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단종애사 (端宗哀史) : 1457년 청령포, 단종을 지킨 남자 엄흥도 이야기, 무삭제 최신간 - 1954년 초판본 표지 디자인 더스토리 착한책 프로젝트
이광수 지음 / 더스토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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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야."

"어린 손자를 부탁한다. 내가 춘추만세한 후에라도 내 부탁을 잊지 말아라."




1954년 박문출판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재 출간된 더스토리의 <단종애사>는 세종대왕이 신숙주, 성상문과 궐을 거닐던 중 궁녀가 뛰어와 왕자 아기씨 탄생을 알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손자의 탄생을 들은 세종대왕은 기쁨과 함께 슬픔을 느끼는 듯 두 집현전 학자들에게 손자를 부탁한다.

이후로도 세종은 두 학자들에게 계속 어린 손자를 부탁한다.

그런 대왕의 뜻을 이어받지 못한 인간이 있으니 밖에 잠깐만 두어도 쉬어버리는 숙주나물 같은 신숙주였다.


문종은 세종대왕의 장자이자, 단종의 아버지이다.

첫 빈궁과 사이가 좋으셨지만 중전께서 예쁜 얼굴로 세자를 홀리는 빈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빈궁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폐위 시킨다. 이때부터 문종은 부모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아내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으로 자신을 괴롭힌 게 아닌가 생각된다.

중전이 세자와 세자빈 사이를 갈라놓지 않았다면 문종은 건강하게 오래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빈궁은 박색에 미련한 여자여서 궁인의 꼬임에 빠져 일을 도모하다 들켰으니 이로써 두 번째 폐인이 된다.

이렇게 두 번이나 아내를 본의 아니게 쫓아내야 했던 문종의 마음이 어땠을까?


세 번째 얻은 빈에게서 단종을 얻은 기쁨도 잠시 아이를 낳고 일주일 사이 명을 달리한 아내로 인해 세자는 마음에 상처가 더 심해졌을 것이다.

자신의 박복함을 스스로 비하했을지도 모르겠다.

단종의 비극은 이렇게 아버지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허약해진 문종에게는 삶의 기쁨도 없었고, 삶의 의지도 없었던 거 같다.

다만 어린 아들을 두고 가야 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터.

그가 만약 수양에서 아들을 부탁하고 갔더라면 역사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경들에게 이 아이를 부탁하오."

이때에 수양, 안평 두 분 대군을 비롯하여 모든 신하들은 일제히 엎드리어 그 넓은 방안에는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아니하는 듯 고요하고 오직 촛불만 춤을 추어 분벽에 그림자를 흔들었다.

왕의 이 말씀에 여러 신하들은 취하였던 술이 일시에 깨는 듯하였다.

"내 병이 심상치 아니한 줄을 알매 오늘 경들에게 이 부탁을 하오." 하시었다.





문종은 자신의 동생 수양의 야심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아들을 부탁한다는 언질을 일부러 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것이 결국은 화근이 되어 수양의 옹졸한 맘에 상처를 내었고, 그런 그에게 들러붙어 그를 부추기며 한자리 해 먹으려는 자들이 계유정란을 일으킨다.


한명회는 희대의 모사꾼이었다.

그 좋은 머리를 좋은 일에 썼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못한 일에만 써먹었으니 역사에 두고두고 악인으로 회자되는 것이다.

수양이 뒤집어쓴 그 많은 피들이 강물이 되어 역사를 굽이굽이 흘러간다.


동생들을 죽이고, 조카를 죽이고 충신을 죽이고 그는 뭘 얻고 싶었을까?


아무리 좋은 정치를 하고자 노력했다 해도 그는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다.

그가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그가 가진 힘을 단종을 위해 쓰며 어린 조카가 장성할 때까지 보필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조선의 역사가 조금은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미 벌어진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어딘가에서 이 판을 뒤집을 누군가가 나타날 것만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단종애사>에서 단종의 죽음은 너무 짧게 다뤘다.

이야기의 주는 문종이 죽고 수양대군이 한명회와 짝짜꿍이 되어 왕위를 찬탈하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참 슬프다...

이 이야기에서조차도 이홍위는 중심이 되지 못했으니...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 가서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렸지만

소설 <단종애사>엔 그 부분을 크게 다루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단종은 그를 모시던 공생에게 목을 졸려 죽음에 이른다. 그 공생은 노산군을 죽이고 대문을 나서지도 못하고 피를 토하고 즉사했다 한다.


엄홍도는 마지막에 딱 한 번 나온다.

