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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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에 저주 대상의 이름을 쓴 젓가락 한 쌍을 꽂아서 신냥탄에 두면 귀신 신부가 그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가 자신의 결혼 축하주를 먹인다.

 

 

3국 5인 5색의 젓가락 행진곡.

다섯 작가가 젓가락을 소재로 릴레이 소설을 펼친다.

마쓰다 신조가 포문을 열고 마무리는 찬호께이가 했다.

같은 소재로 글을 쓰지만 먼저 쓴 사람의 글과 연계가 되어야 하는 릴레이 소설은 말은 쉽지만 쓰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니까.

그러나 독자들은 즐겁다.

다른 작가의 글들을 한곳에 모아서 읽을 수 있으니.

게다가 그 글들이 괴담이라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마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은 84일 동안 하루에 한 번 대나무 젓가락을 쌀밥 위에 꽂고 소원을 비는 것이다.

네코의 비밀을 알게 된 나 역시 젓가락 신에게 소원을 빈다.

내 소원은 '오빠'와 관계되어 있다. 어떤 소원이 이루어졌을까?

 

쉐시쓰의 <산호 뼈>는 산호로 만든 젓가락을 목에 걸고 다니는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산호로 만든 젓가락엔 혼이 서려있다.

산호 뼈인 줄 알았던 젓가락의 정체를 알게 되면 밥맛이 뚝 떨어질 것이다.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 는 SNS 방송을 위해 저주를 꾸며내고 그 소문이 절정에 올랐을 때 저주가 가짜라는 걸 폭로한 방송 진행자가 생방송 도중에 죽음에 이른다.

그 뒤로 죽은 남자의 여친에게 귀신 신부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범인은 너희 중에 있어."

 

샤오샹선의 <악어 꿈>은 젓가락과 관련된 괴담을 주제로 릴레이 소설을 쓰기로 한 작가가 출판사의 요청으로 강연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한 청자가 다가와 질문을 한다. 그 질문들은 마쓰다 신조의 <젓가락님>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분명 내가 아는 의식과 같았다.

 

찬호께이의 <해시노어>에서는 예터우쯔의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에 나오는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절묘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찬호께이의 역량이 돋보인다.

 

 

"여러분은 저주를 기획할 때 자신들이 인간의 '악의'라는 벌집을 쑤신다는 것을 알아야 했어요. 아무리 간접적이라고 해도 부정적인 일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젓가락에 이런 의식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제사상에서 시접 올릴 때만 왠지 다르게 느꼈던 젓가락인데 이렇게 저주에 가담한 젓가락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보통 밥상에 올려놓는 젓가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쓰는 젓가락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점이 위로라면 위로랄까.

 

마쓰다 신조와 찬호께이 외에는 처음 읽는 작가들인데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가 남다르다.

색다른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주와 괴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마음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인간의 마음이 저주와 괴담과 연결되면 그건 결국 '욕망'과 다를 바가 없다.

가져서는 안되는 욕심과 욕망이 저주와 괴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다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소원으로 비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진짜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원망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스럽거나 엄청 무서운 이야기들은 아닌데 실생활에서 문득! 생각나서 늘상 하던 것을 못 하게 만드는 약간의 힘이 들어 있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이나 특별한 젓가락 같은 건 쓰지 못할 거 같다.

젓가락은 숟가락 옆에 나란히 놓여 있을 때가 가장 젓가락다운 거 같다.

이런 릴레이 소설들 가끔 나와주면 좋겠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읽는 동안 즐거웠으니까.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나라에 젓가락 괴담이나 저주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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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조병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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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이란. 스스로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관심 갖고 그 가치와 의미를 나날이 '갱신'해 나가는 바로 당신입니다.

 

 

리터러시란 말은 굉장히 포괄적인 느낌의 단어인데 우리나라에는 거의 문해력으로 해석되고 있는 거 같다.

리터러시 세계 최고 권위자 조병영 교수가 쓴 읽는 인간 리터러시는 우리가 한 번쯤 탐독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현대사는 한국 전쟁 이후로 산업화되면서 '공부'가 무기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문맹을 떨쳤고, 교육의 효과로 인해 '어떤 부분'의 혜택을 지금 받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읽고, 쓰기로만 리터러시를 얘기한다면 그건 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읽기와 쓰기는 습득하는 과정이고, 습득한 것들을 어떻게 내 안에서 잘 소화 시키느냐는 온전한 나의 노력이다.

