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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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이론에 따르면, 이유 없이 강렬하게 싫은 것은 대게 내 그림자다. 반대로 이유 없이 강렬하게 끌리는 것도 그림자일 수 있다. 내가 억누른 야망, 자유로움, 반항심.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묘하게 끌린다. 팬심의 상당 부분은 투사다.


재밌는 책을 만났다.

종종 심리학 책들을 읽긴 했지만 이렇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책은 없었다~

어려운 용어들도 이상하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복잡한 심리학 이론도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공부 잘하는 친구의 정리 잘한 노트를 빌려 본 느낌이다.

이 노트 필기 잘 외우면 시험에 100점 맞을 거 같은 느낌이다!





나의 그림자

나의 열등감.

알고는 있었지만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직도 불쑥불쑥 떠올라 이불 킥을 하게 하는 그때의 감정들..


책을 통해 그때를 소환해서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심리학 책을 읽으며 심리학에 대해 배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5분의 호의", 5분 안에 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을 베풀어라. 소개해 주기, 피드백 주기, 정보 공유하기. 대가를 기대하지 마라.


나는 기버였다.

하위권에 있는.

나는 테이커는 재수 없게 생각했고

매쳐를 만나면 정 없다고 생각했다.


이 오랜 생각들을 바꾸는데 그 페이지를 읽는 시간만 걸렸다.

그동안은 왜 못 바꿨을까?

나는 앞으로 성공하는 기버가 되고 싶다.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들은 집단에서 튀는 것, 다르게 보이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행동을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에서 깨닫는데

이 행동들이 사회적 규범이 되어 세뇌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튀는 인물, 다르게 보이는 사람에게 열광한다.

다수가 옳다고 하는 말만 믿고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니까 라고 나를 사회의 규범에 맞추며 살았던 시간이 아이들에게 헬조선을 선사했다.

이젠 현실에서도 동조하지 말고 다르게 말하는 걸 익혔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신의 눈을 믿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울리면 사회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고 우리의 삶도 좋아질거라 믿는다.



결혼하지 않겠다! 고 결심했던 내가 결혼한 건 남자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나에게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그가 하는 말이라면 믿게 만든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울비의 애착 이론으로 나는 내 연애성향을 분석했고, 내가 왜 결혼했는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결혼 후 한동안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언성을 높였던 그 시기.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린 서로의 코끼리를 적으로 보고 덤볐던 탓이라는 걸 하이트가 알려줬다.



이 책은 심리학 거장들의 통찰을 일상 언어로 바꾸어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훔쳤다'고 표현했나 보다~


책을 읽으며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인들을 소환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그때 나의 행동과 그들의 행동을 떠올리며 불편했고, 마음 상하고, 힘들었던 상황들을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식 유튜버 이클립스. 

이분은 요점정리의 천재인 거 같다.

복잡하고 잘 이해되지 않았던 심리학을 쉽게 생각하게 만들다니~

덩달아 이분의 첫 번째 책 <훔친 철학 편>도 궁금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나를 아는 시간임과 동시에 내 주변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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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명카피 핸드북 - LONG LIVE THE LAZY 게으른 자여, 영원하라
김은수 지음, 김민경.라이언 박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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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서 활동 중인 카피라이터가 뽑은 영어 카피를 분석하고 

영어식 표현을 알려주며 영어권 문화와 소비자의 심리를 반영한 표현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광고 카피는 제품을 알리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장이 인상적이죠.


영어 카피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짧은 문장을 잘 외워서 응용할 수 있을까? 란 생각으로 이 책을 읽고 싶었어요.

핸드북이란 말처럼 작은 사이즈로 들고 다니며 짬짬이 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광고 문구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죠.

영어로 어떻게 '팔리는 문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책입니다.





ELECTRIC HAS GONE AUDI (전기차가 아우디했다)


로큰롤 하면 누가 생각나세요?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로큰롤은 엘비스 프레슬리를 떠올립니다. 

이렇듯 아우디가 전기차를 발명하진 않았지만 이제 전기차하면 아우디를 떠올릴 거라는 의미의 카피입니다.

문법은 A has gone B로 A가 (탈바꿈해 ) B가 되었다는 표현이지만 이 카피에서는 아우디를 앞에 내세움으로써 아우디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함을 나타냅니다.




JOIN THE FLIP SIDE (플립폰의 편에 서겠는가)


삼성의 갤럭시 Z 플립 광고 카피입니다.

삼성의 경쟁상대는 '애플'이죠.

