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17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각각의 캐릭터가 있다.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있고 그의 아들, 첫째, 둘째, 셋째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다. 그들 주변의 인물들, 지금 보고 있는 까쩨리나 역시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나 그 캐릭터가 선명하다. 그들 입에서 자기 캐릭터를 말한다. 텔링이 아니라 쇼잉으로. 모든 인물들이 그렇게 움직인다. 


종교와 현실 사이의 문제라고 봤으나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다.

이타심이라는 가치와 이기적인 동물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들

거기에 비열함, 굴종감, 욕정, 자기애, 자존심 등이 결합되어 

한 인물마다의 캐릭터에 따라 이 가치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도 하며 


주변인물들로 인하여 강화된다. 

드미뜨리가 끌고 다닌 인물과 그의 가족들

가난과 


돈과 현실의 문제

돈과 마음의 문제

자존심


내가 평생 몇 번인가 다시 볼 용의가 있는 책 중 한 권이다. 어린왕자와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그리고 몇 권이 더 있을 텐데, 채근담도 그럴 수 있으려나. 노인과 바다도.

1413페이지의 벽돌 같은 책 두 권이다. 두 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각 권이 딱 벽돌 크기라 이 딱딱한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다 읽고 다시 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20대 중후반 즈음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뒤 친구가 선물해준 책을 오랫동안 책장에 처박아 뒀다가 오랜만에 빼서 읽었다. 근 20년 만에 읽었으나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20년의 세월 속에 그때 받았던 많은 인상들은 사라져서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누구지, 라는 추리소설 같은 이 이야기의 답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건의 진행은 모두 잊고 있었다. 

중요한 장면이었던 이등 대위 스네기료프와 그의 아들의 일화도 완전히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그들이 소설 속에 꼭 등장해야 하는 인물들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심지어 소설 마지막은 아들의 장례식으로 끝이 나는데도, 어린 시절에는 대단히 유쾌한 끝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스네기료프는 어쩌면 표도르 까라마조프와는 반대되는 아버지로서 등장하는 걸까

그의 대사 "나 같은 인간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는 심부를 찌른다. 

"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이 인간처럼 야만스럽고 사악한 동물의 머리에서 떠올랐다는 거야." 라는 이반의 대사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어딘가를 훅 찌른다. 

그런가하면 이런 대사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을수록 더 선명해진다는 말이지. 어리석음은 간결하면서도 결코 교활할 수 없는 법이지만, 지성은 요리조리 핑계를 대고 꼬리를 잘 감추지. 지성은 비열하지만, 어리석음은 솔직하고 정직하잖니."

-p.420


어쩌면 난 너를 통해 나 스스로를 치료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라.

-p.420


역시 마찬가지로 삶의 어느 부분을 관통해버린다. 



돈과 멸시, 경멸, 욕망, 삶의 갈망들, 고통과 용서, 자유, 사랑의 겸허함

이런 단어들을 적어두었다. 

21세기의 드라마 역시 이런 식의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요새 빅뱅이론을 열심히 봐서인지 이런 주제들이 우리 안에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음에도 요새는 도외시하거나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만나고 조금씩 관계가 치열해질수록 저런 주제들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는 면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가족 속에서 그런 관계들을 그려냈으니, 어쩌면 나 역시 나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도 저런 감정들이 다루어지지만 역시 보고 싶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조시마 장로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죄악을 바라볼 때면 이렇게 자문하게 됩니다. <힘으로 취할 것인가, 아니면 겸허한 사랑으로 취할 것인가?> 그러면 언제나 <겸허한 사랑으로 취하겠다>고 결정하십시오. 언제나 그렇게 결정하면 온 세상이 정복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겸허함은 무서운 힘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우연한 순간이 아니라 어느 때에나 실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사들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야지.



예전에 딱딱한 책 속에서 빛이 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나서 였던 것 같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벽돌 같기만 하던 책이 몇몇 문장들을 다시 읽다 보니 빛이 나기 시작한다. 삶이라는 이 관문을 어떻게 통과해나갈 것인가, 심판자가 되지 말고 어린 애들처럼, 천상의 새들처럼 부디 즐거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얘기한 것은 자존심일까. 한 사람 마음에 자리잡은 자존심, 아니 주인된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캐릭터가 주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주인이 되기 위해 고뇌하다 내뱉은 대사들. 