리터러시도 문해력도 모두 이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2부의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는가? 이 부분이 나는 가장 와닿았다.

대중의 무비판적인 정보 취급으로 인해 빨간 버스의 역정보는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세상을 오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이 가짜 정보 여부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와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세상에 유통되는 '오정보' 또는 '미스인포메이션'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예를 들어 리터러시를 설명했다.

보수단체들이 빨간 버스로 역정보를 퍼뜨렸고, 그것은 사람들이 텍스트를 제대로 찾아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리터러시 능력이 있었다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 문제였다.

빨간 버스가 퍼뜨린 정보는 영국이 매년 유럽연합에 보내는 돈이 3억 5천만 파운드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 돈을 영국의 다른 곳에 쓴다면 우리가 이렇게 허덕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사실은 그 3억 5천만 파운드 중에 상당수의 금액이 되돌아온다는 것이었다.

핵심은 빼고 전달한 정보가 많은 사람들을 격분하게 했고, 결국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깨달았다. 영국이 그동안 유럽 연합을 통해 누렸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미국의 트럼프는 스스로가 가짜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정을 운영했고, 인종차별과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을 대통령 스스로가 언급했다.

그가 정당하게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기보다는 리터러시가 부족한 사람들을 선동해서 결국은 자신의 뜻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전 세계가 신뢰하는 CNN 뉴스까지도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곳이라 비난했다.

트럼프 자체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가 집권한 동안 미국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세계에서의 주도권을 내려놓게 되었다.

어쩜 그동안 미국이 전 세계에 뿌려 놓은 허상을 트럼프가 보기 좋게 깨뜨렸다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나는 팬데믹 상황을 지나오면서 우리가 선진국으로 생각했던 그들의 '무식'을 본 거 같아서 좀 무서웠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기에...

영국과 미국의 예는 앞으로 치루게 될 대선과 맞닿아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리터러시도 저 두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는 거 같아서.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서 기계만도 못한 인간이 된다.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개인과 공동체의 더 나은 삶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기호를 다루고 의미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지식 정보 기술 사회를 살아가지만 눈앞에 펼쳐진 정보와 텍스트와 미디어를 맥락화하여 정확하게 분석적으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기계만도 못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제대로 리터러시를 배워야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사실 올해는 책을 조금 더디게 읽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너무 몰아치게 책을 읽고 기계처럼 서평을 써제끼면서 탈진하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걸 싫어하게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욕심만 앞세웠지 그것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책을 읽기만 했지 그것을 내 안에서 음미하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다듬는 과정이 생략되어 버렸다.

책의 핵심만 알고 그 핵심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깨달음은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많이 읽었을망정 내 것이 되지 못한 상황을 느끼고 나니 스스로가 좀 혐오스러웠다.

리터러시를 읽으며 그 감정이 다시 느껴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들만 보여주는 세상에서 나는 편협된 생각을 은연중에 키우고 있는 중인 거 같다.

반대 의견을 못 견뎌 하고, 그렇다고 그것에 대해 올바르게 반박하지도 못하면서 괜한 부정적인 마음은 스스로 벽을 세우게 된다.

나는 지금 리터러시를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일까?

 

기계와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읽기에서 멈추지 않고,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그 생각이 바로 기계와 인간을 나누는 결정적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기계와 다른 점이 있을까?

 

읽긴 읽어도 무슨 뜻인지를 모른다면 그것이 정말 읽는 것일까?

성적만을 위한 리터러시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실질적 문맹 사화는 왜 만들어질까?

뉴미디어 시대의 리터러시를 이해하려면?

 

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대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 그 사회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임 사회가 된다.

요즘 대세 유튜브는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다양하지 못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는 처음 어떤 정보를 접했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정보들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내게 보내지니까 일부러 다른 걸 검색하지 않는 이상은 일상이 모두 비슷비슷한 것으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다양성을 잃게 되고, 다양성을 잃게 되면 견고한 벽을 세우게 된다.

다름을 틀리다로 인식하는 것과 다름없는 벽.

 

이 책이 제시하는 문제점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앞으로 어떻게 리터러시를 행해야 하는가.

이것은 정해져 있지만 정해져 있지 않다.