이 카피의 뉘앙스는 스타워즈의 '악'에서부터 나왔습니다.

Join the Dark는 영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문구로 '어둠의 편에 서라' 고 유혹합니다.

삼성이 이 카피를 응용하면서 '선'이 아닌 '악으로 자신들을 매혹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느낌을 주네요.







이 책은 10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매 시작마다 QR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카피에 해당되는 회사의 광고 영상이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어요.

그냥 문장만 보기 보다 영상과 함께 보면 카피의 느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카피 원문과 그 위에 작은 글씨로 해석을 적어놨습니다.

카피 아래쪽엔 광고 해설과 영어 문장을 분석해 놓은 짧은 글이 있어요.

카피라이터의 문장이라 그런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요점만 담겨 있습니다.


200개의 문장이 담겼는데 들어 본 문장도 있고,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영감도 받게 됩니다.

전 아직 영어 필사는 못해봤는데 이 책에 담긴 카피들은 모두  짧지만 강렬한 의미가 담긴 것들이라 필사하면서 외워도 좋을 거 같아요.




영어 공부의 목적을 가지고 읽었지만 저 같이 평범한 사람보다는 광고 쪽 일을 하시거나,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좋아하시는 분,

영어로 사람을 설득하고 매혹하는 힘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더 필요한 책 같습니다.

요즘같이 글로벌한 시대에 강렬한 문장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저도 리뷰 쓸 때 장황함을 덜어내고 좀 더 짧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문장들을 만들어 보려 노력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요즘 다들 긴 글은 거의 안 읽으니 짧지만 강렬하게 각인되는 문장들은 재치 있게 표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루한 책 소개보다는 재치 있고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한 권이라도 더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곁에 두고 생각의 전환을 위해 공부하듯이 읽을 책입니다.

뭔가 새로운 읽을거리와 동시에 공부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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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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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새끼였어요, 나리. 제가 모두 알고 있지요. 모르는 거라고는 어디서 태어났고 부모가 누구고 처음에 어떻게 그 돈을 벌었는지, 뭐 그런 것뿐이지요. 헤어턴은 깃털도 나기 전에 둥지를 뺏긴 종다리 새기 신세고요! 그 불쌍한 아이는 자기가 어떻게 속았는지도 잘 모르지만 이 교구에서 알 사람은 다 안답니다."

몇 년 전 영국에 갔을 때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변화 무쌍한 날씨를 보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 속에서 <폭풍의 언덕>을 떠올렸다.

이런 배경이니 그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겠네..라는 나의 생각은 <폭풍의 언덕>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열망을 가지게 했으나 이제야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내 기억 속 <폭풍의 언덕>은 업데이트되지 못하고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만 생각나고 나머지 인물들은 깡그리 잊은 채로 나는 그들의 사랑이 방해받고, 헤집어지고, 슬픔으로 점철된 이야기라고 느끼고 있었다.


윌북의 <폭풍의 언덕>은 두께로 나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나? 싶은 마음 뒤로 뭔가 고전이 주는 고질적인 장황함이 떠올랐다.


'워더링 하이츠'는 히스클리프와 언쇼 가문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고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는 린턴 가문이 거주하는 저택으로 워더링 하이츠와 비교되는 세련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공간이다.

공간은 인물들의 성격과 신분 차이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거 같다.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세 들어온 록우드는 듣는 입장으로, 록우드의 집을 관리하는 딘 부인이 화자다.

딘 부인의 이야기로 독자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어린 시절부터 그들이 살아온 세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 히스클리프는 내게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그의 맹목적인 사랑만이 남았고 그가 벌인 짓거리는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을 정말 처음 만나는 느낌이었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광적인 집착이 과연 사랑인 걸까?를 읽는 내내 의심했다.


안정성이 결여된 가정에서 잡초처럼 자란 아이들.

뻐꾸기 새끼는 보호받지 못하고 학대당하지만 그 속에서 캐서린이란 빛을 얻는다.

이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있었다면 이들은 다른 사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히스클리프를 데려온 아버지가 죽고, 힌들리는 그를 하인으로 내몰고 동등함이 사리진 곳에서 히스클리프는 증오심을 키운다.

한창나이의 캐서린에게 린턴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빛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오빠와 히스클리프와는 다른 '격' 있었던 린턴.

부드러움과 다정함을 느낀 캐서린의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집스럽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캐서린에게 린턴의 다정함과 따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른 이와의 교류 없이 큰 저택에 갇혀 살아가는 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사랑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을 이끌어 줄 어른도 없었던 세계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야 했다.