이렇게 끝을 맺은 이유도 있을 터.


열일곱 어린 왕의 가슴에 남은 한스러움이 굽이굽이 시간을 돌고 돌아

2026년에 와서야 자신의 슬픔을 풀어내었다.

그리고 내내 강력한 왕권을 휘둘렀다고 생각했던 세조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공은 쌓은 대로 가고, 죄는 짓는 대로 가는 것이다.

아무리 승자들이 역사를 왜곡해도 진실된 역사는 언제든 자기 자리를 찾게 마련이다.


어린 왕의 마음이 이제라도 온전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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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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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통 읽었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모르는 이야기로 여겨질 때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영화를 통해서만 알았던 개츠비. 

원작을 읽고 나서 멍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감정은 영화를 봤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개츠비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그 사랑을 위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읽으며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파고들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 걸까?









개츠비는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돈을 벌었다.

불법인 밀주업으로 부를 쌓아 신흥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열면서 그는 데이지가 그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며 그는 매일 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마음은 인간의 이상과 허망함을 보여주는 거 같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자신을 갈아 넣어 돈을 모은 사람들에게 그 꿈은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돈은 벌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미 그를 떠났다. 그 주변엔 이름 모를 파리떼들만 득시글 거렸다.

순수한 사랑을 홀로 키워간 개츠비에게 돌아온 건 그 사랑을 이용한 사람들의 외면이었다.




목사가 몇 번이나 자기 시계를 들여다봐서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 반 시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죄를 대신 짊어진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고마움을 느꼈을까?

그건 그저 당연한 것이었겠지...


짝사랑은 그런 것이다.

내 마음에만 존재하는 고귀한 감정이자 혼자서 키워가는 마음이기에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데이지가 개츠비의 마음 한 조각이라도 이해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에게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던 사람은 그들을 지켜봤던 '닉'

개츠비의 장례를 치러준 단 한 사람 '닉' 뿐이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성공했지만 정말 얻고 싶었던 것은 결코 갖지 못했던 개츠비.

그의 위대함은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일궈낸 그의 꿈을 향한 끈질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담긴 것이 무엇이든 자신을 갈아서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사람은 그렇게 흔치 않기에

개츠비의 성공은 위대할밖에..

그리고 그의 사랑조차도 그렇게 위대했다.


가치 없는 순정이었지만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 짧은 순간 그는 만족했을까?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이 뒤집어쓴 죄에 한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을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를 고민한 적은 없었을까?


지금 나는 그게 궁금하다.









처음 개츠비를 읽고 나서 쓴 문장이다.

'무엇이라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의 숭고함'을 발견했다면

재독 후 내가 느낀 건 마지막 순간에 느꼈을 개츠비의 마음이다.

내가 개츠비라면 나는 기꺼이 그 죽음에 동의했을까?


그는 성공했으나 실패한 사람이었고,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조차도 모두가 외면한 사람이었다.

그의 위대함은 아마도 불가능한 사회에 도전했던 그의 순수한 욕망이 찬란한 불꽃을 터트리고 사라진 데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생각은 그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 느낌이 달라진다.

다음에 읽게 된다면 나는 또 어떤 점에 초점이 맞춰질까?





톰과 데이지, 그들은 무심한 사람들이었다. 물건이든 생물이든 다 부수고 나서 돈이든, 엄청난 무관심이든, 그들을 함께 지켜 줄 만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 안으로 몸을 피해,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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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사양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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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광대 짓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나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나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했지만, 그러면서도 인간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시와서의 <꽃을 묻다>를 통해 처음 접했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명료해지는 그 순간에 쓴 글 같다는 감상을 남겼던 거 같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이름에 늘 따라다니는 작품으로 읽어야지 하고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그가 죽기 전 써 내려갔던 글을 읽으며 자신의 자서전을 남긴 거 같다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부유한 집안의 도련님.

그러나 그 도련님의 마음은 허약하기 짝이 없고, 언제나 두려움에 쌓여있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아마도 글 중간에 슬쩍 언급한 하녀들에게 당한 몹쓸 짓들이 그의 연약한 영혼에 남긴 상흔이 아니었을까.

그것을 잊기 위해 그는 광대짓으로 자신을 위장시켰고,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 익살꾼을 자처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아, 인간은 피차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잘못 보고 있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라 여기고, 평생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눈물을 흘리면서 조사(弔詞) 따위를 낭독하는 것이 아닐까요?




여자와 술.

너무 일찍 알게 된 것들.

자상해 보이지만 엄격했던 아버지.