이유는 리터러시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리터러시에 맞게 발전해가야 한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나에겐 나에게만 어울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누가 찾아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리터러시가 안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게 나에게 맞는 방법인지를 내가 찾아내야 한다.

독서는 시간이 걸리고,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습관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고역스러운 시간일지 모른다.

이 빠른 세상에서 느리게 가는 습관이 때론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일 년에 천권을 읽는 다독가는 될 수 없다.

책을 완독하지 않고 독후감을 쓸 재능도 없다.

어떤 달은 많은 책을 읽기도 하지만 어떤 달은 쉬어가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완전히 쉬지는 않는다. 한 번 놓아버리면 다시 잡기 힘든 것이 읽기니까.

다른 사람의 글도 정독해야겠다.

나와 같은 걸 읽고도 다른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기쁨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주니까.

 

나의 리터러시는 어디쯤인지 짚어 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단순히 읽었다고 해서 정말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게 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는데 우리의 교육이 이 말의 리터러시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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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이소다 가즈이치 그림,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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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살인 사건 하면 어떤 책이 떠오르세요?

저는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머리를 쓰는 스타일이 못됩니다.




그냥 쭉~ 읽어 가면서 뭔가 촉이 올 때를 기다리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골머리 썩으며 누가 범인인지 열심히 추리한 기억은 없네요.

그래도 밀실 살인사건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셜록 홈스의 <얼룩무늬 끈>입니다.

읽으면서 딱! 촉이 오더라고요. 혹시? 했었는데 역시! 였던. 그래서 스스로 뿌듯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밀실 대도감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엔 41편의 밀실 살인사건이 담겼습니다.

서양의 추리소설과 일본의 추리소설에서 밀실 사건을 다룬 책들을 추렸습니다.

이 책에 담긴 41편을 뽑을 때의 기준이 있더군요.


1. 책으로 엮었을 때, 밀실의 설정과 트릭의 내용에 다양성이 있을 것.

2. 다른 사람이 해석한 견해를 따라하는 것은 피할 것.

3. 발표 연대가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을 것.

4.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을 우선할 것.


그렇게 연대별로 선정된 이야기 중 첫 번째는 이스라엘 장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 입니다.

읽어 보셨나요?

저는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

이 책을 첫 번째로 실은 이유는 바로 <밀실 트릭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으로 이스라엘 장윌을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 겸 극작가였던 장윌이 런던의 일간지 <스타>의 의뢰로 2주간 기고했던 짧은 장편 하나로 그의 이름은 미스터리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밀실 트릭을 다루고 있지만 비밀의 전모를 밝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41편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지게 되죠.

그렇게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갖게 만들고 그래서 책을 찾아 읽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네요.

그것을 노린 것이긴 하지만~

밀실 사건을 소개하고 뒤에 짤막한 작가 소개도 함께 담겼습니다.


여러분은 밀실의 이미지를 어떻게 떠올리나요?


이 책은 친절하게도 이소다 가즈이치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통해 밀실의 삽화를 그리게 했습니다.

밀실 사건이 벌어진 건물과 밀실의 구조도를 그려서 발생한 사건의 세세한 부분까지 적어 두었죠.





작화 포인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솔직하게 힘들었던 점과 보람 있었던 점들을 얘기해서 이야기를 이미지화하는 것이 생각하고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공간을 이미지화하는 게 조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밀실 구조를 생각하는 게 잘 안돼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추리를 하기보다는 그냥 읽기만 했습니다.

안돌아 가는 머리를 쓰면서 범인을 잡는 것보다는 막연하게 예상을 하고 나중에 맞으면 좋고 틀리면 말지~ 하는 마음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약에 티베트 미술실이 있는 대저택의 이야기를 읽었다면 저는 전혀 감도 못 잡았을 겁니다.

저 구조도를 보면서도 복잡해 보여서 피하고 싶긴 하지만 만약 저 이야기를 읽는다면 대강이라도 밑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그중 제일 궁금한 건 바로 오리하라 이치의 천외소실 사건입니다.

2인승 리프트가 범행 현장입니다.

클레이턴 로슨의 <천외소실>을 패러디했다고 하는데 두 작품 다 못 읽어 본 저로서는 이 이야기가 제일 궁금합니다.

어떻게 2인승 리프트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까요?

리프트 안에는 복부에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여자가 있었고, 범인도 흉기도 없었습니다.

