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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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사과하지 마.

절대 뒤돌아보지 마.

앞만 봐, 에벌린, 앞만. 그게 살 길이야.

 

 

절박한 이 메시지는 스릴러에서나 볼 것 같은 문장이다.

SF 스릴러 장르가 있다면 이 일회용 아내가 꼭 포함될 것이다.

한스미디어의 SF 소설들은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데 이 일회용 아내 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복제인간, 클론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영화나 소설에서 잘 쓰여 온 소재이다.

 

자기 자신을 복제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키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영화도 있었고

아내들의 머리에 칩을 심어서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여자로 변모시켜 사는 남자들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합쳐놓은 거 같은 이야기 일회용 아내.

제목에서부터 기분이 묘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다른 이유로 기분이 묘하다.

나는 세상이 미래로 나아가기 전에 인류가 기계 세상에서 인류의 존재에 대한 연구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

인륜적인 것에 대한 생각 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옳지 않은 개념으로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그것으로 파생된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괴물들을 세상에 내어 놓을지 모른다.

 

마르틴이 이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포기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만약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내 경력이 처참히 무너질 테니까. 이 모든 게 그가 만든 난장판인데 청소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그 결과는 내가 감당해야 했다.

 

 

클론 연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에벌린. 그러나 그녀의 가정은 파탄 났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이혼 중이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한 남편의 내연녀는 바로 나다. 아니, 나와 똑같은 모습의 클론이다. 나를 복제한 클론과 남편은 같이 산다. 그리고 그녀는 임신까지 한다.

복제인간이 절대 하면 안 되는 것을 남편 네이선은 무시했다.

그리고, 내 복제 인간 마르틴이 남편 네이선을 죽였다!

 

아내의 연구를 훔쳐서 아내와 똑같지만 다른 복제인간을 만든 남편 네이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아내를 만들 때까지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을까?

순종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마르틴.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르틴.

그런 그녀가 왜 네이선을 죽인 걸까?

네이선의 죽음 앞에서 에벌린은 자신이 몰랐던 사실들과 계속 마주친다.

그리고 그녀가 내리는 결정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 포장되었지만..

물론 그것을 합리화할 만큼의 잘못이 네이선에게 있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되어야 하는지 계속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단순한 복제인간인 줄 알았던 마르틴은 점점 생각이 진화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네이선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네이선을 만들어 낸다.

거기서 끝나길 바랐지만 이 이야기는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에벌린의 현재와 과거의 회상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나는 에벌린과 네이선 중에 누가 더 옳지 못한 짓을 한 사람인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정신적 학대의 방어기제는 에벌린이 벗어나고 싶어 했던 사람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은 사람에게 끌리게 했다.

그리고 그것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에벌린은 자신의 일로 더욱 숨어들어갔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발전하고 그 일로부터 내려지는 에벌린의 결정들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계속 의문점을 남긴다.

어떤 것이 옳은 결정인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닌다.

 

게다가 마르틴을 대하는 에벌린의 모습은 네이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배자로서의 권위의 맛을 본 에벌린에게 마르틴의 존재는 어떤 걸까?

 

"네이선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내가 그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클론은 인간인 걸까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은 어떤 걸 기준으로 인간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그런 점에서 에벌린이 마르틴을 이용해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로 자신의 진로를 바꾼 것이 미덥지 않다.

모든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해도 클론을 만들어 내는 인간에게 클론은 그저 클론일 뿐이니까.

그 이면을 들여 다보 고민하는 건 다른 사람의 몫이다.

우리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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