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광장 - 12.3 계엄부터 탄핵까지 광장을 지킨 사람들
꼴찌PD 지음 / KONG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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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 사죄하고,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라." - 어느 소방관의 외침



2024년 12월 3일.

나는 바다 건너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언니! 한국에 계엄령 내렸다며? 뭔 일 났어? 북한이 미사일 쐈어? 형부도 집에 계셔?



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에 나는 얘가 어디서 가짜 뉴스를 듣고 그런 건가 싶었다.

빨리 뉴스 틀어보라는 동생의 성화에 TV를 켜니 진짜 모질이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장면이 나왔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기가 이런 게 아닐까?


해외에선 한국에 전쟁이라도 났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뜬금없는 계엄 선포가 그들에겐 그렇게 비친 거였다.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일이 없는데 왜?


이 책은 꼴지P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12.3 계엄 이후 탄핵까지 거리에서 윤의 탄핵을 부르짖으며 온몸으로 역사를 써 내려갔던 보통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유수 언론의 기자도 아니고, 유명한 PD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꼴찌PD만이 담아낼 수 있는 풍경들이 담겼다.


직접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의 선입금으로 커피와 빵들이 무료로 나눠지고,  서로의 온기를 모아 차가운 광장을 뜨겁게 달군 그 모습들...

지난 촛불집회 때 광화문을 기억하는 나는 그 평화로웠던 시위에 참가하면서 내심 놀랐다.

내가 아는 집회나 데모는 화염병이 터지고, 격렬한 몸싸움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나도 각오하고 나갔었다. 하지만 집회는 평화로웠고, 모두가 월드컵 응원을 나온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 겨울의 집회도 평화롭게 진행될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노래하는 국민들의 모습.

이런 국민 세상에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정치학자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아니 이 나라 이 땅에서는

나라의 위기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것은 국민이요, 일을 그 지경까지 몰고 가서 국난을 일으키는 것들은 모두 정치하는 것들이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도망치고, 뒷수습은 백성들이 목숨걸고 지켜내는 오랜 역사가 있었다.

우리는 이번에도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모두 신중하게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몇 차례 현장을 기록하며 한 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예술이 건네는 작은 위로가 분명히 마음에 닿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들의 모습을 응원하며 현장에 나서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매일매일 집회에 나가 그날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글로 남긴 작가의 모습이 대견하다.

그는 우리의 미래인들에게 그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을 해냈다.






책을 읽다 마주친 이 사진에서 화들짝 놀라게 된다.

성조기는 우리나라 집회에 단골이기에 그렇다 치고 어째서 이스라엘의 국기가 보이는 걸까?

지금 어이없는 전쟁을 일으킨 두 원흉의 깃발이 우리나라 탄핵 집회에 보였다는데 소름이 돋는다.

정말 저들의 자금줄을 누가 쥐고 있는 건지 그 자금줄부터 끊어놔야 나라가 조용해질 거 같다.


퇴근하고 집회에 참가했다가 다음날 출근했던 수많은 사람들

참여하지 못하지만 그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보내줬던 사람들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라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그날의 사람들..


나는 개인적 성향이 강한 젊은 청년들이 그 자리를 지켰다는 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 자리를 지켰던 건 20대의 푸릇한 언니 오빠들이었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며 집회 문화를 이어가는 것도 20대의 푸릇함이었다.

그래서 헬조선에도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모습들에서 더할 나위 없는 따스함의 연대를 느꼈다.



"좀 좋은 세상 물려주고 가야지. 우리가 얼마나 더 살겠소?"



백발이 성성한, 여든에 가까워 보이는 어르신의 말씀에 먹먹해진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 사회가 지랄맞은 사람들로 시끄럽지만 그래도 아직은 뜨거운 용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고마웠고

저마다의 재능으로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 그들의 모습에 너절했던 마음이 다시 뜨거워진다.


현장에 있었던 분들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남고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그때의 분위기를 다정하게 느낄 수 있다.

이야기마다 QR코드로 그날 현장의 영상을 유튜브로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욕심으로 올해 노벨 평화상을 대한민국 국민이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보여줄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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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스 & 알고리즘 공략법 : 100만 조회수 만들기 디지털 스마트 1
서진원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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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팔로워 0명에서 10만 명까지 성장시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릴스 컨텐츠 기획부터 알고리즘 최적화까지 단계별 공략법을 알려주는 실전형 안내서다.


