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12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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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 이건 흔한 형태의 심리조종이 아니잖아. 분면 다른 감정이 있어. 개인적인 감정.



발다치의 새로운 주인공은 농구선수에 연극배우였다가 전직 과학 수사대에서 전직 경찰을 거쳐 지금은 프로아이라는 곳에서 거물들의 은닉자산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싱글맘이다.

남자 주인공들의 서사로 전 세계 스릴러계에 우뚝 선 


이대로 단발로 끝나기엔 너무 아쉬운 당신들!


미키 깁슨은 전 재산을 빼돌려 비서와 달아난 전 남편 때문에 빚더미에 직장까지 잃고 부모님이 계신 버지니아로 돌아왔다.

아이 둘을 키우며 재택근무로 거물들의 은닉자산을 찾아내는 일을 하던 깁슨은 방금 2천억 가까운 돈을 찾아냈고 상사에게 칭찬을 받은 참이다.


"법카로 즐겨!!"


그러나.

뒤이어 온 전화는 깁슨을 어느 저택으로 이끌고 그곳에선 시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말과 함께.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내가 하는 대로 말고.


마피아의 은닉재산을 빼돌린 회계사.

그 회계사를 이용해 마피아 조직을 일망타진한 형사.

아동 성착취를 유흥으로 즐긴 자들.

빛나는 FBI 영웅의 아들은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범죄자가 되고,

죄지은 자들이 자기들보다 더 많은 죄지은자들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온갖 죄가 눈감아지는 현실.

그 안에서 멍들어 가는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다면 그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될까?


깁슨을 감히 위험한 일에 발 들이게 한 여자 클라리스.

수많은 가면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지워내며 살아가는 클라리스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 사건을 풀어내야 하는 깁슨.


두 여자는 마피아의 회계사가 숨겨 둔 '보물'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 보물엔 눈독 들인 사람들이 많은데...


새로운 히로인 미키 깁슨.

뚝심 있고, 치밀하지만 정 많은 그녀가 자꾸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게 조마조마하고

가면 속에서만 살아야 했던 클라리스는 점점 더 읽는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 두 사람의 특별한 공조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은 나뿐만은 아닐 터~


그녀들은 회계사가 남긴 막대한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


21세기형 자신 추적이 완성한 압도적 스릴러!라는 띠지의 말이 정말 와닿은 이야기였다.

이제 해외로 빼돌린 은닉자산은 옛말이 되었다.

비트코인, NFT, 가상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등등

다 알아 먹지는 못했지만 이제 은닉자산도 21세기형 새로운 작업환경으로 이동했다는 건 알겠다.


암튼 그동안 봐왔던 스릴러의 단골 소재가 21세기형으로 바뀌고, 혼자 다 해결하는 남자 주인공에서

영특한 두 여자가 손을 잡고 몇십 년간 잡히지 않았던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장면은 그 어떤 스릴러 보다 통쾌하다.


21세기에도 여자라고 대 놓고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것을 무기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우쳤고

그 와중에도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어 악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혼자보다는 둘이 합심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누군가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힘이라는 것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화려한 액션은 없지만 아주 쫄깃한 서사가 있는 이야기 <거짓에 갇힌 여자>

나를 함정에 빠트린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는 깁슨의 넉넉함이 맘에 든다.

그래서 빨리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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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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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소녀들은 그들도 살인을 꿈꿀 수 있다는 걸, 살인이 남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아이를 어째야할까?

매 챕터마다 달려있는 소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다.

시시각각 뭔가 일이 벌어질 거 같은 분위기,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 더미 위에서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

이 춤이 언제 폭발해서 가루처럼 부서져 내릴지 조마조마하다 광란의 파티를 마주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로의 여행이었다!!







"가끔 주님의 피조물 중에 그렇게 태어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한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파운드가에 가정교사로 들어 간 위니프레드 노티.

범상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의 광기가 스멀스멀 퍼져 나온다.

상상인지 사실인지 읽는 나도 헷갈리는 이야기들 사이사이로 온전하지 못한 인물들이 삐져나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인물들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광란의 파티가 벌어져도 아무렇지 않다!?


