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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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3월에 이세돌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결을 지켜봤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건 아니지만 경기 결과를 뉴스를 통해 보고 이세돌 기사가 질 때마다 우리 인간이 1승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며 응원했었지요. 그러고 이세돌 기사가 1승4패로 패배하게 되자, 기계가 이만큼 잘하는구나 라는 놀람과 그래도 1승은 했구나 라는 안도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러고는...다시 저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대로 학교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고, 신문을 읽고, 연애를 하고...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알파고의 무서운 실력이 당장 내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당장 4학년인 나에게 있어 올 하반기의 경제가 나아질지, 어느 분야로 직장을 결정해야 할지가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기계는....이과의 영역이라고 이미 결정을 한 상태였습니다. 

<알파고의 알고리즘....내 분야가 아니구나....>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1년 후가 아닌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는 지금 저물어가는 시대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참 잘두는구나'밖에 모르는 우리들에게 김대식 저자는 인공지능의 역사, 인공지능의 현재, 인공지능의 미래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면서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꿀 것이고, 심지어 멸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공지능의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제일 적용이 빠른 분야가 자동차라는 것,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아니라 무인자동차를 공유하는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는 것, 운전을 더 이상 하지 않는 탑승자를 위한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장 커질 것이라는 점,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은 자동차산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산업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명쾌하게 말해줍니다.(명쾌하게 말하는만큼 저의 미래는 혼란스럽기만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 어울리는, 지금의 시대에 적합한,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수업들을 배우고, 지금 잘나가는 산업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 과연 나의 미래를 걸만큼 가치있는 것일까라고 다시 물어보게 됩니다. 금융산업에서 인공지능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프로그램이 이미 상업적으로 출시가 되어 기존의 직업들이 위협을 받고 있고, 사업자동화로 채용을 점점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곧 사라져 버릴 간당간당한 직업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문과라고, 기술을 모른다고 내가 여기서 도태되면 안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컴퓨터를 그동안 멀리했다고 앞으로도 멀리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컴퓨터의 폭발적 발전에 편승하지 못했지만 인공지능에서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기술이 어느 한순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이 있고, 정확히는 모르지만 10년에서 30년 안에 다가올만큼 상당히 근접했다고. 100년 전 마차를 타고 다니며 동력자동차를 어떻게 타고다니냐며 무시하던 사람들이 어느 한순간 모두 자동차를 타고다닌 변화처럼 인공지능을 어느 한순간 모두가 사용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문과라고 가만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지, 사업을 한다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발전할 산업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접점을 찾자!>




2.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 중 흥미를 끄는 것은 인공지능, 기계에 의한 인간의 멸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막 개발하고 있는 약한 인공지능이 아닌 강한 인공지능이 나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합니다. 약한 인공지능은 세상을 알아보고, 이야기하고, 글을 읽고 쓰고, 정보를 조합하고, 이해하는 것을 사람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수행하는 기계인 반면, 강한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에 더해 독립성이 있고, 자아가 있고, 정신이 있고, 자유의지가 있는 기계라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스티븐호킹같은 사람들이 인간의 멸종이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라며 강한 인공지능의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런 멸종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는 이유가 인간 존재의 이유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명확하게 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왜 우리는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정답을 찾지않고 서로에 대한 믿음,신뢰를 토대로 살아왔는데, 우리와는 다른 존재이지만 자아를 가지고 있는 강한 인공지능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존재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그동안 지구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전쟁을 하고, 갈등만 일삼는데 기계 입장에서는 인간이 사라져버리는게 더 이득이라는 논리적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무시무시합니다. 인간의 존재이유에 대해 우리가 만들어낸 기계가 판단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아이로봇에 나온 것처럼 최고 사양의 로봇이 한순간 폭동을 일으켜 모든 인간을 제압하거나 학살하는 상황. 더이상 영화가 아니고 현실이 될 것이라고 세계적인 석학, 기업가들이 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터미네이터의 존코너나 아이로봇의 스푸너 형사같은 영웅은 정말 영화이지만 거기 나오는 기계들은 현실이다라...아직 멀고먼 미래라고 영화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적어도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라도 정리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혼자서 로봇 다 상대하는 영웅....어디 없나>



 