주인공들뿐 아니라 까쩨리나, 그루셴까 등도 모두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며 자기 성격 속에서 고뇌하고 그런 대사들이 넘쳐난다. 


살인은 스메르쟈꼬프가 저질렀으나 그는 이반의 사주를 받았다고 한다. 이반 또한 그로 인해 괴로워한다. 스메르쟈꼬프가 어떻게 사주되었는지, 그가 어떻게 살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반의 목소리를 잘 들여다보면 증명되기도 한다. 




2025 12 29일 월요일


큰 고난에 빠지겠지만, 그 고난 속에 행복이 있단다. 네게 주는 나의 유언은 고난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 P144

누구든지 진실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왜냐하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 P341

그리고 지금 발을 구르며 나한테 어릿광대라고 욕을 해댄 아이도 역시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입니다. - P361

일이라고는 전혀 할 수 없는데도 입만은 여전히 벌리고 있을 테니, 누가 나를 먹여 살리겠습니까? - P363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잔인한 집단이지요. 제각기 떨어져 있으면 천사 같지만, 함께 어울릴 때는, 특히 학교에서는 말입니다. - P365

비록 멸시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고결한 마음씨를 지닌 우리 헐벗은 아이들은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한 나이에 벌써 이 땅의 진실을 배우게 되는 겁니다. 부자들은 평생에 걸쳐서도 그런 깊이에 이르지 못하지만 우리 일류샤는 광장에서 도련님 형의 손에 입을 맞추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모든 진실을 깨달은 겁니다. 그 진실이 그 애의 마음속에 파고들어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지요. - P366

그애는 <아빠, 아빠, 세상에서 부자가 가장 힘이 센가요?>라고 묻는 것이었어요. <그래, 일류샤, 부자보다 힘센 사람은 없단다>라고 대답해 주었더니, <아빠, 난 부자가 되겠어요, 장교가 되어서 적들을 모두 물리친 다음, 황제의 상을 받아 돌아오면 그땐 아무도 우리를 멸시하지 않을 거예요> - P368

"치욕의 대가로 당신들의 돈을 받는다면 내가 우리 아이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 P377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이처럼 열렬하고 거친 삶을 향한 갈망을 이길 만한 그런 절망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고 말이야. 내 생각에 그런 것은 없는 것 같아, 적어도 서른 살까지는 말이야. (중략) 나는 살고 싶고 또한 살고 있어. - P409

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이 인간처럼 야만스럽고 사악한 동물의 머리에서 떠올랐다는 거야. - P417

내겐 응보가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난 자멸하게 될 테니. 응보는 무한 속의 언제 어디선가가 아니라, 내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 땅 위에 필요한 거야. - P434

고통으로 영원한 조화를 사기 위해 모두가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아이들이 어째서 거기에 있어야 하는 거지? 어디 한번 말해 봐? 어째서 그 애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 어째서 그 애들의 고통으로 조화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냐고? - P434

왜냐하면 그 애의 눈물은 보상받지 못한 채 버려졌기 때문이야. 그 애의 눈물은 보상받아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조화란 불가능할 테니. - P435

그리고 지옥이 있다면 조화란 있을 수 없는 거야. 난 용서하고 싶고 포옹하고 싶어.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원치 않아. - P436

만일 그들이 용서할 수 없다면 조화란 어느 곳에 있을까? 그렇다면 이 세상에 용서할 수 있고 용서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야. 난 차라리 보상받지 못한 고통과 함께 남고 싶어. 비록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보상받지 못한 고통과 해소되지 못한 분노를 품은 채 남을 거야. - P436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천상의 빵의 이름으로 당신을 따른다 해도 천상의 빵 때문에 지상의 빵을 경시할 능력이 없는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들이 남게 될 것이 아니오? (중략) 따라서 반드시 거짓말을 해야만 하므로 그 거짓말 속에 우리들의 괴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오.

