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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 : 에르메스의 조향사 엘레나의 향수와 삶에 관한 생각 - 에르메스의 조향사 엘레나의 향수와 삶에 관한 생각
장 끌로드 엘레나 지음, 신주영 옮김 / 여운(주) / 2016년 6월
평점 :
1.
현대 최고의 조향사라고 추앙받으며 세계최고의 명품 회사에서 공들여 모셔간 조향사. 사치품 중의 사치품인 향수를 다루는 사람. 수많은 역작을 내놓아 모두가 그의 코를 주목하는 사람. 경력과 화려한 산업 이미지만 생각하면 콧대가 하늘높이 치솟아있고,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제왕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명품을 온 몸에 치장한 사람이 그러하듯 '나는 특별해.','나는 남들과 달라' 정신으로 가득한 사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혹은 살바도르 달리처럼 천재성을 보유한 괴짜여서 주변사람들이 피곤한 사람이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코에 너무나 민감해서 아래직원이 마늘이 들어간 점심을 먹었다간 당장 방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사람은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인상좋은 아저씨. 책을 읽고 나니 세계 최고의 조향사, 장 끌로드 엘레나는 옆집 아저씨처럼 포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느릿느릿 적어내려간 일기들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이게 그 허영으로 가득찬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담백하고 맑은 글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글에는 결코 오만함이나 세계 최고 조향사라는 자부심은 드러나지 않고 겸손함, 향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가득합니다. 조향사가 타고난 감각으로 단번에 원료들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공책에 공식을 써내려가듯 다양한 원료들을 미량씩 조합해가며 자신이 상상한 향을 찾아가는 연구가라는 것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으며, 향수의 이름을 정하는데도 엄청난 노고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의 창조한 향수를 사용해본적이 있는데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조향사의 성격과 생각을 알게 되니 그 향이 새삼스레 더욱 맑고 순수한 느낌이 듭니다.
2.
조향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살면서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향수를 사용하지만 이 향수를 누가 만드는 것인지 이 향수와 관련된 직업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정말로, 정말로 다양한 직업들이 있구나라고 깨닫습니다. 이런 생각은 이전에 인턴을 하던 시기에도 느꼈습니다. 인턴을 하던 중에 국내에서 규모가 꽤 큰 전시회에 참여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참여한 수백개의 기업들을 보면서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기업들이 너무나, 너무나도 많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내가 잘모르는 산업에도 수천, 수만개의 회사들이 있고 그걸 세계로 넓혀 생각해보면 내가 아는 국내의 기업들에 목숨을 걸 필요가 전혀 없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토박이로 국내 초중고를 나와 대학에서 경영으르 배운 저로서는 그동안 대기업들만 인식해왔습니다. 국내 경제뉴스를 봐도, 학교 수업 때 다룬 케이스를 봐도 모두 대기업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 내가 모르는 직업들이 세계에 펼쳐져 있는 마당에 더욱더 개방적인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노력해야겠습니다. 지금도 지구반대편에서는 제가 죽었다 깨어나도 상상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카프리에 위치한 조향실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향을 창조하는 장 끌로드 엘레나 처럼 말입니다. 책 조금 읽었다고 시야가 넓은 척 하는게 아니라 정말 시야를 넓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