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의 시대 -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교를 거닐다 보면 은연중에 들리는 단어. 짱깨. 우리가 이 단어를 얼마나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놀랍다. ‘주인장을 뜻하는 중국말 짱궤이에서 온 말인 짱깨는  중국이나 중국인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유독 많은 우리 학교에서도 나름 다들  눈치는 있고 예의는 차리려고 하지만 은연중에 그런 단어가 튀어나온다. 중국은 우리보다 낮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단어의 상징이다.




경제신문을 매일보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하루라도 중국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날이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너무나 무서운 한국기업들’, ‘중국 경제의 연착륙은  한국경제의 재앙등등 중국이 잘되어도 우리에게 위기, 안되어도  위기라고 연일 외쳐 댄다. 중국으로 진출했다가 퇴짜를 맞고 돌아온 대기업들이 부지기수이며 중소기업들은  아예 명함조차 못 내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짱깨'라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일상과는 다른 경제적 현실이다.


현실과 우리의 인식은 너무나 괴리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한국제품이면 좋다고,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자기들이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일찌감치 되찾았으며 한국은 이미 그들이 상대하는 메이저국가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너무나 모른다. 그래서 읽어봤다.

 

 


P166 – 조지 오웰은 어떤 나라에서든 정치색을 띠는 산문이란 <순수한 바람에 견고함이라는 겉모습을 부여하기 위해> 의도된다고  썼다. 트루먼 시대의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자신에게 보고되는 사실들을,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실보다 더 명확해질 때까지> 재단하고 주물렀다. 중국의 진시황은 <민중을  무지하게 만들라. 그러면 순종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정책을 이용해서 나라를 다스렸다.




-> 민중을 무지하게 만들라는 진시황의 지시는 현대 중국에도  그대로 이행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내에 있는 모든 언론을 통제하며 그 넓은 인터넷을 검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얼마나 그들이 거짓된 진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지 볼 수 있다. 만리방화벽은 여전히  강력하며 최근에는 24시간 감시체계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세계2위의 강대국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정치와 아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 있는 단어들은 가차없이 검열당한다. 경제대약진 운동 당시부터 시작된 자료 조작, 과대보고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하며 세계의 여러 경제기관들은 중국이 발표하는 여러 경제지표들은 믿지 못한다며  우려에 우려를 거듭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무너질 것 같은 체제. 등소평이  가까스로 자본주의를 일부 받아들여서 수혈을 하고 있지만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사상이 마주하고 있는 중국은 시한폭탄과 같다. 젊은 중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무지에 매몰되지 않는다. 중국이 인구마저  통제하기 위한 시행했던 1자녀 정책은 도리어 많은 중국인 소황제들의 해외유학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은 세계에  대해 눈을 떴다. 무지에 벗어나 진실을 바라본 그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이 젊은 소황제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상 무지로 다스리고자 하는 그들의 시스템은 사상누각처럼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P174 – (대약진운동당시) 그가 주철 공장에 도착하고 2~3시간이 지났을 무렵 한 동료 노동자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쯤이면 충분해. 이제 그만해도 돼’. 우쓰는 당황스러웠다. ‘달리 할 일도 없는데 계속 일할게요그러자 그 동료가 귓속말로 조언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우쓰가 하루를 꽉 채워 성실하게 일할 경우 모두의 할당량이 늘어날 터였다. 그는 연장을 내려놓았다.