얼마나 벼르고 별렀을까?


하지만.

뛰는 놈 위엔 나는 놈이 있다던가!


빅토리아 시대 귀족임네 거들먹거리는 인간들의 허상이 줄줄이 드러나고

그들의 허상을 마주할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노티의 상상력은 현실을 뚫고 나온다.

미워할 수 없지만 동정심도 뭉개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이야기 <빅토리안 사이코>


잔혹한 묘사 앞에서 입이 떡! 벌어지지만 그게 또 그렇게 무심히 넘어가지는 이 현상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언제든 원할 때면 이 아이들을 죽일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 느낌이 참 재미있다.




빅토리안 사이코는 광란의 파티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벌어지는 일들도 감당이 안 되지만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지는 광경에서 나도 모르게 강렬한 비트 있는 BGM이 재생되면서 갑자기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인생무상과 함께 소름 돋는 DNA의 힘을 느낀다.


용납할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미워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이런 나도 동급인가? 싶어서 겁이 덜컥 나지만... 사실, 살면서 위험하고 끔찍한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으랴~

노티는 아마도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에 용납할 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도덕적으로는 용서할 수 없지만 그녀가 벌인 파티에서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나는 사패인가?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옥죄어지고 있는 여성들의 서사를 들여다보면 이 모든 금기와 규칙을 하찮게 만들어 버리는 노티의 행동에 속이 시원해진다.

억눌린 자아의 희생양처럼 보이는 드루실라의 실체를 알고 나서도 그 애가 안전하기를 바라는 이 모순적 감정이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피는 흐른다.

물이 흐르듯 

위에서 아래로...


혼탁한 피가 불러오는 광란의 시간은 예견된 거였다.

끝까지 부정(否定) 하는 못난 부정(父情).

그 안과 밖에서 그녀들을 광기로 내몬 건 바로 그런 인간들이었다.


끝까지 당당한 노티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심장 약하신 분들에겐 경고를~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 헤매시는 분들에게는 추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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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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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과학의 엇갈림 속에서 약의 독성이 나타난다. 그 독성에 주목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어서 더 문제다.



<의약품 살인사건> 제목에 혹~ 해서 소설인 줄 알았지만 논픽션으로 실제 사건과 의약품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탐사 서적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시작부터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데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안약이 살인에 사용되었다는 점 때문이죠.

충혈된 눈에 넣는 안약이 독약이 되다니!


마취제 살인사건

의약품 살인마와 과학수사

독살과 학살 사이

기만과 광기의 비타민

이게 다 돈 때문이다

불법 제조약 살인사건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스릴 넘칩니다.

그만큼 재미납니다.



많은 사람을 살린 약이 사람을 죽이는 용도로 쓰이는 건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이 책엔 의약품이 범죄와 연결된 사례가 담겨있습니다. 

약은 죄가 없다. 다만 사람이 문제다. 옳은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말 잘 듣는 좀비 들어보셨나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도 나오는 독입니다.

스코폴라민은 자율신경 중 부교감신경을 억제해서 섬망, 환각, 호흡 마비, 심장 박동 증가, 실신들을 유발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독극물인데 강도나 살인 데이트강간의 목적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일명 '악마의 숨결'이라고 불리죠.

스코폴라민 가루를 흡입하게 되면 사람을 지나치게 진정시켜서 저항할 수 없게 만듭니다. 사람을 '좀비'로 만듭니다.

이걸 이용해서 24년 방글라데시에서 대낮에 도로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상대로 강도짓을 했죠.

저항 없이 스스로 가진 걸 내어 놓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겠죠.




약과 독은 한 끗 차이.

스코폴라민을 약으로 쓰는 경우는 주로 멀미 예방이다.

스코폴라민의 멀리 예방 효과가 가장 요긴하게 쓰인 경우는 우주비행에서다.



이렇게 좋은 약을 강도질과 강간질에 쓰다니 ㅠ.ㅠ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을 정복하기 위해 폭격기로 직접 공습한 독일군.

이를 피하기 위해 영국은 등화관제를 시작하고 얼마 후 독일 폭격기들이 격추되기 시작합니다.