요즘 글보다는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선시 되어 있는데 영상 중에서도 짧은 영상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틱톡으로 시작된 이 숏츠들은 인스타그램에선 릴스로 불린다.

나 역시 릴스를 만들어 보긴 했지만 조회수를 올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스타그램 릴스의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조회수, 팔로워, 브랜드 성장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릴스 초보자들에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정체된 SNS 때문에 고민인 분들에겐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

릴스의 4대 포맷인 후킹(초반 3초 집중), 반복 재생 유도, 저장.공유를 이끌어 내는 구조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것인데 자신이 키우는 계정의 카테고리에 맞는 게시물만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 관심사가 뚜렷해야 AI가 알고리즘은 파악해서 내 게시물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려준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들여다보던 나를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어느 순간 조회수도 떨어지고 유입도 줄어서 왜 그러지? 나 감 떨어졌나? 싶었는데

내가 관련 없는 컨텐츠를 너무 많이 보고 저장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ㅠ.ㅠ

또 하나 단순 조회수 보다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댓글과 DM으로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게시물을 올리고 10분 이상 열심히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요즘 많이 정체되어 있었던 상태여서 그만둘까 생각도 하고 있던 참이다.

나로서는 하나의 소통 공간으로 SNS를 하고 있는데

이게 짐으로 느껴져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마저 놓아버리면 일상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날 거 같아서 멈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내 정체기는 바로 나의 나태함과 무지함에 있었다.

AI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정작 내가 쓰고 있는 AI의 생태계를 너무 몰랐던 것이다.

정작 중요한 건 생각도 못 하고 그동안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따라 한다고 해서 내가 더 나아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았다는 건 중요한 사실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자 내가 크게 깨달은 것은

바로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다.


매일 게시글을 올리고

이런저런 방법을 사용해 보며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성과다.


뭘 하든

성과가 없으면 쉽게 사그라드는 게 열정이다.

열정이 사라지면 삶이 무기력해지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 시작한 SNS.


나만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록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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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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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는 그 나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모든 친구가 어린 시절 친구고,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모든 설렘의 기준이 되는 때로.



프레드릭 배크만은 자기 작품의 최대 스포일러다.

늘 예고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인물들에게 어떤 사건이 닥쳐오고, 어떤 불행이 함께 하며, 누가 죽을 건지를 알게 된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그 본질로 가는 길이 조마조마하고 가슴 떨린다.

몇 시간 뒤에, 몇 초 뒤에, 몇 날 뒤에 벌어질 일들을 예상하며 인물들과 함께 숨 가쁘게 나아가게 만든다.

그게 배크만의 장기다.


나의 14살과 15살을 그려본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은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그 시절을 떠올릴 때 떠오르는 친구가 내게도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매일 매시간 쪽지를 나누고, 편지를 나누고, 방과 후에는 이야기가 마를 시간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나는 책도 많이 읽었고, 시도 많이 썼고,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시간이 가족들과 있었던 시간보다 많았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던 그때.

우리가 많이 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 아이는 늘 그렇듯 당차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었고, 나는 겨우 하루를 연명했던 때였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시절이 되었다...







"죽음은 공적인 일이지만 죽는 과정은 사적인 일이지. 가장 마지막에 치르는 사적인 일."



친구를 잃은 두 사람.

먼저 천국에 간 친구들이 남겨진 친구를 위해 서로를 소개해 준 거 같다.


이 이야기엔 수많은 죽음이 나오지만 그 죽음들이 무섭지 않다.

배크만은 죽음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삶으로 이어진다.


아련한 추억 한 움큼.

싱싱한 나이를 살아가지만 너덜너덜해진 어른의 감정을 품고 살았던 25년 전의 그 아이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

왠지 실존했던 아이들 같아서 마음이 뭉클하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이야기하는 배크만.

그의 작품들 중 나는 베어 타운 시리즈와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을 추가해야겠다.


푸른 바다와 방귀소리

깔깔거리는 웃음과 서로에게 기대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 푸르른 아이들이 뇌리에 박힌다.

