어도 K마크를 달았으면 좋겠네요.

전 세계가 우리것에 열광하는 지금 우리의 가구와 꾸밈도 세계를 주름 잡을만 하다고 생각되니까요.

 

가구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겼으리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 인테리어에서 말하는 무슨무슨 양식 같은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구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고요.

 

곧 봄입니다.

봄이되면 뭔가 새단장을 하고 싶은게 사람 마음입니다.

그러기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세요.

아마도 가구와 공간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겁니다.

그 달라진 느낌을 새단장하는데 활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그러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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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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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스스로를 '사람'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빈집에서 인형을 훔쳐 와 놀고 있던 어린 브랜든.

엄마는 남의 것이니 돌려놓고 오라고 하지만 브랜든은 '아무도 모르니까' 괜찮다고 말합니다.

네가 알잖니.

 

인형을 가져다 두던 브랜든은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빛을 통과하고 그곳에서 올미어를 만납니다.

인간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더 진화된 종족인 올미어.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계승시킨 또 다른 올미어를 만듭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자신을 부르는 이름은 중요한 것이죠.

그 이름은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들에게 브랜든은 인간이 아닌 벌레나 마찬가지의 존재입니다.

 

인간이었던 브랜든은 그곳에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걸 깨닫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을 돌봐주었던 올미어를 파괴합니다.

그렇게 자기가 살던 지구로 돌아온 브랜든.

그러나 그곳에서도 브랜든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아무도 그가 사라진 걸 아는 사람이 없고, 그가 지나가도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올미어의 세상이나 브랜든의 세상이나 모두 브랜든의 존재는 미미하기만 하죠.

그리고 브랜든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으로 괴로워합니다.





세월이 흘러 브랜든은 마지막 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검은 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그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러 올미어를 방문합니다.

이미 이전의 올미어를 계승한 계승자는 브랜든에 대한 판단을 마친 후입니다.

 

전 계승자와의 일들이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나?

지나가는 무수한 우연의 일부에 네가 우연히 속해 있었을 뿐이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새로운 올미어에게도 브랜든은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죠.

그리고 올미어는 전 계승자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있기에 거기에 대한 방어 준비를 해둔 상태입니다.

새로운 올미어는 브랜든을 추방시킵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다른 종족이 살고 있는 그곳에서 브랜든은 어떤 존재가 될까요?

 

그저 방에 들어온 벌레를 내쫓듯.

그렇게 흘려버릴 뿐.

 

 

우리가 다른 생명체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해지는 생명체들.

인류가 자신들 보다 우월한 문명을 가진 자들에게 당하게 될 똑같은 행위라는 걸 인지하게 된다면 세상이 좀 나아질까요?

 

다른 차원으로 추방당한 브랜든은 그곳에서 신과 동격인 인물이 되어 있습니다.

신의 대리인으로 불리며 브랜든의 인생에서 가장 많은 돌봄과 환희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그를 의심하고 그를 역병의 신으로 오해하는 집단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d몬이 웹툰 사람 3부작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이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미어가 지적한 브랜든의 오류는 바로 항상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주적 공간에 인류만이 가장 문명스럽다는 생각. 그러므로 인류에게 필요하지 않은 종들은 모두 멸종시켜도 상관없다는 행태.

인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하등생물로 생각하고 함부로 착취하고, 체취하고, 파괴하는 행태.

이 행태는 인류가 인류에게도 부리는 행태입니다.

그래서 인간 세상엔 끝없는 파괴와 전쟁과 약탈이 끊이지 않는 거 같습니다.

 

사람 3부작을 다 읽고도 저는 이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나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끝없이 생각할 거 같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기를 더 어릴 때 접했더라면 그래서 끊임없이 생각을 통해 다듬고, 다루어 왔다면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서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들 느끼시겠지만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세상엔 너무 많은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만큼 지구는 병들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문제들이 눈앞에서 빵빵 터지고 있는대도 우리는 '아직은 괜찮아', '나 사는 동안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나 사는 동안 괜찮으면 그 이후에 살아갈 인류는 어떻게 돼도 나 알 바 아니라는 생각이 <무서운 생각>이라는 자각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습니까?

저는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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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브랜든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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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이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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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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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사과하지 마.

절대 뒤돌아보지 마.

앞만 봐, 에벌린, 앞만. 그게 살 길이야.

 

 

절박한 이 메시지는 스릴러에서나 볼 것 같은 문장이다.

SF 스릴러 장르가 있다면 이 일회용 아내가 꼭 포함될 것이다.

한스미디어의 SF 소설들은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데 이 일회용 아내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복제인간, 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소설에서 잘 쓰여 온 소재이다.

 

자기 자신을 복제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키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영화도 있었고

아내들의 머리에 칩을 심어서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여자로 변모시켜 사는 남자들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합쳐놓은 거 같은 이야기 일회용 아내.

제목에서부터 기분이 묘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다른 이유로 기분이 묘하다.

나는 세상이 미래로 나아가기 전에 인류가 기계 세상에서 인류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

인륜적인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옳지 않은 개념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그것으로 파생된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괴물들을 세상에 내어 놓을지 모른다.

 

마르틴이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만약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내 경력이 처참히 무너질 테니까. 이 모든 게 그가 만든 난장판인데 청소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그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했다.

 

 

클론 연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에벌린. 그러나 그녀의 가정은 파탄 났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 중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내연녀는 바로 나다. 아니, 나와 똑같은 모습의 클론이다. 나를 복제한 클론과 남편은 같이 산다. 그리고 그녀는 임신까지 한다.

복제인간이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을 남편 네이선은 무시했다.

그리고, 내 복제 인간 마르틴이 남편 네이선을 죽였다!

 

아내의 연구를 훔쳐서 아내와 똑같지만 다른 복제인간을 만든 남편 네이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아내를 만들 때까지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을까?

순종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마르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르틴.

그런 그녀가 왜 네이선을 죽인 걸까?

네이선의 죽음 앞에서 에벌린은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과 계속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가 내리는 결정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포장되었지만..

물론 그것을 합리화할 만큼의 잘못이 네이선에게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어야 하는지 계속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단순한 복제인간인 줄 알았던 마르틴은 점점 생각이 진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네이선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네이선을 만들어 낸다.

거기서 끝나길 바랐지만 이 이야기는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에벌린의 현재와 과거의 회상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나는 에벌린과 네이선 중에 누가 더 옳지 못한 짓을 한 사람인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신적 학대의 방어기제는 에벌린이 벗어나고 싶어 했던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은 사람에게 끌리게 했다.

그리고 그것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에벌린은 자신의 일로 더욱 숨어들어갔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발전하고 그 일로부터 내려지는 에벌린의 결정들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계속 의문점을 남긴다.

어떤 것이 옳은 결정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게다가 마르틴을 대하는 에벌린의 모습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배자로서의 권위의 맛을 본 에벌린에게 마르틴의 존재는 어떤 걸까?

 

"네이선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내가 그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은 어떤 걸 기준으로 인간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에벌린이 마르틴을 이용해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로 자신의 진로를 바꾼 것이 미덥지 않다.

모든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해도 클론을 만들어 내는 인간에게 클론은 그저 클론일 뿐이니까.

그 이면을 들여 다보 고민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이다.

우리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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