'고양이 눈'으로 불렸던 존 커닝엄 중령. 그는 당근을 먹어서 눈이 좋아져 격추 실력이 늘었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당근이 눈에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당근 주스를 많이 먹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비타민 A의 진실이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보세요~


약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지만 동시에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의약품 살인사건>은 그 경계를 보여줍니다.

약물의 개발 목적과 실제 사용 사이의 괴리를 짚어내죠.

GHB, 펜타닐 등 의료용으로 개발된 약들이 어떻게 범죄에 악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익숙한 말을 자꾸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약에 대해서는 그러지 마시라. 사람 죽일 수도 있는 약인데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약을 먹을 때는 복용량과 복용법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무턱대고 먹었다가는 간이 상하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책을 읽으며 약에 대한 오용과 관리 부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책에 담긴 사례들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고, 생각해 보지 못한 역사적 사실도 있습니다.

약은 누군가에게는 치료제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인간의 선택과 윤리 의식에 관여하는 문제입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의약품 살인사건>입니다.



재밌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가 심각한 사례들을 마주하면서 경각심이 생기는 책입니다.

약국에 진열된 약들이 오늘부터 다르게 보일 거 같네요.


백승만 작가님 과학자이신데도 글을 아주 맛깔나게 쓰시네요.

그래서인지 '약'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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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괴 도감 101
잭 데이비슨 지음, 강은정 옮김, 최준란 감수 / 공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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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중 <미시야마 변조 괴담 시리즈>를 읽으며 많은 요괴들을 만났습니다.

머릿속에 그려지거나 다른 경로로 보게 된 요괴는 '갓파' 가 유일하고,  나머지는 그저 상상에 불과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었네요^^


<일본 요괴 도감 101>엔 일본 요괴 101종에 대한 이야기와 문헌 속 삽화 205점이 담겨있어요.

그러나 이 책을 지은이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이 부러워졌어요.

우리나라 귀신들도 이렇게 관심 가지고 연구해서 도감이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최근에 읽은 '미시마야 시리즈'에 나온 요괴들을 이 책에서 찾아봤습니다.

아이를 잃고 산후우울증에 걸린 여자가 시집살이와 외도를 밥 먹듯 하는 남편을 원망하는 염원이 고양이 신에게 닿아 시어머니와 남편이 고양이 괴물로 변해버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코무스메에 대해 읽으며 그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네코무스메는 고양이의 저주에 걸려 태어난 여자로 반은 고양이고 반은 사람인 고양이 딸입니다. 인간으로 변한 동물과 관계를 맺어 태어난 게 아닌 저주나 마법에 걸려 태어난 요괴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갓파''도 등장하는데요. 이 갓파는 연못의 수호신 같은 존재로 나옵니다. 너무 어려서 자신의 마을을 지키지 못한 갓파는 100년 후 또다시 나타난 악당들이 자신의 마을을 헤아려 하자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소탕합니다.

요괴라고 해서 인간에게 해만 끼치지는 않습니다. 갓파처럼 인간의 수호신 같은 존재도 있습니다.



누케쿠비는 머리가 분리되는 여성입니다.

산속 마을에 시집온 부잣집 딸은 요물입니다. 마을의 모든 남자를 섭렵해버리죠.

결국 마을 사람들에 의해 머리가 잘리지만 그 잘린 머리가 불길을 피해 도망간 두 모녀를 쫓아옵니다.

머리만 쫓아오는 게 엄청 소름 끼치면서 저럴 수 있나? 했었는데 누케쿠비라는 요괴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네요.


그러고 보니 미미여사는 에도시리즈에 요괴들을 자주 등장시키는데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저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누레온나로 불리는 뱀 여인과 조로구모로 불리는 거미 여인은 모두 아이를 미끼로 남자를 홀린다는 게 흥미롭네요.

보로보로톤으로 불리는 건 살인 이불인데요, 버려지고 찢어진 데 분노한 요괴는 갑자기 몸을 뒤집어 위에 있는 사람을 내동댕이치고 목을 감아 졸라 죽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 요괴는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에 깃들어 있죠.


