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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ㅣ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글 잘 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글을 잘 쓰면 괜스레 멋있어 보인다. 아마 시작은 어린 시절 연애 편지나 문자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열심히 머리를 굴려 적절한 글을 보내던 시절. 잘 써졌다 싶으면 혼자서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글을 쓸 기회는 현저히 줄어갔다. 일기 쓰던 시절이 글을 가장 많이 썼던 시절일 것이다, 거의 매일 썼으니까. 대학에서 한 학기에 두 번 시험을 서술형으로 볼 때 글을 쓰고, 이력서 쓸 때 외에는 다 단문이다. SNS에서는 단문으로만 대화하니까. 그래도 아무리 글을 길게 안쓰더라도 여전히 글은 잘 쓰고 싶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로, 글로 밥 벌어 먹은 사람의 내용이다. 광고문구나 슬로건을 많이 썼고, 대통령 후보들의 카피라이터로도 활약했다.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써라’, ‘모순적인
내용을 배치해봐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봐라’, ‘패러디를
해라’, ‘문장을 잘게 쪼개라’, ‘국어사전, 국어역순사전을 자주 참고해라’ 등등 이라고 말한다. 여러 예시들을 통해 설명하는데 다 맞는 말이다. 다만 내가 실행하지 않을 뿐이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한겨레 문화센터(?)같은 공간에서 현직 기자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맞춤법에 대해 대가수준으로 국내 기자들 중에 글을 가장 어법에 맞게 쓰지 않으시나 싶다. 기자분이 말씀하신 글 잘 쓰는 요령은 ‘매일
써라’, ‘명언을 여기저기서 베껴와라', ‘문자에서 뺄 수
있는 건 모조리 빼라’ ‘사전을 항상 옆에 끼고 있어라’ 등등이다. 그분이 우리에게 내준 과제 중 하나가 하루에 한 문장씩 명언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명언을 많이 알수록 글을 이해시키기가 쉽고 좀 더 우화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란다. 역시나 내가 실행하지 않았다.
자주 써라, 가 결국 정답인데 모두가 알지만 새해 목표마냥 작심삼일처럼 지키기가 힘들다. 하루에 한 문장 명언 쓰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몇
문단의 글이라니. 사실 책 서평마저도 쓰지 않으면 일주일에 천 단어는 쓰는지 모르겠다. 뭘 써야 할지도 잘 모른다. 생각은 많은데 풀어내는 능력이 달리니 어버버하게 쓰게 되고 글이 이상해지고 결국은 멀리한다. 안좋은 글이 나올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가벼운 일상을 써도 되는데 좋은 글을 써야만 한다는 혼자만의 압박을 가지고 있으니 글이 안써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왜 안써지느냐는 결국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험한 것이 많다면 쓸 것이 많다. 내가 겪은 일이니 더 생생하고 와 닿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대충 아는 이야기로 쓰려고 하면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나는
화려하고 기발하게 쓰기보다는 담담하지만 울림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니 자주 쓰는 것처럼 많이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도 안쓰는 와중에 글과 관련된 물건이 가지고 싶다. 바로 수동식 타자기이다. 영화에서 보면 항상 수동식 타자기의 매력에 빠져든다. 탁탁탁 그 소리에 따라 종이에 박히는 검은 잉크, 줄의 오른쪽 끝에 다다르면 스르륵 밀어서 다시 왼쪽에 위치시키는 정갈함. 그 행위가 매력적이다. 기계의 글자체이지만 치는
그대로 바로 눈앞에 보이는 종이에 인쇄가 되니 프린터보다 훨씬 인간미가 넘친다. 나중에 서재를 가지게 되면 타자기를 정중앙에 놓고 신년 인사장이라도 써보고 싶다.
사진출처
1.만년필글씨
https://unsplash.com/search/paper?photo=y02jEX_B0O0
2.타자기
https://unsplash.com/search/desk?photo=aGUndxz-VR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