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서관 사상가들 한울아카데미 758
고인철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도서관 분류에 대하여


     책을 사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책값은 아끼지 말라고 했건만 어렸을 적에 놀 돈이 부족하니 책은 빌려 읽기 시작했고, 그 뒤로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쭉 빌려 읽게 되었다. 습관이 되고 난 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은 크게 3곳인데,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의 도서관과 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그리고 우리 대학교 도서관이다. 각 곳의 크기도 모두 다르고, 장서의 수도 모두 제각각 이지만, 분류만큼은 비슷한 것 같다. 철학이나 사상으로부터 시작해서 과학으로 넘어가고 생활에 관한 이야기 그 뒤부터 소설, 역사로 이어지는 구성. 지금까지는 이런 순서에 대해 추호도 의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이런 순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는 미국의 듀이십진분류법에서 가져온 분류법으로 총류, 철학, 종교, 사회학, 언어, 자연과학, 기술과학, 예술, 문학, 역사의 10가지 대분류로 도서관의 책들을 구분화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서 언어의 위치를 사회학 다음이 아닌, 예술 뒤로 미룬 한국십진분류법을 채택하여 지금도 많은 도서관이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 왜 이런 순서로 되어 있느냐면 ‘000은 태초의 인간과 자연이 혼돈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특정 학문이나 주제에 속하지 않는 분야를 모았다. 100은 혼돈에서 질서를 찾기 위한 이성의 노력을 담은 철학을, 200에서는 유한한 인간이 절대적인 신을 숭배한다는 뜻에서 종교를 담았다. 300에는 인간이 가족과 사회, 국가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학을, 400에는 사회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학을 모았다. 500에는 생활에 필요한 과학적 지식인 자연과학을 담고, 600에는 지식이 기술로 발전된 기술과학을 담았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술(700)이 나타나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문학(800)도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900에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한 역사를 모았다.’고 네이버의 원리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타당해 보이는 설명인데 왜 한국십진분류법에서는 언어가 뒤로 밀려갔는지 궁금하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짧게 ‘언어를 문학과 근접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알맞지 않은 설명인 것 같다. 소통에 대한 고의적인 배척의 느낌이 나는데, 찾아보니 한국십진분류법은 1964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 때는 박정희 대통령이 군부를 내려놓고(?) 등에 업고(?) 민주공화당 총재 출신으로 대통령을 하던 시기였다. 묘하게 왜 소통을 의미하는 ‘언어’가 뒤로 빠지게 되었는지 알 것 만도 같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니기에…..문헌정보학과 친구가 있었다면 시원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어찌되었든 도서관 분류라는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 것에도 수많은 고뇌와 고민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 책과 스마트폰에 대하여


    평소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다. 출근하는데 환승을 하는 시간, 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모두 빼면 순수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각 30분씩, 1시간이다. 집에 와서는 이것저것 잡일을 하느라 책을 읽지 않으니 사실상 출퇴근 시간하고 주말밖에 시간이 없다. 오늘은 근데 출근하면서 이 책을 다 읽게 되어서 퇴근 시간은 그냥 멀뚱히 왔다. 마침 이어폰도 까먹고 안 들고 왔기에 다른 사람들을 재미 삼아 본다. 근데 정말로 90프로 정도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내가 지켜본 앉아가는 자리 한 구역은 졸고 있는 사람 1명과 그냥 음악 들으며 앉아 있는 1명을 뺀 7명? 정도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있는 사람이라고 다르진 않다. 게임이며 메신저며 동영상이며, 큰 아이패드건 작은 블랙베리건 간에 모두가 들여다보는 이런 상황. 문득 10년 전 지하철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스마트폰이 지하철을 지배하기 이전에 사람들은 뭘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독서량이 10년 전에 비해 감소했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으니 독서는 아니었던 것 같고….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스마트폰의 위력을 보니 나의 작지만 큰 꿈인 독서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은 이렇게 독서, 책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역량을 쌓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인데, 이런 과정의 끝에 저 무시무시한 스마트 기기를 이길 생각이 있을까… 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는 이 나라가 갑자기 얄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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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개의 도서관을 서재로 두셨으니 참 부럽습니다 ㅎ 저희동네 도서관은 한번 가기도 쉽지 않고 (환승하거나 걸어가야해서요) 찾는 책이 거의 없어서 얼마전에 다녀온 서울도서관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참 부럽더라구요 ㅋ

그런데 전 지하철에서 책 읽는 분도 종종보긴했어요 표지 훔쳐보다가 민망했던 적도 있답니다 ㅋㅂㅋ,,그리구 서울가는날 가방이 너무 무거우면 아주 가끔 휴대폰으로 전자책을 읽기도 해요 ㅎ 그러니 인터넷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ㅋㅂㅋ,

윙헤드 2015-06-1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제가 아직 부족해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네요ㅜㅜ 제가 휴댜폰도 작고 태블릿이 없어서 전자책 읽는 분들이 부러워서 시샘을...ㅋㅋㅋㅋ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