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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가까운 적, 성병
엘렌 스퇴켄 달 지음, 이문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성병은 도덕성과는 관련이 없다.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말해 주지 않는다. 성병에 걸리는 일은 섹스의 일반적인 결과이며, 결국 섹스는 우리 인간이 즐기도록 프로그램된 활동이다. 성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므로 감염은 종종 우리가 하는 선택만큼이나 운이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다.
'성병' 이런 주제가 불편한 분들이 많죠.
저도 한때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무지들을 조금씩 떼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은 금기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지에서는 아주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게 바로 '성'이죠.
그에 수반되는 '성병' 은 '성'보다 더 금기시됩니다.
그런 성병에 대해 확실하게 까발려주는 책이 바로 <나의 가장 가까운 적, 성병>입니다.
노르웨이 성병학 의사이면서 성 과학 분야의 작가인 이 책의 저자 엘렌 스퇴켄 달은 성병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와 잘못된 지식, 잘못된 생각들을 아주 경쾌한 글 솜씨로 다룹니다.
읽으면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임에도 사람들에 의해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여러분의 성병 지식을 한 번 알아볼까요?
* 충격적일 정도로 전염성이 강한 성병은 뭘까요?
* 600만 년 동안 인간을 따라다니며 최근 들어 보수 언론에 의해 성적 수치심을 동반하게 된 성병은?
* 프랑스병이라고도 하는 최근에 다시 유행(?) 하는 성병은?
* 남성 대부분은 증상이 없지만(그래서 부지불식간에 쉽게 전염시킬 수 있음) 여성은 다양한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 이름이 고약한 성병은?
* 성병계의 흡혈귀는?

성적으로 활발한 사람 대부분은 일생에 한 번 HPV에 감염된다. HPV 감염은 피부 세포를 변화시키지만, 대부분 이러한 세포 변화는 저절로 교정된다.
엘리 스퇴켄 달은 <질의응답>이라는 책을 낸 의사입니다.
이 책은 그녀를 찾아온 환자들과의 대화로 병에 대한 지식을 전하고, 치료에 대한 이야기도 전합니다. 그런데 필력이 좋은 분이라 그런지 마치 소설처럼 읽힙니다. 그래서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각 챕터의 시작엔 바이러스의 모습이 그려져있고, 각 바이러스가 연상되는 문장들이 발췌되어 있어서 뜻밖에 재미를 줍니다.
병에 대해서는 아는 게 힘이죠.
이 책은 우리처럼 '성'에 대한 모든 것들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알아두면 좋은 상식 같습니다.
이름도 못 들어 본 바이러스들의 A에서 Z까지를 알게 됩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알아 두면 좋은 지식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기 힘든 '성병'
물어본다 해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하는 병.
최소한 어떤 병들이 있는지를 알아두는 것도 건강한 성인이 되는 일이겠죠.
이 책을 읽고 손을 깨끗하게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무엇이 손에 닿았을지 모르니까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이 피부를 통해서 전염되는 것들이 많네요.
그러니 틈나는 대로 손을 깨끗하게 씻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