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미쳤다! - LG전자 해외 법인을 10년간 이끈 외국인 CEO의 생생한 증언
에리크 쉬르데주 지음, 권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외부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에 대하여


    Out of the box라는 말이 있다. 문제의 바깥에서 바라보면 뒤죽박죽이던 상황이 정리가 되면서 예기치 못한 해결방법이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나 생각,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 box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나름대로 Out of the box에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 책을 많이 읽기 위해 노력하고, 신문을 매일같이 읽으며, 경영학과의 수업이 아닌 다른 학과의 수업들을 수강했었다. 그래서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라는 나만의 생각을 가지며 살고 있었다.  근데,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정말 Out of the box인가. 외국만 나가도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나는 결국은 한국인이라는 box에 대학생이라는 box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보는 책들, 신문들, 여러가지 정보들이 거의 대부분 한국인이 쓰고 한국에서 유통되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인즉슨, 우리나라에서 지금 말이 많은 다양한 문제들이, 예를 들어 경제적 위기나 취직 문제, 북한과의 관계 등등이 사실 우리끼리의 이야기였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기업에 대한, 한국인에 대한 이 책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기업은 엉망진창이었다. 글쓴이가 한국기업의 임원자리에까지 올라갔던 인물이니 회사에 대해 최대한 정중한 표현을 썼음에도 그 불합리함이 곳곳에 들어났다. 모든 업무를 수치화시키는 평가 방법에서부터, 직원들 서로가 일 이야기만 할 뿐 가족적인 분위기가 없는 것, 본사의 임원에 모든 스케줄을 맞추고, 상사로부터 물건이 날아들고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분위기, 야근과 주말 근무는 당연한 분위기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회사의 경영자의 입맛대로 흘러간다는 끔찍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이제 곧 취직을 준비하는 나이가 되는 나로서는 두 배는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이런 회사를 다니면서 우리는 어디서 행복을 찾는가. 임원이 도착장소에 5분 먼저 도착할 것 같은 상황에 전전긍긍하며 운전기사에게 도착장소에서 5분 동안 주변을 돌고 오게 하는 이런 구조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한 것에 참 신기함과 절망감을 동시에 느꼈다. 직장인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는 임원인데 임원은 어떻게 보면 더욱 약한 존재였다. 법인장은 본사의 임원이 온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의 매장에 자사의 제품이 어떻게든 돋보이도록 불같이 화를 내고, 실적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유배지에 끌려가는 죄수마냥 해명하러 가는 모습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행태가 만연한 한국회사에 지은이는 모순적이게도 8년 동안이나 임원의 자리를 지켰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기업의 장점은 그 무자비한 효율성과 일에 대한 집중이다. 모든 것을 수치화 시킴으로써 사사로운 감정이 들어갈 여지가 애초에 없고, 항상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내세움으로써 그 전자강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선두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하지만 그도 이런 구조가 결코 정답은 아니며 언젠가는 내리막 길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결국은 떠나버렸다, 그것이 강제적이든 아니든. 그는 이전의 최고경영자를 그리워했었다. 통찰력이 있고 해외의 인재들도 서슴없이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그 개방성에서 기업의 미래를 봤던 것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이내 창업자의 후손으로 바뀌었고, 임원은 한국인으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온갖 불필요한 행사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기업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의 무자비한 효율성은 사원, 대리를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과 같은, 단어부터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냈고, 더 이상의 혁신은 나오지 않으며, 일하는 노동시간은 더 늘어났다. 이 나라에 희망은 있는가. 제일 위에서부터 잘못되었다.  


   최근에 나의 친구 중에 한 명이 지은이가 재직했던 회사로 들어갔다. 원하던 회사가 있었지만 떨어지고 원래 붙었던 이 회사로 들어간 것이다. 이 친구도 기업의 실상을, 폐해를 알 것이다. 책으로 읽은 나보다 더 생생하게 목격할 것이다. 친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할까.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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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12-27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러서서 보기 좋네요 :-)
긋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