그를 현실에 살지 못하게 했던 것들이다.

그의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완고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마담이 넌지시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요조 씨는 아주 순수하고, 세심하고, 술만 마시지 않았으면, 아니지, 술을 마셨어도....신같이 선한 사람이었어요."




전쟁 시대에 예민한 시절을 보냈던 그에게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요조를 통해 그는 인간이 잔인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살시도는 일본의 전쟁이 패전으로 나아가는 걸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인은 죽고 혼자만 살아남은 요조의 마음은 패전국에서 살아남아 모든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술로만 잊히는 세상.

술이라도 있어야지만 현실을 버틸 수 있는 요조는 그 시대의 모든 일본인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나라가 

국민에게 지운 그 한없는 짐을 나눠지고 힘겹게 버텨내야 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을 다자이 오사무는 끌어안고 버티다 사라지는 길을 택한 게 아닐까...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더는 버티기 힘들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그를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을 테니까...



<사양>



"이 아이는 나오지가 한 여자에게 은밀히 잉태케 한 아이예요."



다자이 오사무가 죽기 6달 전에 쓴 이야기 <사양>.

저무는 해라는 뜻이다.


몰락한 귀족의 딸 가즈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함께 한적한 시골로 이사 온다.

전쟁에 나간 남동생을 기다리며 조용한 생활을 하던 그때가 가즈코에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약 중독자인 동생이 돌아오고 어머니의 건강은 나빠지고, 집안의 가세는 더 기운다.


다자이 오사무는 여기서도 자살을 한다.

나오지의 행동, 그가 남긴 편지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보인다.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의 애인 오타 시즈코의 일기에서 소재를 가져온 이야기라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모든 걸 다 가졌지만 모든 걸 다 포기한 인간이었다.

문학만이 그를 이해할 뿐.

그의 괴로움을 누가 이해할까.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

그러나 씩씩하게 자신의 아이를 위해 살아간 여자.

아마도 그는 그것을 알고 있기에 <사양>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아서 살아남을 그녀와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써 내려갔을 거라 생각한다.


유부남의 아이를 갖기로 마음먹은 가즈코의 결심이 혁명이라면

인간으로서 살 수 없었던 나오지의 죽음 또한 혁명이 아닐까?


그의 마음을 이해할 듯하면서도 쉽게 동조되지 않는다.

술과 약에 절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작가의 변명뿐일지도..

애당초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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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걸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 7
라티 쿠말라 지음, 배동선 옮김 / 한세예스24문화재단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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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마리란 남자는 천식을 앓았는데 정향을 폐 안에 넣을 방법을 백방으로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정향을 잘게 잘랐고 역시 잘게 자른 연초 잎과 섞어 옥수수 속대 잎으로 막대처럼 말았다. 거기 불을 붙여 말은 막대가 다 타도록 연기를 빨아들일 때 잘게 자른 정향이 안에서 크레텍! 크레텍! 하는 소리를 냈다. 그래서 그 담배에 크레텍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크레텍 재벌 수라야는 죽음의 문턱에서 '정야'라는 이름을 부른다.

엄마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 트가르, 카림, 르바스 형제는 정야라는 여자가 아버지의 옛 애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그 여자를 찾기 위해 형제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이 형제들이 아버지의 옛 연인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생기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했지만 이 이야기는 아버지의 아버지 시대로 거슬러 간다.

이드루스 무리아와 루마이사, 수자가드 세 사람의 관계와 크레텍을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격동의 인도네시아의 시대와 맞닿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름다운 루마이사에게 청혼한 이드루스 무리아와  수자가드.

루마이사는 이드루스를 선택하고 수자가드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일본군이 들어오고 이드루스는 큰형님이 자신들을 독립시켜 줄 거라 믿는다.

그가 바라던 독립은 되었지만 일본군은 그들의 친형님이 아니었다. 자신의 크레텍 담뱃값 인쇄를 하기 위해 인쇄소를 찾았던 이드루스는 일본군에 납치되어 어디론가 끌려가고 생사를 모르는 루마이사는 임신한 몸으로 걱정하다 아이까지 잃고 만다.

그리고 그 틈새를 노리고 수자가드는 이드리스가 죽었으니 자신의 부인이 되라며 청혼하지만 또 퇴짜를 맞는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이드리스는 돌아와 자신만의 크레텍을 만들고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항상 그를 따라 하는 수자가드가 이인자가 되어버린 현실.

늘 새로운 크레텍을 만들어 내는 이드리스와 그를 따라 하는 따라쟁이 수자가드.

