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뮤직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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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고 조직 폭력배들이 즐겨 쓰는 말이죠. 거치적거리는 놈을 해치우고 나서는, '아, 토니? 토니 걱정은 하지 마. 이젠 트렁크 뮤직이 됐으니까. 토니를 다시 보게 될 일은 없을거야.'라고 말하죠.

LA 필하모닉 교향악단이 노동절 기념 주말 콘서트를 열고 있는 야외 콘서트장의 뒤쪽에 솟은 절벽 위 공터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롤스로이스 트렁크에서 총격을 당한 시체를 발견한 건 순찰을 돌던 파워스 순경.

이제 할리우드 살인 전담반의 팀장이 된 해리 보슈.

에드거와 키즈민 라이더라는 여형사가 보슈의 팀이다.

새로 온 과장 빌리츠는 실전 경험이 없는 관료다.

하지만 그녀는 전임자 파운즈처럼 사사건건 해리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참 다행이다!


작은 영화사를 운영하면서 포르노를 찍던 피해자. 그는 영화를 찍으며 조직의 돈 세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순 강도 사건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의심쩍은 게 많다.

이 사건엔 뭔가 심상치 않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해리 보슈의 짐작은 맞는 걸까?


해리 보슈 시리즈를 읽으면서 젤 보기 싫은 게 바로 내사과 인간들.

내사과 인간들은 왜 그렇게 보슈를 못 잡아먹어 난리일까?

그렇다고 제대로 엮어서 해리를 물 먹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된통 당하기만 하면서!


이번에도 내사과는 FBI와 함께 해리를 못살게 군다.

그런다고 해리가 기죽을 일은 없지만.


보슈는 모든 것이 다 제자리가 있고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대수롭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건은 할리우드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해리는 몇 년 전 사건으로 얽혀서 헤어지게 된 엘리노어 위시를 만난다.

교도소에서 출감하여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푼돈을 따서 먹고사는 엘리노어.

두 사람은 사건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접어야 했지만 5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났다.

해리는 사랑과 일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을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내는 작가의 실력에 놀라게 된다.

경찰 기자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해도 매번 해리가 만나게 되는 사건은 상상을 초월한 뒷배경이 있다.

이번 사건에도 정말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합쳐져서 굉장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보슈 시리즈는 경찰 조직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가장 정의롭고, 법을 수호하고,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조직.

그 조직의 수장부터 말단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의롭지 못한 건지.

조직 하나를 지키기 위해 범죄자들 보다 더한 범죄를 저지른 것을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

리더답지 않은 리더로 인해 일선에서 일하는 사명감 넘치는 많은 이들이 상처받는 일들.

이것들은 모든 나라의 경찰 조직에 있는 것들이다.

마이클 코넬리는 그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하는 작가다.

그가 해리 보슈를 통해 보여주는 경찰 조직에 대한 통찰력은 회가 거듭될수록 깊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에서 해리 보슈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조마조마하다.


해리는 상남자다.

깡으로 뭉친.

새로운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해리 보슈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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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역사 수메르 - 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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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역사서입니다.
수메르 역사를 중역이 아닌 우리글로 직접 해독한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만들었어요. 인류 최초의 역사를 읽을 시간.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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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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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기가 아니지만 일기는 나니까.

 

 

박서련 작가의 글은 하나도 접하지 못한 채로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를 먼저 읽게 되었다.

일기를 당당하게 책으로 내다니. 강단 있는 작가일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이때의 나 역시 굴곡진 세상의 '맛'을 온몸으로 견디던 때였다.

지금은 그때 어땠는지 그 그림자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나의 30대는 그때의 울분을 글로 푸느라 늘 고조된 감정 안에서 살았다.

그래서 이 일기는 내게 소설처럼 읽혔다.

박서련이라는 소설로...

 

개인사는 결국 역사가 된다.

지금은 그저 일기에 불과한 글도 수백 년 후에 발견되면 하나의 자료가 되고 나아가 역사가 된다.

개인의 역사를 적은 일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기억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그 일기일 테니.

 

"제가 쓰는 글 중에서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던 작가의 말처럼

박서련의 일기는 소설처럼 읽혔다.

1인칭 주인공 시첨으로.

 

치열했지만 유연하지 않았던 시절.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 봤다.

만약 내가 치열하게 살면서 지금처럼 유연했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일기를 썼지만

내 일기는 나에게 조차도 벽을 쳐둔 일기였다.

그래서 왜 이런 생각을 했지? 여기 이 사람은 누굴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박서련의 일기는 그럴 염려가 없을 거 같다.

일상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한 일상도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남들에게 일기를 연재할(?) 정도로 작가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어쩌면 가장 솔직한 느낌을 바로 전달하는 데 익숙해진 그녀의 글들이 그래서 사람들에게 바로 가 닿는 것이 아닐까?