죽은 여자가 리프트 반대편에서 타고 산기슭역에 도착하기까지 5분 안에 벌어진 살인 사건입니다.

범인은 어떻게 여자를 죽이고 흔적도 없이 리프트 안에서 사라졌을까요?





겨울은 추리소설을 읽기에 좋은 계절인 거 같습니다.

바깥보다는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고 그러다 보면 뭔가에 푹~ 빠지기 쉬운 환경이 되기 때문이지요.

저는 마음이 복잡할 때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읽습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현실의 복잡함을 잠시 잊게 되거든요.

그렇게 뭔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실타래 엉키듯이 엉킨 마음 가닥이 살짝 느슨해지는 느낌도 들고

복잡함에서 조금 벗어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올겨울엔 이 책에 실린 밀실 살인사건 책들을 읽어 보고 싶네요.

일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소설들이지만 우리나라에 모두 번역본이 나온 건 아니라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읽어 보고 싶습니다.

이 책의 단점은 책값이네요.

양장본도 아닌데 값이 좀 나갑니다.

그럼에도 저로서는 모르는 책들의 정보와 함께 다양한 밀실 도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추리소설을 써보려 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아이템이 될 거 같습니다.



본격 미스터리가 융성하는 요즘 미스터리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에 비해 올드 팬과 새롭게 입문하는 팬을 이어줄 안내서가 적은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장르에 새로 입문하는 팬들에게 미스터리의 고전을 안내해 주는 안내서가 될 밀실 대도감.

취지에 맞게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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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 독자
막스 세크 지음, 한정아 옮김 / 청미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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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사건, 기괴한 시체, 마녀, 화형, 과거, 비밀. &

중세의 작품과 로저 코포넨의 스릴러에서 살인의 테마를 발견한 사디스트일까? 아니면 범인이 너무 큰 망상에 빠진 나머지 자신이 마녀를 없앰으로써 이 세상을 위해서 착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일까?

검은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아있다.

검은색 윤기나는 매니큐어가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고, 의자 옆 바닥에는 검은색 지미 추 하이힐 한 켤레가 놓여있다.

중세 마녀의 모습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시체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집에서 발견된다.

피해자는 바로 작가의 아내이다.

이 소식을 들은 작가 로저 코포넨은 또 다른 시체가 있을 거라 말한다.

자신이 쓴 책 <마녀사냥>의 내용과 같은 살인 사건이라고 말하는 남자 역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죽음을 맞이한다.

화형을 당한 모습으로.

게다가 코포넨의 저택의 눈 덮인 지붕엔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마녀들의 망치. 15세기 말에 작성된 마녀 색출과 근절 방법을 다룬 문서. 이 문서의 등장과 함께 유럽에서는 200년간 마녀사냥이 자행되었다.)

으시시한 살인 사건 현장의 묘사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묘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노르딕 누아르라는 별칭을 달고 출간된 모방 독자는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을 남긴다.

다만 그 영화가 스릴러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게 묘하게 매력적이다.

제시카 니에미 형사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한 현재와 제시카의 과거가 번갈아 등장하는데 그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과 함께 현재의 사건이 왠지 그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용의자들이 경찰에게 던져준 부스러기는 대개가 먹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을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부스러기에는 항상 독이 묻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경찰에게 던져주지 않았을 것이다.

연달아 시체들이 발견되고 그 시체들의 모습은 모두 <마녀사냥>에 나오는 살해 방식과 같은 모습이다.

게다가 화형 당한 줄 알았던 로저 코포넨이 자신의 유튜브에 죽은 아내의 모습을 올린다.

마치 자신이 발견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수사는 범인이 흘린 단서를 쫓지만 범인은 이미 한발 앞서있고, 수사관들은 자신들이 범인에 의해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들은 도대체 왜 일어난 것일까?

그걸 끝까지 알 수 없다는 게 모방 독자의 함정이다.

차가운 기온이 스며있는 헬싱키의 거리는 생소한 거리 이름들 만큼이나 멀리 느껴진다.

발음하기 힘든 이름들과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생경한 느낌이 이 책을 다르게 만든다.

거기에 마녀와 오컬트, 신비주의, 밀교 등의 단어가 등장하는 핀란드의 겨울.

연쇄살인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곳에 하루 사이 시체들이 출몰한다.