-> 공산주의의 폐해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이렇게 다시 읽어봐도 참으로 신기하다. 모두가 같이 생산하고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물건이 돌아가는 공산주의는 이론적으로는 가장 궁극적인 체제인 것 같은데 어째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지. 분명 우리의 자본주의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빈부격차는 역사를 거듭하며 심해지고 있고, 그 둘의 중간에서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중산층들이 세계 각국에서 무너지고 있다. 지니계수의 상승과 부의 재분배의 비형평성은 자본주의 사회를 불안에 휩싸이게 하며 소비를 통한 돈의 흐름이 결코  원활하지 않을 것이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선진국의 모델로 일컬어지는 스웨덴 같은 나라 마저도 부의  재분배가 부자들에게만 쏠리고 있다고 하니 이 위기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당할 것이다. 돈을 찍어내고  국가부채를 지면서 겨우겨우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 다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공산주의가  이상적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같이 생산하고 더 필요한 이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그 이상만 지킬 수 있다면 가능할텐데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런데 인간은 분명 탐욕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공감하는 존재이다. 과거 한국은 서로서로 돕고 사는 민족이었고, 현대의 스리랑카, 라오스 같은 나라를 살펴보면 서로 음식을 나누며 돕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감의 능력을 계발시키면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공존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감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서로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밥그릇을 한가운데  모아 같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P207 – 당신은 민주주의 덕분에 먹고사나요?, 당신은 빵을 먹고 커피를 마셔요. 민주주의가 이런 것들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 사람들도 민주주의를 채택했고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민주주의를 채택했지만 그들은  자국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중국 사람들도 이제 한편으로는 윤택한 삶을,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민주주의가 정말로 윤택한  삶을 제공할 수 있다면야 좋겠죠. 하지만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아도 여전히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우리가 굳이 민주주의를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요?




-> 항상 중국인들은 공산주의의 억압을 싫어하고 자본주의를 동경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그들의 생각과 야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가 당연히 좋은 것이라 생각해왔던 우리에게 던져주는 질문이다. 민주주의는 절대로 완벽하지 않다. 한국에서의 작금의 사태처럼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플라톤이 꿈꾸었던 철인정치에서의 철인이 민주주의에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오히려 이사회처럼 철인들이 모여서 그들의 리더를 뽑아 철인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벌써 국내에서는 민주주의의 꽃인 대통령제가 아닌 내각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리가 많다. 중국은 옆나라의 이런 상황을 보며 내심 그들의 체제에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7인의 상무위원의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중국을 세계2위의 대국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굳이 대통령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단지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민주주의, 자본주의는 계속 진화해야 하고 변화해야 하는데 단순히 우리는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가 이런 결과를 맞이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발전해야 할 시기이다.



출처

1.중국야경

https://unsplash.com/search/china?photo=5h_dMuX_7RE

2.만리방화벽 블록 기업들

https://melissaamackay.wordpress.com/2015/04/06/the-great-firewall-of-china-say-ta-ta-twitter-and-hello-to-weibo/

3.중국인민대회

http://korean.cri.cn/1240/2007/03/05/1@89518.htm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르케스 찾기 2017-01-2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경과는 또 다르게 상해를 방문하고서,, 그리고 요즘 헐리우드 영화(마션, 컨텍트,,)에서 보면 중국의 위상은 범접치 못할 거대한 국가임에 틀림없어요.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미국와 유럽 국가들만 우러르며 그외 국가들에 대해 비하하거나 얕잡아 보려는 경향이 때론 지나치게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주변국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놓고 비하하려드는 걸 볼 땐, 임진왜란 때 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서 얕잡아 비하하여 드는 세상 물정 모르고 큰소리만 치는 어리석은 사대주의 양반들 같기도 했습니다ㅠㅠ
세상을 제대로 알고, 판단함에 좀더 신중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겠어요,,,,,

오늘도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

윙헤드 2017-01-23 16:26   좋아요 0 | URL
저는 책으로만 부분적으로 이해했을 뿐인데 마르케스 찾기님은 직접 중국도 방문하시면서 느끼셨다니 저보다 훨씬 중국에 대한 이해가 많으실 것 같아요. 말씀하신 ‘열린 마음‘ 너무나 공감해서 저도 중국과 일본을 꼭 방문해봐야할 텐데 기회를 잘 만들지를 못하네요ㅜㅜ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책보다 댓글에서 더 많이 배울때가 많은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