- P451

인간이라는 불행한 존재들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지녔던 자유라는 선물을 한시 바삐 넘겨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런 고민은 없는 것이오. (중략) 인간 존재의 비밀은 그저 살아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에 있기 때문이오. (중략) 그 자유를 배가시켜 인간의 정신적 왕국에 영원히 고통을 안겨 주지 않았소. - P453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허약하고 비천하게 창조되어 있는 것이오! 당신이 했던 일을 인간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소? 당신은 인간을 너무나 존중했기에 인간을 동정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았소. (중략) 그러므로 불안과 혼란과 불행은 당신이 그들의 자유를 위해 수난을 겪은 후에 남겨진 현재 인간의 운명이란 말이오. - P456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 되오? 강한 인간들처럼 견뎌 낼 수 없었던 나머지 허약한 사람들은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이란 말이오? 그처럼 무서운 재능을 부여받을 수 없었던 허약한 영혼은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이오? 당신은 오로지 선택된 자들을 위해, 선택된 자들만을 찾아온 것은 아니오?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신비이며 우리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소. 하지만 만일 신비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나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신비이며, 설혹 양심에 거리낀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무조건 복종해야 할 것은 신비라고 전도하고 가르치는 것이 정당할 것이오. - P457

인류의 무능을 너무나 딱하게 여겨서 사랑으로 그들의 짐을 덜어 주고 우리들이 허락하는 한 비록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허약한 본성을 용납하는데도 우리들이 인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소? - P458

만일 내가 진정으로 끈끈한 새 잎에 집착하게 된다면 너를 회상하며 그것들을 사랑하게 될 거야. 네가 이 세상 어디엔가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난 만족해서 산다는 것에 싫증을 느끼지 않을 거야. - P469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중략) 많은 반대자들이 있을 테지만 그 원수들조차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인생이 너에게 많은 불행을 안겨 주겠지만 그로 인해 행복해질 것이고 인생을 축복할 것이며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축복하게 될 테니. - P505

하느님의 백성을 믿는 사람은 비록 그전까지는 스스로도 믿지 않았다 할지라도 민중들 속에서 자신의 보물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 P521

인간의 모든 죄악을 떠맡고 그 책임자가 되십시오. 벗이여, 바로 그것이 옳은 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죄에 대하여 만인에 대하여 진정으로 그 책임자로서 처신한다면 그때 여러분은 그것이 진정으로 사실이며, 당신이야말로 만인에 대해, 모든 죄에 대해 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나태와 무력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면 사탄의 자만심을 갖게 되어 하느님께 불평을 터뜨리는 결과가 나올 뿐입니다. - P570

왜냐하면 영원한 심판자는 당신에게 당신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묻는 것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략) 진정으로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떠돌고 있는 것과도 같으니 - P570

사람들은 절대 심판자가 될 수 없음을 특히 기억해 두십시오. - P571

그는 모든 사람들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싶었고 또 용서받고 싶었다. - P6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탱자 - 근현대 산문 대가들의 깊고 깊은 산문 모음 봄날의책 한국산문선
강운구 외 지음, 박미경 엮음 / 봄날의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스에서 읽는 동안 마음이 따끈해졌다. 


은경이에게 선물로 줬던 산문집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에 대한 답장으로 받은 책이다. 은경이가 그 책이 좋았다며 다음으로 읽을 산문집을 고르며 내 것도 하나 골랐다며 보냈다. 

이동 중에 주로 봤다. 광주로 가는 버스에서, 강릉으로 오는 기차에서 한 편씩 읽었다. 초반부는 따끈하고 좋았는데 후반부의 백석이나 이상의 산문은 너무 오래 전 사람들이라 그런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산문도 시대가 있나? 낯선 단어들도 걸렸고, 느낌도 그때와는 달라서일까. 

엮은이는 이 글들이 탱자 같다고 했다. 그래서 제목을 탱자라고 했다고.

그러고 보면 탱자나무를 직접 본 것도 여기에 와서 였으니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 원하던 방향이다. 경제적인 가치, 사회적인 가치 면에서는 조금 어려워졌지만... 탱자나무가 어떻게 생겼나 찾아봤을지도 모르니, 사람이 가는 길은 자기만 아는 법인가. 

