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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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관계에 대하여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으면 남자 주인공인 샤를르가 안쓰러워 죽겠다. 조용하게 살고 있던 시골 의사는 어느 농부를 진찰하러 갔다가 그의 딸 엠마에게 반해 결혼하게 된다. 시골에서의 의사라는 안정적인 일상과 집에는 아름다운 부인이 있으니 그의 신혼은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엠마는 그런 쳇바퀴 같은 삶에 따분함을 느끼게 되고 다른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젊은 귀족에게 한번 데이고, 남편에게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결국 요양을 위해 부부가 다른 동네로 이사하는데 거기에서도 서기와 눈이 맞아 불륜을 이어 나가다가 역시나 열정적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 불륜의 과정에서 많은 돈을 쓰고 돈이 떨어지자 사채업자에게 빌려서 쓰고 사채가 쌓이자 다시 사채를 써서 막다가 결국 가산을 탕진한다. 사채가 돌고 돌아 엄청난 이자로 돌아오고 거기에 충격을 받은 엠마는 음독을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름시름 앓던 엠마를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온 샤를르는 모든 재산에 대한 가압류와 엠마의 음독을 연타석으로 맞이하게 된다. 결국 엠마는 죽고 엄청난 슬픔에 휩쓸려 있던 샤를르는 우연히 다락방에서 상자를 발견하고 거기에서 엠마와 불륜남들의 편지를 발견한다…그리고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2014년에 영화로도 개봉한 마담 보바리, 왼쪽은 불륜남1로 추정>


그 착하고 아무 문제없이 살았던 샤를르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그냥 바람 가는 대로 넉넉하게 살다가 나이 들어 푸근한 인상을 가진 의사 할아버지가 될 것 같았던 그의 삶은 꼬여도 너무나 꼬여버렸다. 더군다나 문제는 그에게서 기인한 것도 아니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부인이 불륜을 하게 된 낮은 매력도라고 해야 할까. 결국 사람을 잘못 만났기 때문에 인자한 의사 할아버지가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운의 젊은 의사만 남았다.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 조금만 더 서로의 성향을 알았다면, 조금 더 연애를 했더라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평생동안 연애 초기의 불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오래 만나보아야 한다. 이런 진리는 결혼에 한정할 필요도, 이성 간 관계에서만 따질 필요도 없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자기 자신의 완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는 결국 같이 사는 사람들 아닌가. 내 친구들, 직장 동료, 동호회 사람, 선생님을 어떻게 만나냐 가 한 사람의 인생 절반을 만든다. 불륜을 다룬 소설에서 이런 좋은 관념을 다시금 느끼다니…저자인 플로베르는 명작가가 분명하다.




2.

스타일에 대하여


이 책의 진정한 백미의 스타일이라고 한다. 글의 리듬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스타일의 완성을 위한 그의 투쟁과 고난의 흔적이 책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가 책을 완성하기까지 4년 반, 주요 장면은 7번이나 다시 썼다. 자신이 원하는 소재가 아닌 동료에게 받은 실재하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오래 붙잡았다는 것에서 그의 고난과 투지를 엿볼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재미있고 문체에 맞게 딱 딱 쓴다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리듬, 높낮이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단어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고통스런 작업의 연속이란 걸 보여준다. 우리가 읽는 좋은 책들은 최종 결과물이기에 작가가 앉은 자리에서 주르륵 쓴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산책하다가 영감이 떠올라 오래된 타자기에서 단번에 명문을 뽑아내는 작가여…하지만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4년동안 끈덕지게 글을 다듬을 자신이 없다면 책 쓸 생각을 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처절하게 외치는 듯 하다. 다만, 우리는 번역본을 읽기에 그것을 온전히 읽을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아있다. 관계대명사인 que를 써야 하는지, 아니면 qui를 써야하는지 소리내어 읽어보고 소리의 조화가 더 좋은 것을 사용했다고 하는 그 리듬감을 번역본에서는 느끼기 힘들 것이다. 이래서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 AI번역이 떠오른다고 해도 AI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 리듬감을 번역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 그 스타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글에도 리듬을 넣어야 한다>


사실 나는 리듬감은 제쳐 두고 논리적 글쓰기에만 치중한 스타일이다. 논리 정연하고 반듯한 글을 쓰고 싶어서 신문사 교육센터에서 글쓰기 교육도 받았다. 그곳에서 쓸데없는 단어, 형용사, 부사는 모두 빼 버리고 정확한 의미전달만 되도록 글을 쓰는 연습을 했었다. 글이 단순해지면서 명확해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글에 생명력, 맛은 없다. 전체적인 글의 맛보다는 글의 구조를 따졌다. 예를 들어 서론, 본론, 결론을 딱 정해 놓고 어떤 소재, 어떤 사례를 넣을까 까지만 고민한다. 진정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단어들 간의 조화. 가만보면 이글을 쓰면서도 형용사나 여타 미사여구는 잘 쓰지 않았는데 조금 더 의도적으로 시도 해 봐야겠다. 



출처

1.마담보바리 영화 포스터

https://www.youtube.com/watch?v=17lo3AR8eSY

2.악보

http://www.musiclearningsite.co.uk/history-of-music-compo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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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4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듯하게 글을 쓰는 스타일입니다. 군인들 모포에 각을 잡는 것처럼요. ㅎㅎㅎ

윙헤드 2017-04-05 00:18   좋아요 0 | URL
저랑 비슷한 스타일이시네요ㅋㅋ그래서 저도 이제 시집같은 운율이 있는 글을 찾아 읽어 조금은 느낌있는 글을 쓰려고 마음은 먹었으나 시집에 선뜻 손이 가지를 않네요ㅜ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