이 두 사람의 경쟁은  딸들의 운명의 상대에 의해 희비가 엇갈린다.



이름만 알던 인도네시아가 우리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는 2차대전 때 일본군에 의해 해방이 되지만 곧바로 그들에게 네덜란드 보다 더한 수탈을 당한다.

남자들은 거리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고, 여자들은 겁탈을 당한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은 한시름 놓지만 곧바로 공산당으로 인해 피의 숙청이 이루어진다.


이드리스의 딸 정야와 그녀의 약혼자 수라야는 결혼식 3주를 남겨두고 수라야가 공산당에 쫓기면서 헤어지게 된다.

맑은 강이 시체의 강이 되고 사람들은 사라진 사람들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어쩜 우리네 역사와 이리도 닮았을까...





이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감독에 의해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넷플릭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많이 각색되어버려서 원작의 느낌을 잃었다는 번역가의 말과 원제 <가디스 크레텍>이 영문으로 번역되면서 <시가렛 걸>이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희석된 걸 안타까워했다.

나도 책을 읽고 나자 <시가렛 걸>이라는 이름이 처음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작가는 17세기 마타람 왕국 시대에 살았던 라라 먼둣의 고사를 통해 정야를 라라 먼둣의 화신으로 표현했는데 그저 '담배 마는 아가씨'로 표현되었으니 그 미안한 마음은 읽는 독자의 몫이다.



읽는 동안 담배를 안 피우는 나도 이 크레텍의 맛이 궁금해졌다.

정야의 침으로 말은 팅웨는 어떤 맛이길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3대에 걸친 이야기가 따스하게 마무리되는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복수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고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속담도 생각나고

사람의 인생은 각자의 시선으로 보면 같은 이야기도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는 걸 확실하게 느낀 이야기였다.


복잡하고 지저분한 느낌이 아닌

정갈하고 담백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데 마음에 온기가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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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필사 - 오늘의 태도로 내일을 읽는 시간 고전필사노트 1
김동완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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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의 최고 권위자 김동완 교수는 40년간 주역을 연구했습니다.

<주역 필사>는 주역의 64개의 핵심 문장들을 요즘 언어로 다시 표현한 필사책입니다.


주역을 읽고 싶었은데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현대어로 풀어 놓은 주역의 문장들과 바로 필사해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바로 이거다!' 했습니다.



책을 펼치면 왼쪽 페이지엔 필사할 주역의 문장들이 담겼고

오른쪽 페이지는 필사의 공간이고

오른쪽 하단엔 주역의 문장을 읽고, 필사하며 하루 동안 생각할 거리를 담아 두었습니다.





처음엔 문장 쓰기만 했어요.

그러다 밑줄도 긋고

그러다 맘에 담긴 문장을 한 번 더 써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내 맘에 들어온 문장들만 집중적으로 써봤습니다.

한자는 거의 그리다시피 썼어요~~


이번 <주역 필사> 책은 온전히 제 맘대로 써본 필사책입니다.

느낌 오는 문장들은 몇 번씩 써보고, 밑줄도 마음껏 그어 보고, 강조하는 부분에는 스티커도 붙여봤습니다.

공부하듯, 다이어리 꾸미듯이 써봤어요.


<주역 필사>는 7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지금 대한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느끼는 감정들과 맞닿아 있는 문장들도 많아서 제 마음을 다독거리기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 7번 챕터가 가장 좋았어요.

요즘 제 마음이 제 맘 같지 않아서 싱숭생숭했었는데 문장들을 읽고, 쓰면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듬기 좋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지만..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쓰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읽고 써본다고 내 것이 되진 않습니다.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죠.


사람 마음이란 어리석어서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찰나의 통제권을 벗어나면 어이없는 일을 벌이곤 합니다.

깊게 생각하자 해놓고서는 얕게 행동하고

이면을 들여다보자 해놓고서는 눈앞에 것만 바라봅니다.


성숙한 어른이 되자고 다짐하고도

얄팍한 마음이 어른 흉내나 내는 그런 삶을 삽니다.


나는 아직 어린데

몸만 나이 들어가는 거 같아서 슬픕니다.


그래서

좋은 문장들을 자꾸 찾나 봅니다.


<주역 필사>를 읽고 쓰면서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를 다시 다짐해 봅니다.


내가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결국 나라를 위해서 옳은 결정의 한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내가 보통의 인간으로서, 이 나라의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을 갈고닦는 일이 참 쉽지 않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자 마음먹습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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