그 잔상만으로도 마음에 파도가 친다.


서로의 고통을 알지만 아는 척하지 않고 그저 곁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던 아이들의 잔상이 오래 남을 거 같다.

나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이 책을 읽고 나서 더 서럽게 느껴진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의 친구를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죽음을 애도하면서 서로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주겠지..





'만났다'는 건 잘못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자연재해는 만나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요아르를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나이에도 요아르 당하고 싶어진다...

그때처럼 내 전부를 보여주며 요아르 당할 수 있을까?


우정이란 말을

사골처럼 푹 고아서 우려낸 이야기 같다.


곁에 두고 자꾸 꺼내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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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단종애사 (端宗哀史) : 1457년 청령포, 단종을 지킨 남자 엄흥도 이야기, 무삭제 최신간 - 1954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착한책 프로젝트
이광수 지음 / 더스토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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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야."

"어린 손자를 부탁한다. 내가 춘추만세한 후에라도 내 부탁을 잊지 말아라."




1954년 박문출판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재 출간된 더스토리의 <단종애사>는 세종대왕이 신숙주, 성상문과 궐을 거닐던 중 궁녀가 뛰어와 왕자 아기씨 탄생을 알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손자의 탄생을 들은 세종대왕은 기쁨과 함께 슬픔을 느끼는 듯 두 집현전 학자들에게 손자를 부탁한다.

이후로도 세종은 두 학자들에게 계속 어린 손자를 부탁한다.

그런 대왕의 뜻을 이어받지 못한 인간이 있으니 밖에 잠깐만 두어도 쉬어버리는 숙주나물 같은 신숙주였다.


문종은 세종대왕의 장자이자, 단종의 아버지이다.

첫 빈궁과 사이가 좋으셨지만 중전께서 예쁜 얼굴로 세자를 홀리는 빈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빈궁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폐위 시킨다. 이때부터 문종은 부모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아내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으로 자신을 괴롭힌 게 아닌가 생각된다.

중전이 세자와 세자빈 사이를 갈라놓지 않았다면 문종은 건강하게 오래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빈궁은 박색에 미련한 여자여서 궁인의 꼬임에 빠져 일을 도모하다 들켰으니 이로써 두 번째 폐인이 된다.

이렇게 두 번이나 아내를 본의 아니게 쫓아내야 했던 문종의 마음이 어땠을까?


세 번째 얻은 빈에게서 단종을 얻은 기쁨도 잠시 아이를 낳고 일주일 사이 명을 달리한 아내로 인해 세자는 마음에 상처가 더 심해졌을 것이다.

자신의 박복함을 스스로 비하했을지도 모르겠다.

단종의 비극은 이렇게 아버지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허약해진 문종에게는 삶의 기쁨도 없었고, 삶의 의지도 없었던 거 같다.

다만 어린 아들을 두고 가야 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터.

그가 만약 수양에서 아들을 부탁하고 갔더라면 역사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경들에게 이 아이를 부탁하오."

이때에 수양, 안평 두 분 대군을 비롯하여 모든 신하들은 일제히 엎드리어 그 넓은 방안에는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아니하는 듯 고요하고 오직 촛불만 춤을 추어 분벽에 그림자를 흔들었다.

왕의 이 말씀에 여러 신하들은 취하였던 술이 일시에 깨는 듯하였다.

"내 병이 심상치 아니한 줄을 알매 오늘 경들에게 이 부탁을 하오." 하시었다.





문종은 자신의 동생 수양의 야심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아들을 부탁한다는 언질을 일부러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것이 결국은 화근이 되어 수양의 옹졸한 맘에 상처를 내었고, 그런 그에게 들러붙어 그를 부추기며 한자리 해 먹으려는 자들이 계유정란을 일으킨다.


한명회는 희대의 모사꾼이었다.

그 좋은 머리를 좋은 일에 썼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못한 일에만 써먹었으니 역사에 두고두고 악인으로 회자되는 것이다.

수양이 뒤집어쓴 그 많은 피들이 강물이 되어 역사를 굽이굽이 흘러간다.


동생들을 죽이고, 조카를 죽이고 충신을 죽이고 그는 뭘 얻고 싶었을까?


아무리 좋은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다 해도 그는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다.

