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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1.
잠을 좀 덜 자고 싶었습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시간에 뭔가 생산적인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잠을 줄이기 위해 수면시간을 조정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4시간만 자도 쌩쌩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엄청나게 부러워하며, 시도했었는데, 울리는 자명종도 무시하고 잔 것이 여러번. 4시간 수면법이라는 나폴레옹 수면법을 찾고서 '오! 이거면 4시간 수면에 적응할 수 있는건가?' 라는 기대감으로 찾아봤는데, 효과의 불확실성과 엄청나게 힘들어보이는 과정에 겁먹고 포기.
이제는 밤에 6시간, 낮에 엎드려서 낮잠으로 보충하자! 라는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 6시간도 지키기가 힘듭니다. 학교수업이 있는 날이면 의무감으로라도 일어나게 되는데 아침 수업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30분만....하고 더 자게 됩니다.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체력이 모자란 것인가...참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게 가끔씩은 공부를 하다가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4시간만 자고 일어났는데도 정신이 말짱하고 개운한 날이 있더군요. 참 요상했습니다. 6시간을 자도 눈을 뜨기가 힘든데, 4시간만 자도 괜찮다니, 궁금했습니다. 잠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자면 완전 편하게 잘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읽었습니다!
2.
저자는 로이터 통신사의 기자인데, 자신의 몽유병 때문에 크게 다치고 나서 잠에 대해 추적하게 되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몽유병에 대한 치료를 받고 거기서 그쳤을텐데, 몽유병의 원인과 잠까지 파헤친 그의 끈기와 노력이 이런 재미난 책으로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잠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몰랐었고, 아무생각 없이 잠만 잤어나 싶었습니다. 일단 책을 통해 기억나는 흥미로운 사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실 인간은 밤에 잠을 두 번 잤다? YES! 해가 지고나서 자정 무렵까지 한 번, 한 시간 정도 깨어있다가 다시 자서 해가 뜰 때까지 이렇게 두 번. 과거 여러 문학작품에도 '첫 번째 잠', '두 번째 잠'을 구분해서 서술하였었는데, 전구의 발명으로 우리는 첫 번째 잠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 부부는 역시 한침대에서 자야한다? NO!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면 개인 수면 공간의 확보가 안되어 잠의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합니다. 각 방이나 따로 자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문제이지 뇌파를 확인하면 따로 잘때 더 효과적인 잠을 잔다는 사실!
- 낮잠은 정말로 효과적인가? YES! 낮잠을 자면 뇌가 사물들 사이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사물들을 연결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가 더 잘나오고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 된다는 말입니다.
- 몽유병은 심각하다? YES! 실제로 미국에서는 몽유병에 걸린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몽유병을 통한 사건, 사고는 아직 법이 정립되지 않아 미국에서도 주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 잠을 가지고 도박할 수도 있을까? YES! 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땅이 커서 동부와 서부의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동부와 서부의 팀이 맞붙는 경우 표준시에 익숙한 서부의 팀이 승리할 확률이 대폭 늘어난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미식축구 경기를 보면 동부와 서부의 대결 중 서해안 지역 팀에 매번 돈을 걸 경우, 돈을 딸 확률이 70%정도!!!라고 합니다.
- 발을 이불 밖으로 빼는 건 나만의 습관이다? NO! 저는 잘 때 발이나 손을 이불 밖으로 내놓고 자는 것을 선호하는데, 제가 단순히 열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잠의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몸은 잠이 들때가 되면 잠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심부 체온을 떨어트리는데, 그와 동시에 몸 주변부를 통해 열이 방출되면서 발과 손의 체온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 잠에 대해 생각하면 잠을 못잔다? YES!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얼른 자야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잠을 잘려고 하면 할수록 잠을 더 못잔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잠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 초조해하기 때문입니다. 불면증 치료법 중 하나는 환자가 잠을 못자면 다음 날을 망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치도록 돕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 낮잠, 귀스타브 카유보트, 1877 >
3.
책을 읽고 나니 저의 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잠을 약간 하대해왔고, 적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피곤함을 회복하는 시간일 뿐인데 하루의 3분의 1이나 뺏어가는 나쁜...!!!!! 그런데 생각보다 잠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선수들의 메달을 바꾸고, 시험 성적을 바꾸고, 하루의 인상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이었습니다. 잠은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더 발전하는 시간이었던 것을 이제야 깨달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잠을 줄이고 싶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잠자는 시간을 아껴서 생산적인 시간을 더 보내자 인데, 저의 일상을 슬며시 계산해보면 깨어있는 시간조차 생산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더군요...그래서 이제는 저의 소중한 잠을 마구 다그치고 깨어있는 시간을 헛으로 보내느니 잠을 7시간을 자고서 깨어있는 시간에 열심히 사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내렸습니다. 잠을 존중하고 알람을 꺼버려야겠습니다.
4.
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을 읽고 보니 우리가 얼마나 인위적인 기준에 우리의 삶을 맞추고 살았나 다시금 깨닫습니다. 전구의 발명으로 산업화가 되자 우리는 첫번째 잠을 빼앗겨 버린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식습관도 산업화 시대에 발맞추어 강제적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인간은 점심을 먹지 않고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점에 해당하는 끼니를 먹고 저녁을 먹는, 하루 2끼의 생활을 했다고 기록에 남아있는데, 산업화 시대에 공장을 효율적으로 돌리기 위해 점심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모두가 그 시간에 밥을 먹는 통제의 시대에 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비난합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을 게을러터진 사람들이라 하고, 밥을 제때 안먹는 사람들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어쩌면 그들이 더 인간적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오후에 낮잠 때문에 졸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텐데 자연스러운 것을 비난하는 모순적인 사회. 요즘 들어 많이 외치는 '인간성의 회복'에 그동안 생강치 못했던 우리의 식습관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나혼자산다'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밴드 윈디시티의 김반장이라는 사람을 보면서 참 자연스럽게 산다, 인간적이게 산다라고 느꼇고 그의 인간성을 배워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 직접 가꾼 채소로 밥을 두시간 동안 해먹고, 산에서 약수를 타오고, 집의 지붕에 올라가 커피를 마시고 낮잠을 자는 모습. 이것은 여유라기 보다는 우리가 응당 누려야 할 자유이자 여유라는 것을 깨우치고 조금이라도 배워야지! 라고 속으로 다짐!
<저도 제 지붕이라는 곳에서 낮잠을 자보고 싶습니다~/mbc '나혼자산다' 캡쳐화면>
귀스타브의 낮잠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41122.22012193019
mbc 나혼자산다 - 김반장 편 캡쳐화면
http://hunting.tistory.com/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