현재와 제시카의 과거가 번갈아 이어지며 범죄와 제시카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장면마다 사건 담당 형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모두가 주인공처럼 여겨진다.

시리즈도 아닌데 시리즈처럼 캐릭터들의 이미지가 잘 담겨 있다.

종잡을 수 없는 범인과 비밀이 많은 제시카 때문에 범인의 의도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

절대 범인의 의도를 알지 못하는 게 모방 독자의 최고 반전이다.

스릴러 소설을 많이 읽어서 웬만한 이야기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데 모방 독자는 스릴러에 오컬트적 요소가 가미되어 다 읽고 나서도 어딘가 모르게 끝난 거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막스 세크의 글은 기교 없이도 독자를 빨아들이고, 묘한 분위기를 덧칠해서 단순한 스릴러를 단순하지 않게 만든다.

이 이야기의 옥에 티라면 제목이다.

모방 독자.

이 제목 역시 트릭일까?

차라리 뻔해 보이는 마녀사냥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모방 독자.

입에 쩍~ 붙지도 않는 것이 자꾸 되씹게 만든다.

핀란드의 겨울은 춥다는 사실 외에도 어딘지 모르게 으스스한 분위기를 숨겨두고 있다.

그래서 모방 독자를 읽고 나서는 거울을 마주하는 게 으시시하다.

거울 속에서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볼 거 같아서.

과거가 심상치 않은 제시카 니에미의 이야기는 계속될까?

마녀의 부름은 끝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계속 부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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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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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로 역사에 남은 여성들 29명의 이야기.

 

저는 수학을 상당히(?) 멀리 한 사람이지만 역사에서 유명한 수학자 이름들은 몇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몇 명이 모두 남자들이었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자로 존경받았던 여성 수학자들을 만났습니다.

자신의 한계에 주저앉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한 분들을 알고 나니 왠지 수학이 좋아지네요.

그렇다고 제가 수학을 잘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수학을 불편하게 생각했던 심리는 조금 수그러드는 거 같습니다.

 

나는 진리와 결혼했다.

 

 

피타고라스 학파가 몰살 당하고 살아남은 그의 아내 테아노는 딸 다모와 함께 피타고라스의 연구 기록을 지켜냈죠.

그건 테아노 스스로가 수학자였기 때문입니다.

히파티아는 플라톤의 머리와 아프로디테의 몸을 지닌 여성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당대의 유명한 학자이면서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많은 구혼자들이 그녀를 스승으로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미모에 눈이 멀기도 했죠.

그녀는 그런 남자들은 거들떠도 안 보고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고 자신의 강의를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히파티아는 마녀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히파티아는 처참하게 살해당합니다.

그녀의 죽음 이후로 수학 교수가 등장하기까지는 150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답니다.

 

조선 후기 우리에게는 서씨 부인이 있었습니다. 수학자 홍길주의 어머니지요. 하지만 그녀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아서 모릅니다.

그녀의 남편이 시를 잘 짓는 그녀에게 당호를 지어 주었고 그 뒤로 영수합 서씨로 불렸답니다.

그녀는 <산학계몽> 풀이법을 응용해서 더 간단한 풀이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아들 홍길주가 보니 서양의 풀이 법과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들은 어머니에게 수학을 배웠다고 합니다. 남편과 아들이 그녀의 글들을 베껴서 <부영수합고>라는 제목의 부록으로 묶어서 <족수당집>을 간행할 때 함께 간행하여 190여 편의 시들이 현재까지 남았다고 합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가 장미 도표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수학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며 국경을 넘고, 수학 강의를 듣기 위해 남자의 이름으로 수강 신청을 했던 여성들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업적이 담긴 책을 읽으며 지금 시대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에 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석 자 하나 남기지 못한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업적을 이루었지만 인정받지 못하다가 나중에야 인정받게 되지만 본래의 이름이 아닌 결혼 후의 이름으로 남게 된 그녀들.

 

이 책에 기록된 분들은 그 기록이라도 있지만, 기록도 없이 무수히 사라진 수학을 사랑했던 여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수학은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어울리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네요.

공부에 남자와 여자를 가릴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앞으로는 역사에 길이 기록될 여성 수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학이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수학사에 알려지지 않은 여성 수학자들이 있었다는 걸 지금부터라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그들은 기록되지 않았기에 아예 없는 듯이 잊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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