글에서 사람은 솔직할 수 있다. 가난에 대해서도, 나의 한 시절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부끄럼 없이, 그런 게 좋다. 동정이나 연민도 없이, 그저 지나온 걸음들, 가고 있는 걸음들을 적고 그게 어떤 공명음을 불러일으키고. 


2025 12 29일 월요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짹짹


드레스덴폭격 


음악회에 다녀와 드레스덴 관련 음악을 듣고 온 뒤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읽었다. 


이런 소설이었던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어쩌면 여기서 왔나


생각했다. 



2025 12 29일 월요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책방에서 산 소설집이다. 최근에 읽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이 좋아서 카페도 함께 하는 책방에서 책을 한 권 사려고 책들을 둘러보다 골랐다. 김애란 작가의 다른 소설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같은 소설이 들어 있어 아차 싶었지만, 그 소설과 어우러진 다른 소설들은 어떤가 '안녕이라 그랬어'가 어떤 음악이 들렸다 말았다 다시 들리는 소설이라 다른 소설들도 그럴까 궁금해하며 다른 소설들부터 읽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드뷔시의 '달빛'을 듣게 되는 소설이었다. 오므라이스에 대한 소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 음식소설집에도 나오는 건가 싶기도 했다. 가끔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들이 창조한 에세이나 유튜브의 대사들도 기막히게 좋은데, 이 소설의 유튜브 대사로 나온 말들이 좋았다. 나무를 보라는 말이었는데, 가만히 나무를 보고 바람을 보고 그런 일들. 어딘가에 가서 기가 막힌 오므라이스를 먹고 싶기도 했는데, 오므라이스의 질감 같은 것, 방금도 흑백요리사를 보던 차라 아마 그런 영향들이 이 소설 속에 들어간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 오므라이스 집을 찾아본다. 아직 가지는 못했다. 

윤성희 작가의 소설은 오랜만에 읽었다. 착한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는 기억이 있었는데, 보다가 버스에서 엄청 울었다. 엄마보다 먼저 죽은 자식 이야기는 슬프다. 내게는 가장 슬프다. 미어지게 슬프다. 그래서 엄마에게 죽은 딸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그 끝까지 울면서 읽었다. 책이 출판되면 사서 읽어야 할 작가 중 한 명이었는데, 그렇다고 열심히 사서 읽은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다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은 강릉으로 가는 기차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셈인데,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음악이 그 중심에 울린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은 초록 스웨터라는 제목답게 죽은 딸이 엄마가 뜨다 만 스웨터를 뜨며 엄마의 주변 인물과 자신의 주변 인물을 만나고 성장(?)하는 소설이다. 노래방이 등장하는. 

음악들.

인터뷰는 읽지 말까 하다가 읽었다. 각각의 작가들이 생각하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게 소설은 뭐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2025 12 29일 월요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이라 그랬어 (집 에디션)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계급에 대한 생각을 안 하고 살 수 없다. 그게 싫어 도피했지만, 그렇다고 계급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계속 계급을 논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존하므로.

어젯밤 다 읽고 해설은 읽지 않을까 하다가 해설도 읽고 잤다. 해설에서는 존재론적 단계의 신자유의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해설 또한 좋았다. 그렇구나, 나는 존재론적 단계의 신자유의주에 대한 부작용을 앓고 있는 건가, 꽤나 잘 짚어냈다 싶었다. 돈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는데, 그 또한 맞는 말이다. 이웃이라니. 홈파티의 이웃들, 숲속 작은 집의 이웃들, 그러다 진짜 좋은 이웃이 나오고 만남들, 과거들이 오버랩 되며 전개되는...


늙어가시거나 죽어가는 부모님 얘기, 점점 속물이 되어가는 자신에게 느끼는 이물감 같은 것을 잘 썼다고, 40대 작가가 쓸 법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잘 써서, 지인에게도 한 권 선물했다.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글이 쓰고 싶게 하는 책은 좋은 책이니, 좋은 책이다. 


2025 11 26일 수요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