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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광장 - 12.3 계엄부터 탄핵까지 광장을 지킨 사람들
꼴찌PD 지음 / KONG / 2026년 4월
평점 :

"역사 앞에 사죄하고,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라." - 어느 소방관의 외침
2024년 12월 3일.
나는 바다 건너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언니! 한국에 계엄령 내렸다며? 뭔 일 났어? 북한이 미사일 쐈어? 형부도 집에 계셔?
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에 나는 얘가 어디서 가짜 뉴스를 듣고 그런 건가 싶었다.
빨리 뉴스 틀어보라는 동생의 성화에 TV를 켜니 진짜 모질이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장면이 나왔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기가 이런 게 아닐까?
해외에선 한국에 전쟁이라도 났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뜬금없는 계엄 선포가 그들에겐 그렇게 비친 거였다.
나도 어안이 벙벙했다.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일이 없는데 왜?
이 책은 꼴지P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12.3 계엄 이후 탄핵까지 거리에서 윤의 탄핵을 부르짖으며 온몸으로 역사를 써 내려갔던 보통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유수 언론의 기자도 아니고, 유명한 PD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꼴찌PD만이 담아낼 수 있는 풍경들이 담겼다.
직접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의 선입금으로 커피와 빵들이 무료로 나눠지고, 서로의 온기를 모아 차가운 광장을 뜨겁게 달군 그 모습들...
지난 촛불집회 때 광화문을 기억하는 나는 그 평화로웠던 시위에 참가하면서 내심 놀랐다.
내가 아는 집회나 데모는 화염병이 터지고, 격렬한 몸싸움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나도 각오하고 나갔었다. 하지만 집회는 평화로웠고, 모두가 월드컵 응원을 나온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 겨울의 집회도 평화롭게 진행될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아이돌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노래하는 국민들의 모습.
이런 국민 세상에 없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정치학자들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아니 이 나라 이 땅에서는
나라의 위기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것은 국민이요, 일을 그 지경까지 몰고 가서 국난을 일으키는 것들은 모두 정치하는 것들이었다.
그들이 제일 먼저 도망치고, 뒷수습은 백성들이 목숨걸고 지켜내는 오랜 역사가 있었다.
우리는 이번에도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모두 신중하게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다.
몇 차례 현장을 기록하며 한 가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예술이 건네는 작은 위로가 분명히 마음에 닿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들의 모습을 응원하며 현장에 나서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매일매일 집회에 나가 그날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글로 남긴 작가의 모습이 대견하다.
그는 우리의 미래인들에게 그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을 해냈다.

책을 읽다 마주친 이 사진에서 화들짝 놀라게 된다.
성조기는 우리나라 집회에 단골이기에 그렇다 치고 어째서 이스라엘의 국기가 보이는 걸까?
지금 어이없는 전쟁을 일으킨 두 원흉의 깃발이 우리나라 탄핵 집회에 보였다는데 소름이 돋는다.
정말 저들의 자금줄을 누가 쥐고 있는 건지 그 자금줄부터 끊어놔야 나라가 조용해질 거 같다.
퇴근하고 집회에 참가했다가 다음날 출근했던 수많은 사람들
참여하지 못하지만 그들에게 따뜻한 음료와 간식거리를 보내줬던 사람들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라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던 그날의 사람들..
나는 개인적 성향이 강한 젊은 청년들이 그 자리를 지켰다는 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 자리를 지켰던 건 20대의 푸릇한 언니 오빠들이었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며 집회 문화를 이어가는 것도 20대의 푸릇함이었다.
그래서 헬조선에도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분이었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모습들에서 더할 나위 없는 따스함의 연대를 느꼈다.
"좀 좋은 세상 물려주고 가야지. 우리가 얼마나 더 살겠소?"
백발이 성성한, 여든에 가까워 보이는 어르신의 말씀에 먹먹해진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 사회가 지랄맞은 사람들로 시끄럽지만 그래도 아직은 뜨거운 용기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고마웠고
저마다의 재능으로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 그들의 모습에 너절했던 마음이 다시 뜨거워진다.
현장에 있었던 분들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남고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그때의 분위기를 다정하게 느낄 수 있다.
이야기마다 QR코드로 그날 현장의 영상을 유튜브로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욕심으로 올해 노벨 평화상을 대한민국 국민이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보여줄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