그녀가 쓴 소설을 아직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지만 왠지 그 이야기들은 솔직, 대담무쌍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 여행, 월기.

세 부분으로 나뉜 글들은 가끔은 나와 세대 차이를 느끼게도 하고

나의 그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왠지 씩씩하고 당찬 느낌 아래로 어쩔 줄 모르는 누군가가 숨겨져 있는 거 같다.

그때는 다 그랬지. 안 그래?

 

 

사실.

일반적인 글보다

() 안에 쓰인 붉은 글들이 나는 더 좋다.

 

나는 예쁘고 산뜻하고 재미있는 것들에 대한

나의 직관을 아끼는 사람이고

나는 내 기준에서 너무 벗어나 있고

나는 내가 그만 죽었으면 좋겠다.

제일 싫은 건 이렇게 형편없으면서도 죽고 싶지 않은 너절함이다.

 

 

세상 별거 없다.

사람 사는 건 다 달라 보이지만 다 거기서 거기.

정말 세상이 엿 같을 땐

예쁘고 맛있는 거 먹으면 그 포만감과 예쁨에 마음이 절여져서 어두운 감정들이 사그라 드는 법이다.

예쁜게 먹기도 좋다고 한 말의 속뜻은 그런 걸 거다.

예쁜 걸 먹으면 왠지 더 나은 사람처럼 느껴지고 그런 느낌을 유지하다 보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예쁜 건 맛이 좀 없어서 예쁜 맛으로 먹으면 된다.

아무리 맛있는 거라도 지저분하고 누가 먹다 남긴 것처럼 보이면 손도 대기 싫은 법이다.

자고로 우리 속담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다.

 

삶의 어떤 지점에선 항상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가 온다.

그때는 일찍 오기도 하고 중간에 오기도 하며 아예 늦게 오기도 한다.

그 고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그러니 왜 나만 이래?라는 생각이 들 때면 아주 예쁜 걸 먹으며 나에게 포만감을 주자.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면 세상은 다시 보이게 마련이니까.

 

책을 읽기 전에 본 제목과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보는 제목은 같지만 다르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나를 위로하는 일은 예쁜 걸 먹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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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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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나와 타자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야생의 영역으로 헤엄쳐갔다.

 

 

 

에세이와 다큐가 합쳐진 이 아름다운 책은 어느 한 페이지도 허술한 곳이 없다.

생전 처음 보는 바다 생물들의 모습과 마치 나무로 빽빽한 숲을 연상시키는 바다의 숲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생전 처음으로 상어의 눈을 보았고, 어린 전복의 껍데기를 보면서 전복이 무얼 먹고 자라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문어가 마술처럼 자신을 변형시키고 자신의 천적인 파자마 상어에게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때론 그 상어를 질식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삿갓 조개는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 줄도 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이 책




의 모든 페이지가 경이롭다.



육지에서 살며 바닷속은 들어가 보지도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의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바닷속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오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생명체를 만나는 기분은 황송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크레이그 포스터의 글은 에세이지만 소설처럼 읽힌다.

그는 자신의 상황와 바닷속에서 경험했던 순간들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고통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적었다.

그가 경험한 것들을 읽으며 나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을 느끼며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생명체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는데 부러움과 질투가 동시에 난다.

 

 

모든 사람은 야생의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지울 수 없는 흔적이다. 야생 생활은 수렵 채집인의 지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야생과 관계를 맺는 것이고, 야생 자연의 본질 중 일부를 알고 그것을 우리 정신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케이프타운 근처의 켈프 숲은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아주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생명체가 사는 이곳은 위험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이다.

365일 잠수를 하기로 마음먹은 크레이그와 어린 시절부터 잠수를 탔던 로스가 친구가 되어 이 켈프 숲을 누빈다.

크레이그는 백과사전처럼 우리에게 바닷속의 신비를 전하고, 로스는 자신이 바다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그들을 통해 나는 인류가 문명화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보게 되었다.

그들이 경험한 것들이 온전하게 나에게 닿는 느낌이다.

아마도 그들과 나는 서로 일면식도 없지만 어떤 면에서는 서로 이어지는 실을 뻗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화의 결과로 우리는 오래전 모든 생명체와 교감할 줄 아는 능력을 고갈시킨 거 같다.

케이프타운의 바다에서 두 사람은 오래전 지워진 감각들을 하나씩 배워간다.

바닷속 동물들은 그들을 관찰하고(그들은 관찰 당하는지도 몰랐다!), 그들이 믿을만 한지를 판단했으며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자마자 그들에게 곁을 내어 주었다.

그들이 옆에서 헤엄치게 해주었고, 그들에게 다가가 맛보고, 느끼고, 같이 놀아 주었다.

이것은 인간이 바닷속 동물들을 관찰하며 쓴 것이라기 보다, 자신들이 관찰 당한 기록을 적고 있는 거 같다.