알파고 알고리즘 출처

http://www.ddanzi.com/?mid=ddanziNews&page=2&document_srl=70406543

기계,인간접점 출처

http://www.sciencefriday.com/segments/the-future-of-artificial-intelligence/

아이로봇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29/2015072902070.html?Dep0=twitter&d=201507290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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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07-04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대식 교수가 특이점이 “정확히는 모르지만 10년에서 30년 안에 다가올” 것처럼 얘기하고 있나요? 버너 빈지나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 도달 시점 예측과 거의 비슷한 얘기인데요. 즉 2030~2045년쯤 해서 특이점에 도달한다는 것인데요. 흥미롭기는 하지만, 너무 과장된 혹은 호들갑스런 예측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특이점이 오려면 앞으로 10~30년이란 시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논증하려면 매우 긴 글을 써야 하는데요. 인간이 파악한 우주는 전체 우주의 5~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죠? 그리고 우리 인간 자신의 뇌의 비밀도 그 정도밖에 파악한 게 없다고 하죠? 특히 뇌/뉴런/시냅스 등등을 나노 수준으로 내려가서 양자역학적으로 파악하는 건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정이 이러한데, 즉 인간은 아직도 우주와 뇌의 비밀을 10%도 채 파악하지 못했는데, 특이점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선정주의/호들갑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보다 더한 선정주의/호들갑은 인공지능 혹은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지배하거나 멸종시킬 거란 얘기인데요. 이건 말 그대로 걍 공상 수준의 헛소리라고 봅니다(아니면 교활한 음모 비슷한 것). 이런 주장을 스티븐 호킹이나 일론 머스크 등등 세계적 학자나 유명 인사가 한다고 해서 그럴 듯한 얘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죠. 저들의 학자적 위엄과 명성에 일방적으로 설득당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면밀히 분석하고 따져보면 저들의 주장이 얼마나 관념적이고 허술하고 코걸이/귀걸이 식인지 드러납니다. 제가 여기서 이걸 상세하게 논증하려면 시간과 지면이 엄청나게 소요되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인간이 만약 멸종된다면, 인간 자신들 때문에 멸종된다고요. 멸종시키는 주체도 인간/인류, 멸종당하는 당사자도 인간/인류라는 것이죠. 가당치 않게 인공지능이나 로봇한테 반란이니 멸종이니 하는 누명을 씌우지 말라는 얘기죠. 세계적 석학들이라면 말이죠. (사실 가만 따져보면 저들의 로봇의 인간 멸종 시나리오는 인간의 인간 멸종 시나리오라는 ‘동어반복’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요컨대 저들의 특이점 도래 주장, 인공지능/로봇의 반란 시나리오, 그에 따른 인간 멸종 시나리오 따위는 선정주의 혐의가 너무 짙다는 것입니다. 왜 저토록 선정적으로 부풀리고 과장하는 것일까요? 저들은 진짜 자신들의 주장이 진지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저들이 진지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 있다 하더라도, 저들의 개념적 착종과 관념성, 선정성, 논리적/분석적 부실함 따위 등등은 인정해줄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진지함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죠. 대중들을 너무 혼란에 빠뜨리고 있어요.

윙헤드 2016-07-05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긴 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qualia님! 댓글 속에 qualia님의 분통이 느껴져서 혼란에 빠진 대중 중 하나인 저도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세계적 석학의 말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님에도 너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몇 가지는 궁금하고 또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어서 대댓글을 남깁니다! qualia님은 진정한 의미의 특이점이 오려면 10~30년 가지고는 어림없다고 하셨는데 qualia님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의미의 특이점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김대식 저자가 책에서 말한 특이점은 약한 인공지능, 자아는 없지만 인간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대상으로 말한 것이어서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한 바였습니다. 기계가 글도 쓰고 얼마전 기초적인 작곡을 하는 동영상을 보니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가리지 않고 인간의 생활을 대체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자동차나 컴퓨터가 우리생활에 어느 순간 급속히 퍼진것처럼 약한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퍼지는 지점을 김대식 저자는 말한 것 같았습니다. qualia님은 인간 뇌의 기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을 특이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인지요!

또한 강한 인공지능, 터미네이터에 의한 인간의 멸종은...그런 영화를 많이 봐서 선동을 당했는지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은 항상 이상향을 꿈꾸고 완벽한 인간, 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한 자아를 가져서 완벽하게 평등하고 완벽하게 효율적인 로봇을 만드는 흐름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그들이 말한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데군데 결점이 많은 인류와 결점이 없는 로봇의 시대가 공존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qualia님은 이런 강한 인공지능에 의한 멸종이 헛소리라고 하셨는데, 인간이 그런 인공지능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아서 인가요? 아니면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은 결코 반란을 일으킬 것 같지 않아서 그런가요? 지면이 엄청나게 소요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지하고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

qualia님께서 인간은 멸종한다면 로봇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자멸할 것이라고 말하신 것에 대해서는 저도 십분 동의합니다! qualia님이 동어반복이라고 말한 것처럼 로봇에 의한 멸종은 인간에 의한 자멸과 같은 말에 불과한 거 같아요. 그래서 스티븐 호킹이나 일론 머스크의 경고도 로봇이 아니라 결국 그것을 만드는 과학자들, 인간을 향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동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에게 인공지능의 파급력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전해주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복제가 발표된 이후로 인간복제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탄생했고 그로부터 인간복제에 대한 금지가 원칙으로 된 것처럼 약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그 끝에 놓여있을 강한 인공지능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한 것이 아닐까요! 부실한 논리를 가지고 그들이 말하고 있다면 qualia님처럼 다른 논리를 가지신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렇게 논의가 발전한다면 좀 더 논리적인 미래를 추측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900년 대 후반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조만간 로봇이 등장하고 인간의 모든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었는데 아직 목표의 새발의 피만큼도 달성하지 못한 것을 보면 지금의 이런 논의도 qualia님처럼 호들갑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무비판적으로 그들의 말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는데 qualia님 덕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qualia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