부자가 되어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그 자체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남은 건 배신과 증오라는 감정뿐이었으니까..


그들의 자기 파괴적인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사랑'을 빼고는 그들을 생각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자네 조언은 필요 없어." 린턴 씨가 답했습니다. "안주인의 성품을 알면서도 내가 괴롭히도록 자극했지. 게다가 사흘 동안 어떤 상태였는지 전혀 알리지도 않았고! 인정이라곤 없군! 몇 달을 알아도 저 몰골이 되진 않겠어!"


그들을 지켜보고, 그들에게 조언을 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던 건 가정부였다.

적절한 배움도, 사랑도, 인생도 살아 보지 못한 가정부..


그래서 그들의 감정은 날것 그대로 표출되고, 모든 감정들이 성숙해지지 못하고 쏟아져 나왔다.


에밀리 브론테 자신도 캐서린과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그녀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건 자연이었다.

그녀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이 작품 속에서 폭발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녀의 인물들은 모두 날것의 감정들을 토로한다.


히스클리프가 파괴하려던 건 뭐였을까?

그렇게 다 뺏고 나서도 지키지 못했던 건 뭐였을까?

왜 나는 히스클리프에게서 공허함만 느낄까.



어떤 작품은 감정이 성숙하지 못한 시절에 읽어서 제대로 해석되지 못한 것들이 있다.

<폭풍의 언덕>은 격렬한 사랑이라는 느낌으로만 남은 작품이었다.

다시 읽어 보니 성숙되지 못한 '사랑'이 불러온 '참사'로 해석된다.


사람답게 사랑하지 못한 사람들의 광기가 오래도록 폭풍 속에서 살아가는 거 같다.

그들이 사는 세계가 너무 단절되고, 외롭고, 거칠어서 가여웠다..


그래도 어린 캐서린과 헤어턴이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폭풍은 가라앉았고, 증오와 아집은 사라졌다.

그들에겐 새로운 감정을 배우는 일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시간이 남겨졌다.

그래서 워더링 하이츠는 모든 문을 열어두었고, 그 안에서 따뜻한 불빛이 비친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새로운 연을 이어갈 그들이 삭막한 독자들에게도 빛이 되어 준다..


히스클리프는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나는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했다.

아마도 다음에 이 작품을 또 읽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다르게 읽어갈 테고 그제야 나는 알게 될 거 같다.

그들의 진정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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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의 숲에서 월든을 읽고 필사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클로드 모네 그림, 전행선 옮김 / 더모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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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었다.

    그랬음에도 이 책에서 만난 문장들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이런 문장들이 있었나? 싶었던 글들 앞에서 허겁지겁 읽어대기 바빴던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렇게 흘려보냈던 문장들이 이렇게 다시 내 앞에 머문다.


    모네의 <수련>을 미디어아트로 감상했었다.

    작품 속에 풍덩 몸담고 있던 그때의 기분이 생생하다.

    아이들이 많이 왔던 때라서 그 경쾌한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린다.

    그때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 와 그때를 떠올리면 그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했던 느낌만이 살아있다.



    필사는 작년부터 조금씩 해오고 있지만 자꾸 멈춘다.

    뭔가 미션(?)이 떨어져야만 움직이는 것처럼 필사는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으면서 좀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모네의 그림은 햇빛 속에서 보면 찬란하고, 어스름 빛에 보면 은은하다.

    마음을 안온하게 하는 그림을 넘기면 현실을 돌아보는 글들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대가로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삶을 지불해야 한다.


    대가가 따르는 건 마법만이 아니다.

    공으로 얻는 모든 것엔 언젠가 치러야 할 값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독서와 대화와 사고는 소인족의 키만큼이나 수준이 낮다


    이 대목에서 웃음이 낫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읽은 것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그건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남의 생각을 자기 것인 양 지껄인다고 수준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옳고, 좋고, 맞다고 느낀 것들을 실생활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계속 낮은 수준에 마물뿐이다...







    책에 직접 글을 쓰는 건 두 번째다.

    모네의 그림을 보며 힐링하고

    소로의 글을 읽으며 생각을 깨우고

    잊지 않기 위해 필사를 한다.

    그러고 나면 계속 생각이 머문다.


    왜 이 문장이 끌리는지

    좋은 문장인 거 같은데 왜 이 문장은 끌리지 않는지

    그때는 좋다고만 느꼈던 문장이 왜 지금은 사무치게 다가오는지..