미미 여사의 에도시리즈를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 요괴 도감을 보면서 채워지는 경험을 했네요.

생소한 요괴들의 기원과 그들의 행동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들을 알고 나니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타로의 <야시>를 읽으며 '백귀야행'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세계가 어떤 건지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일본에 왜 그렇게 괴담이 넘쳐나는지도 알 거 같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직관적이고 생생한 요괴 일러스트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그들의 기원과 행동양식도 함께 알 수 있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요괴나 일본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상상 속 요괴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요괴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 인간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죠.

그게 슬픔이든, 공포든, 원한이든, 분노든 고통받은 인간이 만들어 낸 처절한 울분입니다.

그동안 제가 읽었던 일본 소설들 속에서 함께 했던 요괴들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나니 일본인들의 삶이 평안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도 평안하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들의 역사는 섬나라의 고독과 공포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사방팔방 모든 것에 생명을 깃들게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요괴가 그들을 지켜주고, 벌주는 모습은 힘없는 백성들이 만들어낸 울분 같아서 짠해집니다.



일본 괴담이나 기담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필독서입니다.

다양한 그림들에서 눈을 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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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서 본 거리 - 다섯손가락 이두헌 노래글
이두헌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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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엔 과거를 소환하는 기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래에 취했고 아련한 내 기억의 한 귀퉁이로 잠깐씩 피접을 갔었다.

가사를 음미하며 읽으면 아는 노래 앞에서는 자동으로 노래가 재생되어 가사를 음미하지 못했고

모르는 노래 가사 앞에서는 이토록 시적인 가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하다가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 앞에서 현실을 맛보게 된다.


어릴 때 어른이 되어 사랑을 하면 이런 마음일까? 싶었던 노래 가사들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그 노래 가사들처럼 살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른다.


비가 오는 수요일에는 라디오에서, 길거리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들을 때마다 기차 타고 떠난 사람도 없는데 마음이 기차역에서 헤매는 거 같았던 <새벽 기차>

동요처럼 불렀었던 <풍선>

사랑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에 어린 가슴속에 애절함을 켜켜이 쌓게 만들었던 <사랑할 순 없는지>


내가 가장 좋아했고 많이 불렀던 노래들을 그 세월 동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잊고 있었던 그 시절 감성도 함께 소환해왔다.

잠시 동안 느껴봤던 80년대 감정들...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우리는 잠시 어른의 외투를 벗고 그 시절의 조그만 아이로 돌아간다. 지나가버린 시절은 돌아오지 않지만, 우리가 하늘을 보며 흘리는 눈물 속에는 여전히 노란 풍선 하나가 띄워져 있다.



요즘 노래들에서 느낄 수 없는 가사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낀 시간이었다.

노래가 만들어진 에피소드에서 80년대 시절을 복기해 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루탄이 날아다녔던 그 시절.

학생이었다가 전경으로 바뀐 자리에서 학우들에게 돌격해야 했던 수많은 청춘들..

가진 건 없지만 낭만은 있었던 시절.

나는 어렸지만 그 시절 언니 오빠들에겐 지금과는 다른 반짝임이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의 순위는 108위였다. 그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내 안에서는 108 번뇌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게.

왜 '사랑'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거 같은데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108위 일까?

'사랑'은 방송용이고 유행가 가사에만 존재하나?

내 맘에도 108 번뇌가 생길라한다.


<미안해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이 노래는 처음 마주했는데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가사 같다.

이 세상 모든 걸 바꿀 말들..


이두헌의 목소리는 쓸쓸함을 장착했는데 그 쓸쓸함이 노래를 덤덤하게 만들고 그 덤덤함이 가사를 응축시키고, 그 가사의 힘이 마음을 다독이는 마법이 있다.

늦게라도 다섯손가락의 노래에 담긴 뜻밖의 사연들을 알아서 즐거웠고

QR코드가 있어서 검색하지 않아도 바로 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위트 있는 글에 슬며시 미소 지어져서 좋았으며

모처럼 시 같은 노래 가사를 마주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이두헌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들도 감성 돋아서 보고, 읽고, 듣는 맛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타임머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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