 

바닷속 동물들이 생각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

그들은 육지 동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그들이 사는 곳이 달랐을 뿐이지.

 

#나의문어선생님 을 보게 되었다.

다큐는 잘 안 보는 편인데 이 책을 읽고 그 다큐를 안 볼 수가 없었다.

세상은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세계가 더 많은 거 같다.

크레이그와 로스, 그들의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세계를 알지 못한 채로 살았을 거 같다.

또 다른 세상을 알게 해준 그들이, 내가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바다를 알 수 있게 해준 그들이 고맙다.

 

아름다운 문장과 경이로운 사진과 믿을 수 없는 그들의 경험 앞에서 경건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언제쯤 그들과 같은 자연교감의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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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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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은 점 하나가 예상치도 못한 곳과 이어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으로 백곰 같기도 하고, 마시멜로 맨 같기도 하고, 베이맥스 같기도 하고, 판다 같기도 하고, 가가미모치 같기도 한 여자가 양모 펠트를 뜨고 있는 도서실.

무섭게 생긴 모습에 비해 몸을 포옥 감싸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를 가진 사서 고마치씨 옆엔 허니돔 쿠키 상자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책 종류를 말하면 엄청나게 빠른 타자치기로 책 목록을 뽑아 준다.

그 목록에는 반드시 요청하지 않은 책과 양모 펠트 인형이 부록으로 딸려 온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눈물을 훔쳤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회사 생활이 떠오르고, 장사나 해볼까? 하면서 기웃거렸던 생각이 나고, 독박 육아로 힘들어하는 동생을 도와줄 생각도 못 했던 철없던 언니였던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텅 빈 통장을 바라보며 막막했었던 백수 시절도 생각났다.

그때 이 책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 역시도 그랬지만 이 책의 인물들도 비슷한 상황과 비슷한 마음을 지니고 산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 하는 일을 해야만 하고,

사랑하는 아이를 얻었지만 일과 양립할 수 없고, 재능을 알아주는 이도 없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은퇴 이후 취미도, 할 일도 없는 무력감을 느끼는 그들이 찾은 곳은 동네 초등학교 옆에 있는 도서실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책을 빌리지만 자신들이 빌린 책보다는 고마치씨가 부록으로 챙겨준 책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다.

 

언젠가, 언젠가 하는 동안은 꿈이 끝나지 않아. 아름다운 꿈인 채로 끝없이 이어지지.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그 또한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 계획 없이 꿈을 안고 살아간다 한들 나쁠 거 없어.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말이야.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는 과정이 인연스러워서 좋다.

같은 도서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지역을 공유하는 법.

인사를 나눈 적은 없어도 오며 가며 만난 적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인연이 서로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뜨거워진다.

 

받아. 책 부록이야. 당신한테는 그거.

 

 

무심히 건네주는 부록은 다른 길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고마치씨에겐 영감이 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일지를 알아보는 마음의 눈.

따뜻한 문장들이 곳곳에서 내 마음을 달래준다.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소환되고 이제야 비로소 그 감정들이 녹아내리는 거 같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고,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었던 위로의 말을 <도서실에 있어요>에서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던 모양이다.

 

"뭘 찾으시죠?"

 

 

영혼으로 물어 오는 질문에 사람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마치씨는 알고 있다. 그들이 찾는 게 무엇인지 그게 어디쯤에 있는지.

책을 읽으며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게 어디쯤 있는지 깨달았다.

 

도모카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히로야처럼 생각만 했지 실천하려는 용기를 내지 않았다.

료처럼 미래를 걱정만 했을 뿐. 그 걱정을 현실로 만드는 계획은 없었다.

나쓰미처럼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했기에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고, 억울했다.

마사오처럼 쓸모없이 버려진 느낌을 가지고 살았다.

 

 

"저쪽에서 먼저 멋대로 제안한 게 아니라, 나쓰미가 먼저 움직였으니까 주변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도, 기회도, 운도, 삶도.

20대부터 60대까지 인생에서 가장 활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주치게 되는 삶에 대한 회의가 서로의 파장으로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가는지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을 읽고 "살맛 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직 느끼지 못했던 마사오의 심정을 간접 경험하면서 앞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다져가야 할지를 미리 생각해 본다.






생각 없이 단순하게 읽힐 거 같았던 이야기가 너무 깊게 다가와서 마음이 놀랜 모양이다.

잔잔하면서 슴슴하게 인생을 위로해 주는 이야기 <도서실에 있어요>

정말 모든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 제목에 한 번 더 마음이 간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 준 작가가 고맙다.

내 머릿속에서 뱅뱅 돌던 생각을 작가님이 예쁘게 다듬어 주셨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독자로서 내가 만든 책은 아니지만 즐겁게 읽고 열심히 감상을 남김으로써 책의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마음이 힘든 사람,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는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서실에 있어요>는 내가 추천하는 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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