    그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글의 뜻

    몇 년 지났다고 이렇게 와닿는 느낌을 오롯이 느끼며 고급스러운 책 매무새와 듬직한 느낌의 무게감을 느끼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책은 읽을수록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걸 알려준다.

    두 번 세 번 만나게 되면 내 안에서 살짝 건드려진 채 솟구치지 못했던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보고, 읽고, 쓰고, 사유하기.

    그림, 글, 필사, 생각.



    한 권의 책에서 이 네 가지를 만족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모네의 그림에 대한 장황한 알은체 대신

    소로의 글들을 접목시켜 놓음으로써 읽는 이 스스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책을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주면 좋을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아서 기뻐할 것이고

    책을 모르는 사람도 받았을 때 모든 감각이 깨워지는 책이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기에 가장 기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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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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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이미 조용히 시작되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점점 유화를 잠식해 갔다.

    김진영 작가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 <마당이 있는 집>을 읽고 우리나라 장르소설도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연치 않게 읽게 된 책 한 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님이라 이번 신간 <여기서 나가>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잔뜩 가지게 했다.


    <여기서 나가>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강렬했다.

    발을 들이면 안 되는 곳에 발을 들인 느낌

    무언가가 사수하는 공간에 발을 들여 침입자가 된 느낌

    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내쳐지는 느낌

    이 복잡한 느낌들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고 처음부터 책의 분위기는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비가 대차게 쏟아지는 밤

    논에 심어논 작물들이 걱정되어 나간 상조는 검은 형체의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인물을 본다.

    그 자가 서 있던 곳에서 빨간 글씨로 큰 아들 형진의 이름이 적인 5만 원짜리 불태워진 지폐를 주운 날부터 상조는 큰 아들의 죽음에 의심을 품는다.

    그 의심은 큰 며느리에게 집중되고 상조는 자신이 죽기 전에 형용과 성희에게 땅을 증여해 준다.

    이 모든 건 큰아들을 죽인 며느리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손녀에게 재산이 가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아버지에게 땅을 증여받은 형용은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형이 몰래 어머니 이름으로 사둔 땅에 베이커리 카페를 차린다.

    형의 친구라는 필석의 도움을 받아 일본식 카페를 연 형용은 입소문으로 금방 인기를 끌어 SNS 명소가 된 카페를 운영하며 성공을 꿈꾸지만 아내 유화는 재료들이 빠르게 상해버리는 이 공간에서 일본식 옷을 입고 일본어로 자신을 꾸짖는 귀신을 보게 되는데...









    형용은 그 미소에 자기도 모르게 경계를 풀었다. 필석이 이어서 들려줄 말이, 이 터가 정말 특별한 곳임을 증명해 주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어느새 그 말이 사실인지 여부는 형용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도 몰입도가 상당하다.

    페이지마다 의심을 심어놓고

    인물들마다 서로를 믿지 못해 갈등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이 대립하는 이 이야기는 오래 묵은 인간의 욕망과 염원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군산이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그 안에서 발생된 인간의 욕망이 염원과 맞물려 죽은 자가 산자를 몰아내는 상황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한국에서 부를 이룬 일본인들은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 한국인으로 살려고 했다.

    성공한 일본인도 있고 실패한 일본인도 있다.

    그들의 자손들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인간의 욕망만을 자극하여 부를 축적하고 자신들의 리그를 만들어 갔다는 사실이 은근하게 깔려있다.

    <여기서 나가>는 실패한 일본인이 남긴 지독한 욕망에 잠식되는 인물로 형용을 내세운다.

    잘난 형의 그늘에서 차남으로서 자기 것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형용에게 카페 '유메야'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걸 지키기 위해 그가 한 일들은 [잘, 살기 위한] 노력이었을까, 그저 돈에 대한 욕망이었을까...


    공간에 깃든 사람의 염원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생각해 볼 이야기였다.


    이 작품의 모든 인물들이 그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맹렬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람이었든, 재물이었든, 자신의 욕망이었든...

    옳은 마음씨가 결여된 행동은 그것이 얼마큼의 노력을 쏟아붓던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거 같다.


    그저 오컬트적인 공포 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역사적으로 청산 안 된 일들이 끝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였다.


    인간이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그 불가능성을 테스트 당한 느낌이다.

    내가 상조였다면?

    내가 형용이었다면?

    내가 유화였다면?

    내가 해령이었다면?


    인간의 욕망과 자기 파괴성의 불편함과 사유를 동시에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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