그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그가 가진 힘을 단종을 위해 쓰며 어린 조카가 장성할 때까지 보필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조선의 역사가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미 벌어진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어딘가에서 이 판을 뒤집을 누군가가 나타날 것만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단종애사>에서 단종의 죽음은 너무 짧게 다뤘다.

이야기의 주는 문종이 죽고 수양대군이 한명회와 짝짜꿍이 되어 왕위를 찬탈하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참 슬프다...

이 이야기에서조차도 이홍위는 중심이 되지 못했으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 가서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렸지만

소설 <단종애사>엔 그 부분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단종은 그를 모시던 공생에게 목을 졸려 죽음에 이른다. 그 공생은 노산군을 죽이고 대문을 나서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고 즉사했다 한다.


엄홍도는 마지막에 딱 한 번 나온다.

이렇게 끝을 맺은 이유도 있을 터.


열일곱 어린 왕의 가슴에 남은 한스러움이 굽이굽이 시간을 돌고 돌아

2026년에 와서야 자신의 슬픔을 풀어내었다.

그리고 내내 강력한 왕권을 휘둘렀다고 생각했던 세조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공은 쌓은 대로 가고, 죄는 짓는 대로 가는 것이다.

아무리 승자들이 역사를 왜곡해도 진실된 역사는 언제든 자기 자리를 찾게 마련이다.


어린 왕의 마음이 이제라도 온전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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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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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통 읽었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모르는 이야기로 여겨질 때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영화를 통해서만 알았던 개츠비. 

원작을 읽고 나서 멍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감정은 영화를 봤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개츠비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그 사랑을 위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읽으며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파고들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 걸까?









개츠비는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돈을 벌었다.

불법인 밀주업으로 부를 쌓아 신흥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열면서 그는 데이지가 그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며 그는 매일 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마음은 인간의 이상과 허망함을 보여주는 거 같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자신을 갈아 넣어 돈을 모은 사람들에게 그 꿈은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돈은 벌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미 그를 떠났다. 그 주변엔 이름 모를 파리떼들만 득시글 거렸다.

순수한 사랑을 홀로 키워간 개츠비에게 돌아온 건 그 사랑을 이용한 사람들의 외면이었다.




목사가 몇 번이나 자기 시계를 들여다봐서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 반 시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죄를 대신 짊어진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고마움을 느꼈을까?

그건 그저 당연한 것이었겠지...


짝사랑은 그런 것이다.

내 마음에만 존재하는 고귀한 감정이자 혼자서 키워가는 마음이기에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데이지가 개츠비의 마음 한 조각이라도 이해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에게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던 사람은 그들을 지켜봤던 '닉'

개츠비의 장례를 치러준 단 한 사람 '닉' 뿐이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성공했지만 정말 얻고 싶었던 것은 결코 갖지 못했던 개츠비.

그의 위대함은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일궈낸 그의 꿈을 향한 끈질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담긴 것이 무엇이든 자신을 갈아서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사람은 그렇게 흔치 않기에

개츠비의 성공은 위대할밖에..

그리고 그의 사랑조차도 그렇게 위대했다.


가치 없는 순정이었지만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 짧은 순간 그는 만족했을까?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이 뒤집어쓴 죄에 한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을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를 고민한 적은 없었을까?


지금 나는 그게 궁금하다.









처음 개츠비를 읽고 나서 쓴 문장이다.

'무엇이라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의 숭고함'을 발견했다면

재독 후 내가 느낀 건 마지막 순간에 느꼈을 개츠비의 마음이다.

내가 개츠비라면 나는 기꺼이 그 죽음에 동의했을까?


그는 성공했으나 실패한 사람이었고,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조차도 모두가 외면한 사람이었다.

그의 위대함은 아마도 불가능한 사회에 도전했던 그의 순수한 욕망이 찬란한 불꽃을 터트리고 사라진 데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생각은 그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 느낌이 달라진다.

다음에 읽게 된다면 나는 또 어떤 점에 초점이 맞춰질까?





톰과 데이지, 그들은 무심한 사람들이었다. 물건이든 생물이든 다 부수고 나서 돈이든, 엄청난 무관심이든, 그들을 함께 지켜 줄 만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 안으로 몸을 피해,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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